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ey the Nature

2008.08.18 18:12
유명한 건축가 Frank Lloyd Wright는 그의 대표작이 된 <House over Waterfall> 이라는 건물을 지으면서 원래 있던 나무를 피해서 천정격자를 설계한 것으로 자연과 융합하는 .. 등등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아래 사진출처: FLW 관련 웹사이트)

Trellis built to Accommodate Tree - House over Waterfall, FLW

사실 이런 광경은 우리나라 사찰에 가면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 정도의 배려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이상하다 싶기는 하지만... 이 건축물에 대해서 '낙수장'이라는 마치 여관 같은 이름으로 공부하고 있을 때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듯 하다.



어쨌든, 오늘 회사에 돌고 있는 한통의 우스운 그림 모음집이 이 자리 저 자리에 퍼지면서 웃음보를 터뜨리고 있길래 받아봤는데, ... 흠... 정말 sense of homour의 국제적 차이라는 것이 있구나 싶었다. 그 중에 한 그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이름모를 도로공사 채용의 일용직 노동자가 FLW보다 못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FLW가 자연과 융합하는 교향곡을 지휘했다면, 이 사람은 한곡의 재즈를 연주했다고 할 수 있겠다.

모든 무명의 디자이너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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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Sensor Meets Art

2008.08.14 06:17

좀 뜬금없지만 뮤직비디오 하나.



종종 방문하는 <Web 2.0과 인터넷 지도> 블로그에서 본 뮤비인데, 글을 올린 민님은 구글어스팀이 뮤직비디오 제작에 협업했다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나로선 아무래도 레이저를 이용한 2.5차원 거리센서의 영상에서 예술적인 표현을 찾아냈다는 것이 좀더 대단하게 여겨진다. 구글에는 이 뮤직비디오의 제작과정을 담은 홈페이지까지 있는데, 아래 그림들 외에도 상당히 많은 자료가 방대하게 공개되어 있다.

Artistic Images from Laser Scanner

위의 두 영상 같은 경우에는 길 찾는 로봇에 부착할 센서를 고를 때 어깨너머로 많이 봤던 그림이고, 세번째 영상처럼 레이저가 머리카락 같은 섬유를 만났을 때 신호가 흩날리는 것도 익히 봐왔던 모습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걸 '노이즈'라고 불렀고, 이걸 어떻게 제거해서 '진짜 경계'를 찾아낼지에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지 그 예술적인 가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카메라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순전히 센서 데이터를 음악(박자)에 맞춰서 변형시키거나 3차원 좌표 상에서 변형을 가해서 전에 없는 표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멋지다... 사실 생각해 보면 센서입력값을 이용한 information visualization 결과물은 나름대로 시각적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걸 또 이렇게 이용하는 것도 참 재미있는 접점인 것 같다.




Moonlight on River Tay
... 이런 글이라도 올려볼까 하고 있는 와중에, 창밖에 펼쳐진 광경은 순간 가슴이 찡할 정도다. Tay라는 이름의 강둑에 살고 있지만, 달이 보일 정도의 하늘이 보이는 저녁이 많지 않은지라 이런 광경은 2주만에 처음 본다. ... 흠냐. 뭐 이런 광경 속에서 쩨쩨하게 센서가 다 뭐냐. 그냥 둥글둥글 좋구나...   ㅡ_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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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것이 참 듣기는 좋았지만, 아무래도 마케팅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 외에는 그닥 좋은 사례가 없는 게 사실이다. 사실 모든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목적은 유니버설한 것에 있고, 뭐 모든 디자인의 용도는 쓰이는 데에 있으니 UI와 무관하지 않고... 그렇게 따지자면 세상 디자이너라는 사람들 중에 UI 안 하는 사람이 없고, UD 안 하는 사람도 없는 셈이다.

그래도 UD 사례로 언급되는 제품들이 꽤 있는데, 그 중 유명한 것으로는 일본의 세탁기나 미국의 굿그립(OXO Good Grip) 같은 게 있다. 그리고 오늘 한가지를 더 추가할 수 있게 됐다.

Ketchup Bottle and Universal Design
Ketchup Bottle and Universal Design

 
Ketchup Bottle and Universal Design

 
Ketchup Bottle and Universal Design


바로 H모사(자료의 공정성을 위해서 병을 뒤집었다 -_- )의 플라스틱 튜브 병인데, 처음에 구입해서 떼어내야 하는 비닐마개를, 떼어내기 쉽도록 별도의 손잡이 처리를 해 두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저 비닐마개가 안 떼어져서 손가락을 곤두세우면서 신경질을 내야 했던 게 몇번이나 있었던 일인데, 특히 나이드신 분들이라면 그 불편함은 더욱 심했을 거다. 저렇게 두 겹으로 만들어져 손잡이를 제공해준 덕택에, 속마개를 쉽게 뗄 수 있었다.

이건 마치 UD 사례 중 한가지인, 잡기 쉽도록 플라스틱 손잡이를 붙여놓은 수은전지를 떠올리게 했다. 아주 작은 불편을 해결해준 아주 작은 배려지만, 이걸 쓰는 사람은 당분간 (-_-; 익숙해지면 당연해지기 마련이다. 저 나사 방식의 뚜껑이나 짜서 쓰는 플라스틱 튜브가 그런 것처럼) 무척 고마와하게 될 것 같다.

