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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I in General

Google Chrome - True Platform for Online Applications

by Stan1ey 2008. 9. 3.
구글에서 지난 2년간이나 비밀리에 개발해왔다는 웹브라우저, 크롬 Chrome 을 들고 나왔다. 어제 공개해서 좀 전에 다운로드를 시작했으니 2~3일만에 별도로 대단한 쇼도 없이 공개한 셈이다. 오오... 하는 기대감에 일단 하루 먼저 공개된 소개만화 -_- 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소름이 돋는 내용이 많았다. 무려 Scott McCloud가 그린 이 긴 소개만화는, 처음엔 "무슨 소프트웨어 소개를 수십장의 만화로 그렸대.."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곧 "만화로, 그것도 Scott McCloud가 그리지 않았으면 이해하지 못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콧 맥클라우드는 일전에도 잠깐 언급했던 <만화의 이해>와 그 후속작들(후속작들은 전작만큼 훌륭하지 못하지만, <만화의 이해>만큼은 그림을 그리고 보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픈 책이다)을 그린 사람이다.

Summary page from Google Chrome - the introductory cartoon by Scott McCloud
만화의 내용은 주로 소프트웨어 공학의 관점에서, 오늘날 인터넷의 활용경향 -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서의 - 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기존 웹브라우저들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와 구조적 문제점, 그리고 그로 인해서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 탈바꿈한 오늘날의 웹사이트 사용에 맞지 않는 점이 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구글 크롬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난 수년간 가능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 집적시킴으로써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특히 안정성이나 보안 측면에서 많은 진보가 있다고 한다.

... 솔직히 이 웹브라우저 자체와 그 성능에 대해서는 벌써 만 하루 가까이 전세계 블로거들이 떠들고 있으므로, 굳이 나까지 구구절절 토를 달 필요는 없겠다. 단지 구글 브라우저팀의 멤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설명해주는 방식을 보니 이 프로젝트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느껴졌고, 예전의 Scott McCloud의 잊혀진 팬으로서, 너무나도 Scott 스러운 그림체와 서술방식을 보게 되어 정말x100 반가왔다는 말만 해두자. (지난 몇년간 digital comic을 강조하는 Scott의 행보에 대해서 불만이 많아서 그렇다. -_-+ ) 오픈소스의 핑크빛 미래나 독립된 process로 관리되는 안정성 같은 것은 물론 UX 측면에선 향상된 점이겠지만, 결국은 당연히 되어야 할 것들이 이제서야 되는 것 뿐이다.

이 소개만화의 18쪽부터는, 잠시 소프트웨어 공학의 관점을 접어두고 UI가 논의되기 시작한다. 그 중 인상적인 장면을 몇대목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Excerpts from Google Chrome, the Cartoon - from page 18, 21, 24

위 그림들은 각각 18, 21, 24쪽에서 뽑아낸 그림들로, 첫번째 장면은 탭브라우징을 지원하면서 탭에 속한 주소창과 네비게이션 버튼들이 탭 위에 있는 이상한 기존 UI가 아니라 탭 아래에 두었음을 이야기하고 있고, 두번째 장면에서는 새로운 창[탭]을 띄웠을 때 무의미한 홈페이지나 빈 창을 띄우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가고싶어할 법한 페이지로의 링크를 띄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으며, 세번째는 사용자가 브라우저의 UI를 무시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는 UI 디자인의 철학 같은 것을 언급하고 있다.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잠을 미뤄가면서 설치해서 써봤다. 아래는 내가 만든 몇가지 구글 크롬의 스크린샷이다.

Screenshot of Google Chrome Screenshot of Google Chrome - New Tab
Screenshot of Google Chrome - Instant Search Screenshot of Google Chrome - Secret Mode

일단 'user'만 입력했는데 내가 돌아다닌 페이지들 중에서 해당 단어가 있는 내용을 걸러내는 걸 보면, 확실히 그냥 단순한 웹브라우저는 아니다. -_-+ 왠지 Google Docs 같은 훌륭한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 MS Office의 아성을 넘봤지만 결국 MS Internet Explorer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게다가 IE8의 성공적인 출시와 강화된 보안기능이 걸림돌이 되자 그냥 확 공개해 버린 듯한 느낌도 좀 드는 것이, 아직은 구석구석 미완성인 것 같은 부분도 있고 (DOM 관련 스크립트가 동작하지 않는게 좀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구글 툴바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거다! 구글 꺼 맞냐!!! -0-;;; 그럼에도 저 '시크릿모드'의 창은 귀여운 아이콘 외에도 설명도 깜찍하게 되어 있다. "스파이나 뒤에 있는 사람을 주의하세요"라니;;;


... 직접 설치해서 써보는 감탄의 시간이 "의외로 빨리" 끝나자, 결국 구글이 만든 웹 브라우저도 - 아무리 빨리 페이지가 로딩되건 말건 - UI 측면에서는 다른 회사의 것들과 크게 다른 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위 만화에선 몇가지 UI적인 내용을 언급하긴 했지만, 탭 위치를 바꾼 것 외에는 기존 IE나 Firefox의 기능에서 필요한 것만을 잘 정리한 정도이고, Firefox에서 잘 사용했던 Add-on 기능들이 좀더 정리되어 들어있는 게 (찾기 Ctrl-F) 좀 눈에 띄는 정도다. 뭔가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UI를 기대한 내가 의뭉스러운 걸까.

다른 점이 있다면 오직 군더더기가 없고, 이전 버전의 잔재가 없다는 정도? 이전 버전이야 원래 없으니 맨바닥에서 만들 수 있었겠고, 워낙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다시피 하는 구글이다보니 괜시리 브라우저에 이것저것 붙여서 궁색하게 굴 필요도 없었겠다. 위 만화의 UI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그냥 브라우저는 있는 둥 마는 둥, 온라인 어플리케이션만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거다.

이런 브라우저, 그동안 많은 사용자들이 바라긴 했지만, 결국은 큰 이익을 가지고 있으므로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구글만이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구글이 이 깔끔하고 군더더기없는 온라인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을 가지고 뭘 하려는 걸까. 글쎄, 어쩌면 아무것도 안 할지도 모르겠다. 온갖 상업주의의 잡동사니들로 뒤덮인 서비스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구글의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으로 몰려든 것처럼,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해도 모일 사람들은 모일 꺼고, 그 수는 적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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