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딱 한 종류의 서비스(여행상품 검색)만 제공하는 영세한 회사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그럼에도 불구하고 4가지 모바일 OS(iOS,Android, Windows Phone, Blackberry)를 대상으로 앱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타블렛 버전을 따로 치면 6가지 UI. 뭐 대단한 야망이 있다기보다 워낙 공돌이 마인드로 뭉쳐진 회사라 세상에서 어느 정도 쓰이고 있는 모바일 OS들은 한번씩 손을 대봐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지만, 덕택에 서로 다른 OS의 UI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비교하느라 공부는 많이 된다.


책은 잘 안 읽지만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IBM UCD Lab 시절부터 열심히 찾아 읽는 성격이다. 그만큼 교과서 역할과 신문 역할을 잘 해주는 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가이드라인을 읽다보면 재미있는 점이 눈에 띄기도 한다. 몇년전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이드라인이나 애플의 가이드라인이나 뭐 비슷한 내용이었는데, 최근에는 UI 특허로 치고받으면서 피흘리는 경우가 워낙 흔해서 그런지 각 OS의 디자인 권고사항에 "쟤네처럼 만들지 마요"라고 되어있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는 것이다. 특히 Windows 8와 함께 등장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위 모던 UI에서 "Be authentically digital"이라는 디자인 원칙은 아예 경쟁사인 애플의 가이드라인 중 "Metaphors"에서 나오는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을 정도.


[O] 스큐어모피즘 논란에 대하여 -----


뭐 어쨋든 이런 형편이다보니, 아무리 단순한 UI라고 해도 그냥 OS 만든 사람들이 내놓은 가이드라인만 믿고 갈 수가 없게 됐다. 당장 가장 단순한 UI 요소조차도 남들이 쓰는 방식을 빼고 무리해서 차별화하려다 보니 OS의 가이드라인 자체가 사용성이 떨어지는 방식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일일히 사용성 평가를 진행해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이야기. 그동안은 협력하고 있는 모바일 개발사에서 사용성 평가 역량이 되는지라 그 부분까지 한꺼번에 맡기는 방식으로 어찌어찌 버텼는데,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위 "Modern UI"와 곧 출시되는 Blackberry 10의 독특한 (독특하게도 모든 UI가 짬뽕되어 있는) "Flow UI"를 적용해서 앱을 만들다보니 그만한 역량이 되는 개발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예산 문제도 있었고. ( '-')y~


결국 그래서 앞으로 모바일 앱에 대한 사용성 평가도 내부에서 추진하기로 결정. 당장 필요한 모바일 기기 사용성 평가 장비를 만들게 됐다. 이번이 세 번째로 만들어보는 것 같은데, 재료부터 완성까지 모두 혼자서 해본 건 처음이다. ㅋ


사실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일이라서 주요한 재료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는 대충 찍어놓고 있었다. 구조를 만들 재료는 DIY 전문매장인 B&Q, 전기배선은 Maplin. 외근하겠다고 얘기하고 에딘버러에 딱 하나씩 있는 이 매장들을 한바퀴 돌면서 어떤 재료가 있고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어리둥절해 하는 직원들과 함께 매장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대충의 설계를 했다. 결국 사온 물건들은 목이 구부러지는 스탠드, 케이블 레일(15cm만 있으면 되는데, 2미터 단위로만 판다;;;), 그리고 와셔, 벨크로 테이프 등등.


Building Mobile Usability Testing Kit: Raw Materials


아마 우리 회사에서 업무의 일부로 톱질한 사람은 내가 처음일게다. -_-;;; 심지어 설비팀에서도 십자 드라이버 하나 (사실 PC나 서버 조립하는 데에는 이거면 충분하니깐) 밖에 없다고 해서 결국 실톱에 사포까지 사야 했다. 두어시간 사무실을 시끄럽게 하고나서... (사포질이 몇년만이냐... ㅠ_ㅠ )


Building Mobile Usability Testing Kit: Structure Frame


위 사진 왼쪽에 보이는 물건이 만들어진 기본 얼개가 된다. 드릴이 없었는데, 구멍 하나 뚫자고 새로 사기는 아까와서 그냥 커터칼로 후벼팠다. -_-a;;


