전에 CHI 2008에 갔다가, HCI 모임에서 애자일 개발 방법론(agile development process)을 몇 명이나 언급하는 걸 보고 좀 유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다. 이전에도 관련학회의 논문 내용 중에 잠깐씩 언급된 적은 있었지만, 아예 제목에서부터 'agile process'나 'extreme programming'을 언급하고 있는 경우가 무려 6건이나 된다. 그 6건 중에 정작 정식논문(paper)로 발표된 경우는 하나도 없고 죄다 case study, panel, workshop 등의 형태로 발표됐다는 사실은 한편으론 '별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막 떠오르는 이슈가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애자일 방법론 자체에 대해서는 위의 링크들과 동영상에 잘 설명되어 있지만, 그냥 간단히 무식용감하게 내지르자면 "회의/문서작업 좀 그만하자. 그냥 후딱 만들어 보고 문제 있으면 수정하는 게 차라리 빠르겠다"는 거다. (내지르고 나서 보니 참으로 과도한 축약이다 -_-; 어쨋든) 요즘은 UI라고 하면 대부분 software UI를 말하기 때문에, 이 '빨리빨리' 방법론이 UI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CHI 2008에서의 발표 내용은 대부분 아래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How do extreme programming and user-centered design fit together?

게다가 재미있는 것은, UI 부서가 늘상 주장하던 (안 그랬다면 문제있다 -_-a ) "프로토타이핑"과 "평가", 그리고 주장하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았던 "반복적 개선"이 이미 이 방법론에도 적용되어 있다는 것이다. 개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리가 잡히는 개발문서에 시간을 쓰기 보다 그게 잘 만들어졌는지를 검증하는 평가방법론 쪽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위 그림에서도 노란 영역은 원래의 애자일 프로세스(중간에 쌓여있는 부분이 test & iteration에 대한 부분)이고, 푸르딩딩하게 표시된 UI 부분은 단지 그 프로세스의 흐름에서 이를 막지 않고 '단지 거들뿐'으로 제시되고 있다. (출처: Probing Agile Usability Process, CHI 2008)

사실 학회에 다녀와서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원래 논리를 맞추는 직업인 UI 디자인에서는 이미 이 방법론대로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오고 있었고, 어차피 시간을 많이 주질 않으니 최대한 빨리 만드느라 별짓을 다 해왔고, 기회만 있다면 어떻게든 사람 앉혀놓고 평가해서 반복/개선하려고 노력했으니... 뭐 딱이 달라질 건 없다는 생각이다.

단지 이게 '굳이' 쓸모가 있다면, 애자일 방법론의 시류에 편승해서 조직 내에서 UI 부서의 입지를 굳혀보자는 정도일까나.... ㅡ_ㅡ+ (번쩍)

아마 학회에서 이 발표를 쫓아다니면서 들은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질문도 뭔가 애자일 자체에 대한 것보다 개발팀과의 언쟁이 좀 줄더냐. UI 담당자들이 각 애자일팀(scrum)으로 분산되어서 일하면 hit rate가 떨어지지 않느냐. 뭐 그런 내용이었다. 발표장에 흐르는 묘한 동료의식. ㅎㅎㅎ



그러더니, 지난 달에 Jacob Nielsen이 <Agile Development Projects and Usability>라는 제목의 컬럼을 올렸다. 뭐 비록 '좀 더 자세히 보려면 유료 보고서를 참조하시라'는 식으로 끝맺긴 하지만, 그래도 이 장삿꾼 아저씨도 CHI 2008이나 다른 관련학회(아마도)의 흐름이 그냥 예사로 보이진 않았던 모양이다.

컬럼의 내용은 뭐 일반적인 애자일의 UI 실무 입장의 장점 외에도, 조심해야 할 점(애당초 개발자의 발상이기 때문에 설계를 들여다볼 짬이 없으니, 되도록 짧고 빠르게 개발과 병행할 수 있는 UCD 방법론을 선택해야 한다.. 정도?)을 나열하고 있다. 맨날 어차피 바뀔 기능 스펙만 보면서 열심히 개발하고 UI 한다거나, 결국 개발팀에서 개발완료를 해야 들여다보든 테스트하든 할 수 있는데 그래봐야 수정일정 따위 주어지지 않았고 바로 출시일이라든가, 그래서 한방에 제대로 된 사용성 평가 좀 하겠다면 예산과 일정 때문에 택도 없다든가... 이런 UI 실무의 현실이 애자일 방법론의 유행(?)과 더불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국 위 컬럼의 맺음말처럼 "기회가 좋으니 열심히 하자"는 거다. ^o^/



(드디어 다 썼다~!!! 도대체 몇주를 쓴거야... orz... 인터넷은 내년 초에나 들어온다고 하고... 점심시간은 짧을 뿐이고... 블로깅 야근은 우울할 뿐이고... OT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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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관공서에 가는 것은 언제나 큰 도전이었다. 마치 어떻게 하면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서 멀어질 수 있는가를 열심히 연구한 듯, 일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행정용어'로 뭐라고 하는지 부터 알아야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알겠는데,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모르는 한자어에 약자 투성이인데다가 '그것도 모르냐'는 고자세의 공무원들에게 압도되는 건 기본, 복잡한 서류 채우기를 진땀 흘리며 하다보면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벌을 받나 싶을 때도 있는 것이다.

