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사실 UX 쟁이로서...라고 할 것도 아니다. 그냥 이런 게 눈에 밟히는 직업병에 걸려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UI 업무도 아닐지 모르고, UI 레벨의 문제도 아니고, 그저 누군가가 게으름을 피웠을 뿐일지도 모르는데. -_-

정독도서관에 다녀왔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방문한 건 처음이었는데,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연신 폰카를 들이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 매우 한심해 하면서 집에 왔다. 이런 걸 좋아라 하면서 찍어대는 인간은 참... 나라도 같이 있기 싫겠다.

VoiceEye (OCR reader for the blind) available in Korean library

정독도서관 입구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보조기구("보이스아이"라는 이름이다)를 대여해 주고 있었다. 3층 건물이 복도로 서로 이어져 있는 (엘리베이트는 1관에만 있는 듯) 도서관 건물 자체에 대해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은 차치하고, 일단 이런 시도라도 해주고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박수 짝짝짝.

그런데.
How to use VoiceEye (without audio output -_-)

이 iPod 짝퉁스런 기기에 대해서는 정말...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기라면서 디스플레이는 깨알만하다. 완전히 시야가 안 보이는 전맹인의 경우에는 디스플레이 따위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으니 제품의 형태가 방향성이 없다든가 하는 점을 뭐라고 해야 하겠으나, 기왕 값싼 흑백 화면으로 할꺼라면 조금이라도 눈이 보이는 분들을 위해서 글자를 크게 해주고 어쩌면 단순 돋보기 기능이라든가 하는 것도 넣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iPod에서 제공하는 Click Wheel이라는 Touch UI 의 가장 심각한 - 가장 기본적인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 문제 중 하나인, 회전운동으로 커서의 수직 스크롤을 하나씩 조작하기가 어렵다(얼마나 내려갈지 예측하기 어렵고, 조작하기 어렵고, 멈추기도 어렵다)는 점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얼마나 어려움을 줄지는 모르겠다.

흠... 사실은 직접 써보지 않은 기계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점자가 없어 보이는 기계지만 그것도 사진 상 그렇다는 것 뿐이고. 실제로 사용할 때에는 이어폰까지 꼽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블루투쓰 같은 걸 지원할지도 -_-;;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그럼 다른 거. ㅡ_ㅡ;;;


Braille sign board in front of library

도서관 정문에 서 있는,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이다. 이곳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정말 많기도 하다. 하필이면 도서관에... 게다가 왠지 전시행정 답게, 유리문과 유리문 사이의 한쪽 막다른 골목에, 아무 촉각적 방향지시 없이 설치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이 거길 어떻게 찾아서 들어갔다가 나오라는 건지. -_-

뭐 그거야 흔한 일 ㅜ_ㅠ 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또 새롭다.. 싶었던 것은:

Mis-spelled braille sign

욕역실? 이뭥미... 싶어서 해당 장소에 가봤다. (왠지 귀가 가렵다;;)

(original spelling)

도서관의 관리를 위한 용역업체 분들이 머무는 방이라고 한다. ... 그래, 계신 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도서관에서는 그닥 주요하게 안내해야 하는 명칭은 아니지. 그래도 이렇게 욕역실..이라고 써놓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혹시나 해서 점자를 찾아봤다. (이제 귀가 막 더 가렵다;;;;)
Braille word, translating wrong spelling

... 충실하게 한글표현을 따른 점자 번역이다. -_-;; (참고로 한글 점자 체계에서 초성과 종성은 다르게 표기하며, 초성 "ㅇ"은 표기하지 않는다.)



내가 한글이든 영문이든 잘못된 철자라든가, 이런저런 배려의 부족(요건 좀 주관적이라는 거 인정 -_- )에 가끔 발작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새로운 명소에 대해서 이런 글을 올린다는 것은 물론 불합리한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은, "요새 뜬다는 정독도서관과 먹자골목에 다녀왔습니다~♬"라는 개인적인 블로깅(남들은 장미와 벤치와 분수를 찍어 올리듯이)의 나 나름대로의 버전이다. 정독도서관 앞뜰에 피어있는 빨간 꽃이나 고인 물의 사진을 보실 분은 번지 수를 잘못 찾아 오신거지... ㅋㅋㅋ (미친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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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User-Centered, We Say.

