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touch at last.

2015.08.27 17:55

참 오래도 걸렸다. 근데 이걸 부가메뉴 표시하는 용도 외에 또 어디에 써 주려나.. 두근.

iOS9 DeepPress

iOS9 코드에서 발견된 "enableDeepPress" 변수



아,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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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Don Norman의 "쓰기 편한 냉장고가 그래서 더 잘 팔리더냐"는 발언과 관련해서, 이제 슬슬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삼성과 애플의 특허 공방에서 주목할만한 발언이 나왔다. 삼성에서 고용한 증인이 pinch 제스처에 대해서 법정에서 이런 말을 한 모양이다.


However, Michael Wagner, an accountant and lawyer hired by Samsung, said there's no evidence from either company that shows consumers bought Samsung devices because they liked that particular touch-screen feature. As a result, he believes Apple should receive no money for lost profits. (...) "I believe people bought these phones for other features," Wagner said. That includes bigger, AMOLED screens; faster processors; and 4G LTE.


결국 삼성 폰을 구매한 사람이 그런 제스처 때문에 삼성 폰을 구매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애플이 그 특허 침해로 인해 받은 직접적인 매출 손실은 없다는 주장이다. ... 뭐 물론 삼성 측의 변호인으로서 일단 되는대로 갖다 붙여서 배심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 발언은 참 씁쓸하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하고 그렇다.


나름 "그쪽" 분야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그만큼 핵심적인 UI 기술의 가치를 평가절하 받았다는 건 참 그렇다. 삼성 쪽에도 UI 특허가 적지 않을텐데, 다른 회사에서 그런 특허를 침해하고 나서 똑같은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아니 무엇보다 그런 특허라면 애당초 돈 내면서 출원하고 관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지만 이 발언이 정말 제대로 생각한 후에 나온 건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점은, 그 구매자들이 pinch 제스처 기능 때문에 무슨 휴대폰을 구매할지를 결정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 기능이 없는 휴대폰은 애당초 구매 대상에 끼지도 못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표준 특허, 강력한 특허에 대해서 그렇게나 중요시하는 회사에서 정작 시장표준이 된 특허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말하면 어쩌겠다는 건지...


무엇보다, 이런 주장은 판결 여부에 따라 (즉, 애플이 이겨서 UI 기술의 가치가 현금화된다고 쳐도) 무효화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삼성의 주장이라는 것은 삼성의 주장으로 남는 거고, 그걸 다른 법정에서는 반대로 "이 UI 특허를 써서 우리 제품이 팔릴 기회가 줄었으니 물어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언해 버린 삼성 측의 前대변인을 증인석에 세우면 그만일테니까.


... 중국 휴대폰 업계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전자기기 제조업체에서 쾌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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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iPhone 5 Wishlist

2011.10.04 06:13
애플의 "Let's talk iPhone" 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매번 새로운 OS 버전이 발표될 때마다 내심 혁신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하는 아이폰이지만, 이제 모바일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센서들은 대충 (2개 빼고) 다 들어갔고 MobileMe에서 환골탈태한 iCloud 서비스의 새로운 윤곽도 많이 알려진 터라 뭐 또 새로운 게 나올까 싶긴 하다. 요컨대 출시하기 전부터 새로운 기능들이 식상해지고 있는 희한한 형국인데, 주요 업데이트인 만큼 큰 변화들이 많아 그 와중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기능들이 많다.

실제 발표가 되기 직전이니만큼 조금 무모한 포스팅이지만, 그래도 그런 기능들에 개인적인 소망-_-을 담아보자면 이렇다.


Magic Home Button

iPhone 5 CAD Drawing - Wider Home Button
아이폰의 홈버튼이 커지고, 제스처 기능이 들어간다는 건 이제 기정사실화 되어있는 것같다. 이 이야기는 소문만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아이폰 케이스를 만드는 업체를 통해서 도면까지 나왔는데, 결국 어떤 동작이 사용되느냐에 대해서는 어째 그다지 구체적인 소리가 없다. 동작이라는 힌트를 바탕으로 멋대로 추측성 "소설"을 써보자면 (요새 이게 유행이라면서 -_- ), 아마도 애플은 이미 Mighty Mouse와 Magic Mouse에서 보여줬던 물리 버튼과 터치센서의 조합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Touch Sensor Layout inside Apple's Mighty Mouse

처음 나왔던 "마이티마우스"는 멀티터치 동작을 지원하는 매직마우스와 달리 (저렴하고) 단순한 기술의 조합이었는데, 하나의 플라스틱 표면에서 어느 부위에 손가락이 닿아있는냐에 따라 왼쪽 클릭과 오른쪽 클릭을 구분하고, 몸통 전체가 통채로 버튼 역할을 함으로써 물리적인 입력을 가능하게 했다. (왼쪽 그림을 보면 좌우로 한쌍의 터치센서가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유출된 아이폰5의 넓다란 홈버튼에도, 딱 손가락 3개 폭만큼의 터치센서를 올릴 수 있어 보인다. 3개의 영역만 구분되면 좌우로 쓸기(swipe) 동작은 인식할 수 있을테고, 그렇다면 이런 식의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내멋대로 이름하여 유치찬란한 "매직홈버튼"이다. ㅎㅎ


Magic Home Button for iPhone 5
요컨대 기본적으로 홈버튼 위의 세 영역 중 한 곳에 손가락을 얹고 누르면, 그 위치에 따라 다른 동작을 하는 조작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버튼을 누르기 전이나 후에는 좌우쓸기 동작을 이용해서 몇가지 변용을 추가할 수 있겠다.

  • 홈버튼을 눌러서 화면을 켜고 홈스크린이 나오면, 홈버튼 자체에서 "slide to unlock" 동작을 할 수 있다.
  •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버튼에 손을 올리면, 오래전부터 소문만 많았던 Mac OS의 Expose 같은 화면을 보여주다가 좌우쓸기로 불러올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 Springboard나 웹브라우저 등 여러 페이지를 앞뒤로 넘길 수 있는 상황에서는, 이 좌우쓸기 동작이 페이지 넘김과 연동될 것이다.
  • 홈버튼을 클릭해서 자주 쓰는 기능을 구동하는 기능은, 버튼의 어느 영역에 손가락을 올리고 눌렀느냐에 따라 다르게 수행될 수 있다. 한번 눌러 홈스크린을 띄우거나 첫페이지/검색페이지로 가는 기능은 어떨지 몰라도, 두번 혹은 세번 누르는 기능은 이로 인해서 몇 배로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 아님 말고.


