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i도 그렇고 Kinect도 그렇고, 요새 재미있는 UI가 죄다 게임 쪽에서 나온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같다. 심지어 iPad에 적용된 (멀티)터치도 뭔가 심각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되는 경우보다 게임에서 제대로 활용되는 경우가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러니 게임쪽의 소식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데(절대로 업무적인 관심이다!), 엊그제 도착한 메일에 재미있는 물건이 소개되어 있었다.

Razor Blade - Gaming LaptopRazor Blade - Gaming Laptop - Close up

"세계 최초의 진정한 게임용 노트북"이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나온 이 Razor Blade라는 놈은, 게이밍 하드웨어로 잔뼈가 굵은 Razor사의 제품이다. 그동안은 그저 반응이 빠르고 정확한 마우스/키보드를 만들어서 인기 좋은 게임 브랜드를 입혀 팔아왔는데, 얼마 전에 뭔가 게임콘솔 같은 요상한 물건을 컨셉 디자인이라고 내놓더니 결국 노트북을 만드는 쪽으로 선회한 모양이다. (아 물론 이 회사 웹사이트를 보면 멋진 게임전용 키패드 - 내가 쓰고 있기도 하다 - 를 팔고 있고 PC에 연결해서 쓸 수 있는 동작인식 컨트롤러도 만들고 있지만, 전자는 사실 Belkin의 OEM이고 후자는 범용을 고집하느라 별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래서, 이 노트북은 뭐가 그렇게 특별할까?



Razor Blade - Gaming Laptop - Close up
결국 이전에 발표했던 Switchblade의 개념을 조금 완곡하게 다듬고 멀티터치 화면을 노트북의 기본 조작을 위한 터치패드와 합쳐서 심었다는 건데, 뭐 일단 기본적으로는 이전 개념보다 훨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뭔가 처음보는 기술을 주렁주렁 달고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미 안정된 용도를 가지고 있는 기존의 물건에 그걸 차별화시킬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를 넣고, 거기에 맞는 적당한 수준의 UI 기술을 적절히 짝지어 놓았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위에 올려놓은 10개의 버튼은 결국 각각 화면이 달려있는 버튼인데, 이런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이 블로그에서만도 몇번이나 소개한 적이 있다. 이 "화면 달린 버튼"의 응용사례가 그동안 꽤 여러가지 나오기는 했지만 (프로그램 단축키, Ctrl-Alt-Del, 휴대폰 가로세로 모드 버튼 등), 그래도 하드웨어 드라이버 설정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 경험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Razor에서 만든다니까 단순한 기술의 조합 이상을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그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프로파일들은 제조사보다 사용자들로부터 나오겠지만, 그게 또 재미있는 점이 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 아이콘 달린 버튼들을 게임이 아닌 일상적인 컴퓨팅 작업에서 어떻게 활용하려나?



이렇게 이미 알려진 UI 기술을 기존의 기기에 덧붙여서 제품을 차별화시키고, 심지어 새로운 용도로 확장시킬 수 있는 건 노트북 뿐만이 아닐 것이다. 언제나 가장 어려운 대목은 소비자들이 맘속으로 원하는 기능이 무엇이고, 그걸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UI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 이하는 물론 안 되고, 그 이상은 위험하다. 물론 실제로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그 선이라는 걸 알아채는 것도 지키는 것도 참 힘든 일이었지만.

많은 회사가 갖가지 UI 기술을 가지고 여러 시도를 했고 또 실패했지만, 결국 앞서의 실패에 맘을 접지 않고 끝까지 "고민해서" 해답을 찾아내는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 생각한다. 애플이 Newton MessagePad초고속으로 실패해 놓고도 절치부심해서 iPhone과 iPad를 내놓은 것처럼...

야단났네... 노트북 바꿀 때가 됐는데. ㅡ_ㅡa;;;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앞의 글에서 계속)

컴퓨터 게임의 '입출력 패턴의 학습'이라는 외적 경험에 의해서 느끼는 재미와, 게임이 표방하고 있는 '이야기에서 인과관계의 발견'을 통한 내적 경험에 의한 재미. 흠 뭔가 그림은 그럴듯 하지만 "그게 재미의 잣대로 정량화될 수 있는가?"하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번 각각의 변위를 생각해 보자. 이렇게 생각해서 뭔가 잘 정리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_-a;;;
 
  I. What makes Fun
 II. Fun Factors in Game
III. How UI can be Fun



(3) 재미요소의 축

앞의 글에서 우긴 논리대로라면, 게임 속에서 학습할 입출력 패턴이 단순할수록, 그리고 게임을 통해 체험한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단순할수록 게임의 '재미'는 덜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 도대체 단순한 입출력 패턴, 단순한 이야기라는 건 뭘까? 반대로, 복잡한 입출력 패턴과 이야기는 또 뭘까?

조작적 정의라는 용어가 이렇게 고마울 때도 드물다. 어디까지나 내멋대로, 이렇게 정의해보면 어떨까.


(3-1) 입출력 패턴의 복잡도: 외적 경험
우선 입출력 패턴은,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결정해야 하는 매순간의 의사결정에 대해서 논리적, 공간적, 시간적 변수의 양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논리적인 변수란 사용자의 입력이 얼마나 많은 논리조건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를테면 "장애물이 나타나면 뛰어넘는다"는 건 단순한 논리조건이지만, "장애물이 높이 있는 경우에는 엎드린다"는 조건이 추가되면 좀더 복잡해진다. 여기에 "사과는 장애물이 아니라 부딪혀서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까지 들어가면 복잡도는 더욱 높아진다.

공간적 변수라는 것은 입력버튼이 하나인지, 2개(예: 좌우)인지, 4개(상하좌우)인지에서 시작해서 결국 얼마나 많은 입력장치 중에서 선별해서 입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많아봐야 5개 버튼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래쉬 게임보다, 14개 버튼에 2개의 아날로그 스틱(무한대의 입력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을 사용하는 PlayStation 게임은 그 패턴이 훨씬 더 복잡하다.

시간적인 변수란 게임에서 논리적 변수가 제공되는 시점부터, 공간적 변수 중의 선별을 거쳐 사용자가 조작명령을 입력해야 하는 시점까지의 제한시간을 말한다. 테트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게임은 난이도를 높이는 간편한 방법으로, 처음에는 이 제한시간이 짧지만 점차 블록이 빨리 떨어진다거나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 시간 변수를 조작하고 있다.