이런 경험들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인지, 여기서 만들어진 이야기인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서도 "은하계에서 가장 역겨운 종족"이라는 보곤족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그런 모습을 속속들이 풍자하고 있다.

Bureaucracy in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Bureaucracy in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결국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제 새 집을 구했으니 법적인 거주지로 등록하고 세금을 내겠다고 신고하러 가야 했던 거다. ㅎㄷㄷ.

그런데 정작 찾아간 시청 창구에는 우리나라처럼 뭔가 채워야할 양식이 잔뜩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번호표만 뽑아서 기다리게 되어 있다. 기다리다가 가라는 창구로 가서 앉아보니 바로 옆에 눈에 확 띄는 안내문들이 붙어 있었다.

Accessibility for All, beside Administration Office Agent

왼쪽 위의 안내문은 눈이 안 좋거나 해서 글자가 크게 인쇄된 안내문이 필요하면 요청하라는 내용이고, 오른쪽의 것은 영어를 못할 경우 -_-;; 필요한 언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전화통역사를 통해서 관공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어는 왼쪽 맨 아래에 있다.) 여러가지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게다가 뒤쪽의 기둥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에는, 동성커플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안내문까지도 붙어있었다.

Accessibility for All, beside Administration Office Agent

... 뭐 이런 걸 가지고 일일이 감동하기도 지쳤다. 이제 슬슬 오버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니 그냥 뭐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려는데, 정작 나를 담당한 agent 아줌마가 이것저것을 물어보면서 자기가 서류를 작성하는 걸 보고 그만 감동해 버렸다. ;ㅁ; 공문서라는 게 내가 직접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거구나!!! 사실 나보다는 담당자가 훨씬 더 잘 알테고, 그럼 내가 나 편한대로 이야기하면 공무원이 형식에 맞게 채워넣는 게 효율적이라는 건 당연지사. 실제로 내가 주소를 이야기하니까 그게 공문서에서는 이렇게 적는 편이 더 정확하기 때문에 이렇게 바꿔 적습니다..라고 설명해 주기까지 했다.

신고절차를 마치자 내가 내야 할 세금이 얼마인지를 바로 계산기 두들겨가며 설명해주고, 어떻게 내는 방법들이 있는지를 설명한 후에 같은 내용을 우편으로 다시 보내기로 하고 돌려보낸다. 와... 한국에서는 내 돈을 내고 상담을 받을 때에도 이렇게 눈높이를 낮춰주는 '전문가'를 본 적이 없다. ㅡ_ㅡa;;;


창구 옆에 쌓여있길래 집어든 안내문도 이런 관점에서 아주 흥미롭다.

MONEYmadeclear leafletMONEYmadeclear leaflet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공서에 쌓여있지만, 경고로 가득한 정책 설명이나 전문용어 투성이 법규의 나열도 아니고, 표지에 적혀있듯이 상품을 팔려는 홍보물도 아니다. 마치 초등학교 참고서마냥, 돈을 아끼는 방법을 쉬운 말로 조목조목 적고 있다.

이 문서를 만든 것은 FSA(Financial Services Authority)라는 회사인데, 분명히 .gov.uk 주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스스로는 재무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회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뭐 이건 별로 상관없을 것 같으니 넘어가자. 위 소책자는 이 회사의 MONEYmadeclear 라는 홍보전략(?)의 일환인 듯 한데, 이 캠페인 웹사이트를 가보니 더 멋지다.

MONEYmadeclear website

단어 하나하나에 어찌나 공을 들였는지가 보이는 웹사이트다. IA나 GUI에 신경을 많이 쓰는 웹사이트는 많이 늘었지만 글로 적힌 내용에 이 정도 공을 들였다니 참 대단하다 싶다. 특히 저 위의 소책자에는 "from Financial Services Authority"라고 되어 있는 부제가, 웹사이트에는 "from the UK's financial watchdog (FSA)"란다. 자기 이름까지도 어려우면 쉽게 바꿔주는 센스. 다른 곳에서는 생전 찾아볼 수 없는 한자어로 복잡하게 만들어놓고 게다가 약자로 부르면서 그것도 모르냐는 어디의 누군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_ㅜ

(참고로 위 웹사이트에서는 내가 집어온 것 외에도 다른 시리즈 소책자를 PDF로 제공하고 있다. 기껏 어렵게 찍어서 올렸으니 그냥 두련다. 자세한 내용은 다운로드할 수 있는 PDF 파일들을 참고하시길.)