정작 크게 돈을 벌어들였다든가 하는, 자랑할만한 사례가 없는 유니버설 디자인 분야지만, 뭐 그건 사실 UI도 디자인도 마찬가지고 ㅡ_ㅡ ... (디자인 덕택에 제품이 잘 팔렸다는 사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생각해 보시길) 그래도 이렇게 UD 본래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사례를 본다는 것은 훈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뭐 이제 누누히 변명할 거 없지만, 이 글 역시 스크랩일 뿐이다. -_-;;;

사흘간의 경험을 더 쌓은 후에 추가:
알고보니, 여기는 슈퍼에서 파는 우유나 쥬스 등 '속뚜껑'이 있는 물건들은 죄다 저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냥 일반적인 방식인 모양이니 H사에 대한 호감은 조금 감소. 그래도 모든 속뚜껑을 이렇게 통일시킨 것도 참 대단하다면 대단하다. 누군지 돈 좀 벌었겠네... 발명한 사람이든 양산기계 만든 사람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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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영국에서 첫세탁을 위해 세탁기를 돌리려고 세제통을 집어들었다가,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표시가 있는 걸 발견했다.

Laundry Instruction with Water Hardness

물의 성질이 연수(漣水; soft water)인지 경수(硬水; hard water)인지에 따라 세제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 지가, 영국 지도에 표시된 지역별 물의 성질(대체적인)과 함께 표시되어 있는 거다. 땅덩어리가 우리나라보다 넓어봐야 얼마나 넓은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땅덩어리에 비해서 사는 사람은 우리보다 적으면서 이런 걸 다 신경썼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 위에 soft water 지역에는 사람이 영국인구의 1/10 정도나 살고 있을까? ... 내가 살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만. ( _ _ )

세탁기를 돌려두고 길을 나섰다가 눈에 띈 또 하나의 간판.

Sign for Diabled Person on Small, Small Store

이곳 시내에서 좀 벗어난 곳에 있는, 테이블 RPG 카드게임을 주로 취급하는 듯한 가게에 붙어있는 안내문이다. 외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꼼꼼하게 설치해 놓는 것은 물론 친절하고 명확하게 표시해 놓은 것은 여러번 보고 감명받은 적이 있지만, 좀 커다란 테이블 하나 들여놓으면 꽉 차는 조그마한 가게에서 보게 된 안내문이라 더욱 감명이 깊었달까.

이런 종류의 가게는 진짜 매니아들과 호기심 많은 입문자 몇명,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이 일이 좋은 주인의 열정으로 운영되는 곳이고, 규모로 보나 뭘로 보나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시설을 갖출 수가 없는 형편일 것이다. 그런데 - 그게 법적인 제재가 있어서든 자발적이었던 간에 - 이렇게 "어쨌든 도움이 필요하면 staff한테 문의하세요"라는 안내문을 올려놓을 정도의 개념이 있다는 것은 참 대단하다 싶었다.



물의 성질과 같이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고 감으로나 알 수 있는 내용이 사실은 제품의 역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 꼼꼼히 설명해 준다거나, 장애인을 위한 안내문과 같이 가게가 작다거나 어차피 주고객이 아니고 시설도 없다던가 하는 핑계를 대지 않고 안내문을 붙여놓은 것을 보면서, 사회의 다양한 측면들을 되도록 많이 포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대충 뭉뚱그려 넘어가거나 관련 법을 회피하거나 가급적 최소한도로만 적용하려는 데에 급급하는 업무자세와는 많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P.S. 저녁부터 비가 좍좍 오는 바람에 빨래가 잘 안 마른다. 젠장.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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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지난 4월의 CHI 2008에서는, 이전 연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별난 모습이 하나 있었다. 이전까지 말그대로의 전문분야 - HCI - 에만 집중해왔던 모습과 달리, 다음과 같은 웹페이지를 따로 개설해서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Sustainability on CHI conference... starting at 2008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학회에서 환경을 생각해서 이만큼의 뭔가를 주장한다는 건 사실 나에게 기이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가 차라리 전산/전자공학회여서 슈퍼 컴퓨터에 사용되는 전원을 줄이거나 발열량을 줄인다거나 한다면 모를까, HCI 혹은 UI가 환경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저 홈페이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학회에서 발표된 "Go Green"하기 위한 노력이란 것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 앞으로 CHI에서,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논문을 쓸 수 있다.
  • 학회장 한켠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 학회 개최지에서 생산된 음식(local food)와 썩는 플라스틱 용기를 쓴다.
  • 논문집에 재생지를 사용했다.
  • 학회에서 나눠준 가방을 모아주면 필요한 곳에 기증하겠다.
  • 학회장 어디에서나 종이/유리/깡통을 분리수거할 수 있도록 했다.

A slide from closure of CHI 2008 - saying returned conference bag will be donated to orphanages in Kenya
... HCI 하고는 아무 상관없잖아... OTL... 게다가 어떤 건 학회가 아니더라도 당연히 해야 하는 거고... 그래서 학회가 마무리되면서까지 오른쪽 슬라이드를 내거는 걸 보면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솔직히 새로운 UI 트렌드도 안 잡히고, 딱이 유행하는 UI 연구 소재가 떨어지니까, 이젠 딴 동네에서 유행하는 것까지 갖다붙이는구나..." 라는 거 였다.