Building Mobile Usability Testing Kit: Microsoft LifeCam HD-6000

다음은 카메라. 인터넷을 뒤져보니 USB 웹캠 중에서 품질이 좋고 그나마 대가리가 작은 놈(받침대를 제외하면 3cm 정육면체 정도 된다)이 Microsoft LifeCam HD-6000이라서, 그걸로 주문을 했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IT 장비에 대해서는 예산을 아끼지 않는 편이지만, 받으면 바로 분해해서 카메라 부분만 쓸꺼라고 하니까 좀 멈칫하기는 했다. ㅎㅎㅎ 어쨋든 택배가 오자마자 바로 뽀각. (사실 "뽀각"이라고만 하기는 좀 복잡한 과정이 있었다. 내부 구조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잘라버릴 수도 없고 해서, 받침대의 플라스틱 부품들을 플라이어(뻰찌)로 일일히 조금씩 열어보면서 조각조각 떼내야 했으니까.)


Building Mobile Usability Testing Kit: Off with the camera


전에 다니던 연구소에서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어깨너머로 배웠던 기술이 많은 도움이 됐다. Thermal contraction tube라는 이름으로 배웠던 "열수축튜브"를 여기쟁이들은 heat shrink tube라고 하는 걸 알아내기까지 좀 헤매긴 했지만.


Building Mobile Usability Testing Kit: Wiring 1


뭐 남은 건 그저 튀어나온 부분 갈아주고, 너트 제대로 조여주고, 전선 정리해 주면 된다. 여기서부턴 단순히 정리 작업.


Building Mobile Usability Testing Kit: Wiring 2


다른 일상적인 업무들도 병행하느라고 결국 시작에서 완성까지는 총 3일이 걸렸다. 웹캠 구매하느라 이틀동안 택배 기다린 걸 제외하면, 밖에서 3시간 쇼핑하고 사무실에서 4시간 정도 짬짬이 뚝딱거린 것만으로 꽤 그럴듯한 물건이 나왔다.


Completed Usability Testing Kit for Mobile Devices


팀에서 쓰는 사용성 평가용 노트북에 연결해서 동작시켜 봤는데, 기대했던대로 동작해 준다. Morae Recorder와도 문제없이 연결되고. 과도하게 친절한 자동초점 기능 덕택에 잠시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었지만, 다행히 옵션에서 바로 해결.


[O] 재료 목록 및 가격 -----


아직도 모바일 기기의 사용성 평가 키트를 USB 카메라로 직접 만들어서 쓰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제한된 조건 하에서 업무를 하려면 가끔은 UI가 막 자리잡던 시절의 막막한 상황으로 돌아가야 하는 때가 온다. 한편으로는 그런 때를 통해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라는 방향성과 큰 원칙을 되새기게 되고 회사 내에서도 그때그때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늘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니 나름 도움은 되지만.


이제 이번 주부터는 요 장난감을 갖고 바로 평가에 들어간다. 과연 큰 문제 없이 그 역할을 해줄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난 주 며칠은 이걸 만들면서 뚝딱뚝딱 재미있게 보냈다!!!


참고: 이 글은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의 한글/블로그 버전입니다.


... 이제 그만 놀고 일해야지. ㅡ_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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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Cover design from Print magazine, Nov-Dec 1990

위 그림은 1990년 편집 디자인 잡지 <Print>의 표지로 등장해서 한동안 꽤나 입에 오르내렸던 픽토그램이다. 직업별로 자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나름 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디자이너가 자는 모습(?)은 맨 끝에 표현되어 있다.


... 디자인이라는 직업은 참으로 개떡같은 특징을 하나 가지고 있다.

"모던하면서도 매력적인", "직관적이면서 구태의연하지 않은", "아이폰만큼 좋지만 아이폰과는 차별화되는" ... 누구나 알고 있는 이상적인 디자인은 구체적이지 않으면서도 참 쉽게 이야기되는 반면, 정작 그걸 흠잡을 데없이 구현해내야 하는 책임은 오로지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팀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게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 분야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듯 하면서도, 디자인을 평하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아무도 망설이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디자인이 예술이 아니라고 하면서 그런 상황에 대해서 불평한다는 것 또한 프로답지 못하다.)

결국 이 직업은, 어떤 현실적이고 확실한 정량적 기준이 있어서 그 조건을 충족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그저 한없이 높기만 한 이상론을 현실적인 요구사항들 속에서 해내야 하는 게 일상이다. 게다가 다른 디자이너들은 그 이상을 왠지 이루어 버린 듯한 한데, 서로 다른 주변 여건을 핑계 삼기는 좀 심하게 민망하다. ... 무엇보다 내가 처한 여건이 완벽하지 않다는 건 사실일런지 몰라도, 앞서 멋진 결과물을 내놓은 디자이너의 여건이 어땠는지는 순전히 상상에 불과하니까.