물론, 우리나라도 많이 변했다. 이제 "구정도 서비스"라는 주장도 하고 있고 (하지만 여전히 구정 - 구 행정(?) - 이라는 자기만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대민 서비스"도 (대민 -_-; 어디서는 tax payer인데 어디서는 백성이다) 많이 개선하겠다고 하는가 하면, "민원 처리"(처리해야 할 민원? ;ㅁ; 떼쓰러 온 것 같잖아) 프로세스를 간략화 하겠다는 기사도 봤다. 하지만 뭐랄까 그런 말부터 속보이는 전시행정 말고, 진짜 성심껏 몸을 낮춰주는 이런 자세는 어떻게 배워갈 수 없을까? (배워 가겠다고 윗분들 우르르 놀러 오라는 뜻이 아니다. -_-=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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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Cover Image of Interactions, 2008 Nov-Dec issueSignifier, Not Affordance, a column by Don Norman

지난 달(11월 중순에 쓰기 시작한 글이 이제서야 ;ㅁ; )에 도착한 <Interactions>지 11-12월호를 보면서 순간 얼마나 기대를 했는지 모른다. 무려 머릿기사가 "Designing Games"... 아무리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해도, 요새 업계가 어쩌면 이렇게 내 관심사를 잘 긁어주는 거냐... 하며 열심히 들여다 봤다.

... 싸우자. -_-+=3

어떻게 기사 딱 하나를 가지고 머릿기사로 세울 수 있으며, 그나마 하고많은 기사 중에서 이번 호에 가장 횡설수설하고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 기사를 골랐냐고. 기사의 내용도 결국 '게임 플레이 디자인도 인터랙션 디자인인데, 좀 많이 다르고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요지. 아하... ( '-')y~oO



어쨋든 다른 기사도 보자..하다가 발견한 게 Donald A. Norman 할아버지가 매번 싣는 컬럼이다. 이번의 제목은 <Signifiers, Not Affordances>. 사실 심리학에서 사용되던 affordance라는 개념을 디자인 분야(당시에는 뭐 딱이 'UI'라고 따로 할만한 분야도 없었으니까)로 가져온 것도 돈 노먼 할아버지 였는데, 딱 20년만에 이런 제목의 컬럼을 썼다는 건 딸랑 2쪽짜리 컬럼이라고 해도 좀 곱씹어 읽어줄 필요가 있겠다. 고맙게도 이 컬럼은 이 분 홈페이지에도 올라와 있다.


그냥 내멋대로 요약정리하자면, 결국 '사용 방법의 예감'을 주는 무언가(physical affordance)를 의도적으로 디자인해 넣지 않고, 심지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 맥락 속의 사람들이나 물체의 행태(social signifier)에서 사용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Social signifiers replace affordances, for they are broader and richer, allowing for accidental signifiers as well as deliberate ones, and even for items that signify through their absence, as the lack of crowds on a train platform. The perceivable part of an affordance is a signifier, and if deliberately placed by a designer, it is a social signifier.

Designers of the world: Forget affordances. Provide signifiers.

(컬럼 맨 끝부분에서 발췌)

위 말미의 주장 자체는 상당히 강한 어조로 씌여있지만, 결국 본문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원래 affordance를 통해서 '지각된 의미' 대목이 중요한 거 였는데 어쩌다보니 손잡이니 뭐니 하는 물리적인 디자인 요소로 많이 치우쳐 졌다는 게 안타까우신 거고, 그러니 다른 개념의 도움을 좀 받아서 그 '지각된 의미' 개념을 추상적인 인지 수준으로 확장해서 signifier라고 하자는 내용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들고 있는 사례를 보면 과연 행동과학 activity science 에서 보여주던 사례(현금입출기 앞에 가로로 선을 하나 그어놓으면 괜시리 그 선을 넘지 않는다던가), 분산인지 distributed cognition 연구에서 보여주던 사례(명확하게 주어진 정보가 아닌 주변환경 속의 힌트를 통해 상황을 이해한다던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행동과학 분야도 분산인지 분야도 UI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던 분야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컬럼이 단지 전문용어 바꿔치기로 끝나기보다 UI 디자인의 대상을 뭔가 새로운 개념으로 확장시키는 데에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물론 말하고 있는 주장들은 얼핏 전통적인 사용자 중심 디자인 user-centered design 이나 근래의 맥락기반 디자인 contextual design 과 흡사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위 두 분야의 학문적 깊이는 나름 오랜시간 동안의 실증적 연구에 기반하고 있으니 그 내공을 한번 믿어본다.

아, 물론, 이 뭔가 있어 보이고 의미심장해 보이는 글이 사실은 곧 나올 노먼 할배의 <Sociable Design> 책에 실린 내용의 일부란다. 결국 책을 사서 보라는 말씀이신 거죠... OTL



... 이 글, 제대로 전달이 되려나 모르겠다.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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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Cover Image of CoDe Magazine, Nov/Dec 2008
<CoDe>라는 component developer들의 동인지(맞잖아?)의 이번 호(2008년 11/12월호) 주제가 "Modern User Experience"라고 되어 있는 걸 발견, 5분간 살짝 흥분했다가 김이 새 버렸다. 그래도 1996년인가에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에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사가 처음 실렸을 때에는 최소한 서두에서만이라도 그 정의라든가 기본 개념을 전제한 후에, '그럼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페이지가 빨리 로딩되도록 코드를 모듈화해서 짜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이어졌던 것 같다. (서울에 복사본이 있어서 정확한 내용을 싣지 못하는 게 아쉽다... -_-a; )