그외에도 학회가 참가자들에게 택시보다는 버스를, 차량보다는 걷기를 종용하는가 하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머그잔을 들고 오라는 소리까지 하는 걸 보면서, 사실 CHI 학회의 앞날에 대한 고민을 꽤 심각하게 하기까지 했다.



그로부터 몇개월 후, 다름 아닌 이번 7/8월호 <Interactions>지의 머릿기사에서 이 지속가능성을 다루는 것을 보고, UI 디자이너로서 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좀 더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이 소위 식자들의 대화에 끼는 데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싶어서 찬찬히 읽어 보았다.

Interactions July-August 2008, ACM, featuring "Changing Energy Use Through Design"

결국 Usability와 Sustainability 사이에도 고리는 있었던 셈이다. ㅡ_ㅡa;;

이 기사 - Changing Energy Use Through Design - 에서 주장하는 바는 다음 한 인용문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제품의 전력소모를 줄이려는 노력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어떤 인터랙티브한 제품이 얼마나 효율적이든 간에, 디지털 제품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많은 부분은 사용자의 행동에 의해서 결정된다.

... Nonetheless, no matter how efficient an interactive product maybe, a large portion of energy consumed by a digital product is often governed by user behaviour.  

언뜻 들으면, 아항~ 싶기도 하다. 즉 우리 UI 디자이너들이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에너지 소모가 적은 사용자 행동패턴을 유도하는 그런 UI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Sustainability-friendly design과 Usability-friendly design이 평행선을 그릴 수 있을까?

이 기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사실 상세한 항목들은 뜬구름과 갖다끼워넣기의 극치를 보여주는지라 인용하고 싶지도 않다)은 십수년 전의 universal design의 모토를 떠올리게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디자인이 결국 궁극적인 편의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렇게 디자인된 제품은 일반 대중에게도 그 '편의성'을 상업적인 수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상을 (나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universal design의 이상은 몇가지 사례만을 제외하고는 그닥 현실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말았고, 그때처럼 "Sustainable UI"도 - 이런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 그런 환상을 열정적인 학생들에게 잠시 주입시키고 회사 입장에서는 의미 없는 포트폴리오를 양산하게 하다가 말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든다. (혹은, 내가 '사회생활'을 너무 오래 한 것일까? @_@;;; )

그나마 universal design 개념을 자의든 타의든(?) 적용하여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제품들은, 사실 디자인 본연의 관점에서 볼때에도 훌륭하고 완성도 높은 스타일링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그 성공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Sustainable UI를 통해서 등장할 성공적인 "스타일링"은 뭐가 될까? 자연주의적인 재료선택이나 Zen 스타일, 혹은 최악의 시나리오로는 20년전의 "Green Design"의 부활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느 것도, 사실 Usability와는 그다지 궁합이 맞을 것 같지 않으니 UI 디자이너들 한동안 참 머리 좀 아프겠다. 한동안 전산학에서 던져주는 주제를 따라서 유행을 만들고 그 안에서 헤매고 하더니만, 이젠 인문학으로부터의 주제에도 이렇게 휘청휘청하니 이를 어쩌면 좋으냐... ㅡ_ㅡa;;;



P.S.
사족으로, 위 <Interactions>지의 기사와 전혀 다른 방향이지만 내 생각에 진짜 Sustainability와 Usability의 결합을 시도했던 한 연구를 소개한다. 이 논문 - Energy-aware User Interfaces: an Evaluation of User Acceptance - 은 2004년 CHI에서 발표된 HP Labs의 연구로, 어떤 종류의 평판 디스플레이(이를테면, OLED나 PDP가 그렇다)는 검은색 픽셀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데에 착안해 다음과 같은 스크린들을 제안하고, 사용자를 대상으로 수행한 수용도 acceptance 조사를 보고했다.

Energy-aware User Interface by HP Labs, CHI 2004

이 연구에서 제시된 화면 중 어떤 것은 분명 좀 오바한 측면이 없지 않고, 연구자들도 발표 중에 위 Fig.3을 보이면서 "이런 화면은 배터리가 거의 떨어져 간다든가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쓰일 것"이라고 부언한 기억이 난다.

비록 이 연구가 대단한 지속가능성의 철학을 가지고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휴대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화면을 꺼서 늘려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내 생각에 만일 Sustainability와 Usability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공로는 이번의 <Interactions>지 머릿기사가 아닌 이 HP Labs의 연구원들에게 credit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S.
그래도 Sustainability를 연구하는 친애하는 후배들은, 이런 나의 독설에 휘둘리지 말고 꼭 '우리 디자이너가 진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것도, 내 솔직한 심정이다. (알았지?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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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P.S. 제목에서 "Save the Cheerleader, Save the World"를 패러디해보려고 했는데, 초큼 실패한 것 같다. orz... ㅋㅋ

시작부터 삼천포지만, 오늘 아침에 본 기사는 UI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남들이 생각하고 있는 월급쟁이의 입장에서 희망을 품게 해주는 내용이다. Sidekick과 Helio의 UI를 만든 Matias Duarte가 차세대 Palm OS의 UI 디자인을 한다는 소식이다.
Sidekick 3 from Danger & T-Mobile
Sidekick이라는 제품을 처음 접한 것은 그게 출시되기도 전의 일이다. (아마 2005년쯤이었던 듯? 잘 기억이 안 난다 -_- ) Apple에서 iPod의 click wheel 을 구현했던 사람을 불러서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요새 하는 일"이라면 꺼낸 게 Danger라는 회사(제조사)의 "Hiptop"이라는 시제품이었다. 아직 일부 기능이 동작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매력적인 기기여서 그 시기에 이미 full browsing을 지원하고 있었고,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과 휴대폰의 기본기능(주소록, 전화 송수신 등)의 연계가 잘 정리되어 있어서 무척 탐이 났던 기계였다.