Voice UI
Voice UI Setting for iOS5, partnered with Nuance
iOS5에서 음성 UI를 본격적으로 지원한다는 것 또한 사실상 확정된 것같다. 애플은 이미 MacOS와 iOS에 구현된 VoiceOver 기능을 통해서 검증된, 쓸만한 음성합성 엔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음성인식 분야에서는 그닥 눈에 띄는 활동이 없었는데, 지난 몇달간 그 분야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Nuance사와 온갖 소문이 다 났다. Apple와 Nuance는 이전에도 협력관계에 있기는 했지만, 한때는 애플이 아예 뉘앙스를 사버린다는 소문도 있다가, 결국은 그냥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한 모양이다. (사실 애플이 실제로 뉘앙스를 가져가 버렸다면, 뉘앙스 외에는 구글의 Android를 쓰는 것 말고 딱히 음성인식 대안이 없는 휴대폰 제조사들로선 청천벽력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 뭐 VUI에 대해서 신경이나 쓴다면 말이지만.)

어쨋든 저 앞의 설정화면에 드러난 대로라면, 관련된 옵션이 새로 최소한 3개는 들어가는 것 같다. 우선 가장 흥미있는 것은, Android에서 구현되어 몇번 언급했던 가상 키보드의 "음성 버튼"이다. "Mic on space key"라고 묘사된 저 기능은 왠지 스페이스(공백) 키 자체에 마이크를 표시하고 이를 길게 누르거나, 심지어 누르고 있는 동안(push-to-talk; PTT) 음성인식을 할 수 있도록 할 것같다.

출시할 때 이름이 바뀌긴 할테지만, 그 외에 "Nuance Dictation"이나 "Nuance Long Endpoint Detection"이라는 옵션들은 감히 "받아쓰기(dictation)"를 언급했다는 게 특히나 놀랍다. 사실 이미 구글은 물론 우리나라의 인터넷 포털까지 자유발화를 통한 음성검색을 지원하고 있는 마당에, 사실 더이상 빼기도 뭐 했을게다. 남은 건 과연 이 음성인식을 어느 범위로 지원하냐는 건데, 과연 아이폰 내의 기능으로 제한될지, 음성을 통한 인터넷 검색까지 지원할지, 아니면 기왕 Dictation을 넣은 김에 새로 들어가는 iMessage나 이메일의 음성 받아쓰기를 포함시킬지, 혹은 심지어 모든 키보드 입력 상황에서 음성입력의 대안을 제공하는 소위 "Hybrid VUI"까지 구현할지 말이다. 아니 기왕 꿈을 꾸는 김에, 일전에 인수한 대화형 검색엔진 Siri의 기능을 몽땅 아이폰에 넣어서 제대로 된 대화(nested adjacent pair 등을 포함한) 로 대부분의 PIMS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ㅎㅎ (물론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애플은 보수적인 접근을 택해서 나를 실망시키곤 한다.)

끝으로 "Long EPD"라는 옵션도 아마 PTT 기능과 관련해서, 버튼을 누르고 떼는 순간과 음성발화에 공백이 있는 순간을 비교해서 음성인식에 유리한 발화를 선택하는 기능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그런데 그 일이 정말 일어났습니다!' 라는 느낌일 듯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만일 이 기능들이 출시되는 iPhone 5에 그대로 들어간다면 더이상 장애인 접근성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는 거다. 그렇게 된다면 -- 안드로이드에 이어 아이폰에까지 주요 사용방식으로 음성이 적용된다면 -- Voice UI도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주류에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겠지.

... 하지만 역시, 그런 일이 일어날까나. -_-a;;


Assistive Touch
iOS에서의 장애인 접근성 기능 중에도 추가되는 기능이 있다. 이전 버전에서는 다이얼을 돌리는 동작을 하면 그 상대적인 회전 각도에 따라 다른 기능을 실행시키는 Rotor라는 기능이 있었는데, 이 방식은 상하좌우가 비슷하게 생긴 iPhone이나 iPad에서는 특히 전맹인(全盲人)을 고려할 때 꽤 괜찮은 접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방식은 반대로 장치의 방향을 안다는 전제 하에, 특정 위치에 손가락을 댄 후에 화면 중앙에서 상하좌우의 미리 설정한 방향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면 해당 기능을 선택할 수 있다.

Assistive Touch in iOS5



위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손가락을 움직여서 구동시킬 수 있는 기능 중에는 멀티터치 기능도 있어서 여러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도 멀티터치 동작명령을 쓸 수 있게 해준다.

Assistive Touch in iOS5 - Custom gesture
유출된 왼쪽의 설정화면에 따르면, 이 기능을 쓰기 위해서 처음 터치해야 하는 지점(adaptive accessory?)은 미리 설정된 터치 제스처(가로 지그재그)로 활성화시킬 수도 있는 것같다. 이 동작은 사용자가 바꿀 수도 있는데, 어쩌면 그 동작이 다음에 뜨는 pie menu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도 있겠다. Pie menu는 최대 8개까지의 기능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런 방향 버튼의 조합은 다양한 장애인 보조기술(assistive technology)에서 지원하고 있는 입력으로 접근가능한 웹사이트 UI 설계 지침에도 들어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장애로 인한 니즈가 없는 일반 사용자의 경우에도, 이 방식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주요 기능을 사용하게 해줄 수 있을 것같다. 어쩌면 Universal Design의 개념과 맞물려 좋은 사례가 되어줄지도...?


Deep touch
설마 하니 아닐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_-, 어쩌면 이번 아이폰5에는 터치 이전에 손가락의 감지를 느낄 수 있거나, 터치 이후에 압력 혹은 클릭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 들어가지 않을까. 화면 자체는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방식의 터치방식의 홈버튼이 구현된다면 터치와 클릭/압력을 조합해서 제한된 범위나마 딥터치가 구현될지도 모르겠다.

Deep Touch

Apple Mighty Mouse

앞에서 적었듯이 "마이티마우스"의 기술이 아이폰의 홈버튼에 들어간다면, 사실 누군가는 그 제품에서 별로 빛을 보지 못한, 하지만 사실은 꽤 중요한 기술을 재검토했을지 모른다. 바로 마이티마우스의 양쪽에 있는 압력센서. 아이폰5의 홈버튼이 단순한 물리 스위치가 아니라 압력센서를 겸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재미있는 딥터치 사례가 되겠다. 실제로 그 마이티마우스의 사례처럼, Expose 화면들의 축소 정도가 압력에 따라서 결정된다면 사용자는 화면을 완전히 전환하지 않고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정보를 훔쳐볼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다른 버튼도 아니고 홈버튼에 그런 불안한 아날로그 센서를 넣으리라는 기대는 나로서도 좀 무리. =_=

... 이러나 저러나, 역시 이건 그냥 개인적인 소망일 뿐이다.