그런데 이 <CoDe>지의 특집은 단지 제목일 뿐이고, 실제로 여기에 속한 기사들은 다음과 같이 (위 링크에서 복사) 어떻게 보면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Featured Articles in <CoDe> Magazine, Nov/Dec issue 2008
- SharePoint 2007 and the Thin .NET 3.5 Development Model
- Build Composite WPF Applications
- Speed Up Project Delivery with Repeatability
- Using CSLA .NET for Silverlight to Build Line-of-Business Applications
- Programming with the Microsoft Business Rules Framework
- Flexible and Powerful Data Binding with WPF

결국 WPF (Windows Presentation Foundation: 닷넷 개발할 때 그래픽 표시를 담당하는 모듈 혹은 그 규약) 이나 Silverlight (Microsoft에서 Adobe Flash가 독점하고 있는 웹 상에서의 벡터그래픽/애니메이션 시장을 노리고 덤빈 소프트웨어 군) 같이 그래픽과 관련해서 요즘 새로 나타난 개발 이슈를 그냥 "modern user experience"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ㅡ_ㅡa;;;



UI 라는 게 처음 나왔을 때에도 기존의 '아이콘 찍기'와 차별화하려고 "그건 GUI, 이건 UI"라고 해보기도 하고, "그건 GUI, 이건 IA, 합쳐서 UI"라고 해보기도 하고, 이제 와서는 "그건 그냥 UI, 이건 UX"라고 해보려는 참인데, 결국 이것도 '최근 유행하는 쌈빡한 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일까.

이 분야... UI든 UX든 어쨋든 기업에서 사람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 에는 분명히 뭔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런 세상의 시각을 보면 또 맥이 탁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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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얼마 전 대한항공을 타고 오다가, 기내 VOD 시스템의 UI가 터치스크린 기반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했길래 한번 이것저것 찔러 봤다. 새로운 터치스크린 시스템은 좌석에 부착된 리모컨과 함께 사용할 수 있어서, 커서를 움직이고 클릭하기 위해서 손가락을 이용할 수도 있고, 리모컨의 상하좌우/선택 키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_-+ (마음에 들었으면 왜 이러고 있겠냐 ㅡ_ㅡa;; )

어떤 화면에서는 터치를 하면 그게 클릭가능한 영역이든 아니든 커서가 따라오는데, 어떤 화면에서는 클릭가능한 영역이 아니면 커서가 따라오지 않는다. 그런데 커서가 따라오지 않는 영역에서도 터치한 후에 리모컨을 조작해보면, 뒤늦게 그 위치로 커서가 따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어떤 화면으로 진입할 때에는 커서의 위치가 이전 화면에서의 위치가 아닌, '디폴트 선택' 위치로 훌쩍 이동해 있기도 하다.
 
잠자는 사람을 위해서 기내에 불을 꺼둔 시간에 찍은 관계로 화질은 매우 열악하지만, 두번째 상황에 대한 사용 sequence를 몇개 예로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상황은 동영상으로 보는 수 밖에 없겠다;)

GUI of In-flight VOD System for KALGUI of In-flight VOD System for KALGUI of In-flight VOD System for KAL
(2-1) 커서가 클릭한 지점으로 이동해 있다.

GUI of In-flight VOD System for KALGUI of In-flight VOD System for KALGUI of In-flight VOD System for KAL
(2-2) 커서가 이동한 화면의 첫번째 항목('디폴트 선택')으로 이동해 있다.

조작과 반응이 이렇게 따로 움직이는 듯하게 구현된 이유는, 분명히 조작 레이어(커서)가 시스템 레이어에서 구현된 게 아니라 반응 레이어(GUI)의 일부로서 구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즉 터치입력이 들어오면 시스템 수준에서 커서가 이동하든가 하면서 그 좌표값이 기능을 수행하고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터치입력에 따라 기능이 수행되고 반응하면서 비로서 커서를 표현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Design suggestion for VOD GUI
도대체 왜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특히 터치스크린에서 커서는 별 소용이 없는데다가, 위 GUI 들에서 볼 수 있듯이 리모컨으로 커서를 픽셀 단위로 힘겹게 움직여 버튼을 클릭하기보다, 버튼 테두리를 커서로 활성화 시키고 한번 누르면 한 항목씩 움직이는 방식이 좀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몇년 전, 터치스크린 기반의 ATM 기기를 위한 UI를 만들면서 onMouseOver 이벤트를 사용한 후배에게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터치스크린 UI는 일반적인 GUI와 다른 점이 있을텐데, 그걸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내가 만일 이 VOD 시스템의 UI를 만든 사람을 만난다면, 그 때의 열배 정도는 잔소리를 쏟아부을 것 같다. 여기에도 onMouseOver 이벤트가 있는 건 물론이지만, 시스템 전체에 걸쳐서 어느 한 곳에서도 픽셀 단위의 좌표입력이 필요한 곳이 없는데 (있다고 해도 그 부분만 그렇게 만들면 될 일이다) 왜 그냥 머릿속에서 나오는대로, 혹은 심지어 만들기 간편한 대로 이런 UI를 만들었냐고 말이다.