2008.05.11 18:21
Non-User-Centered Ad Copy

공항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온 딤채의 광고 문구.
"새 딤채 줄께, 헌 딤채 다오!"

...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카피는 사용자(이 경우에는 잠재적인 소비자 고객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중심적이 아니라 판매자 중심적인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광고계에서는 이런 실수 잘 안 하는데, 아무래도 그냥 트럭에 걸쳐놓기 위한 배너를 만들다가 정규 카피가 아닌 것을 적어넣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사용자 중심적...User-Centered.. 라는 말을 참 자주 하기는 하지만, 사실 조금만 한눈을 팔고 있으면 금새 나 중심적인 말이나 디자인이나 개발을 하고 있기 마련이다. 일단 주화입마(?)가 시작되면 디자이너의 본능이 그걸 변명하고, 정당화하기 때문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중이다.

User-Centered Design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설명하기 쉬울지 몰라도, User-Centered Designer가 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사용자 중심이라는 거, 사실은 얼마나 자신을 죽여야 하는 어려운 작업인지를 새삼스럽게 느끼는 요즘, 이런 문구 조차도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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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남자는 서서 오줌을 누고, 여자는 앉아서 오줌을 눈다. -_-;; 이것도 UI 일까?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에서는 human information processor 모델을 통해, 인간을 컴퓨터와 유사한 하나의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보고 인간-컴퓨터 관계를 분석하고, 규정하고, 설계한다. HCI가 컴퓨터와 정보가전의 등장과 함께 사용자의 정보처리와 인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인간공학에 중심을 둔 전통적인 UI 분야에서 독립되었다는 걸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예전의 UI 모델에서 human information processor 모델에 해당하는 게 뭘까? 아마도 인간의 몸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입출력 시스템이 될 것이다. 대체로 인간공학이 다루고 있는 항목들이 모두 포함되리라 생각한다.

오줌은, 아마도 인간공학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물리적 입출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실 생각해 보면 팔이 어떤 각도로 얼마나 멀리 움직인다는 것이 인간공학 연구와 UI 설계의 고려 범위 안에 들어가는데, 오줌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각도로 나온다는 게 그렇지 않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문화적인 (혹은, 문명적인?) 이유로 터부시되는 소재이긴 하겠지만, 사실 이 오줌 누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외로 이야기할 게 많다. UI와의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약하지만.

Shit-to-Pee sign in German restroom

위 그림은 독일 화장실에서 촬영했다는 사진이다. (인터넷을 떠돌던 사진이라 출처는 없다.) 페미니스트의 주장에 따라 남녀 화장실을 공용으로 똑같이 사용하게 되면서, "오래된 습관에 따라" 서서 좌변기를 사용해서 시트를 더럽히는 - 그래서 여성들이 앉아서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 남자들을 위한 경고문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한가지 부연하자면, 오줌 줄기라는 것이 호스에서 나오듯이 깔끔한 물줄기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지면 정확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한편으론 페미니즘과 상관없이 청소를 쉽게 하기 위해서 붙였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플라스틱 판에 인쇄된 걸 보면 전자의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지 싶다.

뭐 어쨋든 이건, '오줌 누기'라는 기능을 위한 인간의 UI를 보완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애당초 인간이 하지 않은 UI 설계에 대해서 보완을 한다는 건 좀 과격한 발상일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human information processor 모델을 고려해 본다면 뭐 가능하지 않을까 싶긴 하다.