NFC/RFiD
이게 언제부터 나오던 이야긴데 아직도 안 넣냐. -_-;; 루머에 따르면 애플에서는 아직 그 상품화 필요성을 못 느끼고 안 넣으려고 하는 것같지만, 이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이를 이용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아이폰과 차별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얼마전에는 Google Wallet이라는 서비스가 나오면서 이 방식이 아예 주류 통신채널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즉 이 대목에서 애플이 iOS에 NFC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안드로이드 기기와 비교될 수 밖에 없을테고, 따라서 그런 결정은 내리지 않을꺼라고 기대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소위 "iTunes 생태계(eco-system)"에 다른 결제 방식이 끼어드는 것을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In-App 결제니 뭐니 만들면서 앱에서 직접 결제하려고 할 때마다 어떻게든 막아왔는데, 이제 와서 전자지갑이니 앱을 통한 인증이니 결제니 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돈의 흐름이 생기는 게 내키지는 않겠지.

... 그래도 이것만큼은, 이번에도 안 들어간다면 애플이 너무 욕심이 많은 거다.



여기까지. 사실 이런 예측... 혹은 제목에 적었듯이 희망사항들(wishlist)이 얼마나 애플의 의사결정권자들의 생각과 맞을지는 모른다. 저번에 그랬듯이 대박 틀릴 수도 있겠지. 단지 정식으로 공개되기 전까지는, 내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

이건 그저, 후견지명의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는 애플 빠돌이의 몸부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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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앞의 글에서 계속...이라지만 사실 앞글과는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벌써 세번째인가 쓰는 글이다. 야심차게 적었다가 다음에 읽어보면 너무 무모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지우고, 블로그를 몇개월 방치했다가 다시 열어보고 써내려 가다가 다음에 읽어보면 또 지우고... 아무래도 자신이 없었나보다. 글 번호 순서로 보면 지난 2007년말에 쓰기 시작한 모양인데, 뭐 워낙 우유부단한 걸로 악명높은 놈이라지만 이건 좀 심했다고 본다. ㅎㅎ

어쨋든, 이젠 더 미룰 수 없을 것같은 상황이 됐다. 삼성은 갤럭시 노트라는 걸 발표했고, 아이폰5의 발표가 임박한 것같고, 아마존의 새 이북리더도 곧 나올 예정이다. 더 늦으면 뒷북이 될 것 같아서, 빈약한 논리와 어거지 주장을 그냥 그대로 적어 올리기로 했다. (제목도 이제는 좀 민망해졌지만, 그래도 밀린 숙제니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몇년을 말그대로 "썩혀온" Deep Touch 이야기다.


그래서 대뜸.

터치스크린의 최대 약점은 그 조작의 순간성에 있다.

PC 중심의 UI를 하던 UI/HCI/HTI 연구자들은 터치스크린을 보고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지금 인터넷 상에서는 도대체 찾을 수가 없는 누군가의 글(아마도 Ben Shneiderman 할아버지일텐데, 이 분의 논문을 다 뒤지기도 귀찮고... 해서 통과)에서는, 터치스크린이 전통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기본 개념인 "Point-and-Click"을 지킬 수 없게 한다고 지적한 적이 있었다. 즉 물리적인 버튼을 누르는 상황에서는 손가락으로 그 버튼을 만지는 단계와 눌러 실행시키는 단계가 분리되어 있고, PC의 전통적인 GUI에서는 그것이 point 단계와 click 단계로 구분되어 있는데, Touch UI에서는 point 단계없이 바로 click(tap) 단계로 가버리게 되면서 사용성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Mouse Pointers, Hand-shaped
GUI에 이미 익숙한 사용자들은 이런 손모양 포인터를 통해서 사용에 많은 도움을 받는다. 이런 포인터들은 마우스의 저편 가상세계에서, 손을 대신해서 가상의 물체를 만지고 이해하며, 사용 이전과 사용 중에는 선택한 기능에 대한 확신을 준다. 추가설명이 필요한 영역에 포인터를 올렸을 때 활성화되는 툴팁(tooltip)이나, 포인터에 반응해서 클릭할 수 있는 영역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롤오버(roll-over; hover) 등의 기법도 이런 사례이다.

그런데, iOS의 기본 UI 디자인 방식을 중심으로 표준화되어 버린 Touch UI에서는 이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물론 페이지, 토글버튼, 슬라이더 등의 즉물성(physicality)을 살린 -- 드래그할 때 손가락을 따라 움직인다든가 -- 움직임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기존에 손→마우스→포인터→GUI 설계에서 제공해주던 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요컨대 전통적인 GUI에서 "클릭"만을 빼서 "터치(혹은 탭)"으로 간단히 치환하는 것으로는 부족한 거다.

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되살려서, 사용자가 고의든 아니든 어떤 기능을 실행시키기 전에 그 사실을 인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주는 것. 그리고 실행을 시키는 중에확신을 줄 수 있고,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었음을 따로 추론하지 않고도 조작도구(손가락) 끝에서 알 수 있게 하는 것. 아마 그게 터치UI의 다음 단계가 되지 않을까 한다. 버튼 입력이 들어올 때마다 휴대폰 몸통을 부르르 떤다든가 딕딕 소리를 내는 것 말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오래전부터 끼고 있는 아래 그림이다.

Deep Touch - Pre-touch detection, and Post-touch pressure/click


터치 이전. Pre-touch.

앞서 말한 (아마도 Ben 할배의) 연구 논문은 터치 이전에 부가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서, 앞의 글에서도 말한 광선차단 방식의 터치스크린과 유사한 방식의 "벽"을 화면 주위에 3cm 정도 세워 사람이 화면 상의 무언가를 "가리키면" 이를 알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혹시 이 논문 갖고 계신 분 좀 공유해주삼!) 말하자면 'MouseOver' 이벤트가 가능한 인터페이스를 만든 거 였는데, 불행히도 이 방식은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손가락이 접촉하기 전의 인터랙션을 활용하고자 하는 사례는 많았다. 지금은 Apple에 합병된 FingerWorks사의 기술은 표면에서 1cm 정도 떠있는 손가락의 방향이나 손바닥의 모양까지도 인식할 수 있었고, 이미 이런 센서 기술을 UI에 적용하기 위한 특허도 확보했다. 카메라를 이용한 사례로는 Tactiva의 TactaPad나 Microsoft Research의 Lucid Touch 프로토타입이 있고, 역시 Microsoft Research의 또 다른 터치 프로토타입에서도 터치 이전에 손가락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제시한 바 있다.

iGesture Pad, FingerWorks (Apple)Looking Glass, Microsoft ResearchLooking Glass, Microsoft Research


터치 이후. Post-touch.

일단 터치가 감지되면, 대부분의 시스템에서는 이것을 일반 마우스의 "KeyDown" 이벤트와 동일하게 처리한다. 즉 생각 없는 개발팀에서는 이를 바로 클릭(탭)으로 인식하고 기능을 수행하고, 좀 더 생각 있는 팀에서는 같은 영역에서 "KeyUp" 이벤트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알고리듬을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미 터치 순간에 기능 수행을 활성화시켰기 때문에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조작을 할 가능성은 생겨 버린다.