대한항공에서야 새로 개편한 GUI가 이전보다 "예쁘니까", 그리고 이전보다 "많은 컨텐트"를 제공하니까 뭔가 큰 일을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수많은 승객이 침침한 기내에서 리모컨 버튼을 꾹 누른채 참을성있게 커서가 날라가는 터치스크린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목격한 입장에서, 이걸 만들기 위해서 투자된 돈이 어느 개념없는 UI 디자이너에게 흘러갔을 걸 생각하면 좀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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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TV를 보다가 제목과 같은 말이 들려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Butterfly Ballot that Changed the World"... 지난 번에 올렸던 2000년 미국 대선에서의 사건을 기억하는 UI 디자이너로서 TV에서 자기 이름 나온 거에 버금가는 칵테일 파티 효과를 경험했다고나 할까.

Recount the Movie

맙소사. 2000년의 그 일이 영화화되어 있었다. 이곳 공중파 방송국에서 이번 토요일에 방송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었다. 미국 대선이 코앞으로 닥친 마당에!!! 이런 걸 어떻게 놓칠 수가 있지?!! 당장 검색에 들어갔다.

... 이 영화는 극장에는 걸리지는 않고, HBO에서 TV용 영화로 만들어서 지난 5월에 (빨리도 알았다...OTL..) 상영한 모양이다. 한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을 시점이다. 현 정권에 대한 공격이 될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예고편을 보니 당시의 두 대표주자 - 조지 부시와 알 고어 - 의 실명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었다.



비록 극장망으로 유통되지 못하고 한두번 방영하는 한계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미국의 그 자유에 대한 존중[제스처] 만큼은 참 봐줄 만하다. 유투브에는 이 영화가 상영되니 꼭 보라는 사람들의 동영상들이 함께 많이 검색되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게 또한 한심한 점이긴 하지만서도. (이 나라나, 저 나라나... -_-; )

... UI 얘기나 하자. 내 입장에서 이 영화가 의미 있는 이유는, 분명 UI 상의 문제를 큰 소재로 삼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예고편을 보면 어떤 사용자들이 어떤 이유로 실수를 했고, 그게 어떻게 반영되지 못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영화 자체는 그 작은(?) 실수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평소에 이렇게 큰 무대에 올라와보지 못한 UI 디자이너로서는 그저 황송할 뿐이다. ㅎㄷㄷ.

Scene from Recount: Confused Voter/UserScene from Recount: Confused Voter/UserScene from Recount: Confused Voter/User

이곳 TV 광고 중에는 실제로 butterfly ballot이 나비 모양으로 날아다니는 장면이 있다. 꽤 인상적인 장면이라 캡춰해두고 싶은데, 그게 토요일 방영 전까지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Recount the Movie
어쩌면 천년에 한번쯤은,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열심히 퍼뜨릴지어다. 물론 순수하게 UI의 영향력과 risk management의 일환으로서 UI 부서에의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한 전문가적인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포스터 자체가 이 어려운 짝짓기 UI에 대해서 통렬한 풍자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둔" UI 사건사고의 훌륭한 사례다.

그나저나, 참고로 이 영화가 우리나라 공중파에서 방영될 가능성은 "당분간" virtually zero 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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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시내로 가면 월트디즈니에서 운영하는 캐릭터샵이 있다. 예전에 영화 <월리 WALL-E>를 보고 나서 캐릭터 상품 재미있는 게 많이 나오길래 구경하러 종종 갔더랬는데, 구석에서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Surveillance Mirror Hidden in Disney World

천정쪽에 붙어있는 도난방지용 볼록거울을 보면, 일반적으로 달려있는 둥근 반사경 모양인 게 아니라 어느 디즈니 이야기에 등장하는 궁전에 걸려있을 법한 액자로 장식되어 있다. 사실 디즈니사의 작품에 등장하는 온갖 장난감과 인형들로 가득한 속에 감시거울이 떡하니 붙어있으면 얼마나 황당할까. 처음에 보고는 이건 또 무슨 캐릭터 상품인가 했는데, 감시거울을 교묘하게 분위기에 맞춰 감춰놓은 거라는 걸 알고 훌륭한 착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찍어 두었던 사진이다.

Wall-e's Arm for Sale
왼쪽 사진은 추가로, <Wall-E>의 캐릭터 상품 중에서 좀 황당하지만 재치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했던 것.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지만 월리의 손모양을 똑같이 만든 집게다.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영화 속의 성깔있는 청소로봇인 "Mob"을 닮은 청소로봇인데, 실제로 지우개똥 정도를 청소할 수 있는 책상용 버전은 일본에서 나온 듯 하지만, 여기선 도통 구경할 수가 없다.