사실 최근에, 좀 더 과격한 발상으로 이 기능의 UI를 향상시키고자 한 새로운 사례를 보게 됐다. (출처: 몬스터 디자인)


위 제품 - Whiz Freedom - 은 일종의 부드러운 깔대기로, "여성에게 남성과 같이 어디에서나 오줌을 눌 수 있는 자유를 주기 위한 목적(홈페이지의 글을 그대로 옮김)"으로 호주의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다. 역시 호주라 그런지 야외에서의 캠핑이나 과격한 스포츠 중에도 쉽게 볼 일을 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Whiz Freedom - from website

사실 페미니즘의 영향이든 아니든 자신의 '오줌 누기' 신체 UI에 대해서 개선하려는 니즈는 여성 사용자(?) 쪽이 좀더 강력한 것 같다. 위의 플라스틱 제품이 나오기 전에도, 종이로 만들어져 1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같은 목적의 제품이 몇번이나 있었다. 내가 스크랩해 놓은 것만 해도 다음과 같다. (이런 사례들을 모아두었던 것은 순전히 '인간 신체라는 UI'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믿어주라.)

P-mate from Dutch company, 1999
Package of P-mate

위 제품은 네델란드의 P-company라는 곳에서 1999년부터 만들어 현재도 팔고 있는 P-mate라는 제품이다. 종이로 만들어진 1회용 제품으로, 접혀진 상태로 여러개를 동봉한 패키지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Magic Cone from Canadian company, 200?
Magic Cone

위 제품은 Magic Cone 이라는 캐나다 제품으로, 웹사이트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제품은 판매하고 있는 듯 하다. 웹사이트에서 제공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사용설명서를 보면(노골적인 노출?에도 불구하고 야하진 않지만, 좀 적나라 하다), 어떤 의미에선 P-mate보다 늦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더 잘 설계된, 역시 종이로 만들어진 1회용 제품이다.


이런 제품들을 보면서 인간에 의한 인간 스스로의 UI 업그레이드를 떠올리는 것은, 좀 도착적인 발상이라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겠다.
Chamber pot for female, 18c
하지만 지난 1994년 떠났던 유럽여행에서, 한 박물관을 가득 메운 빅토리아 시대의 요강 -_- 중 남성용과 여성용이 확실히 구분되는 걸 보면서 생각했던... 극단적으로 신체적인 UI 라는 주제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의학기기라든가 하는 한정된 영역에서는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할 테고.
Chamber pot for male & female astronauts

(게다가 이 글을 쓰다가, 뜻밖에도 최근의 글에서 그때 박물관에 봤던 '요강'과 동일한 디자인을 발견했다. 남성용/여성용 요강이 우주선에서도 사용된다고 한다. 우주시대에 수세기 전에 디자인된 물건을 사용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UI 라는 걸 양산된 제품에 한정해서 생각하다가 이렇게 생각해 보면, 의외로 혁신적인 UI를 설계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 비겁한 변명입니까. OTL.. )




P.S. 참 물음표"(?)"가 많은, 쓰기 어려운 글이었다. 에효. 내가 이런 구석진 소재까지 털어 놓는 걸 보면 이제 할 이야기가 떨어진 걸까...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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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구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이번엔 웹서버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Google Website Optimizer라는 소프트웨어다. 구글이 주는 거라면 뭐든지 좋아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가서 받아보려고 했으나, 불행히도 관리 중인 웹서버가 없는지 5년이 넘었다. ... 해서 설명만 듣고 있다가, 조금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이 소프트웨어는, 고집세고 말많고 능력이 불분명한 "web designer"라는 인간들을 효과적으로 세상에서 몰아내는 도구였던 것이다.

http://www.google.com/websiteoptimizer

Google Website Optimizer - welcome screen and instruction

웹사이트와 친절한 동영상 Tutorial에 따르면, 이 도구는 바로 "웹페이지 디자인 요소를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가장 방문자를 오래 끄는 디자인을 알려주는" 녀석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쓰려면 몇가지 디자인을 만들거나, 몇가지 디자인 요소의 조합을 설정하고, 그냥 평소대로 웹페이지를 열어두면 된다. 그럼 서버에 있는 이 프로그램이 각 방문자에게 임의로 웹페이지 디자인 중 하나를 보여주고, 그 반응(머무는 시간, 클릭 여부, 되돌아 가는지 여부 등)을 기록한다. 어느 정도의 방문기록이 모이게 되면, 웹사이트 주인은 어떤 디자인의 웹페이지가 가장 방문자를 많이 끌었는지를 수치적으로 알게 된다.