손가락이 화면에 닿은 후에, 추가적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는 Drag와 Press의 두가지 동작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중 Drag의 경우는 이제 터치 기반 제품에 명실상부한 표준으로 자리잡은 "Slide to Unlock"을 비롯해서 사용자의 의도를 오해 없이 전달받아야 하는 경우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화면을 디자인해야 하는 입장에서 볼 때 어째 불필요하게 커다란 UI 요소를 넣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단순한 버튼을 클릭/탭하도록 하는 편이 사용자에게 더 친숙하기도 하고.

이에 비해서, 압력 혹은 물리적인 클릭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는 Press의 경우에는 화면 디자인 상의 제약은 덜하겠지만 이번엔 기술적인 제약이 있어서, 일반적인 터치 패널을 통해서는 구현에 어려움이 많다. (불가능하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클릭영역의 분포나 시간 변수를 활용해서 간접적으로 압력을 표현한 사례도 있었으니까.) 한때 우리나라의 많은 UI 쟁이들 가슴을 설레게 했던 아이리버의 D*Click 시스템은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화면 가장자리를 눌러 기능을 실행시킬 수 있게 했었고, 화면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애플의 노트북 MacBook의 터치패드나 Magic Mouse에서도 터치패널 아래 물리적 버튼을 심어 터치에 이은 클릭을 실현시키고 있다. 몇차례 상품화된 소니의 PreSense 기술도 터치와 클릭을 조합시킨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이진적인 클릭이 아니라 아날로그 신호를 다루는 압력감지의 경우에도 여러 사례가 있었다. 일본 대학에서는 물컹물컹한 광학재료를 이용한 사례를 만들기도 했고, 앞서 언급한 소니의 PreSense 후속연구인 PreSense 2는 바로 터치패드 위에 다름아닌 압력센서를 부착시킨 물건이었다. 노키아에서 멀티터치로 동일한 구성을 특허화하려고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TouchCo 라는 회사의 투명한 압력감지 터치스크린이다. 이 기술은 아무래도 압력감지를 내세우다보니 외부충격에 예민한 평판 디스플레이와는 맞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외부충격에 강한 전자종이와 같이 쓰이는 것으로 이야기 되다가 결국 Amazon에 합병되고 말았다. 사실 플라스틱 OLED 스크린도 나온다고 하고, 고릴라 글래스라든가 하는 좋은 소재도 많이 나왔으니 잘 하면 일반 화면에도 쓰일 수 있을텐데, 그건 이제 전적으로 아마존에서 Kindle다음 버전을 어떤 화면으로 내느냐에 달려있는 것같다.

D*Click, iRiverMagicMouse, AppleMagicMouse, Apple



Deep Touch

곧 iPhone 5를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Apple은 Pre-touch에 해당하는 FingerWorks의 기술과 Post-touch에 해당하는 터치+클릭 제작 경험이 있고, 아마도 며칠 차이로 Kindle Tablet이라는 물건을 발표할 Amazon은 Post-touch 압력감지가 되는 터치스크린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순간적인 터치가 아닌 그 전후의 입력을 통해서, Touch UI의 태생적인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거다. 이렇게 확장된 터치 입력 방식이, 그동안 이 블로그에서 "딥터치(Deep Touch)"라고 했던 개념이다. (그렇다. 사실 별 거 아니라서 글 올리기가 부끄럽기도 했다.)

얼마전 발표된 삼성의 갤럭시 노트도, 압력감지를 이용한 입력을 보여주고 있다.

Galaxy Note, SamsungS-Pen with Galaxy Note, Samsung

압력감지가 가능한 스타일러스를 포함시켜 자유로운 메모와 낙서를 가능하게 함은 물론, 스타일러스의 버튼을 누른 채로 탭/홀드 했을 때 모드전환이 이루어지게 한 것 등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사진을 보다가 버튼을 누른 채 두번 탭하면 메모를 할 수 있고, 버튼을 누른 채 펜을 누르고 있으면 화면을 캡춰해서 역시 메모할 수 있다.)

하지만 PDA 시절 절정을 이뤘던 스타일러스는 사실 가장 잃어버리기 쉬운 부속이기도 했다든가(게다가 이 경우에는 단순히 플라스틱 막대기도 아니니 추가 구매하기도 비쌀 것같다), 화면에서 멀쩡히 쓸 수 있던 펜을 본체의 터치버튼에서는 쓰지 못한다든가 하는 디자인 외적인 단점들이 이 제품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만일 앞으로 발표될 iPhone 5와 Kindle Tablet에서 스타일러스 없이 Deep Touch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갤럭시 노트의 발표에서 출시까지의 몇개월이 자칫 일장춘몽의 시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출시 준비가 거의 되고나서 발표를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과 함께, 아예 펜을 이용한 인터랙션(이 분야는 동작인식과 관련해서 많은 연구가 있던 주제이고, 검증된 아이디어도 꽤 많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손가락이 아닌 펜의 강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면 좀 더 robust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물론 남이 만든 OS를 쓰다보니 독자적인 인터랙션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는 건 알겠지만, 무엇보다 홍보 문구대로 "와콤 방식"의 펜을 적용했다면 pre-touch pointing 이라든가 압력과 각도에 반응하는 UI도 구현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특허 문제는 뭐 알아서 -_- )



Multi-touch든 Deep-touch든, 혹은 HTI가 적용된 다른 어떤 종류의 새로운 UI 방식이든, 우리는 그것이 모두 어떤 군중심리에 사로잡힌 설계자에 의해서 "임의로 정의된 입출력"임을 잊으면 안 된다. 사용자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어떤 물리적 법칙도 적용되지 않고, 상식으로 알고 있는 공리가 반영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UI 기술이 주목받게 되었을 때 그 기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해주는 최후의 보루는, 결국 사용자 중심의 관점를 프로젝트에 반영하는 전문성을 가진 UI 디자이너이다. (혹은 유행따라 UX.)

하나하나의 UI 기술이 상용화될 때마다, UI/UX 디자이너들 사이에는 그 완성본을 먼저 제시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진다. 기술과 사용자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서 최적화된 UI를 설계한 팀만이 그 경쟁에서 승자가 되고, 결국 다른 이들이 그 UI를 어쩔 수 없는 표준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한줄결론: Good luck ou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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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가을에 출시된다는 iOS 5는 아마도 함께 출시되리라 생각되는 iPhone 5의 화면 크기나 외형 디자인에 대한 온갖 루머에 밀려 상대적으로 그닥 관심을 받지 못하는 듯하다. 그런 건 스티브 잡스의 말을 빌자면 소프트웨어를 담아내는 예쁘장한 상자(beautiful box)일 뿐인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 두 가지.