Mob with Wall-E

HRI 측면에서 이 다양한 로봇들의 감정표현 - "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서 "몸짓"이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 에 대한 것도 한번 이모저모 따져보고 싶기는 한데, 지금으로썬 시간도 많이 지났고 해서 뭐 쓰게 될 것 같지 않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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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Microsoft Windows OS에서 그 악명높은 "블루 스크린"과 함께 가장 나쁜 기억으로 꼽히는 게 있다면, 역시 Ctrl-Alt-Del 조합일 것이다. 원래 일반적인 사용상황에서는 우연히라도 나올 수 없는 키조합으로, 어떤 사용 상황에서도 시스템 관련 명령을 입력할 수 있는 일종의 'backdoor'로서 궁리해 낸 것이겠지만, 정작 그걸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사용상황이 걷잡을 수 없게 되었을 때(뻗어버린 프로그램을 강제로 종료할 때)거나, 그 외엔 일반 사용자에게는 어차피 잘 사용하지 않는 상황(CPU 점유율을 보거나 비밀번호를 바꿀 때)이거나, 왜 굳이 이렇게 어렵게 써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부팅 후 비밀번호 입력할 때) 뿐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Ctrl-Alt-Del에 대한 우스개 소리도 많았고, 아예 아래 그림과 같이 키보드를 만들어버린 용자도 등장했다. 누가 만들어서 처음 인터넷에 올렸는지야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만일 저게 동작하는 거라면 재미있겠다 싶을 정도.

Ctrl-Alt-Del-ONLY PS/2 keyboard

그러더니, 예전에 한 모바일 기기의 홍보자료에 나온 한 문구를 보고 아주 기겁한 적이 있다. 물론 MS Windows OS를 사용한 기기였는데, Ctrl-Alt-Del 조합을 입력하기 위해서 아예 별도의 버튼을 할애한 것이다. 뜨헉... 하도 기가 막혀 홍보자료를 따로 보관해 두었을 정도니까. ㅡ_ㅡ;;;

Ctrl-Alt-Del button on a handheld device

이렇게 하나의 버튼으로 만들어 버리면, 애당초 "우연히라도 입력하기 어려운" 조합을 궁리해낸 사람은 얼마나 바보같은 기분이 들었을까.

하지만 사실 별도의 키보드가 없는 모바일 기기에서 이렇게라도 Ctrl-Alt-Del을 입력해야 MS Windows OS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타블렛 컴퓨터에서는 결국 이 버튼이 거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 (도대체 왜... tablet edition에서만이라도 이 명령을 빼지 않은 건지 원. -_-=3 )

Buttons of Tablet PC (HP TC4200): 19 is Ctrl-Alt-Del

(19번 버튼이 Ctrl-Alt-Del 버튼임)


Ctrl-Alt-Del 명령에 대한 독창적인 불편함 -_- 은 UI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인지라, 이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었던 (요즘은 잘 모르겠다 -_-;; ) 얼리어답터에서도 여기에 대한 코멘트가 나온 적이 있다.

Ctrl-Al-Del-ONLY keyboard, on Optimus Mini

저 Optimus Mini 키보드가 얼마짜린데, 저걸 보는 순간 "Ctrl-Alt-Del을 쉽게 입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양손가락을 늘여 세 버튼을 동시에 눌러야 했던 필자의 아픈 기억이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알 수 있겠다. ㅎㅎㅎ



굳이 이 Ctrl-Alt-Del 명령에 대한 오래된 콜렉션들을 끄집어 내기로 한 것은, 지난 달 HP에서 발표된, Comfort 560 이라는 무선 키보드/마우스 제품을 보고 나서다.
HP Wireless keyboard Comfort 560 - with Ctrl-Alt-Del key
Close up of Ctrl-Alt-Del key on HP Comfort 560
이 제품은 분명 데스크탑 컴퓨터를 위해서 만들어졌고, 일반적인 크기의 이상적인 키보드를 제공하고 있어서 Ctrl-Alt-Del 조합을 원래의 설계 의도대로 입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른쪽 그림에서와 같이 (아직 출시된 제품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확대사진을 구할 수 없었다. 눈을 부라리고 보시길;) 한 구석에 별도로 큼지막한 Ctrl-Alt-Del 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의 사례들이야 어떤 것은 우스개로, 어떤 것은 어쩔 수 없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위 제품에서의 Ctrl-Alt-Del 키는 애당초 이 명령이 얼마나 사용자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는지를 아주 적절히 변론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이 Ctrl-Alt-Del 키 조합이 UI 역사상 길이 남을 최악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글머리에 말했듯이 처음의 의도가 어떤 "기술적" 필요에 의해서 피할 수 없다고 여겨졌는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지만,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에게 용납될 수 없는 UI는 결국 이렇게 노골적으로 내쳐지기 마련이다. 만일 이 UI를 만든 것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만큼 오래 살아남아 욕을 먹지도 않았겠지만.

모쪼록 다음 Windows 버전에서는 Ctrl-Alt-Del 조합이 사라지기를 매번 기대해 왔지만, 이번에는 어쩌면 진짜 그 기대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Band named Ctrl-Alt-Defeat
10월 19일 추가. 그냥 이 그림 하나 덤으로 저장해 둔다. Ctrl-Alt-Defeat 라는 게 이 동네 밴드 이름인 듯 한데, 여하튼 이 글을 쓰고 나서 근처를 배회하다가 발견. 뭐 눈에는 뭐 만 보인다더니 그동안 이걸 왜 못 봤지...하며 찍어뒀다. 밴드 이름치고는 좀 특이하지만, 컴퓨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일까나... 뭐 어쨌든 두면 언젠가 쓸 데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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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독특한 게임이 레이다에 걸렸다. (사실은 몇 주 전에 화제가 된 게임인데, 그때 갈무리해 두었던 내용이 페이지를 넘기는 바람에 까먹었다 -_-;; ) 웹 브라우저 용으로 Director와 Flash Plugin이 등장한 이후로 많은 웹 게임들이 등장했고, 그러다보니 몇가지 독특한 게임이 네트즌 개인에 의해서 만들어져 공개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이번에 눈에 띈 <3rd World Farmer>라는 게임도 정말 독특한 목적을 가진 게임이다.