이 기계가 잊을만한 시점에 회사가 T-Mobile에 팔리더니, 이름을 바꿔 나온 게 Sidekick이다. (일의 순서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만 -_- 어쨌든 그렇다.) Sidekick은 1-2-3 버전에 이어 색상을 적용한 모델이나 고급형 모델 등등이 나왔고, 슬라이드 형태의 휴대폰으로도 나온 모양이지만, 처음에 본 독특한 OS(정확하게는 Shell이지만)는 아직도 거의 동일한 형태의 UI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기능과 잘 정리된 UI과 깔끔한 스타일을 갖췄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비운의 line-up이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일 Danger사가 Steve Jobs같은(능력은 물론이고 명성까지 포함해서) CEO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운명이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한다.

Helio from SKT

Helio는 SKT에서 야심차게 시작해서 꾸준히 말아먹으면서, 국내에서도 제법 알려진 이름이다. 미국 땅에서 통신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방편으로 우선 재미교포를 대상으로 시작한 건 좋았지만, 아마 미국인들에게 다가가기엔 역부족이었나보다. -_-

Helio의 경우에도 UI는 그 깔끔한 그래픽과 함께 독특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아무래도 휴대폰의 워낙 많은 기능을 처리하려다 보니까 메뉴 화면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Helio 첫모델의 메뉴 화면은 조작장치인 wheel과 맞물려 편리한 사용성을 제공하고 있었다. (국내 무슨 전시회에서 이 기기를 만져볼 기회가 있었는데, 저 wheel이 touch 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_- )


어쨌든, 이 두 기기의 UI가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있다면, 제품의 개성 있는 Physical UI와 잘 맞물려 돌아가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두 기기가 모두 "kickflip", 즉 상판을 위쪽을 축으로 180도 회전시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도 왠지 우연히 비슷해진 제품디자인같이 여겨지지 않고, Sidekick의 다양한 입력장치가 GUI와 맞물리는 방식이나 Helio의 wheel이 메뉴와 어울려지는 방식은 그냥 naive하게 만들어진 PUI-GUI 조합보다 훨씬 높은 몰입감을 제공해 준다.

이번에 이 두 제품의 UI Designer와 그 동료들이 '거의 망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차세대 Palm OS의 UI를 맡는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 이야기라면 눈이 뻘개지도록 좋아하는 나로선 극단적으로 희망적인 상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Palm OS는 이미 그 기세가 꺽인지 수년째다. Palm One사에서 조차도 자사 제품에 Microsoft Windows OS를 넣고 있고, iPhone이 초강세로 트렌드를 이끄는 가운데 Google에서도 Andriod라는 Mobile OS를 공개해 버렸다. 게다가 최근에는 Nokia가 Symbian OS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고 소스를 공개해 버리는 바람에 Linux 같은 (좋은 측면도, 나쁜 측면도 ㅎㅎ) 개발환경을 만들어 버렸다.

마치 휴대용 기기의 OS에서 두번째 전쟁 - 첫번째는 MS 대 Palm 이라는 단순한 구도였다면 - 이 전국전쟁 수준으로 일어나는 걸 보는 듯한 이 상황에서, 만약에(x100) 죽어가는 혹은 '어쩌면 이미 죽어있는' Palm OS가 훌륭한 UI로 인해서 살아난다면, 이건 또 두고두고 이야기할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Matias Duarte, UI designer of Sidekick, Helio, and Next-Gen Palm OS

Matias Duarte 라는 친구, 난 전혀 모른다. Sidekick과 Helio의 UI를 모두 이 사람이 디자인했다는 것도 몰랐다. 하지만 앞으로 자주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크게 한 껀 터뜨려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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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Font 2.0

2008.07.08 13:44
낙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에 직간접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심심할 때마다 백지에 자신만의 로고타입 logotype (그래픽화된 글자로 이루어진 상표 같은 거...였던가;) 을 끄적이는 습관이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아무 생각 없이 해적질해서 사용하던 글꼴들이 누군가의 피땀어린 노고라는 걸 알게 되고 (물론 그 누군가의 피땀이 얼마나 저렴하게 사업화되었는지도 알게 되긴 하지만), 뭐 부가적으로 상용화에의 합법성을 위해서 -_- 글꼴을 사서 쓰게 되면서, 아 물론 폰트 한벌 만드는 게 고생스럽고 신경써야 할 것 많다는 건 알겠지만 쫌 비싸다는 생각에 '직접 만들죠?' 하는 말이 목구녕까지 나올 뻔 한 때가 있다. 물론 그 경우엔 영문 알파벳 정도고, 사실 한글 글꼴 파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은 저 멀리 사라지고 말지만.