학생때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듯이, 내가 천재 디자이너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보통의 디자이너와 보통의 디자인팀들이 이상적인 디자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면 절대적으로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필요하다. 주어진 디자인을 몇번이라도 토론하고, 검증하고, 고민하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서 좀 더 심도있는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디자인 작업은 쏟아지는 요청에 대응하기도 바쁜 상황.

물리적인 작업 시간이 빠듯한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답은 "선택과 집중"에 있다. 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그러기 위해서 나머지 부분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현실적인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Web Anatomy - Korean edition
이번에 UX 디자이너 박지은님과 함께 번역을 마쳐 출간한 책 <웹사이트 해부하기>는 바로 이 "선택과 집중"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랙션 디자인 프레임워크라는 개념을 주창하고 있는 원 저자는 그 장점을 이것저것 나열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와 닿았던 부분은 반복되는 디자인 업무에 대해 효율을 높임으로써 중요한 부분을 디자인할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점이다.

어느 정도 규모의 디자인팀이나 경험 많은 디자이너라면 이미 어떤 식으로든 나름의 디자인 패턴을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터랙션 디자인 프레임워크"는 디자인 패턴의 확장된 개념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 하나하나의 차원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의 차원에서 디자인 작업을 관리하고 공유함으로써 디자인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효율적으로 처리한 디자인 작업 덕택에, 프로젝트에서 독창적이고 재미있는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시간을 투자하고 많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 우리네 솔직한 현실로는, 그 남는 시간에 천재적인 발상이 떠올라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기 보다 그저 제때 퇴근해서 내 침대에 누워 누워 잘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늘어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그렇게 행복한 디자이너라도 만들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있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행복한 디자이너가 행복한 UI를 만드는 법이니까.


[+] 옮긴이의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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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What's Been Going On?

2011.01.16 13:03
이 블로그에 글이 안 올라온지도 몇 개월이 됐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일이 많았습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나름 세웠던 목표도 이제 달성한 셈이고 해서 한동안은 그냥 닫을 생각이었는데, 그나마 이 블로그 아니면 온라인 자료를 모아놓을 방법도 없고 해서 앞으론 그냥 짧게 짧게 스크랩 위주로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를 그냥 퍼나르는 블로그는 지구적인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수준은 벗어나도록 애쓰겠습니다만, 솔직히 이제 뭐 하나 아는 체하면서 이런저런 가설을 주워담기에는 공력이 바닥나고 있네요. 어차피 개인 블로그, 그냥 제멋대로 갖고 노는 걸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며칠간은 모니터 옆에 잔뜩 붙여놓은 밀린 글들을 짬짬이 올리겠습니다.


... 근데 아직도 이 블로그를 보는 사람이 있으려나. ㅡ_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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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otics Meets Game

2009.12.08 22:24
점심시간에 아래 그림을 발견.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기호학과 현대미술과 게임을 아는 사람만이 재미있을 수 있는 그림인 듯. 그냥 눈에 띄길래 스크랩해 두기로 했다. 원본 출처는 T셔츠 파는 웹사이트. 사실 이거 살까 고민 중이다. ㅡ_ㅡa;;;



요새 사용성 평가 전후로 일이 좀 밀려서 블로깅을 할 (정신적인) 여유가 없다. 뭐 이러다가 또 널럴해지는 날이 오겠지. 룰루랄라.



This is not a Button.
추가) 그러고보니 예전에 올렸던 "이것은 버튼이 아니다"와 연결지을 날이 올지도. 일단은 생각난 김에 링크. 또 누군가는 잘도 갖다 붙인다고 하겠지만.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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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컬한 내용으로 유명한 사우스 파크(South Park)라는 TV 애니메이션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한 엉터리 사업가의 소위 '사업계획'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Gnomes' Business Plan, from South Park

애니메이션 내용은 위의 링크에 자세히 나오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어쨋든 위 장면은 어떻게 결과를 이룰 수 있는 지에 대한 계획 없이 일단 뭔가 하면 될 것이라는 식의 접근법을 풍자할 때 종종 인용된다.