(3-2) 이야기의 복잡도: 내적 경험
어떤 이야기가 복잡한지 어떤지를 생각해 보면, 등장인물이 몇명이나 나오고, 그 인물의 선악이 명확히 구분되는지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게임에서 말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꼭 등장인물이 있으란 법이 없다. 이를테면 제한시간 내에 버튼을 최대한 많이 눌러라! 라는 것도 엄연히 비디오 게임의 주요한 조작 방식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럼 단순한 이야기를 어떻게 정의하면 될까? 이야기라는 것은 인과관계를 포괄한다는 고전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내 생각으로는 물리법칙을 단순히 적용한 것을 그 가장 단순한 형태로 보면 어떨까 한다. 물리법칙은 대체로 사람들이 그 인과관계(예: 던져 올린 것은 떨어진다, 부딪히면 충격을 받는다)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별다른 설명 없이도 주어진 상황 하에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그마저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가 복잡하다는 것은, 물론 여러 명의 등장인물과 각각에 대한 상황이 꼬이고 꼬여서 귀추를 예측하거나 이해하기 위해서 나름 많은 추론이 필요한 경우를 말한다. 앞의 글에서 예로 들었던 반전에 대한 이현비의 모델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를 그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그 이야기에 포함된 사회적 역학관계나 장면의 복선을 얼마나 깊이 파악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 스스로가 유추해야 하는 항목이 얼마나 많은가?

이야기의 복잡도는 앞의 입출력 패턴에 있어서 논리적 변수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을 나누거나 교집합으로 보자니 이거 보통 머리가 아픈 게 아니라서, 그냥 포기하고 모르는 척 따로 다루기로 했다.



(4) 재미요소에 따른 게임 사례

뭐 일단 이제 이렇게 나뉜(응?) 두 축을 기준으로, 기존의 게임들 중에서 양 축에 해당하는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구분히 확실한... ㅎ 사실은 그냥 떠오르는 몇가지 게임을 분류해 보자.

(4-1) 이야기 간단, 패턴 단순한 게임들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동기만을 부여한 채로 단순한 원리를 가진 작업만을 반복하게 하는 게임으로, 대부분의 “클래식 게임”이나 “퍼즐게임”이 여기에 속한다. 최초의 컴퓨터 게임이라고 하는 Pong이라든가, 장수게임으로 유명한 테트리스도 그렇다. 테니스도 아니고 탁구도 아닌 것이 네모난 점(공)을 좌우로 튕긴다거나, 4가지 모양의 블록을 빈틈없이 채워넣거나 하는 일을 왜 하는 걸까. 점점 빨리 떨어지는 블록을 점점 빨리 끼워맞춰서 없애봐야 더 높은 점수(물론 돈으로 바꿔주지도 않는다)를 받는다는 것외는 성취감도 없고,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해 멈추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역시 기정사실이다. 이 종류의 게임들은 그야말로 순수한 시간 죽이기라는 데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Pong by ATARI, known as the first computer gameTetris by Alexey Pajitnov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누구나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게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류의 게임이 소위 “중독성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 부류이고, 구현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PC는 물론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여러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보니 시장에도 많이 파급되었다. 오히려 그 간단한 (혹은 아예 없는) 이야기의 맥락 없음과 단순한 입출력 패턴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단순한 물리법칙(튕김, 떨어짐, 채워짐 등)만이 적용된 이야기에 단순한 입출력 패턴(상하좌우+특수기능+시간제약)으로 조작하는 게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4-2) 이야기 장황, 패턴 단순한 게임들
한편, 게임에 장대한 서사시를 포함시켜 플레이어를 세상을 구한 영웅을 칭송하는 경우는 컴퓨터 게임 이전에도 있었다. 이전에 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종이나 땅바닥에 그린 말판이었고, 그 위에서 장기를 두면서 “이건 말(馬)이니까 빠르고, 마차(車)는 더 빠르고, 이건 포(包)니까 다른 말을 건너뛸 수 있고”라고 플레이어의 상상력에 기대거나, Table RPG에 서처럼 좀더 공들인 이야기와 소도구를 이용해서 최대한 노력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의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족한 입출력 장치를 가지고서라도 컴퓨터의 실시간 상호작용성을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MUD 게임일 것이다.

Text-based MUD on mainframe, modified in colour recentlyText MUD with a little bit of graphical cues, modified recently with colours

대부분 중세 마법시대의 괴물들과 싸워서 세상을 구하는 게 목적인 이 게임들은 그 이야기의 규모로 말하자면야 장황하기가 그지 없다. 주인공은 기사이기도 하고, 그냥 보통의 꼬마이기도 하지만, 던전 속에서 온갖 역경을 겪고 ... 어쩌구 저쩌구 세상을 구하기까지의 질곡의 세월이 그대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의 입출력 패턴은 그야말로 단순반복 그 자체다. 키보드를 통해서 정해진 몇가지 명령 중 하나를 입력하면, 그에 대한 반응이 화면에 표시된다. 비록 문자를 통해서지만 화면에 대략의 지도와 주인공의 위치("%" 라든가)가 표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초창기의 문자기반 MUD는 언어로 조작되고 언어로 상황이 묘사된다는 점에서 Table RPG와 다른 게 없었다. 결국 이 게임 플레이의 패턴이라는 것은 그 이야기 속 세상에 몰입한 플레이어에게는 손에 땀을 쥐는 던전 탐험일지 모르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영 따분한 단속적 타이핑 작업으로 보일 뿐이다. 물론 앞의 (4-1)의 경우보다 공간 및 논리적으로는 훨씬 복잡한 입출력 패턴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시간제한 변수가 없음으로써 그 복잡성을 많이 상쇄시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3) 이야기 간단, 패턴 복잡한 게임들
악마로부터 중세의 세상을 구하는 데에도 간단한 입출력 패턴이면 되는데, 굳이 왜 복잡한 패턴이 필요할까? 뭐 당연한 대답은 역시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입출력 패턴이 복잡하다는 것은 결국 조작이 어렵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조작의 어려움 속에서 적당한 입출력 패턴을 이해해서 게임에서 제시한 목적을 이루도록 하는 게임들이 있다. 그 가장 (아마도) 단순한 사례가 바로 달착륙선 Moon Lander류의 게임이 아닐까 싶다. (아래 그림 왼쪽)

Lunar Lander - Flash GameHelicopter - Flash Game, the famous

달 착륙선 게임은 흑백화면에서도 즐긴 기억이 있으니 꽤 오래된 게임인데도, 플래쉬 게임으로도 서비스되고 있는 걸 보면 시대를 뛰어넘는 재미는 증명되었다고 본다. 이런 게임은 물론 최근에도 속속 새로 등장하고 있고, 비교적 최근(10년쯤 됐을까)에 등장한 위 그림 오른쪽의 헬리콥터 게임은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게임치고는 난이도가 꽤 높은 류에 속한다. 그럼에도 별도의 웹사이트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정도 입출력 패턴은 앞서 '단순'하다고 했던 탁구게임(Pong)과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등속도(1차 조작)를 가속도(2차 조작)로 대체한 것 뿐이니, 어떻게 보면 Pong과 좋은 비교가 되기는 할 거다. 그래도 역시 입출력 패턴이 대단히 복잡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 비슷하게 유명하고 오래된 게임인 뱀 게임 Snake 이나 개구리 게임 Frogger 은 어떨까?