Location-based To-do List

할일목록(To-do List)에 위치정보를 넣자는 기획은 내가 몸담은 회사들마다 한번씩은 다룬 내용이다.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물론이고, 게임 회사나 디자인 에이전시도 나름의 목적을 가진 알림 기능이 필요하기에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보면 조금씩 다르지만 늘 등장하는 조합들 중 하나다. 안드로이드는 공개적인 개발환경 덕택에 이미 이런 아이디어가 실현되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iOS의 경우에는 일반 앱이 위치정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결국 Apple에서 이런 기능을 만들어 버림으로써 이제까지 iOS에 빈약했던 To-do List 기능을 보완하는 앱을 만들어온 회사들은 닭 좇던 개 신세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애플에서 만든 앱은 단순히 할일목록과 위치정보를 조합하는 것에서 조금 발전되어, 그 위치에 "도착했을 때" 혹은 그 위치에서 "벗어날 때" 라는 이벤트를 구분한 것을 볼 수 있다. 위치에 별명("Work")을 붙일 수 있는 기능도 있는 모양이고. GPS 신호를 내내 받을 경우 배터리 소모가 장난 아닐테니까 (실제로 앱 개발 가이드라인에도 GPS를 이용한 실시간 위치추적 기능은 구현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아마도 휴대폰 망이나 WiFi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등 이런저런 방편을 썼을텐데, 그로 인해서 위치 이벤트가 불안정해지는 부분은 어떻게 해결했을지 기대가 된다.


두번째는 뭐, 이미 예전 FingerWorks에서 구현한 방식의 재탕이다.

Multi-finger Swipe on iPad

뒤늦게지만 그래도 드디어, 아이패드에서 네/다섯 손가락 swipe 동작을 이용해서 멀티태스킹 중인 앱들 간의 전환기능을 제공한다고 한다. 원래 핑거웍스에서 제시했던 동작명령과 차이점이 있다면 엄지손가락의 접촉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건데, 이건 뭐 기술의 차이로 인해서 손가락들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좀 줄었고 접근성 측면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테니 (오른손잡이/왼손잡이, 신체장애인 등등)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은 뭐 당연히 그 접근성 부분이다. 하지만 아직 여기에 대한 부분은 iOS 웹사이트에 언급이 되어 있지 않고, 뭔가 개선이 될 거라는 언급만 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공개한 Mac OS X Lion의 Accessibility 항목을 보면 그 꾸준한 투자에 경건한 마음으로 기립박수를 치고 싶은데, 과연 모바일 OS에는 그런 기능들을 어떻게 조합해 넣었을지 벌써부터 두근두근하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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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얼마전 정식 출시된 Mac OS X의 신버전에, 요상한 스크롤 방식이 도입된 모양이다. 며칠 전에 마침 옆자리 프로그래머가 갑자기 투덜투덜 거리고 있길래  물어봤더니, 스크롤링이 개판이야...라고 군시렁대고 있었다. 오늘 NY Times의 컬럼을 받아보고 그 이유를 상세히 알 수 있었다.

http://pogue.blogs.nytimes.com/2011/07/28/zen-and-the-art-of-scrolling/

재미있지만 상세하게 써 놨으므로 터치스크린 UI와 데스크탑 UI를 오가며 작업하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고 고민해봄직 하리라 생각한다. 요새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Natural UI를 열심히 밀고 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게 과연 본질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할 수 있는 건지, 혹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걸 무슨 원칙처럼 적용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서 좋은 사례가 되어줄게다.

How to Deselect Natural Scroll Direction, on Mac OS X Lion


위 그림을 훔친 C|net 기사에서는, 심지어 다른 OS를 쓰다가 이번 버전의 Mac OS X를 쓰게 됐을 때, 기존 UI들에 익숙한 사용자가 어떻게 설정을 바꾸면 되는지에 대해서 안내하면서 그 첫번째로 이 "natural" 스크롤 방향을 deselect 하라고 되어 있다. 재미있는 상황.

십년쯤 전에 NUI라는 용어를 들고 나왔던 분들, 그리고 요새 몇몇 회사에서 NUI를 슬슬 화두로 몰고가는 분들... 모두 너무 몰아붙이다가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는 일이 없기를.

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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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KISS

2010.06.27 03:43
회사에서 UI 디자이너라는 걸 하다보면 가장 어려운 것은, 혼자서 만드는 사람의 창조 본능과 싸우고 있는 듯이 느껴질 때다. 상품기획이나 마케팅의 입장에서는 뭔가 기능을 잔뜩 넣어야 많이 팔린다고 (혹은, 팔기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개발하는 입장에선 일단 들어간 기술로 가능한 기능은 모두 집어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 하고, 심지어 시각적인 측면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왠지 자아실현이 목표인 것처럼 보일 때조차 있다. 다들 뭔가 하자는 게 많아서 싸우는 와중에, 그것도 거기 없는 사람(사용자)를 대변해서, 그 쓸데없는 기능 좀 그만 넣고 단순하게 만들자는 말을 꺼내기란 참 곤란한 일이다.

KISS... Keep It Simple, Stupid. 이 말이 원래 UI 디자인이나 사용성 공학 쪽에서 나온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이 분야에서 심심찮게 인용되는 경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이폰이 좋은 UI.. 혹은 UX의 사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다소 무리해서 단순화시킨 기능구조 덕택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난데없이 이 경구가 떠오른 것은, 이 동네에서 가장 큰 소매업체인 TESCO에서 휴대폰 판매를 시작하면서 내보낸 일련의 TV 광고를 보면서다.

TESCO Mobile - Simple Tariff

테스코가 휴대폰 판매를 시작한 건 2003년부터라고 하지만, O2와 손잡고 따로 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게 2007년. 그리고 마침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2009년은 애플에서 iPhone이 그 감성적인 Touch UI로 한창 인기를 끌고, 새로 나온 Palm Pre는 다음과 같은 광고를 하고 있던 시기다.



휴대폰은 더없이 개인적인 기기이기 때문에 이런 감성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것이 바로 UI를 뛰어넘는 UX의 경지"라면서 너도나도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을 도입하기 시작했고(이런 광고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1999년 TTL 광고 캠페인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될 듯), 이미 일찌감치 그런 관점을 받아들였던 광고계에서는 이런 광고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모두가 사용자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서 정말 고민 많이 하고 돈 많이 들여서 찍은 광고들이다. 돈을 긁어모은다는 휴대폰 통신사업체간의 경쟁이니만큼 한달에도 몇건씩 명작이랄 수 있는 광고가 튀어나왔다. 사실 위의 동영상들은 모두 내가 참 좋아하는 광고다.

이런 피바다(red ocean)에 뛰어들려니 테스코도 고민이 꽤 많았는지, 맨 처음으로 TV에 방영한 광고는 다음과 같다.



요컨대, 통신업계에서 인지도가 떨어지는 걸 솔직히 인정하고 요금제에 큰 혜택을 줘서 손님을 끌겠다는 거다. 솔직담백.