그래선지, 내 노트에 끄적거려진 로고타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낙서)를 보면 대부분 - 아마도 80% 이상 - 은 영문을 이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시각 요소가 훨씬 적기 때문에 부담이 적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재미있는 사이트가 나왔다.

http://www.fontstruct.com/
FontStructor from FontStruct.com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Font Structor"에 들어가보면, 왼쪽에는 다양한 기하학적인 도형의 brick들이 있고 한켠에는 내가 이미 사용한 brick들이 따로 모이고 있다. 대표적인 그리기 도구인 브러쉬, 지우개, 네모그리기, 복사/붙이기, 선그리기, 이동 등이 제공되어 있고, Zoom in/out은 물론이고 pixel view를 위한 미리보기 창도 제공한다. 게다가 보다 다양한 변화를 주기 위해서 brick의 크기 비율을 가로 혹은 세로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했고. (모든 brick의 크기가 한가지 비율로 함께 변하는 건 좀 아쉽다.)

뭐 어쨌든 이 사이트의 가장 훌륭한 점은, 바로 이렇게 플래쉬로 만들어진 "Font Structor"에서 방문자가 만든 글꼴을 True Type Font (TTF)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거다! 뭐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어중이 떠중이가 글꼴 디자인에 얼마만큼의 재능을 보여줄지 모르겠다 싶다면 다음 글꼴들을 보자.

Top Picks of User-Generated Font from FontStruct.com
Top Picks of User-Generated Font from FontStruct.com
Top Picks of User-Generated Font from FontStruct.com

사용자에 의해서 rating된 대략 순위권의 글꼴들이다. 다소 조잡한 게 끼어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부분 상용화된 글꼴팩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품질의 그림들이다. 이 "User-Generated Font" 글꼴들은 모두 TTF 파일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당연히 작성자(=폰트 디자이너)의 동의에 의해서, 모두 무료료 제공된다.



사실 이 웹사이트의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사이트가 바로 글꼴을 판매하는 FontShop.com 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되겠다. FontStruct의 정식 URL도 사실은 http://fontstruct.fontshop.com/ 이다. 글꼴을 파는 곳에서 이렇게 매출을 떨어뜨리는 짓을 하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O_O;;

Web 2.0의 트렌드 중 하나인 Crowd-Sourcing... 혹은 UGC 혹은 UCC의 물결 속에서, 제품 디자인이나 UI 디자인이 그랬듯이 글꼴 디자인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나보다. 물론 FontStruct에서 디자인할 수 있는 글꼴은 영문 알파벳 대문자, 게다가 각 글자의 크기가 모두 동일한 소위 "네모 글꼴 modular font"로 제한되어 있고, 모든 글꼴 목록의 맨 아래는 훨씬 미려하고 전문적인 "탈네모 글꼴 non-modular font"가 하나씩 소개되어 본래의 글꼴 쇼핑몰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건 이 사이트를 만든 쇼핑몰 측의 입장에 의한 링크고, 사실 이 사이트의 FontStructor 플래쉬에서 세부적인 곡선 편집 기능을 추가하고, 앞뒤에 오는 글자에 따른 자간 조정 옵션을 추가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껏해야(?) 26자 알파벳 대소문자에 숫자 10개 정도 넣는 작업은 꽤 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폰트를 가지고자 한다면 기꺼야 감수할 분량이라고 보고, 여차하면 글꼴 산업이 통채로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오버한다... OTL.. )


내 경우에는, Flickr.com 이 생긴 이래로 멋진 사진을 찾기 위해서 GettyImages.com 에 가는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둘 다 좋은 사진이 있고 잘 tagging 되어 있어서 검색이 쉬운데, 분량은 Flickr.com 이 월등히 많은데다가 저작권 보고를 위한 watermarking이 없고 대부분은 고해상도 원본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개인용도의 사용 +_+ 에는 유료인 GettyImages.com 보다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

좀 눈에 띄는 글꼴이 필요한데 딱이 사서 쓸 수는 없을 때, 그냥 로고타입으로 쓰려고 개성있는 영문 네모 글꼴이 필요하다면, 앞으로는 글꼴 CD를 뒤지며 어느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게 싸게 먹힐지를 고민하기보다 FontStruct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 근데 한글의 경우엔 - 우선 네모글꼴이라도 - 이런 사이트 하나 안 나오나? 물론 뭐 "글자모양이 워낙 다양하고", "조합되는 경우의 수가 많고", "고려해야 할 점이 많고" 하기도 하겠지만, User-Generated Font에 대한 어느 정도의 수익모델이나 최소한 ownership 모델을 제공한다면 뭐 말도 안 되는 소린 아니라고 생각한다. Flickr에 올리든 Tistory에 올리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2.0 대한민국 라이선스가 보호해주는 만큼만 보호되는 거고, 뭐 도둑 많은 세상에서 좀도둑까지 일일히 신경쓰면 위염만 도질 뿐이다. ㅡ_ㅡa;;

(그러니까 여기 글 좀 맘대로 퍼가지 말았으면 하는디?
 ... 이야기하고 퍼가신 분은 제외 -_-+ )



P.S.
끝으로, 내가 만들어본 글꼴이다. -_-a;; 클릭하면 팝업이 뜨고, [View] 메뉴에서 Input Text 선택한 다음 영어 대문자로 ABCDEFG라고 넣으면 아래와 같이 Stan1ey라고 나온다. ... 그럼 뭐 굳이 넣어볼 필요는 없겠다. ;ㅁ; (아 물론 아래 글꼴을 TTF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지만... -,.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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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난 정말 UI 디자인이라는 것이, 난삽하게 기획된(ㅈㅅ) 서비스며 제품의 기능들을 하나의 통일된 문맥으로 꿰어 맞추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UI design is all about logical communication"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sense-making'이라든가 'storytelling'이라든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96년도부턴가 시작한 시각언어에 대한 관심도 사실은 그 도구로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고.