Snake - Video GameFrogger - Video Game

뱀 게임은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입출력(상하좌우, 혹은 좌우 버튼)으로 시작하지만, 플레이가 계속될수록 뱀의 꼬리가 길어지면서 이동경로를 예측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개구리 게임의 경우에는 이와는 다르지만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피하거나 통나무를 타넘으면서 반대쪽 기슭으로 옮기려면 꽤 여러가지 패턴을 예측하고 적정한 타이밍에 뛰어야 한다.

앞 의 (4-2) 사례는 한 건의 입력이 한 건의 출력과 독립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매번의 입출력이 동일하지만, 위의 게임들은 이전에 했던 입력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중복되어 현재의 화면출력에 영향을 주고 매번의 입출력에 따르는 변수들이 그때그때 달라지게 한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 전달하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게임을 조작하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판단과 민첩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 이 분류에 대해서는 좀더 극단적인 사례를 찾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단순한 상태로 아주 복잡한 입출력 패턴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라는 게 사실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위에서 든 사례들도 상대적으로는 단순한 입출력 패턴에 해당하고... 나중에 적당한 사례가 떠오르면 수정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4-4) 이야기장황, 패턴 복잡한 게임들
좀더 깊이가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더욱 복잡한 입출력 패턴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야기의 가지가 많아질수록 논리적인 변수가 많아지고, 입력들이 각각의 출력에 미치는 영향도 자연스럽게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앞의 (4-3)에서 언급한 십여년 전의 MUD 게임들도 패턴은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입출력 자체의 패턴만으로 좁게 생각해 보면, MUD 게임을 장르상 계승하고 있는 이후의 어드벤쳐 게임이나 RPG 게임들은 MUD의 입출력 패턴보다 공간적 및 시간적인 패턴의 복잡도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Monkey Island - Computer GameGTA (Grand Theft Auto) - Computer Game

위 그림 왼쪽의 원숭이 섬의 비밀도 그렇고, 일명 "샌드박스" 게임의 대표격인 GTA의 경우에도, 게임 플레이에 따라 다양한 결말의 가능성이 있다. 게임 플레이 자체도 단지 복잡한 이야기의 가지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 뿐 아니라 플레리어의 행동이 이야기의 진행과 캐릭터의 반응, 그리고 결말에 영향을 주게된다. 물론 두 경우 모두 게임을 설계한 사람이 설정해 놓은 제한된 숫자의 결말 중 하나를 보게 될 뿐이지만, 그 결말을 유발한 입출력 패턴과 이야기의 맥락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나온 소위 AAA 게임들은 모두 이 분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나열한 4가지 종류의 게임들을 도표로 보자면 다음과 같다.
Fun Factors of Games: Storytelling and Play Pattern
... 흠, 예전에 그렸던 그림이라서 그런지, 중간에 'static information'과 'dynamic interaction'이라고 한 부분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_-;; 뭐 넘어가자.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 일반적으로는, '게임 디자이너'에 의해서 - 설정된 입출력 패턴과 이야기이다. 따라서 아무리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샌드박스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모든 이야기 요소들(등장인물, 대사, 사건, 장면, ...)과 입출력 패턴(움직임, 공격, ...)의 조합 하에서 미리 정의된 경험을 제시해줄 뿐이다. 만일 플레이어가 정의되지 않은 조합을 찾아낸다고 해도, 그 경우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그에 비해서 최근의 게임들 중에는 위의 도표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4-5) 게임 디자인의 범위 이상으로 이야기가 복잡한 게임
온라인 멀티 플레이어 게임, 혹은 MMO 게임의 경우가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MMO 게임도 모두 어떤 '세계관'과 '역사'라는 부분이 설정되어 있어서 그 기본적인 이야기는 디자인의 범위에 들어있다고 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들이 즐기는 것은 그 정의된 이야기의 흐름 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포함한다.

일례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게임 커뮤니티을 보면, 사실 미리 설정된 이야기 - 어떤 영웅을 도와서 무슨 행동을 했다든가, 어떤 임무를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든가 - 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오히려 상대 길드에서 우리편의 도시를 공격했는데 막아냈다든가, 아무개 플레이어와 함께 플레이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플레이어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조연이 되고 이야기 속의 인과관계(도움에 대한 감사, 방해에 대한 원한, 혹은 시스템에 의해서 강요된 적대관계 등이 일반적일 듯)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World of Warcraft

MMO 게임은 앞서 언급한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에서도 게임 디자인의 미래 대안 중 하나로 예시되기도 했다. 라프 코스터의 경우 그런 사회적 상호작용 역시 플레이어에 의해서 학습되는 입출력 패턴(조작/판단/출력)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이야기에 의한 패턴은 반복학습을 통해서 이를 파악함으로써 얻는 성취감에 의한 재미를 준다기 보다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그 나름의 재미 구조를 가지므로 별개의 축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4-6) 게임 디자인의 범위 이상으로 입출력 패턴이 복잡한 게임
입출력 패턴의 경우에도 그런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일련의 버튼들의 제한된 조합만으로 조작되는 기존의 게임에 비해서, 센서 입력을 통해서 조작되는 게임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조합의 입력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Wooden Labyrinth 3D>라는 게임은 아이폰을 수평으로 둔 상태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이냐에 따라 쇠구슬이 굴러가는, 수십년전에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휴대용 게임기를 디지털로 부활시킨 게임이다. 이 게임은 기울기 센서의 입력에 따라 쇠구슬의 위치를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주변 장애물의 입체적인 모습도 함께 바꾸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장면이 나타난다.

Wooden Labyrinth 3D on iPhone

위 게임이 단순한 이야기 구조(물리법칙만을 적용)를 가진 사례라고 한다면, 닌텐도 Wii용으로 만들어진 <The Legend of Zelda: Twilight Princess>에서는 꽤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함께 여러 개의 센서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게임을 즐기게 된다. 주인공이 칼로 상대방과 싸우거나 활로 목표물을 맞혀야 할 때 플레이어는 직접 그 동작을 하면서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하며, 그 동작에 따라 캐릭터의 공격은 그때그때 다른 결과와 장면으로 표현된다.

The Legend of Zelda on Nintendo Wii

... 정리하다보니, 역시 최근 게임에 사용되고 있는 센서들이 버튼을 이용한 입력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는 왠지 논지가 궁색하다.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센서들도 - 조이스틱, 아날로그 스틱, 다이얼, ... - 여기에 포함된다면 더욱 더 머리가 복잡하고. ... -_-a;;

휴, 뭐 일단 뭉개기로 작정하고 쓰는 글이니 그냥 가기로. :P 지금으로선 센서의 아날로그 입력값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예를 들면, 설정된 기준에 의해 8가지 방향과 2가지 속도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에 반영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정의할 수 있겠다. 완벽한 논지는 안 되겠지만 일단 대충.