... @_@;;  혹시 웹디자인 하는 사람이라면 모골이 송연해졌다는 느낌에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이건 Web 2.0 시대에 사용자가 디자인을 하니까 디자이너가 필요없을꺼라든가 하는 정도의 엄포가 아니라, 왜 우리에게만 영화 <매트릭스>의 디스토피아가 먼저 닥치는 건가요 ㅠ_ㅠ 수준의 공포라고 본다.

물론 반론은 가능하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가지고 웹사이트에 포함된 각각의 페이지 디자인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손봐야 하는 것이고, 그외에도 다른 사이트와의 차별점이라든가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며, 기업의 철학과 비전이 반영되어 있어야 하고 회사 로고를 포함한 CI 전략과도 맞아야 하고...

그러나, 예부터 우리나라에선 꿩 잡는 게 매라고 했고, 중국에도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오케이)이라는 말이 있다. 솔직히 디자인 철학이나 '큰 그림'에 맞지 않아도, 그 각각의 페이지 디자인이 어떻게든 방문자를 붙들어 준다면 그 디자인을 거부할 수 있는 무기가 디자이너에게 있을까?

잠깐 동영상에서 캡춰한 장면을 인용하자면:
Google Website Optimizer - process

이 소프트웨어는 위와 같은 절차로 응용할 수 있으며, 재미있는 것은 이때 디자이너가 등장하는 대목이 없다. ㅡ_ㅡ;;;; (아니, 재미는 없다 ;ㅁ; ) 설명을 들어보면, implement 부분에서 "어쩌면 webmaster랑 상의할 일이 있을지 몰라요" 라는 부분이 그나마 근접한 정도이다.

디자이너들은 늘상 '큰' 디자인을 하고 싶어하고 '작은' 디자인은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레이아웃'을 잡는 게 '픽토그램'을 그리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고 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품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외형이 '도어 핸들'보다 인생을 바쳐 디자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UI 디자이너도 그렇다. 각 웹사이트를 하나의 일관성으로 묶고 각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결정하는 것은 버튼이나 타이틀 역할을 하는 그래픽 이미지 파일을 만드는 것보다 고차원의 업무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optimizer가 제시하고 있는 designer의 미래란 어떤가. 아래와 같은 결과가 제시되었을 때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남았을까. 이렇게 "최적화 optimization"된 디자인이 나올 때에, 디자이너에게는 이 안을 받아서 꾸미거나, 아니면 이 안이 나오기 전에 비교평가를 위한 프로토타입에 들어갈 시각요소를 그리거나 하는 일만 주어지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 어느 쪽이든 디자이너의 '역린'을 건드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Google Website Optimizer - result

생각해보면, 디자이너가 늘 애지중지해온 이 '고차원의 디자인'이라는 것은 대부분 추상적이고, 그런만큼 단순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안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책임의 문제였던 것 같다. 그 책임이 기존에는 사람한테 지워져야 했기에 경험있는 디자이너에게 그 역할을 주었겠지만, 이렇게 웹사이트 방문자를 통해서 정량적으로 드러나 버린다면 굳이 불완전한 사람의 판단에 맡길 이유가 없다.

... 그리고, 이렇게 "크고,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하지만, 사실은 몇가지 요소의 논리적인 조합이므로 컴퓨터에 의해서 생성되고 검증될 수 있는" 상위 개념의 디자인이, 웹사이트에만 있는 걸까. 특히 이 디지털과 네트워크가 당연시 되는 시대에... 그래픽 디자인이, 제품 디자인이, 이런 방식을 채용하지 않을 이유가 과연 있을까. 아날로그 제품 마저도 이미 개인화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는 와중에 말이다.