Splash Screen for 3rd World Farmer Game

"Endure the hardships of 3rd World Farming..." 이라는 저 문구가 이 게임의 목적이자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즉 제 3세계의 농부들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게임을 통해서 경험해 보라는 건데, 이 게임을 직접 해보면 이게 무슨 소린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게임은 최소의 자본을 가지고 씨를 사거나 가축을 길러 수입을 올려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타이쿤 류 게임과 같다.

Play Screen for 3rd World Farmer Game

단지 다른 점은 (마치 제 3세계에서 겪을 수 있는 것처럼) 나쁜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다. 수시로 가뭄과 흉작이 닥치고, 가축을 기르다보면 조류독감에 돼지콜레라에 소나 코끼리까지 무슨 전염병으로 픽픽 쓰러진다. 돈 좀 모았나 싶으면 내전으로 건물이 불타고 심지어 국립은행이 도산해서 저축을 몽땅 날리기도 하는 것이다. 도대체 삶이 발전할 수가 없고, 그야말로 한 해 한 해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경인 거다. 실제로 돈을 못 벌어서 약을 사지 못하면, 식구들이 하나 둘 죽어 나가는 걸 봐야 한다. ㅜ_ㅠ' 그 와중에 애들은 학교를 보내야 하고, 결혼도 시켜야 하고, 손주도 봐야 한다. =_=a;;;

시작 화면의 설명에 영어 외에 덴마크어로 된 것도 들어있는 걸 보면 덴마크 사람이 만든 것 같은데, 꽤나 기특한 생각을 해냈다. 꼭 시도한 것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이 게임을 하면서 최소한 '정말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은 하게 됐으니까.



맨날 게임의 중독성과 해악에 대해서 고민할 게 아니라, 그 중독성 있는 재미를 어떻게 교육적으로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뭐 그게 십여년전 "멀티미디어"가 유행하던 시절부터 있었던 소위 "에듀테인먼트 edutainment" 혹은 "인포테인먼트 infotainment"일 것이다. 하지만 유행을 따랐던 많은 사례들의 문제는 그게 결국 게임과 교육/정보의 단순조합이었다는 것이다. 게임 한판 하고나면 강의 한판, 게임 한판 하고나면 강의 한판...의 반복이었기 때문에 게임에 몰입할 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재미도 없게 마련이다. 이 <3rd World Farmer>는 게임 플레이 자체와 교육/정보를 하나로 합쳤기 때문에 어쩌면 게임의 중독성을 (듣기 좋은 말로 해서) 긍정적으로 풀어나간 사례가 되지 않을까.



... 단지 역시 개인이 만든 게임의 규모와 완성도의 한계라고 해야 할지 몰라도, 이 게임을 몇번 플레이하다보면 결국은 운이 좋아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두번 운 좋은 해가 있으면 한두번 운 나쁜 해가 있고, 그러다보면 돈이 일단 모이기 시작하고, 이걸 잘 굴리면 결국 부자가 될 수 있는 거다.

Successful Ending of 3rd World FarmerSuccessful Ending of 3rd World FarmerSuccessful Ending of 3rd World Farmer

결국 인생 한방이지 뭐...라는, 게임 제작자의 의견에 동감하는 건지 반대하는 건지 알 수 없는 결말 되겠다. 먼산~ ( '-')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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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구글에서 지난 2년간이나 비밀리에 개발해왔다는 웹브라우저, 크롬 Chrome 을 들고 나왔다. 어제 공개해서 좀 전에 다운로드를 시작했으니 2~3일만에 별도로 대단한 쇼도 없이 공개한 셈이다. 오오... 하는 기대감에 일단 하루 먼저 공개된 소개만화 -_- 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소름이 돋는 내용이 많았다. 무려 Scott McCloud가 그린 이 긴 소개만화는, 처음엔 "무슨 소프트웨어 소개를 수십장의 만화로 그렸대.."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곧 "만화로, 그것도 Scott McCloud가 그리지 않았으면 이해하지 못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일전에도 잠깐 언급했던 <만화의 이해>와 그 후속작들(후속작들은 전작만큼 훌륭하지 못하지만, <만화의 이해>만큼은 그림을 그리고 보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책이다)을 그린 사람이다.