이상에서 (4-5)와 (4-6)과 같이 게임 디자인상의 설계로 미리 100% 예측되지 않는 경우들을 도표에 포함시키면,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Fun Factors of Games: Storytelling and Play Pattern

위 도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게임의 입출력 패턴과 이야기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재미있다는 게 아니다. 단순한 재미요소는 단순한 대로, 복잡한 재미요소는 복잡한 대로 재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도표는 오히려 게임을 만들 때 어떤 요소가 재미를 주기 위한 요소로 고려되고, 그 각 조합의 사례로 어떤 것이 있는지를 표시한 것일 뿐이다.

... 뭐야, 그러고보니 딱이 '말하고자 하는' 건 없는 도표일세. ㅡ_ㅡa;;; 혹시나 게임을 기획할 때 market positioning 같은 데에나 쓰일 수 있으려나. ㅋ

뭐 어쨋든, 다음 글에선 이런 재미요소를 UI에 도입할 수 있는지... 아니 그보다 먼저 재미를 UI에 도입한다는 게 좋은 생각이긴 한 건지부터 이야기해 보겠다. 뭐 이만큼이나 어거지를 부려두었으니 이후의 논지야 빤하지만.

기록을 찾아보니, 사실 이 블로그에 대부분의 내용을 입력해 둔 게 2008년 4월이다. 그걸 이렇게나마 기워붙여서 올리는 데에 2년 가까이 걸렸으니 여기에 결론을 써서 올리는 건 얼마나 걸리려나. 시리즈로 작정하고 올린 글 중에서 사실 마지막 글까지 올린 사례가 없다는 게 힌트가 될 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P.S. 역시 무리해서 큰 글을 쓰려고 한 것도, 설익은 글을 공개하기로 한 것도 나로선 참 부담되는 일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서 식견이 있는 분이나 재미와 사용성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한 분이 이 글을 본다면 논리 상의 오류나 대안적인 관점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주셨으면 좋겠다.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이 글, 1년 정도 끼고 있다가 그냥 포기하고 쓴 만큼만 올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결론은 당분간 못 낼 듯. 학점 안 나올 걸 알면서 그냥 보고서 제출한 게 뭐 처음도 아니고 말이지. -_-a

게임에서의 UI 라는 걸 고민하기 시작한 이래로, 재미와 사용성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늘 머릿속 일정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애당초 Funology에 대한 관심이야 그 말이 처음 귀에 들어왔던 2002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그저 추상적으로 ‘재미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재미를 위한 – 최소한 재미를 해치지 않는 – UI를 만들어야 한다니까 그것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원래 개인적으로 디자인이나 UI라는 것이 원래 잉여의 산물, 즉 필요한 물건을 쓸모있게 만들고 힘이 좀 남으니 좀 예쁘게 혹은 쓰기 쉽게 만들자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잉여의 산물의 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것은 분명 UI 디자인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믿는다. (이 이야기를 학위 논문에 썼다가 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_-;; 딱이 논리적인 근거는 없지만, 난 그냥 그렇게 ‘믿는다’. ^_^a )

게임에서의 UI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GUI나 심지어 그냥 분위기에 맞는 그래픽 작업 정도로 이야기하는가 하면, 게임 중에도 인벤토리나 설정 같이 뭔가를 관리해야 하는 UI에 대한 것은 있으니 필요하다고 격려(하지만 실패하셨다능)해주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UI가 필요없다는 쪽이다. 특히 어느 정도 토론이 진행되면 고착되는 결론인, “UI는 쉬운 걸 추구하는 데 게임은 난이도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은 늘 막다른 골목이다. UI는 여기서도 주역을 하지 못하고 기획자나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신경쓰지 않는 구석지고 세세한 틈바구니들을 어떻게든 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걸까? 게다가 그러고 나서도 “그렇게 하면 많이 팔리더냐”는 소릴 들어야 하고?

… 글쎄다. 어디 함 보자. 우선은 그 맨날 부딪히는 '재미'라는 놈을 좀 들여다보려고 한다. 정체는 모호한 놈이 맨날 정면충돌해 오다보니 이건 뭐 어떨 땐 귀신하고 씨름하는 것 같고 어떨 땐 벽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I. What makes Fun
 II. Fun Factors in Game
III. How UI can be Fun


(1) 재미, 그리고 사용성
재미에 대한 연구는 의외로 많지 않다. 아니, 사실 검색해 보면 논문은 제법 많이 찾을 수 있지만 그 일반적인 중요도에 비해서는 그 수가 많지 않고, 무엇보다도 저명한 학자가 만든 지배적인 이론을 좀 참고해서 UI에 적용하고 싶어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는 거다. 그나마 칙센미하이 교수의 ‘Flow’ 이론이 그 단편을 잘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이 분은 뒤로 갈수록 이론과 사례가 점점 추상적이 되면서 결국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계신 듯 하므로 실무까지 끌어다 붙이려면 힘들겠다. 그 외에도 소위 ‘긍정심리학’이라는 쪽이 “거 맨날 어디 고장나고 다치고 아픈 사례만 이야기하지 말고 좋은 쪽도 좀 봅시다”라며 어느 정도 세력을 이루고 있지만 역시 방계라는 오명을 벗을 정도로 체계와 구체성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Funology: From Usability to Enjoyment>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되어 그야말로 한줄기 서광을 비춰줄 것 같았던 2003년도의 책도 결국 이런저런 연구 논문과 사례들을 딱이 치밀하다고 말할 수 없는 구성으로 짜집기 해놓은 것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가장 최근(그래봐야 2004년)의 사례로 무려 <Interactions>지에서 “More Funology”라는 제하에 다룬 일련의 특집기사는 좋은 모델은 하나도 제시되지 않고 기존 사례의 나열과 방향성 없는 방향 제시로 오히려 한계만 드러내서 UI와 재미 사이의 간격을 오히려 더욱 벌려놓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백날 뜬구름만 잡았구먼. ㅡ_ㅡa;;; (요새 좀 까칠하다. ㅎ )


(2) 재미, 그리고 몰입
어떤 게 재미있나? 개인적으로는 광고를 보는 게 재미있고, 영화를 보는 게 재미있고, 웹서핑을 하거나, 만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뭐 그런 게 재미있다. (몸매 유지의 비결이 다 나온셈 -_- ) 그런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좀 멍한 상태가 되어서, 완전히 거기에 빠져든 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곤 한다.