테스코는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정도 되려나. 생필품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만들기까지 하면서 유통마진을 최소화하고, 광고마다 최저가를 내세우고, 따로 적립카드를 만들어서 적립된 포인트를 현금처럼 쓸 수 있게 하는 체인이다. 소매시장에서 최종 소비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대하는 업체답게, 테스코는 최종 소비자가 원하지만 기존의 휴대폰 판매업자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게 뭔지를 나름의 시각으로 열심히 고심한 모양이다.

몇개월 후, 테스코 모바일의 시리즈 광고가 시작됐다.





4~5개월 간격으로 방영된 이 세 편의 광고(세번째 광고는 TV에 방영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에서 하는 말은 똑같다. 앞의 동영상들에서와 같이 "감성적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그 브랜드만의 "사용자 경험(UX)"을 유도하려는 노력들이 까놓고 말해서 헛소리(nonsense)라는 거다. 광고를 보는 순간에야 화려한 영상과 유려한 말발에 멋지다고 혹할런지 몰라도, 실제로 구매를 해야 하는 순간에 필요한 건 그런 감성적인 만족이 아니라 실질적인 가격 대비 효율이다... 아마 그런 소리를 하고 싶은 것 같다.

...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과 자세와 동선을 연구해서 정말 사용하기 편리한 냉장고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게 실제로 냉장고를 파는 데에 도움이 될까? 유니버설 디자인을 내세워 일반인은 물론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실제로 이용하려고 할까?

사실 UI 디자인계의 이런 고민을 해결(라고 쓰고 '회피'라고 읽는다)하려는 게 소위 UX라는 접근이었고, 사용자에게 물리적인 효율성 이상의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 감성적인 디자인(emotional design)이라든가 스토리텔링을 통한 브랜드의 전체 경험 제공(자주 이야기 되는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의 가치가 어쩌구 저쩌구)이라든가 하는 거 였다. 그런데 그렇게 어떻게든 재정립해 보고자 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서도, 또 이렇게 뼈아픈 지적이 들어오는 거다.

물론 어떻게 생각해보면, KISS를 부르짖고 있는 위의 TESCO Mobile의 광고들도 결국은 또 한 가지 방식의 스토리텔링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감성적인 소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좋은 UI"나 "좋은 UX"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해서 세상을 구하리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건 사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랄까.

거참. 마치 아주 오래된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UI도 UX도 결국은 부가가치... 뭔가 핵심가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 자체를 버려야 하려나. ㅡ_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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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지난 6일자 USA Today에 실린 앞으로 10년간의 기술/경제적 변화상이라는 기사를 훑어보니, Personal technology와 Entertainment 분류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스크랩해두기로 했다. 아래 내용은 나름의 요약과, 괄호 안은 그냥 떠오른 생각들이다.

Personal technology

Computers that anticipate our needs. 사용자의 행동 기록과 일정 계획을 바탕으로 좋아할만한 TV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등의 기능 (똑같은 이야기를 30년 전에도 들었던것 같은... 쿨럭 ;ㅁ; )

Housework by robots. 로봇 청소기뿐만 아니라 다른 로봇들까지 가사를 돕기 시작한다. 각각의 용도에 따라 여러 대의 로봇을 가지게 된다. (문제는 가장 단순한 기능의 로봇 청소기조차, 내세우고 있는 청소 기능을 제대로 처리하기에 제약이 많다는 거겠다.)

Shape-shifting personal computers. 마이크로 머신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개인용 기기가 용도에 따라 형태를 바꾼다. (트랜스포머..라는 건데, 그냥 접었다 폈다가 하는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면 쪼끔 무리일 듯. 주머니 속에서 자기 판단에 따라 꿈틀거리는 놈이 들어있다면 무엇보다 무섭잖어. -_-;; )

Brain chip implants. 생각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머릿속에 칩을 심을 수 있다. 이메일은 쓰지 못할지 몰라도 마우스는 움직일 수 있다고. (이걸 위해서 칩을 심고 싶은 사람은 전신마비로 고생하는 사람 뿐일 듯. 그걸 시장이라고 부를 순 없겠지.)


Entertainment

We'll view films in many ways. TV 외에도 컴퓨터, 태블릿, 스마틑폰 등등... (이미 충분히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 But still go to the movies. 그래도 외식 등 다른 경험을 위해서 영화관에는 계속 갈거다. (.. 그리고 영화관은 점점 비싸고 쾌적해질 듯.)

Plusher theaters. TV 경험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영화관은 여러가지 서비스를 추가할 거다. 고품질 영상과 음향, 3D, 좌석 예약제, 좋은 음식, 영화를 소개하는 아나운서 등 (몇가지는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한국에선 약간 무리다 싶은 4D까지 가고 있다. 나머지 몇가지 엥? 싶은 게 사실.)

Motion-controlled video games. 닌텐도 Wii와 같은 동작인식 게임이 표준이 된다. 버튼 조작은 옛날 이야기. (흠... 버튼 하나로 멋진 칼부림을 날릴 수 있다는 건 나름 매력적이다. 심각한 게임과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이분화되어 진행되리라는 예측이 더 맞아들지 않을까.)

Healthier video games. 동작인식 게임을 하는 사람은 - 특히 노인은 - 보다 많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좀 극단적이긴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TV and computer, all in one. 가정에서는 컴퓨터와 TV가 일체화되어 TV의 고해상도 화면의 장점을 활용하게 된다. (이미 여러차례 시도됐지만, 결국 PC는 웹서핑 등 나름 특화된 기능이 있어서 미디어 PC를 하나 더 쓰는 걸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지 않나?)

American Idol, 2020. 리얼리티 쇼는 계속해서 인기를 끌 거다. (그러시던가 -_-a )


이 두가지 분야가 기사 중에서 내가 관심을 갖고 읽은 대목이자, 그동안 이 블로그에서 다뤘던 내용이다. 이런 미래 예측이 꼭 모두 맞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가정용 로봇이 확대 적용되고 영상 미디어에 3D가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바로 지금 한창 현실이 되고 있기도 하다.

LG전자에서는 2007년 '로봇청소'라는 개념을 넣은 에어컨을 발매해서 좀 재미를 봤는지 (사실 구동부는 모두 내부에 있어서 사용자 입장에선 '로봇'이라는 느낌이 안 듦에도 불구하고), 다른 에어컨에 이미 적용되어 있는 움직임 감지 기능을 "인체감지로봇"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면서 요즘은 아예 로봇을 광고 전면에 내세워서 홍보하고 있다. 로봇 청소기를 시장에 정착시켰다고 할 수 있는 iRobot 사에서는 오히려 신제품 개발이 뜸한 반면에 삼성과 LG에서는 기존에 비해 개선된 청소로봇이 심심찮게 발표되고 있기도 하고, 여기에 점점 똑똑+복잡해지는 세탁기까지 로봇이라고 하기 시작하면 가정용 로봇이 확대 적용된다는 것은, 혹은 다른 말로 가전기기가 이제 '로봇'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고 봐도 되겠다.