그런데 다음 UI의 방향으로 재미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게임 UI에 투신하게 되면서, 이런 "짜맞추기" UI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때맞춰 Apple이나 Google의 UI라는 것이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전혀 통일된 논리가 없다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었고.

Microsoft의 예전(2006년 이전 제품) UI들은 이를테면 모든 기능은 단 하나의 기능 위계구조 hierarchy 에서 정해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툴바 등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약간 수정은 가할 수 있었고, 사용빈도에 따라 일부 기능이 잠깐 숨어있을 수는 있었지만, 그 위계구조만큼은 흔들림 없이 pull-down menu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서 Apple이나 Google의 UI는 사실 분석해보면, 기능의 위계구조라든가 확고한 UI design guideline 이라든가 하는 것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사용하기 편하다"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 우선 불필요한 기능들을 없애거나 다른 기능과 합쳐놓아서 시스템 자체가 간편해졌기 때문이고, 둘째는 바로 전체 구조나 원리원칙보다는 각 순간에 필요한 기능들을 적당한 위치에 놓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Inconsistent UI of iPod Touch

급조한 자료: iPod Touch에서의 정리되지 않은 UI

Microsoft가 2007년 버전의 Office 군에 탑재한 Ribbon UI 라는 것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Ribbon UI"는 마케팅을 염두에 둔 호칭이고, 좀더 젠체하고 싶은 학계나 업계에서는 "Fluent UI"라든가 "Result-Oriented UI"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동안 정보구조설계(IA: information architecture)에서 주제로 삼았던 각 수준의 균등한 배치라든가, 유사성에 의한 군집화라든가 하는 것들이 통채로 무너진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각 어플리케이션마다 들어있는 첫번째 탭인 "홈"에는 온갖 기능들(복사/붙이기, 글꼴편집, 서식편집, 도형삽입, 검색 등)이 실로 다양한 표현방식(여러 크기의 아이콘과 레이블들이 여러가지 '새로운' 방식의 pull-down menu 들과 함께 다채로운 조합을 이루고 있다)으로 한판에 뭉쳐 있으며, 다른 탭들의 구성과 순서는 어플리케이션마다 전혀 다르게 되어 있다!

Ribbon UI in Microsoft Office Applications: the Handy Mess

더욱이 하나의 어플리케이션 안에서 "홈" 탭에 나오는 기능들 중 대부분은 다른 '탭' 메뉴에서 중첩되어, 게다가 전혀 다른 메뉴 깊이 depth 와 표현방식(아이콘으로 나와있던 것이 다른 아이콘 아래의 pull-down menu에 들어가 있다든가)으로 나타나 있기도 한 거다! (아래 그림에서 같은 색 네모는 같은 기능의 다른 위치와 구성을 표시했다. 이 외에도 중첩된 기능은 여러 개가 더 있지만, 그림판의 한계로 -_-;; 대표적인 것만 표시했다.)

Ribbon UI in Microsoft Office Applications: the Handy Mess

솔직히 나는 이 Ribbon UI가 Microsoft의 초대형 삽질이라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다는 것에 충격을 먹은 자칭 'UI 전문가' 중 하나다. 결국 사람들은 어떤 작업을 할 때 눈앞에 필요한 기능이 그때그때 눈에 띄게 도드라져 있으면 그걸로 오케이... 정보구조(IA)나 군집화(grouping) 같은 논리는 필요한 기능을 찾는 데 실패했을 때 비로서 필요한 거라는 거다. ... 뭔가 혁신적이고 ground-breaking 느낌이 나면서도, 사실 결국 UI 역사의 시작인 과업분석 task analysis 으로 돌아가는 기분도 들고 그렇지만, 어쨌든 Ribbon UI가 다름아닌 Microsoft 같은 조직에서 나와서 나름 의도한만큼의 성공을 거두는 걸 보면서 뭔가 UI에 대한 생각을 좀 바꿔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

Be more flexible - from The Incredibles

"I think you need to be more... flexible."

... 앞서 올린 BMW Gina 동영상에 나오는 마지막 한마디가 결정적으로 내 옆구리를 찔러 버렸다.

"The Gina philosophy, in a short form? ...
It's about being Flexible. Thinking flexible. Acting flexible.
Context OVER dogma. That's it."

뭐 어쨌든 (원래는 자동차 차체에 유연한 천 소재를 사용한 것을 강조하기 위한 문구였겠지만...) 옆구리를 찔렸으니... 좀 본격적으로 고민해 볼까나. -_-;;; 특히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 업무에서 "게임 UI는 어플리케이션 UI와 달라요..."라는 이야기를 몇번이나 들어서 살짝 공황상태에 빠져 있으니, 동기와 소재는 충분한 셈이다.