재미라는 말을 할 때 늘상 나오는 게 ‘몰입 immersion’이라는 개념이다. 앞의 칙센미하이 교수도 결국 몰입의 좀 동적인 개념으로 Flow라는 말을 했고, 어떤 책에서는 심지어 flow를 몰입으로 번역하고 있기도 하다. 이 몰입이라는 거, 칙 교수님은 인생의 가치에 대한 성찰로까지 그 대상을 넓혀가고 있지만, 나는 맨 처음 교수님이 말했던 소소한 몰입에 대해서 고민해 보련다. 이를테면, 혼자서 공을 벽에 던지고 튕겨나오면 다시 받는 행위는 전혀 재미있을 이론적 근거가 없다. (무슨 <Big Bang Theory> 찍냐고 하면 할 말 없지만 -_-; ) 그저 적당한 힘과 각도로 던지면 같은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 행위를 반복할 뿐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한참을 그 과정에 경험하는 모든 것들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팔 동작, 공의 움직임, 공이 튕기는 경쾌한 소리, 리듬감, 손에 닿는 공의 감촉, …

몰입이라는 게 이렇게 오감을 통한 (냄새 빠졌다고 뭐라기 없기) 자극에만 관련되어 있느냐 하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소설 책을 읽을 때의 몰입은 그런 감각적인 경험이 전혀 관여되지 않았지만 – 뭐 경우에 따라서 연상에 의한 간접 경험을 있을지도 – 단지 그 이야기의 흐름에 푹 빠져서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작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도원경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의 몰입은 몇가지 감각의 반복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다양한 세상사의 전개를 따라가면서 그 내용이 자신의 기대가 맞거나 틀리는 것을 즐기는 과정일 뿐이다. 소설 책이 아닌 경우에도 몰입을 할 수 있지만, 그 기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론서나 교재가 하나의 소설처럼 앞뒤를 맞춰주면서 그 ‘이야기’를 전개할 때에 비로소 몰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몰입이라는 거, 이렇게 외적 경험에 대한 몰입(physical immersion, from sensual experience)과 내적 경험에 대한 몰입(mental immersion, from intellectual experience)으로 나눠보면 어떨까? 이 섣부른 양분화에 대해서 쉽게 오류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세상 만사 둘로 나뉘기 때문이고, 물심양면으로 구분한 이상 반론하기도 쉽지 않을거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넘어가자.


(3) 재미, 그리고 비디오 게임
게임에서의 재미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꼽는 책은,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The Theory of Fun)>이다. 그다지 지적인 만족감을 주는 책은 아닐지 몰라도, 많은 게임을 성공시킨 바 있는 이 사람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패턴학습의 본능의 충족에 따른 재미’다. 예를 들면 총알이 날라오는 경로와 속도를 보고 비행기를 움직여야 하는 게임 플레이의 ‘패턴’, 혹은 아래에서 덤비는 악어를 피해 웅덩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게임 플레이의 ‘패턴’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입출력 패턴 – 가장 단순한 예로 화면 상의 움직임을 보면서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이나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것 – 을 마스터하면 (결국, 학습에 성공하면) 그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의할 점은 여기에서 ‘패턴’이라는 것이 뭔가 심오한 논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감각적인 입출력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제품 UI에서 말하는 '조작감' 혹은 '반응속도', 그리고 게임에서 말하는 '타격감' 같은 것에 좀더 연관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Game Patterns from Raph Koster's <Theory of Fun>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주로 앞서 말한 식 대로라면 외적 경험에 대한 몰입에 가깝다. 즉 게임 디자이너 혹은 프로그래머가 설정해 놓은 조작방식을 이용해서 그 가상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발견하고 거기에 숙달되는 것에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재미이론>에서 주장한 이 패턴 학습에 대한 내용은 한편 사람 김을 좀 빼놓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생존본능이나 학습을 위한 대뇌의 기제에 의한 것이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이론은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과 엮이면서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사람을 때리고 돈을 빼았고 자동차를 훔치고 다른 차를 들이받으며 쓰레기(바나나 껍질 같은)를 차창 밖으로 버리는 데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패턴을 플레이할 뿐이다”는 제법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연결이 된다.

Game Patterns from Raph Koster's <Theory of Fun>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예전의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난 솔직히 게이머가 게임 속의 폭력적인 이야기를 ‘단지 장애물의 에너지 수치를 줄이기 위한 버튼 입력일 뿐’이라고 여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프 코스터가 지적했듯이 게임 플레이의 패턴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데(MMOG라는 예외도 언급되고 있지만) 비해서 동일한 게임 플레이 패턴을 적용했지만 어떤 게임은 성공하고 어떤 게임을 실패하는 이유는 뭐냔 말이다.

이에 대해서 떠오르는 논리 중에, Brenda Laurel의 "Narrative Construction as Play"라는 논문을 빼놓을 수 없다. 내러티브 이론을 컴퓨터 매체 설계에 적용하려고 애쓴 사람답게, 재미와 놀이라는 것이 단지 'funny'한 것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즐기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pleasure'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입출력 패턴과 그 패턴의 학습이 게임의 골격이라면, 게임에서 제공하는 이야기는 게임의 겉모습 같은 것이다. 피부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라든가 팔다리의 움직임, 눈코입이나 머리카락의 모습은 단지 그 안의 골격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이상을 말한다. 앞서 말한 다른 반쪽인 내적 경험에 의한 몰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소설에서 이런 몰입을 느꼈던 것과 같이, 게이머는 게임 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최소한 게임 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 주거나(“그러니까 네가 지구를 구해라!”), 게임 상의 규칙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해 주거나(“폭탄이 떨어지기 전에 맞춰 터뜨리지 않으면 도시가 파괴된다!”), 게임은 중간 혹은 끝까지 마쳤을 때 만족감을 더해주기도 한다(“당신이 세상을 구한 영웅이오! 공주를 주겠소!”).

Mission Narrative for Donkey Kong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입출력 패턴이 비슷한 수많은 게임들의 성패가 갈리는 것을 ‘이야기 story/narrative’라는 걸로 단순화하는 건 아무리 개인 블로그라고 해도 무책임한 발언이다. 하지만 말을 ‘이야기하기 storytelling’로 바꾸면 어떨까. 이야기하기라는 건 단지 그 내용 뿐만 아니라 그걸 전달하기 위한 방법들, 즉 게임에서라면 화면에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내용을 비롯한 모든 인지되는 것들을 포함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storytelling이 재미있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가? 이 주제는 왠지 문학과 예술의 관념적인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질문을 다음의 그림으로 답변하려고 한 사람이 있다.
Topological Model of Fun - by Hyunbi Lee

바로 이현비의 <재미의 경계>라는 책에 나오는 위상수학적 모형인데, 재미란 그 수나 크기/깊이에 상관없이 일련의 복선과 그게 드러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현비는 어떤 이야기에서의 재미를 "축적된 긴장의 해소를 이해함에 따르는 감정적 흥분"이라고 정의하면서 '재미'와 '웃음'의 요소를 분석하고자 했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주장들이지만, 복선와 반전이라는 자칫 당연해 보이는 서사구조에 대해서 이만큼의 의미와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이 이것저것 나열한 건 사실 앞에서 내적/외적 경험으로 양분해 버린 몰입에 게임 상의 재미를 끼워맞추기 위한 시도일 뿐이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그럼 실제로 이러한 ‘재미’들은, 게임 안에서는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극단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위치가 모호해서 가설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이제까지 쓴 글도 고쳐야 하고 무엇보다 골치가 아프니까.