(1) 빤쓰를 모은다.
(2) ???
(3) 이익을 남긴다.

그런데 위의 문장들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1) 사용자를 관찰한다.
(2) ???
(3) 좋은 UI를 디자인한다.

혹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도 있다.

(1) 사용자 니즈를 조사/분석한다.
(2) ???
(3) 좋은 UI를 디자인한다.

조금만 더 솔직해져 보자.

(1)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한다.
(2) ???
(3) 좋은 UI를 디자인한다.

위의 "???"에 들어갈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UI 디자인에 있어서 사용자 연구 방법론을 역설한다는 것이 Gnome의 엉터리 사업계획과 뭐가 다를까?



멘탈모델: 인간 행위에 기반한 디자인 전략
지난 몇개월 동안 저녁과 주말시간을 투자한 번역작업이 드디어 마무리되어, <Mental Models: Aligning Design Strategy with Human Behaviour>라는 책이 <멘탈모델: 인간 행위에 기반한 디자인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사실 UI/UX 한다는 사람치고 "멘탈모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게 실무적으로 어떤 "문서"이고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건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사용자 연구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사용자의 마음 속에 있다는 이 모호한 멘탈모델이라는 개념을 이러저러하게 정리하면 되더라는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멘탈모델 개념과 문서는 UI 설계문서의 형식만큼도 일반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누가 그 보고서를 쓰는냐에 따라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내용을 멘탈모델로 정리하는 방법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 책도 결국은 한 경험 많은 사용자 연구 전문가의 노하우를 정리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상품을 기획하거나 그 UI/UX를 실제로 설계하는 단계에 앞서서 반드시 거쳐야 할 사용자 연구 단계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각각의 순간에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자세히 기술하고 있어서, 단지 개념적이고 원칙적인 사용자 중심의 접근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작업들이 사용자 연구를 수행해서 그 결과를 정리하고 궁극적으로 UI 디자인 실무에 전달될 수 있는지를 철저히 업무 중심으로 설명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도 가끔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실제적이고, 실무자들끼리 술자리에서나 나눌 법한 술수라든가 푸념까지도 죄다 적혀있는 것이다.

나름 번역을 진행하면서는 이 책이 위에서 말한 "???" 부분을 채워주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인에 있어서 그나마 이론적인 배경을 찾아서 UI 분야에 뛰어든 실무자들에게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받아 들여질까?

아래는 책에 포함된 "옮긴이의 글". 사실 위의 내용은 아래 글을 쓰면서 차마 넣지 못한 부분이다. ^^;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은 어쩌면 이상주의자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UX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관련 문헌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기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UX 디자인의 이상을 품고 다양한 방법론을 익힌 사람들이 실제로 회사에서 겪게 되는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용성 평가에 예산과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물론이고, 모든 세부사양이 결정된 상태에서 기본적인 UI 디자인 작업에 주어지는 시간조차도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주어진 조건에 따라 양산하듯 진행하다 보면, 문득 학창시절 들뜬 가슴으로 읽던 책들에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책에서 읽은 이상 중에서 UX 실무자가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여러 기법 중에서 실제로 업무에 적용한 건 무엇이었는지를 뒤돌아 보게 된다.

처음 이 책의 번역을 의뢰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미 다양한 기법들로 가득한 UX 분야에, 방법론에 대한 책이 과연 더 필요할까?’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어나 보자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동안 UX 분야에서 애매모호한 개념으로나 소개되어 왔던 사용자의 “멘탈모델”이라는 것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고, 그걸 무려 책 한 권의 분량으로 풀어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동안 UX 분야의 실무자들에게 있어서 “멘탈모델”이라는 말은, “기존의 UI는 사용자의 멘탈모델과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용자가 생각하고 있는 무언가를 적당히 에둘러 말하기 좋은 용어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만일 누군가가 “그글자색래서 그 멘탈모델에 따르면 사용자가 원하는 건 뭔가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직관적으로 떠오른 UI 디자인을 갖다 붙이지 않고 사실에만 근거해서 대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우리에게 있었던가? 이 책에서는 멘탈모델을 간단한 도표로 작성함으로써 확신을 갖고 “사용자의 멘탈모델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다년간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새로운 UX 방법론에 대한 학습서라기보다, 차라리 여러 해 실무에 찌든 팀장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전수해주는 노우하우에 가깝다. 무리해서 내용을 그럴 듯하게 꾸미지도 않고 장대한 비전을 제시하지도 않지만, 그 내용에는 오랜 경험과 고민 끝에 그려낸 확고한 전략과 그 전략을 실행할 탄탄한 시나리오가 녹아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야기는 때로는 다독거리면서 올바른 길을 가르쳐 주고, 때로는 혹독한 현실을 냉정하게 일깨워 주며, 그런 현실을 흔들림 없이 마주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준다.