빠샷! o(-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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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UI 기술" 혹은 "HCI 기술" 이라는 말은 사실 일반적으로는 안 쓰이는 단어의 조합이다.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하던 무렵 "디자인은 공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든가 하는 경구와 함께 종종 등장하는 '기술'이라는 것은 종종 technology가 아닌 technique의 의미로 혼용될 정도로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그러다가 다소 수동적인 사용성 향상을 꾀하는 GUI가 아니라 아예 사용 방식 자체를 바꿔버리는 적극적인 사용성 향상 방법으로 언급된 것이 소위 "UI 기술"이라고 뭉뚱그려진 다양한 입출력 기술이었고, 그저 회사에서 그런 접근방법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없는 자리를 만들어 살아남으려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발버둥치다보니, 이 이상한 단어 조합이 어느새 제법 쓰이게 되었다.

이 "UI 기술"이라는 단어는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대로 싫어하고,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대로 싫어하는 표현이긴 했지만, 사실 디자이너에게는 상품기획에서 만든 모호한 글자와 도형 -_- 을 시키는대로 구체화/시각화 시키는 것 외에 뭔가 주도권을 잡고 싶은 빌미(그렇다고 발명을 하겠다고 한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는 없고...)가 필요했고, 엔지니어는 또 나름대로 복잡한 알고리듬 문제(더이상 백날 파봐야 결론도 안나고, 하드웨어가 더 빨리 좋아지니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보다 현실세계에서 주목받고 환영받는 응용기술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던, 아마도 상호보완적인 개념이었다. (이제와서 보면, 그건 아무래도 한시적인 휴전이었던 듯. -_- )



그로부터 5년이 넘게 지난 지금, 지난 주에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실무디자이너를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데, 그 중 "UI 기술"에 대한 한 꼭지를 맡아보겠냐는 거 였다. 핑계김에 한번 머릿속이나 정리해 볼까 했다가, 결국 다른 일정과 겹칠 듯 해서 사양하고 말았다. (사실 요새 회사가 좀 바빠서... 한다고 했더라면 주말은 고스란히 반납했을 꺼다. -_-;;; )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받은 커리큘럼은,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적이었다.

과목: UI & HCI 구현 기술 현황
내용: Interaction I/O 및 HCI 최신 기술 이해 및 구현 사례 소개
개요:
본 강의를 통해 최근 UI 및 HCI 기술의 발전 현황 및 국내외 기업의 제품 적용 사례와 향후 발전 가능한 UI 및 HCI 기술이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게 된다. 특히 감성적 UI의 접근 방법으로 Muli-Modal UI가 제품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각 적용된 사례 들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Touch 및 Haptic UI에 적용되고 있는 다양한 센서기반의 UI도 파악하게 된다. 또한 GUI 디자인 구현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파악한다 (2D, 3D 구현 방식) 위와같은 HCI 기술의 기본적인 이해와 각기술에 따른 Interaction이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 지를 파악함으로써 성공적인 UI를 만들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도록 한다.

물론 교과과정을 잡는 데에 이전 직장의 분이 자문해 주셨다고는 하지만, 어느새 "UI 기술"이라는 단어가 이렇게까지 자리잡고 들어있다니 정말 반갑기 그지 없다. (감성적 UI라든가, "이슈가 되어 있는 Touch 및 Haptic UI" 라든가 하는 부분은 좀 생각이 다르지만 ㅎㅎ ) 예전에 회사 내에서도 최근 UI 관련 학회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며 HTI로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외치곤 했는데, 이렇게 외부의 교육에 - 6~7일 교육에 딱 2시간 뿐이긴 하지만 - UI 기술, 혹은 HTI 분야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니 분명 기념할만한 시작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자신들(학과/부서/개인)이 추구하는 "디자인"이 "그림"인지 "개발"인지 "기획"인지를 명확히 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무엇을 하던 그 사람은 "디자이너"라고 불릴 수 있지만, 이도저도 아니라면 "디자이너"라고 하더라도 "월급쟁이"에 불과할 것이다. 나도 확신이 없고 누구한데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UI 디자인을 시작하던 때의 꿈은 "개발"에 가깝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P.S. 사실은 홍보를 부탁받기도 한 -_- 위 교육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KIDP 홈페이지에 있는 공지를 보면 찾아볼 수 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쿨럭 ;ㅁ;



(다음날 아침에 추가)
Curriculum for UI-Friendly Sensor Seminars

ㅎㅎ 이런 일은 늘 재미있다. 하필이면 오늘 새벽에 도착한 메일 중에, 미래기술교육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친 UI 대응 터치센서 및 센서응용현황 세미나" 라는 교육 안내 메일이 있다. 정작 들어가보니 딱이 "親UI" 라는 표현이 없는데, 굳이 그렇게 온 건 아마도 UI 업계의 목록을 통해서 메일을 보낸 것 같다. 그나저나 "親UI" 라니! 영어로 하면 "UI-Friendly" 아닌가! ㅋㅎㅎ

기술 측면에서의 접근답게, 이 교육의 커리큘럼(오른쪽 그림)은 좀더 공학적인 깊이가 있다. 비록 UI 기술을 제한된 종류의 센서로만 국한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터치 센서와 관련 기술인 투명전극 이외에도 (아마도 다음 UI 혁신을 주도할) 이미지 센서에서부터 MEMS, 나노 기술을 이용한 센서, 환경 센서, 심지어 바이오칩 이야기까지 할 모양이다. 게다가 '자동차용 센서'라는 모호한 이름이긴 하지만, 일전에 말했듯이 역시 IUI를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은 자동차라는 생각에 관심이 가는 강의도 있다. 아무래도 UI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한 강의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HTI 분야에 관심이 있는 디자이너라면 한번 참여해 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로 다채로운 구성을 돈과 시간을 투자해 들을 수 있는 실무자가 과연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OTL...)