( -3-) y~oO


다음 편은 주말쯤.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최근에 아래와 같은 광고를 보게 됐다.



이 동작인식 게임기를 새로 소개한 회사 V-Tech은, 주로 아이들의 교육용 게임을  만드는 회사다. 상품 목록을 보면 디즈니, 픽사 등 주요 캐릭터 사업체와 제휴한 알파벳 게임, 숫자 게임, 기억력 게임 등이 각 연령대 별로 출시되어 있다. 기존의 주요 상품(V.Smile)은 비교적 전통적인 유선 조작기가 연결되어 있는데, 이번에 출시한 V.Smile Motion부터 동작센서가 들어있는 무선 조작기를 채용했다.

Vtech V.Smile Motion

게임 콘솔에 동작인식 센서을 처음 적용한 것은 Sony PlayStation의 SixAxis controller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걸 게임에 주요한 조작 방식으로 채용해서 시장에 소개한 것은 Nintendo Wii Remote라는 데에 이의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닌텐도가 활짝 열어놓은 동작인식 게임 시장이, 이제는 그 안에서 다시 전문화되고 있나보다. 위 광고에서 말하듯이 애들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까, 어쩌면 사회적으로 수줍어하는 어른들보다 동작인식을 이용한 조작에 좀더 적합할 수도 있겠고.

생각해 보면 동작인식으로 동작하는 전용 게임기라는 컨셉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백화점에서 찍은 사진을 어디에 뒀는지 못 찾겠다. 사진 찍은 것도 제품이름을 메모해 놓은 것도 기억이 나는데... 쩝 긴장이 풀렸나. -_-a;;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어쩌다 보니 -_-a;; 영국 레고에서 보내주는 소식지를 받고 있는데, 이번 소식지에서 꽤 흥미로운 페이지를 발견했다. 레고로 직접 만들 수 있는 '보드게임'이 소개된 거다. 기존 레고 제품들과 크게 다를 건 없지만, 요컨대 보드게임 판, 말, 주사위를 모두 레고 조각으로 만들어 놀 수 있다는 것이다.

Lego Board Game Line LaunchedLego Board Game Line Launched

이건 또 뭐지? 싶어서 한 구석에 적혀있는 웹사이트를 찾아가 봤다.

Lego Games Website

벌써 많은 보드게임 블록세트(?)가 등록되어 있었다. 이 보드게임의 재미있는 점은 게임 자체를 플레이어(?)가 스스로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보드게임이 대부분 인쇄되어 있는 말판과 정해진 캐릭터(말)를 가지고 놀도록 되어 있지만, 이 경우에는 보드게임의 설계를 바꾸거나 레고블록으로 만든 말을 사용할 수 있다. 말그대로 "당신의 상상력만이 한계"랄까.

Lego Dice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건 역시 "Lego Dice"라는 이 물건이다. 주사위의 각 면이 레고의 볼록한 연결면으로 되어 있고, 각 모서리는 실리콘으로 부드럽게 마무리되어 있다. 여기에 1부터 6개까지는 점이 그려진 면을 끼워넣거나, 서로 다른 색의 면을 끼우거나, 게임에 따라 둘 다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간단히 인생게임 같은 걸 생각한다면, 주사위 눈을 1~6으로 하지 않고 1~3을 두번씩 끼워넣어서 게임을 좀더 천천히 즐긴다든가 할 수도 있을 듯.

이 "레고 게임즈" 웹사이트는 영국, 미국, 독일에서만 서비스되고 있고, 다른 지역을 선택하면 접근할 수 없다. 그 중에서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은 영국과 독일 뿐이고, 미국 웹사이트는 2010년부터 판매한다는 티저 사이트만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에는 보드게임 강국으로 유명하니, 아마도 이 새로운 제품 라인을 영국과 독일 시장에서 시험적으로 운영해 보는 모양이다.

Lego Games - Availability

레고로 만든 보드게임이라면 뭐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단순히 개인이 체스판과 말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이렇게 대대적으로 시작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 나중에는 레고블럭으로 만드는 보드게임 컨테스트 같은 게 따로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몇년간 레고에서 스타워즈 같은 커스텀 모델만 내길래 적잖이 실망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분야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물건을 내놓는다니 한번 주목해 볼 만하겠다.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일본 어뮤즈먼트 머신 쇼... JAMMA라는 게 지난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모양이다. 인터넷에 재미있는 소식이 몇개 올라와서 뒤를 캐보니, 무려 47년의 전통을 가진 이 아케이드 게임 전문 전시회를 통해서 올라온 것들.

회사에 공유할 목적으로, 일본 웹사이트들을 중심으로 뒤져봤다. 일단 이 전시회의 웹사이트는 영어 버전이 있기는 하지만, 전시회 자체에 대한 정보는 기본 소개 외에는 없다. 하지만 전시회의 일본어 웹사이트에서 몇가지 힌트를 얻어 검색해 보니, 꽤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냥 줄줄이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엘리베이터 + 슈팅게임

일반적인 슈팅게임에서는 총질 중간중간에 자동진행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던 이동을, 편하게 -_- 그냥 승강기 문을 닫고 불빛을 깜박거리는 걸로 대신했다. 액션영화에서 늘상 나오는, 승강기 문이 열릴 때의 긴장감을 잘 살리긴 한 듯.



초대형 테트리스... 조이스틱

Dekatris라는 이름인 것 같은데, 테트리스 화면이 크다는 건 별 의미가 없어보이고, 그냥 조이스틱도 크고 버튼도 커서 둘이 함께 플레이해야 한다는 정도일까나. 그냥 전시회용으로 이벤트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장치라고 생각된다.



밥상 뒤엎기

초 밥상 뒤집기
이게 참 걸작이다. -_-;;; 일본의 만화나 그 주변 문화를 보면 밥상을 뒤엎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이게 점점 "아저씨의 역정"의 문화적 상징처럼 되더니 급기야 전용 입력장치를 탑재한 게임이 나온 거다. 이름도 노골적으로 "초 밥상 뒤집기". 위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게임의 입력장치는 바로 밥상. 일본식 1인용 밥상 같이 생긴 놈을 내려치거나, 실제로 뒤집어 엎는 액션을 통해서 조작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게임화면을 좀더 자세히 보면 이렇다.