심판의 날은 멀지 않았다. (물론 종교적 발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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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Wii Remote 컨트롤러의 적외선 영상센서를 연결해서 YouTube에서 인기를 얻은 Johnny Lee가, 얼마전 있었던 TED 2008 에 초빙되어 강의를 한 모양이다. Podcast로 받아보고는 처음엔 "같은 동영상이네... 새로운 게 없으니 통과"라고 생각했다가, 잘 들어보니 약간 관점을 바꾼 것 같아 한번 더 올려본다. (이 사람의 연구가 아마 이 블로그에서 세번째 인용되는 듯... 이런 식의 practice를 무척 좋아라 한다는 증거랄까 ^^; )



역시 연구 결과는 이미 YouTube에서 많이 본 내용이고, 사실은 Wii Remote를 이용해서 비슷한 프로토타입을 만든 사람이 이외에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Wii Remote가 아닌 다른 부품이나 완제품/반제품을 이용해서 프로토타입을 만든 사례까지 더한다면 더욱 의미는 덜 할 것이다.

하지만 위 동영상에서 Johnny가 말한 자기 연구의 의의와 발표 제목 - Creating tech marvels out of a $40 Wii Remote - 은,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Wii Remote의 재미있는 적용 사례" 개념을 뛰어넘고 있다. 자신의 philosophy 에 따라, 값싼 장비로 유용한 장치를 개발해 더 많은 사람이 그 이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접근방법이 Wii Remote를 이용한 (멀티터치!) 전자칠판과, 3차원 영상 보정방식이라는 것이다. ... 청중은 크게 감명받은 것 같다. TED에선 조금 흔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전원 기립박수라니. *_*;;

그런데 -_-+ 정말 그런 거냐 Johnny?

만일 이 친구와 좀 친하면 어깨에 팔 두르고 물어보고 싶다. 뭐 원래 연구라는 것이 그렇게 논리와 실행이 다소 엇박자로 나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보여준 게 있는데 난데없이 그렇게 커다란 '철학'을 들고 나오기엔 좀 민망하지 않더냐고 말이다. ㅎㅎ

... 하지만 솔직히 이건 샘나서 한 딴지걸기고, "이 방식이 좀 제약은 있지만, 80%의 기능을 1%의 가격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건 쿨하지 않냐"라는 자화자찬에는 200% 공감하는 바다. 사실은 나도 기립박수 쳐주고 싶다.


 P.S. 게임에서 이런 거 써달란다. ... 그러고 싶다 나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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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Media Equation>이라는 책이 있다. 번역본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고... 여하튼 이 책은 부제목에서 말하듯이 "어떻게 인간이 컴퓨터나 다른 새로운 미디어를 마치 사람인 것처럼 다루는가"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new media에는 라디오나 TV도 포함하고 있고, 음성입출력을 사용하는 기계라든가 화면 상의 의인화된 에이전트 캐릭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림이 없기 때문에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읽기 힘든 글이지만, (저자인 Clifford Nass 교수와 대화한 적이 한번 있는데, 그때의 경험과 비슷하다. 어찌나 빠르게 말로만 이야기하는지! -_-;; ) 어찌 보면 당연할 내용을 하나하나 실험을 통해서 밝혀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받들어야 할 참고문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 Media Equation - 에서는 로봇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았고, 비교적 신간인 이후의 책 <Wired for Speech>에서도 로봇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니 아무래도 이 저자에게 로봇은 주된 관심사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Media Equation에서 말하는대로 제품에 음성출력이 들어가는 순간 그 인간만의 고유특성으로 인해 의인화가 훨씬 더 많이 유도된다면, 움직임이라는 인간 혹은 동물만의 고유특성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의인화가 유도되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로 Nass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관민 교수님의 경우에는 Roomba와 Aibo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media equation이 얼마나 적용되는지 고찰하기도 했고, 나도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청소로봇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한 적이 있다. 적어도 이제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인간이 로봇에게 느끼는 의인화 성향은 심지어 SF 영화나 만화에서 과장해서 그리는 것보다도 더 크다고 생각된다. 무생물인 로봇을 인간처럼 다룬다는 것은 마치 인형놀이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쓰레기통에 종이뭉치를 던져넣으며 즐거워 하듯이 그 인형놀이도 모두의 놀이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게 아닐까.