이 책에서 결과물로 제시하는 멘탈모델 자체는 한 장의 도표지만, 여러가지 실무 환경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사용자의 멘탈모델을 구축해온 저자의 경험과 노우하우는 이 책 한 권을 모두 채우고도 넘친다. UX 실무자들이 각자의 업무 환경에서 확고한 사용자 멘탈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흔들리지 않는 지침으로 삼는 데에 “멘탈모델” 한글 번역본이 일말의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후략)



P.S. 에휴... 사실은 그냥 오타나 비문 같은 거나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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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7 was My Idea

2009.10.25 06:49
TV를 보다가 눈길을 끄는 광고를 봤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Windows 7을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광고를 시작한 모양인데, 그 카피가 이전에 사용하던 "I'm a PC."에다가 "... and Windows 7 was My Idea."라는 구절을 추가한 거다. 위 동영상은 호주에서 방영한 거지만 영국판도 사람만 다를 뿐 비슷한 구성. Windows 7의 특징 중에서 몇가지를 각각 다른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주장하는 거다.

이 광고는 대대적인 캠페인으로 이뤄질 것 같다.



이번 윈도우즈 7은 예외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자 중심적으로 잘 만들었다고 칭찬이 자자한데, 이 광고 캠페인도 그런 점을 내세우고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에는 몇가지 "재미있는" UI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시스템 전반에 걸친 사용성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증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리 써 본 사람들도 여러가지 측면 - 안정성, 보안, 그리고 무엇보다 사용성 - 에서 XP에서 드디어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으니 실제로 써보기 전까지는 판단을 미뤄야 겠다.

사실 "재미있는" UI가 몇개 추가됨으로써 사용성이 향상되었다는 걸 가지고 뭐라고 해서야 "Fun UI" 찾겠다고 나선 입장에서 좀 앞뒤가 안 맞기는 하지. 애플의 Mac OS의 사용성이 좋다는 것도 반절 가량은 재미에 의한 거고, 그렇다면 마소가 그걸 따라하는(?) 것도 사용성 향상 노력이라고 봐야 할 듯.

아 뭔가 어렵다.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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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d Toilet Paper Holder

2009.08.14 04:24
iCarta - iPod-docked Toilet Paper Holder
... 뭐 설명이 필요있겠나. 그냥 며칠 전에 여기 Gadget Show라는 TV 프로그램에서 잠깐 스쳐지나간 물건이 생각나서 스크랩해 두기로 했다. 일명 iCarta Stereo Dock for iPod and Bath Tissue Holder. 'TV에 나왔을 때는 설마 저런 게 있나? 마치 일본에서 나온 "쓸모없는 발명품 101개"에 실렸을 법한 조합인데...' 라고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실제로 팔리고 있다니.

단순히 일반 아이팟 스피커에 휴지걸이를 달아놓은 단순한 조합인 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이걸 실제로 개발해서 팔 생각을 한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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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Day in Life with MIDs

2009.08.07 01:05
예전에 올렸던, 휴대폰의 과다한 기능을 풍자한 동영상이 상상의 발로였다면, 그로부터 몇년 후에 올라온 이 동영상은 현실의 기능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만 빼고 모두 실제 기능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의 모습으로는 조금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몇가지 기술과 적절한 UI가 더해진다면 실제로 미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 사실 이 동영상은은 꽤 오래전(작년 6월자)에 구글에서 했던 이벤트였던 모양인데, 모르고 있다가 구글 웹사이트 구석에서 발견하고 그냥 앞의 동영상과 비교할 겸 스크랩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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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통신사 O2에서 O2 Joggler라는 디지털 액자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여러번 있었으니 뭐 새롭다할 건 없지만, 그래도 하도 광고를 해주는 덕택에 궁금해져서 한번 들여다 봤다.