ㅋㅋ 저 감동적인 엔딩 장면이라니. ㅠ_ㅠ

이 게임을 만든 곳의 홈페이지를 보면 게임의 각 장면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요컨대 스트레스를 참으면서 조금씩 표현하다가 결국 폭발하는 과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달라진다고 한다. 식구들과 차 마시다가 밥상 뒤엎기, 사무실에서 책상 뒤엎기, 호스팅 클럽에서(여성 게이머까지 고려한 포석?) 술상 뒤엎기, 결혼피로연에서 잔치상 뒤엎기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더욱 가관인 것은 결과를 계산하는 방식 - 망가뜨린 집기의 손해액, 물건이 날아간 최대 비거리(골프냐-_-), 그리고 특정 조건에서 나온다는 비기(;;; 상상할 수 없다)가 조합되어 결과가 집계(어떻게!?!?!?)된다고 한다. ... 자세한 플레이 방식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어렵고(ㅋ) 직접 해봐야 하겠지만, 모든 걸 떠나서 이런 내용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차라리 무섭다. ㅎㄷㄷ.



바람이 느껴지는 비행 시뮬레이터

이런 것도 haptic UI라고 볼 수 있겠는데, 게임 자체는 그냥 작은 비행기로 도시 구석구석을 누빈다는 컨셉... 사실 아케이드 게임장에 있으니 게임기라고는 하지만, 게임이라기보다 탈 것에 가깝고 UI 라기보다는 그냥 haptic display에 가깝겠다.

Typhoon (SpeedJets by TrioTech)
이 게임기가 눈에 띈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머리카락이 유난히 흔들렸기 때문인데, 혹시나 해서 뒤져보니 역시나... 좌우의 커다랗게 달린 것이 선풍기라고 한다. 비행기가 요동치는 것에 따라 의자를 흔드는 것 뿐만 아니라, 좌우 선풍기의 바람을 조절해서 실제감을 더했다는 거다. 이걸 만든 회사가 캐나다에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겠다.

아케이드 게임기에 바람을 사용한다라... 혹시 스티커 사진기 <바람의 애드립>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바람의 애드립바람의 애드립

아케이드 게임업계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지만, 그래도 몇 모델 만들어본 UI 중 하나이다. 그때는 주로 친구랑 팀을 이뤄서 작업했는데, 특히 이 물건은 스티커 사진기에서 바람이 나와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결을 찍을 수 있도록 한 기능을 착안해서 상품기획부터 UI에 이르기까지 참여했었기 때문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모델이다. 결과는 중박 정도에 그친 듯 하지만, 해외에도 조금은 팔 수 있었는지 UI 로컬라이제이션 요청도 한번 들어왔었다.

... 그냥 게임기에서 바람이 나온다는 소리에 아련한 옛기억 한번 짚어주시고.



터치스크린 달린 전투액션 게임

되게 시끄러운 동영상인데, 20초 정도 지나야 플레이 장면이 나온다. -_-;;; 어쨋든 보통의 3차원 격투게임에 아이템 같은 개념이 있어서 터치스크린으로 그 아이템을 선택해 가며 싸우는 건데, 사실 이런 컨셉은 작년 일본에 갔을 때에도 본 것 같다. 게다가 터치스크린과 조이스틱을 오가는 것이 게임 플레이에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 그냥 재미있는 조합이다 싶다.



모두의 더비

이름만 봐서는 아마도 "모두의 골프"를 만든 회사가 만든 듯. 모두의 골프가 골프에 재미요소를 더해서 다양한 플레이어 캐릭터와 이벤트 샷을 추가했다면, 이 게임은 다양한 말/기수 캐릭터를 포함시킨 듯. 덕택에 좀 유머러스해 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성인오락실 구석에 있는 경마게임을 차별화한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스마트 테이블 게임(?)

그냥 이런 걸 뭉뚱그려 스마트 테이블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지. ㅎㅎ 어쨋든 단지 화면이 누워있는, 덕택에 여러 명이 하나의 물리적인 화면을 보면서 놀 수 있는 게임기다. 이미 비슷한 물건은 많이 나와 있어서 두더쥐 잡기라든가 다른 그림 찾기라든가 하는 식으로 적용되어 있지만, 이렇게 (재미없어 보이는) 슈팅게임을 만든 건 또 처음본다..싶어서 일단 주섬주섬. 무지 시끄러운데 3분쯤 지나야 뭔가 게임 같은 화면이 나온다.



증강현실 에어하키

또 테이블인데, 원래 바닥에서 공기가 뿜어져 나와서 퍽을 띄우던 소위 "air hockey"를 화면으로 구성한 것이다. 컨트롤러는 초음파든 뭐든 사용했을 것 같고. 이미 아이폰에서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갖고있는 입장에선 딱히 흥미로울 게 없지만, 며칠 전에 다른 기회로 본 아래 당구대가 연상되서 한번 모아놓고 싶어졌다.




이상.

개인적으로 청소년 시절 아케이드 게임에 몰빵했던 기억도 없고, (그냥 시간 때우는 정도?) 아케이드 게임업계에 그나마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앞에 언급했듯이 몇년전에 아르바이트로 스티커 사진기 UI를 디자인했던 몇 개월이 전부다. 그래도 가끔 용산이나 코엑스나 아키바에 갔을 때 아케이드 게임장을 들여다보면, 플레이 공간을 통채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창의성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야 Wii라는 게 나와서 기존의 '전통적인' 컨트롤러 이상의 가능성을 조금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케이드 게임의 이 유연함을 안방으로 가져오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특이한 기술을 재미있게 적용해서 그 기술로만 가능한 독창적인 어플리케이션 - 게임 - 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다. 큰 시장을 노린다는 건 어떤 의미로는 참 따분한 일이다...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일전에 회사가 영국의 100대 기술 미디어 기업에 뽑혔다고 하길래, 그 홈페이지를 보다가 오히려 재미있는 회사를 찾았다. New Concept Gaming이라는 매력적인 이름의 이 회사에서는 JOG라는 게임 보조기기를 파는데, 그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JOG from New Concept Gaming

마치 만보계처럼 생긴 이 물건은... 사실은 진짜 만보계다. ㅡ_ㅡa;;; 다른 만보계와 다른 점이라면 걸음수를 화면에 표시하는 것 외에, Nintendo Wii의 컨트롤러 중에서 Nunchuck과 Main controller 사이에 끼어들어서, 눈척에 달린 조이스틱의 신호를 가로채서 조작한다는 점이다. 즉 눈척에서 조이스틱을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그 방향만을 입력받고, 조이스틱의 각도값(많은 게임에서 '얼마나 빨리 움직일지'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은 이 "만보계"의 걸음빈도로 대체하는 것이다. 요컨대 빨리 움직이려면 제자리걸음을 더욱 빨리 종종 거려야 한다는 이야기.

설치도 (비교적) 간편하다.
How to install JOG

보통 '온몸으로' 조작하는 환경 - 특히 VR의 CAVE 환경 같은 걸 이야기할 때 - 에서 몰입이 어려운 점 중의 하나로 실제 몸의 움직임과 가상공간에서의 움직임이 일치하지 않고, 그렇다고 커다란 공간을 만들자니 비용은 물론이고 동적으로 시야각이 변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이 꼽히곤 하는데, 이 JOG라는 물건은 그냥 게임이라는 범주에서 적당히 먹힐만한 해법을 내 놓은 것 같다.