3D 영상은 이미 극장에서는 누구나 대세라고 인정하는 것 같고, 이번 CES에서 삼성소니에서 LCD/OLED로 3D TV를 구현해서 내놓는가 하면 삼성은 아예 "3D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선언까지 해버린 듯 하다. (어느샌가 LED TV라고 부르는 LCD TV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기로 -_-; ) 아직까지 발표된 3D TV 방식은 모두 시청자가 배터리가 포함된 안경 shutter glass을 써야 하는 방식인데, 삼성에서 Real-D사와 협약을 맺었다는 걸로 봐서는 조만간 그냥 플라스틱 안경을 쓰는 식으로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픽셀단위로 편광을 조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는지 이미 올릴대로 올려놓은 시간해상도를 반으로 나누려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에 발 맞춰서 영국에서는 SKY가, 미국에서는 DirecTV가, 그리고 이젠 가장 영향력 있는 케이블 채널이라고 할 수 있는 ESPN까지 3D 방송을 연내에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하드웨어에 컨텐트까지, 3D TV가 안방을 차지하리라는 것 역시 기정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 듯.


3D와 로봇이라... 솔직히 로봇은 UI와는 다른 방향을 향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 같고 HRI 분야 역시 상품기획 측면의 담론만 지속될 뿐 실제적인 UI 디자인 수준에서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그에 비해서 3D는 당장 UI 요소를 어느 depth에 위치시킬 것인가라든가 하는 실무적인 고민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므로 앞으로는 이 분야의 논의가 점점 많아질 듯.

이제 Post-GUI라는 컨셉은, 모바일 기기에서는 터치 UI동작 UI, TV를 비롯한 AV기기에서는 3D UI라는 구도로 움직여 가는 듯 하다.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컨텐트로서의 UI, 즐길 수 있는 Fun UI라는 방향도 좀 잡혀줬으면 하는데 말이지.



... 사실 이런 새로운 개념의 UI들이 실무에 적용되는 상황이 되면서, 블로그에 거기에 대한 글을 올리기가 점점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연구 수준에서 하는 다루는 것과 취미(?)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은 실제로 만들어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우는 것과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게 마련. 실무 없이 이것저것 끼워맞추다 보면 뭔가 흰소리가 많이 끼어들게 되어 있고, 그러다 보면 무식과 경험부족이 탄로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저 입 닥치고 있는 게 제일 나은데, 뭔가 좀 아쉬운 마음에 잊을만하면 이런저런 글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종사하고 있는 Fun UI 분야의 생각은 좀체 마무리가 되지 않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중.

아놔, 이 블로그 어쩌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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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얼마 전에 올린 polarization과 관련해서 글을 쓰던 중에, 아래와 같은 동영상을 발견했다. 지난 달 New Scientist지에 소개된 일본 전기통신대학의 "Squeezable" Tangible UI 사례.



Squeezble Tangible UI from UECSqueezble Tangible UI from UECSqueezble Tangible UI from UEC

조금은 기괴해 보이는 데모지만, 원리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원래 LCD에서 나오는 빛은 편광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위에 압력(stress)을 가하면 편광을 왜곡시킬 수 있는 투명한 고무덩어리를 올려놓고 그걸 눌러 LCD 화면으로부터의 편광을 분산시킨다. 카메라에서는 LCD 화면과 편광 축이 수직인 필터를 사용하고, 그러면 아무 것도 안 보이다가 분산된 편광 부분만, 그것도 분산된 만큼 - 즉, 압력이 가해지면 확률적으로 더 많은 부분이 분산되어 - 카메라에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 참 별 생각을 다 해냈다. -_-a;;

Photoelastic TouchPhotoelastic Touch

Tangibles 자체에 가해진 압력만으로 입력의 정도를 조정할 수 있어서, 위 동영상에서처럼 화면과 떨어진 상태에서 조작함으로써 물감을 쥐어짜 화면에 흘리는 것과 같은 인터랙션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존의 TUI 연구와 차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물체를 쥐는 동작은 근대 GUI에 은근히 많이 적용된 metaphor이므로, 이를테면 drag-and-drop을 말 그대로 "집어들어 옮겨놓기"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재미있을듯.

특히 압력을 기반으로 입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터치스크린의 단점인 "오터치" 혹은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터치 입력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정확성을 기대할 순 없지만 deep touch의 입력방식 중 하나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결국 카메라가 화면 바깥에 있어야 하므로 결국 설비가 커지는 고질적인 제약사항은 여전히 가지고 있고, 편광된 광원이 필요하므로 LCD 화면으로부터의 빛이 보이는 영역에서만 조작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을테고, 무엇보다 여러 물체를 동시에 인식할 수 없을 듯한 점(고무에 색깔을 넣어서 인식한다고 해도 극단적인 원색 몇가지로 제한될 듯) 등은 아쉬운 일이다. 후에 뭔가 딱 맞는 사용사례를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그냥 스크랩이나 해두기로 했다.



그나저나, 처음 들어본 학교 이름인지라 한번 검색해 보니, 대표 연구자인 Hideki Koike는 전기통신대학의 교수로 위와 같이 영상인식을 통한 HCI 뿐만 아니라 정보 보안이나 Info Viz, 프랙탈 시각화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 중에서 위 연구가 포함되어 있는 "Vision-based HCI" 페이지를 보면 2001년에 수행한 손 위치/자세 추적 연구부터 최근의 연구 - "Photoelastic Touch"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듯 - 까지 나열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최근의 연구를 보면 재미있는 게 좀 있는데, 이를테면 역시 LCD 화면의 편광성을 이용해서 투명한 AR Tag를 만든 사례같은 경우에는 일전에 Microsoft에서 데모했던 SecondLight의 구현원리를 조금 더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Invisible AR Tag - from UEC

요즘에는 공대에서 나온 HCI 연구도 제법 잘 꾸며서 나오건만, 이 학교에서 나온 결과물들은 그 가능성에 비해서 시각적인 면이 조악해서 별로 눈에 띄지 않았나보다. 너무 유명해져서 일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보다, 이렇게 눈에 띄지 않았던 연구팀과 협력할 일이 생긴다면 뭔가 독창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OLED가 뜨면서 사양길인가 싶은 LCD의 단점을 인터랙션 측면의 장점으로 바꿀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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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누가 뭐래도 컴퓨터의 주요 사용자 인터페이스 입력장치라고 할 수 있는 마우스를 둘러싸고, 지난 몇주 동안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벌인 흥미진진한 싸움이 이제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모양이다.