O2 Joggler

통신사에서 만들었다길래 당연히 휴대폰 망을 쓰는 줄 알았더니, 의외로 WiFi나 유선 랜에 연결해서 쓰는 웹 기반의 서비스다. O2 웹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O2 Calendar에서, 가족/친구들끼리 일정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공유된 일정을 Joggler 장치에 다운로드 받아 보여주는 듯. 공유 일정이라면 Google Calendar에서 해주던 거지만, 무슨 생각인지 저 위에서 보이듯이 "Your New Fridge Door"라는 카피를 중심으로 그 일정공유 기능을 가장 앞세워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다.



물론 PC와 연결해서 사진, 동영상, 음악을 다운로드/재생할 수 있는 건 기본이고, 일반/스포츠 뉴스(이 동네에선 스포츠 뉴스가 세상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를 알려주고 날씨와 교통상황도 알려준다. 간단한 게임도 들어가 있고, 문자 송수신과 인터넷 라디오도 넣을 예정이라고 한다. 요컨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이것저것 집어넣었다는 건 이제까지 나온 물건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데, 단지 그 중심을 사진 재생(디지털 액자)이나 최신정보 제공(대쉬보드)으로 잡지 않고 가족 간의 일정정보 공유로 잡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 되겠다.

[O] 참고: O2 Calendar 사용 동영상


개인적으로 디지털 액자에 대한 애정도 있고 해서 아쉽기도 하고, 솔직히 저렇게 냉장고 문에 붙여놓은 온갖 맥락의 정보들을 작은 화면에 건조하게 나열한다는 게 좋은 생각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하지만 이 기기(혹은 서비스)가 통신사에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는 유일한 점 - 일정알림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도착한다 - 을 최대한 살린다고 생각하면 뭐 나름의 고충은 이해가 간달까.

O2 Joggler
지난 십여년간 실패를 거듭해온 컨셉에 작은 (7인치) 화면, 기껏 휴대폰 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원선에 랜선(WiFi가 없다면)까지 꼽아야 하는 물건을 만들어 내다니. 솔직히 유용할 것 같지도 성공할 것 같지도 않은 물건이지만, 그래도 GUI를 보면 구석구석 공들인 흔적이 보이니 '행운'을 빌어주는 수 밖에.

YouTube에 위 광고가 올라왔나...하고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동영상을 발견했다. 동영상간 링크 기능을 활용한 Walkthrough가 올라와있다. O2에서 공식적으로 만들어 올린 것 같기는 하지만, 이 링크 기능이 동영상 미연시 게임을 만드는 데만 유용한 게 아니었구나... ㅎㅎ



... 결국 터치스크린을 쓰고 있다는 것일 뿐, 터치 UI에 대한 재미있는 점은 하나도 없었다. 이거 블로그 성격에 안 맞는 글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모처럼 썼으니 올리자. ㅡ_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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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요새 번역하는 책이 사용자 리서치에 대한 내용이다보니, 이 문제에 대해서 평소보다도 더 관심을 쏠려있는 상태다. 뭐 예전에도 디자인에 대한 고민의 중간에는 늘 사람인(人)자를 넣어두기도 했고, 이 블로그의 태그 중에도 홍익인간(弘益人間)이 자주 걸리는 편이지만... 뭐랄까, 좀 더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기법을 고민하게 됐달까. -_-a

어쨋든, 사실 올려두고 싶었던 것은 - 간만의 삼천포? - 며칠 전부터 방영하고 있는 한 보험회사의 TV 광고다. 이 회사는 최근에 이름을 Norwich Union에서 AVIVA로 바꾸면서도 꽤 흥미있는 광고를 했는데, 이번에 한 광고는 이렇다.

[해당 동영상은 삭제되었으며, 해당 회사의 직접 요청에 따라 링크는 삭제합니다. 2014. 4. 8.]


I'm not a customer reference number.
I'm not a target market.
Always remember whose money it is.
Take me seriously.
Don't coat your language with corporate jargon.
Don't call me by my stage name.
Don't treat me like an idiot.
Remember me.
Just recognize me.
* This is not business as usual.
* This is company being built around you. This is AVIVA.

뭐 결국은 고객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하겠다는 거고, 대부분의 내용은 보험회사의 콜센터에만 한정된 말이긴 하다. 하지만 어쩌면 이 동영상, 사용자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그 연구에 참여할 사람의 마음가짐을 다잡아 준다는 쪽으로 꽤 의미있는 거 아닐까. ... TV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이제 적었으니 속 편하다. 자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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