사실 앞으로 뛸 때도 뒤로 뛸 때도 (물론 조이스틱은 그 방향으로 향하겠지만) 제자리걸음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껴질지는 잘 모르겠다. 잠깐 상상하면서 뛰어봤는데, 무엇보다 앞으로 뛸 때의 몰입감("나도 뛰고 캐릭터도 뛴다!")이, 뒷쪽으로 뛸 때 깨지는("나는 앞으로 뛰는데 캐릭터는 내 쪽을 향해서 뛴다!") 문제가 있어 보였다. 조이스틱은 진행방향과 속도를 한꺼번에 조절하는데, 그걸 분리하는 게 특히 기존의 조작에 익숙한 사용자일수록 쉽지는 않을게다.

그래도 내 생각에는, Wii Remote의 조작방식에 대한 아주 적절한 (간편한) 얹혀가기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닌텐도 안에서도 이 아이디어만큼은 무릎을 치면서 아쉬워 하거나, 혹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아이디어에 타이밍을 못 맞춘 것을 아쉬워하고 있지 않을까.

참고로 유투브를 검색하다보니, 이미 Gadget Show에서 #1 digital toy로 꼽힌 적도 있는 모양이다.

뭐 걍, 내용은 없다. ㅡ_ㅡa;;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아무래도 게임을 만들다 보니 TV에서 게임과 관련된 광고를 보게 되면 자의반 타의반 주시하게 되는데, Nintendo의 NDS 시리즈라든가 Wii 게임콘솔의 광고를 보면 "누구나 즐기는" 이라는 컨셉이 강해서 다른 게임광고와 분명하게 차별화되고 있다. 어쩌면 더이상 전통적인 게임이라는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고 할까.



"For You, and Your Family"... 자기들이 게임시장 자체를 넓혔다고 주장하는 닌텐도의 방향에 변화는 없는 듯. 어쩌면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집집마다 고사양 게임콘솔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시장에서 나름의 고육지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것이, 오늘 TV를 보다가 Nintendo에서 새로 시작한 광고 캠페인이 이제까지의 게임기 광고와 많이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Discover DS 라는 제목의 이 캠페인은,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아예 더이상 게임기를 놀잇감으로 소개하지 않고 있는 거다. 그냥 뭔가 기특한 소형 가전기기... 게임기로서의 NDS를 모르던 사람들은 광고만 보고 '어, 저런 게 나왔네? 쓸모있겠는데...?' 라고 생각할 수 있도 있을 것 같다. 아직 YouTube에는 동영상이 안 올라와 있지만, 광고에 나오는 홈페이지( discoverds.co.uk )를 보면 이젠 일반인 모델, 그것도 전혀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나와서 게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고 자기가 NDS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임기 회사에서  게임 이야기를 안 한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들어가는 콘텐츠들은 분명히 게임이라고 팔리고 있다. 닌텐도는 게이머의 범주를 넓히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컴퓨터 게임이라는 정의 자체를 넓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전에 썼던 글과 나중에 어떻게든 -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 연결되지 않을까 해서, 그냥 스크랩해 두기로 했다.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Nintendo DSi가 일본 외의 지역에서도 팔리기 시작하는 가운데, 관련된 게임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뒤늦게서야 아래 그림을 보게 됐다.

WareWare: Snapped! for Nintendo DSi

얼레? 저 전형적인 영상인식 결과 layer는 뭐란 말이냐... 하고, 알아보니 NDS에서는 다양한 터치조작을 미니게임으로 승화시켰던 <WarioWare> 게임 시리즈가 영상인식 미니게임으로도 나왔나 보다. 참 빨리도 알았다... 하며 유투브를 뒤져보니 아니나 다를까 꽤 많은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아래는 지난 달 말 GDC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그냥 간단한 살색인식(살색이라는 표현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가 여기서는 문제되지 않는다 ㅋㅋ)을 이용한 게임이지만, 그래도 이전 버전의 <WarioWare>에서 보여줬던 터치입력의 다양한 응용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줄 듯 해서 기대가 된다. 혹시 상위 레벨로 넘어갈수록 마이크며 터치며 버튼까지 이용한 멀티모달 미니게임으로 발전이 되는 건 아닐까 싶긴 하지만, 직접 게임을 해보기 전까지는 뭐 그냥 상상해 보는 수 밖에.

GameBoy Advance나 GameCube 같은 예전부터 다양한 미니게임을 모아놓은 게임팩을 발표하더니, 이제 터치에 이어 영상인식까지 넣어서 계속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을 꿋꿋하게 이어나가는 점도 멋지고, 그 안에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넣어 발전시키는 것도 그렇고. 다 성공했으니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 성공의 문턱이라는 것과 이런 근성/자부심/신바람 등은 어느 정도만큼은 닭과 달걀의 문제로 봐야 하지 않을까?

... 이게 과연 Vision UI에 대한 글이어도 되는 걸까?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뭐 이렇게 내 관심사에 딱 맞는 물건이 나온다냐. -_-a;;

Bot Colony Website 090325

이 게임 - Bot Colony - 은 로봇 에이전트를 통해서 게임을 하면서, 그 로봇과 "제한없는 자연어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 솔직히 100% 믿지는 않지만, 가능한 대화내용보다 대화DB를 벗어날 때의 오류상황에 대해서 더욱 공을 들였다면 뭐 아주 허풍은 아닐 수 있겠다. 특히 요새 게임이야 DVD(4GB가 넘는)를 여러장 사용하기도 할 정도로 용량이 크니까, 음성인식 엔진도 상당한 수준의 것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나. 출력은 합성음보다는 녹음된 게 품질도 용량도 나을테고.



아직 웹사이트에는 이 게임에서 음성대화가 어떤 조작/대화 기능을 제공하고 그게 게임내용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YouTube에 올려놓은 예고편(?)도 그냥 분위기만 잡고 있고 정작 게임은 어떻게 되는 건지... 한번 눈여겨 볼만한 게임인 것 같다. 음성만이 할 수 있는 조작이 나와서 전혀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는 게임이 되어 준다면 개인적으로 희망적인 일이 될 것 같은데 말이지...

... 아주.
신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Stan1ey

BLOG main image
by Stan1ey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47)
HTI in General (45)
User eXperience (11)
Voice UI (50)
Vision UI (14)
Gesture UI (25)
Tangible UI (28)
Robot UI (14)
Public UI (9)
Virtuality & Fun (56)
Visual Language (15)
sCRAP (70)

글 보관함



www.flickr.com
This is a Flickr badge showing public photos and videos from Stan1ey. Make your own badg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