Apple이야 오래전부터 마우스 바닥에 카메라를 장착해서 FTIR 방식으로 멀티터치를 인식하겠다는 특허를 발표한 적이 있고, 그 후로 애플에서 멀티터치를 적용한 마우스를 내놓는다는 루머는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Apple's Optical Multitouch Mouse Patent

루머는 해를 더해 갈수록 똑같은 특허와 이미지를 울궈먹으면서 구체적이 되더니, 급기야 올해 안에 발표된다는 소문이 등장한 게 바로 지난 2일. 이때부터가 정말 재미있다. 이 발표가 나온 직후인 지난 5일 UIST 2009에서는 Microsoft Research의 연구원들이 "Mouse 2.0"이라는 이름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Mouse 2.0이라니 묘하게 친근하다. 사실은 오래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나왔던 두번째 마우스(아마도)의 이름이 이거였다. 처음으로 쓸만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 제품이었으니 나름 기념비적인 이름이랄까.)

어쨋든 이 '새로 나온' Mouse 2.0 개념은 역시 마우스에 멀티터치 개념을 부가하고 있는데, 무려 5가지 프로토타입을 등장시키고 있다. 위의 동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뭐랄까, 그냥 있는 터치/동작인식 기술을 죄다 끌어내서 하나씩 접목시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 나름의 별명까지 있는데, 아래 사진에서 왼쪽부터 "FTIR Mouse", "Cap Mouse", "Arty Mouse", "Orb Mouse", "Side Mouse"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다. ... 좀 전형적인 패턴이다. -_-a

5 Prototypes of Microsoft Mouse 2.0

그렇게 위의 동영상이 UI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한번씩 받은 다음, 2주 후인 몇시간 전에 드디어 애플이 소문의 "멀티터치 마우스"를 공개했다. 이름하여 "Magic Mouse" - 이전까지 쓰던 "Mighty Mouse"라는 명칭을 버린 것은 (역시 바로 며칠 전) 결국은 져버린 상표권 소송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pple Magic Mouse - Splash



오. 마이. 갓. ... 휴. 멋지다. (애플 직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동영상을 보면서 얼마나 웃어 제꼈을까. ㅡ_ㅡ;; )

자, 일단 시각적인 충격을 벗어나서 좀 생각해 보자. 이게 도대체 뭘까. 위 동영상에서도 나오듯이 저 깔삼한 외모의 윗면이 모두 멀티터치 패드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 곡면의 패드에서 가능한 동작은 일반적인 클릭(전체가 버튼이라고 하는데, 마이티마우스의 경우처럼 누르면 앞부분이 딸깍거리는 방식인 듯 하다), 스크롤(상하좌우로 드래그), 페이지 넘김(swipe: 두손가락을 좌우로 쓸기), 확대축소(컨트롤키 누르고 스크롤: 이건 좀 아닌듯?) 등이 있다.
Apple Magic Mouse - Gestures

다른 동영상을 보면, 어떻게 곡면에 멀티터치를 구현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iPhone의 정전압식 멀티터치 스크린을 구현할 때 사용하는 격자 전극을 곡면 안쪽에 배치해서 그 왜곡된 좌표를 가지고 손가락의 접촉을 인식하는 방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전압식 터치를 이용하는 Mighty Mouse에서도 사용한 방식이고, 플라스틱 표면 아래에 정전압식 터치센서 격자를 배치한 것은 Motorola에서도 구현했던 방식이니 애플이 했다고 너무 추켜세울 필요는 없겠다. 뭐, 그걸 '멋지게' 구현한 것만큼은 인정해 줘야 하겠지만. d=(T^T) 굳이 앞에서 언급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토타입들과 비교하자면 "Cap Mouse"라는 놈과 비슷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동영상에서도 눈에 띄게 칭찬을 받은 방식이고, 사용방법도 두 동영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예외적으로, 애플이 확대축소에 pinch 동작을 대응시키지 않은 건 그 움직임의 불편함을 감안하더라도 좀 의아하다.)

그런데 이 방식의 문제는, 마이티마우스를 사용하던 사람들이 흔히 겪었듯이 오른쪽 클릭을 하기 위해서는 왼쪽 클릭을 하던 손가락을 번쩍(!)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마우스를 쓰듯이 편안하게 손가락을 얹어놓고 가운데 손가락을 지긋이 눌러 오른쪽 클릭을 하려고 한다거나, 손가락을 제대로 들지 않아서 터치로 인식되어 버린다면 왼쪽 클릭이 실행된다. 어떻게 보면 마우스로는 아주 치명적인 결함인데, Mac OS에서는 전통적으로 오른쪽 클릭을 그야말로 옵션으로나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냥 유지하기로 했나보다. 그 전통이라는 게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는, 새로운 매직 마우스를 설명하다가 나오는 아래 장면에서 잘 알 수 있다. 저 수많은 기능들을 왼쪽 클릭만으로 실행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저 불편하게 뻗힌 손가락을 보라고... 쥐 나겠다. -_-+

Apple Magic Mouse - Right Click

오른쪽 클릭 문제를 좀더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인 해결안은 숙제로 남겨두더라도(개인적으로는 압력센서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deep touch 개념이 되겠지만... -_-a ), 이 마우스+멀티터치패드의 가능성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

Apple Magic Mouse - Circle
당장 이번에 함께 발표된 MacBook의 터치패드에는 손가락을 4개까지 사용하도록 제스처가 추가되었고, 동영상에 잠깐 등장하는 동그라미를 그리는 동작 같은 경우에도 아직 실제 기능과 연결되지 않은 것 같다. iPod의 사례도 있으니 이 동작은 스크롤에도 훌륭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니면 확대축소에 적용해도 꽤 각광받을 것 같은 데 말이다. 그 이유야 뭐가 됐든, 애플이 숨겨진 기능을 가진 물건을 내놓는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앞으로 이 물건을 또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가 기대된다.

... 만일 이 제품이 2주 후에 팔리기 시작해서 누군가 뜯어봤는데, 그 안에 3축 가속도 센서라도 들어있다면 난 또 굉장히 복잡한 생각과 데자뷰에 시달리게 될 것 같다. 어떻게든 꼬아서 복잡한 기술로 특허 실적을 올리려고 애쓰지 않고, 있는 기술을 최적화하고 딱 맞는 사용사례를 찾아 상품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이 물건과 매우 흡사한 물건을 만들어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입맛이 씁쓸할 뿐이다.




그나저나, 그래서 애플이 이 제품을 먼저 출시함으로써 차세대 마우스의 주도권을 쥐게 될까?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애플이 PC 시장에서는 소수그룹이고, 출시가 임박했고 개발자 버전의 평판이 상당히 좋은 "Windows 7"에는 이미 멀티터치를 포함한 Touch Pack이 포함되어 있다. 비록 몇개월이 늦더라도 윈도우즈 시스템과 호환이 되는 멀티터치 마우스가 나온다면, 그리고 그게 애플의 것과 딴판이고 서로 호환되지 않다면... 시장을 선도한다는 것과 지배한다는 것은 좀 다를 수도 있겠다. ... 박리다매도 뭐 또 다른 접근방법이 되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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