어쨌든, 소위 '미래기술'을 연구한다는 곳에서도 역시 UI에의 응용을 하나의 중요 시장으로 보고 "UI-Friendly Technology" 라는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뭔가 변화가 있기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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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Machine Got Faces

2008.06.22 23:53
찾아보니 2004년의 일이다. 한창 가정용 로봇의 얼굴표정을 가지고 고민하고 난 참에, 일본 Toyota의 "얼굴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가 외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미 일본은 다양한 스펙 -_- 의 얼굴을 가진 가정용 로봇이 만들어져 있었고, 특허 내용은 사실 그런 방식을 자동차에 적용한 것으로, 기준이 되는 감정상태는 운전자와 승객으로부터 직접 입력되기도 하지만, 운전 조작의 상태로부터 자동차 스스로 판단하기로 한다고 한다.
Car with Facial Expression - Toyota patent

Picard 교수의 <Affective Computing>를 인용하자면, - 비록 이 저서가 논문 한편 분량의 아이디어를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그 아이디어만큼은 무척 재미있다 -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인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라면, 기계의 감정 역시 기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기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즉, 기계의 내적 상태 - 이를테면 CPU가 과부하되고 있다든가, 저장용량이 그득히 찼다든가, 반대로 메모리가 텅 비어서 별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든가 - 를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MMI 혹은 HCI 환경에서 보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상호작용을 도와줄 거라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2004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는 사뭇 유치해 보이더라도, 상당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였다. 문제는 이 로봇장치를 통한 감정표현이라는 것이 잘 디자인된 경우를 봐도... 유치해 보이거나, 섬칫해보인다는 부분이었다. 아래의 두 그림은 내 생각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PaPeRo, a Home Robot by NEC
Kismet, a Sociable Robot by MIT Media Lab.


위 왼쪽의 유치해 보이는 로봇은 NEC의 PaPeRo, 오른쪽의 섬칫해 보이는 로봇은 MIT의 Kismet이라는 로봇이다. 사실 위 자동차 특허는 기술적 구성 상으론 Toshiba의 ApriAlphaPhilips의 iCat을 좀더 닮았지만, 해당 나라의 디자인 취향을 반영한다고 쳐도, 앞서 말한 잘 디자인된 경우는 아니다. (어쩌면 내 취향일지는 모르겠다... -_-;; ) 특히 PaPeRo는 몸통에 머리만 달린 대부분의 가정용 로봇(=홈로봇, home robot)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Kismet은 이후 보다 '덜 무생물스러운' 후속 로봇들이 많이 있지만, 그 기괴함은 여전하다. 이 두가지 로봇은 아마도 아래의 Uncanny Valley에서 서로 반대쪽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는 사례일 것이다.

Uncanny Valley

[○] 우리나라의 사례: ETRI (6월25일 추가)



얼굴 표정을 통해서 인간-기계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런 노력도 결국 이 골짜기를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접어두고 있던 이 "기계의 표정"이는 주제가 다시 떠오른 것은, 얼마전부터 인터넷에 돌기 시작한 BMW의 컨셉 자동차 GINA 덕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표면재질을 천으로 만들고, 대신 내부의 골격으로 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무엇보다 천의 탄성과 유연성으로 자동차의 모양이 물리적으로 변형하면서도 유기적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는 물론 그 사진들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멋진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천 소재를 사용했기에 상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디어만큼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똥차다.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단지, 나에게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그 디자인보다... 수석 디자이너인 Chris Bangle이 등장하는 아래 소개 동영상의 마지막 1컷이다.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기계장치(레버, 축, 직선 같은 시각요소들)가 철저히 감춰져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이런 방식이라면, 기계의 얼굴표정이라는 개념이 Uncanny Valley를 빠져나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항상 실내에 머무는 가정용 로봇이라면 자동차에 비해서 천 재질을 사용함에 따른 문제가 훨씬 덜 할 것이고, 게다가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다른 것들 - 주로 이 단단하고 무거운 것이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 이 천 재질의 표면을 사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표면의 오염이라든가 하는 문제는 요새 많이 나오는 '첨단' 재질을 사용한대도 플라스틱이나 금속 코팅보다는 싸게 먹힐 것 같다.

아직 내가 로봇 UI... 혹은 HRI를 하고 있다면, 꼭 고려해보고 싶은 방식이다. 뭐 사실은 그렇다고 해도, 그보다는 더 큰 질문 - "그래서 그 비싼 로봇이 집안에서 뭘 해주는데?" - 에 여지껏 대답하지 못해서 끙끙대느라 정작 중요한 다른 생각(?)은 못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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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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