Summary page from Google Chrome - the introductory cartoon by Scott McCloud
만화의 내용은 주로 소프트웨어 공학의 관점에서, 오늘날 인터넷의 활용경향 -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서의 - 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기존 웹브라우저들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 구조적 문제점, 그리고 그로 인해서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 탈바꿈한 오늘날의 웹사이트 사용에 맞지 않는 점이 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구글 크롬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난 수년간 가능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집적시킴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특히 안정성이나 보안 측면에서 많은 진보가 있다고 한다.

... 솔직히 이 웹브라우저 자체와 그 성능에 대해서는 벌써 만 하루 가까이 전세계 블로거들이 떠들고 있으므로, 굳이 나까지 구구절절 토를 달 필요는 없겠다. 단지 구글 브라우저팀의 멤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설명해주는 방식을 보니 이 프로젝트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느껴졌고, 예전의 Scott McCloud의 잊혀진 팬으로서, 너무나도 Scott 스러운 그림체와 서술방식을 보게 되어 정말x100 반가왔다는 말만 해두자. (지난 몇년간 digital comic을 강조하는 Scott의 행보에 대해서 불만이 많아서 그렇다. -_-+ ) 오픈소스의 핑크빛 미래나 독립된 process로 관리되는 안정성 같은 것은 물론 UX 측면에선 향상된 점이겠지만, 결국은 당연히 되어야 할 것들이 이제서야 되는 것 뿐이다.

이 소개만화의 18쪽부터는, 잠시 소프트웨어 공학의 관점을 접어두고 UI가 논의되기 시작한다. 그 중 인상적인 장면을 몇대목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Excerpts from Google Chrome, the Cartoon - from page 18, 21, 24

위 그림들은 각각 18, 21, 24쪽에서 뽑아낸 그림들로, 첫번째 장면은 탭브라우징을 지원하면서 탭에 속한 주소창과 네비게이션 버튼들이 탭 위에 있는 이상한 기존 UI가 아니라 탭 아래에 두었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두번째 장면에서는 새로운 창[탭]을 띄웠을 때 무의미한 홈페이지나 빈 창을 띄우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가고싶어할 법한 페이지로의 링크를 띄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으며, 세번째는 사용자가 브라우저의 UI를 무시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는 UI 디자인의 철학 같은 것을 언급하고 있다.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잠을 미뤄가면서 설치해서 써봤다. 아래는 내가 만든 몇가지 구글 크롬의 스크린샷이다.

Screenshot of Google ChromeScreenshot of Google Chrome - New Tab
Screenshot of Google Chrome - Instant SearchScreenshot of Google Chrome - Secret Mode

일단 'user'만 입력했는데 내가 돌아다닌 페이지들 중에서 해당 단어가 있는 내용을 걸러내는 걸 보면, 확실히 그냥 단순한 웹브라우저는 아니다. -_-+ 왠지 Google Docs 같은 훌륭한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 MS Office의 아성을 넘봤지만 결국 MS Internet Explorer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게다가 IE8의 성공적인 출시와 강화된 보안기능이 걸림돌이 되자 그냥 확 공개해 버린 듯한 느낌도 좀 드는 것이, 아직은 구석구석 미완성인 것 같은 부분도 있고 (DOM 관련 스크립트가 동작하지 않는게 좀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구글 툴바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거다! 구글 꺼 맞냐!!! -0-;;; 그럼에도 저 '시크릿모드'의 창은 귀여운 아이콘 외에도 설명도 깜찍하게 되어 있다. "스파이나 뒤에 있는 사람을 주의하세요"라니;;;


... 직접 설치해서 써보는 감탄의 시간이 "의외로 빨리" 끝나자, 결국 구글이 만든 웹 브라우저도 - 아무리 빨리 페이지가 로딩되건 말건 - UI 측면에서는 다른 회사의 것들과 크게 다른 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 만화에선 몇가지 UI적인 내용을 언급하긴 했지만, 탭 위치를 바꾼 것 외에는 기존 IE나 Firefox의 기능에서 필요한 것만을 잘 정리한 정도이고, Firefox에서 잘 사용했던 Add-on 기능들이 좀더 정리되어 들어있는 게 (찾기 Ctrl-F) 좀 눈에 띄는 정도다. 뭔가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UI를 기대한 내가 의뭉스러운 걸까.

다른 점이 있다면 오직 군더더기가 없고, 이전 버전의 잔재가 없다는 정도? 이전 버전이야 원래 없으니 맨바닥에서 만들 수 있었겠고, 워낙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다시피 하는 구글이다보니 괜시리 브라우저에 이것저것 붙여서 궁색하게 굴 필요도 없었겠다. 위 만화의 UI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그냥 브라우저는 있는 둥 마는 둥, 온라인 어플리케이션만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거다.

이런 브라우저, 그동안 많은 사용자들이 바라긴 했지만, 결국은 큰 이익을 가지고 있으므로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구글만이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구글이 이 깔끔하고 군더더기없는 온라인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을 가지고 뭘 하려는 걸까. 글쎄, 어쩌면 아무것도 안 할지도 모르겠다. 온갖 상업주의의 잡동사니들로 뒤덮인 서비스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구글의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 몰려든 것처럼,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해도 모일 사람들은 모일 꺼고, 그 수는 적지 않을 테니까.

[O] 구글이 크롬으로 사용자 권익 침해? (다음날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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