어찌 알고 있는 연구자가 이번에 로봇의 감성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정리해서 발표한 모양이다. 출장 중에 받은 메일링리스트에서 아는 이름을 발견하고 한편 대견하고, 한편 부럽고 한 복잡한 심경이었다. ^^;


특히 이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인 아래 그래프는 한번 눈여겨 볼만하다.

Roomba Philes - How the owners do for them, with them, by them.

이러한 결과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위에서 언급한 이관민 교수의 2006년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Aibo 사용자(혹은 주인)들의 과잉-의인화된 행태('과잉'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조금 유보하고 싶지만)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 등으로 그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처음에 위 그래프와 같은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 "대상이 초딩이냐" 뭐 이런 식이지만,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친밀도가 (문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한두번 지적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성자영씨의 연구가 의미를 갖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제까지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수준이었기에 어느 정도 반론이 가능했지만, 이제 당연시 되어버린 청소로봇... 혹은 좀 더 편한 가전제품의 소유자 37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그동안 있어왔던 논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문제는 디자이너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로봇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용자들을 위해서 로봇을 디자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우리 디자이너들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주제는 조만간 CHI 학회를 정리하면서 한번 더 이야기하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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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User Interface Italiano

2008.04.13 02:03

CHI 2008에 다녀왔다! 몇가지 측면에서 다른 학회에 조금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규모면에서는 아직 이만한 학회가 없으니 UI/HCI 분야에서는 최대의 모임인 셈... 이번 학회에서도 재미있는 경향이 몇가지 보이고, 지난 학회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로운 흐름도 있었다. 하지만 학회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우선 공식적인 정리를 마친 후에 조금씩 풀어보기로 하고. ^-^;;

이번 학회는 이태리 피렌체에서 했는데, 15년전 "배낭하나 달랑 메고" 방문했던 곳이니만큼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디자인에 관심이 있던... 기껏해야 Victor Papanek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 심취했던 초짜였으니 갤러리를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학회 일정 짬짬이는 회사 일정이 들어있어서 그다리 피렌체를 즐길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처럼 이태리에 왔는데 과자와 콜라, 샌드위치만 먹을 수 없다!! 라는 생각에 기회가 올 때마다 근처 식당으로 나가서 "피자, 스파게티 말고 당신을 뭐 먹고 살아요?"라고 하고 다녔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재미있는 그림들.

Table cover of Italian restaurant

이태리 식당의 1회용 식탁보에 인쇄된 그림인데, 왠지 상당히 의외의 그림이 상징으로 쓰이고 있었다. 왼쪽 그림은 기저귀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두 꼬마와 함께 "There is a difference"라는 영어 문구(에?)가 들어 있고, 오른쪽 그림은 모기에 엉덩이를 물린 - 한쪽 엉덩이에 한번씩 - 꼬마 요리사를 그리고 있다. (참고로 오른쪽의 ZaZa라는 집은 각종 여행가이드에 나오는 유명한 음식점인 모양)

이건 뭐 서브컬쳐라고 하기도 뭐하고... 이런 매니악하달까 괴약하달까 하는 취향을 대놓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인 로고를 바꾸지 못해서 안달하고, 디자인계의 유행이 바뀌면 옛 로고의 '시대에 뒤떨어진' 모양을 폄하하기 바쁜 것에 비해 왠지 대단하다..라는 경외감이 들다가도,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_-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ㅎㅎ
Florentine T-bone Steak. (c) Ristorante ZaZa

어쨋든 여기서 먹은 음식은 오른쪽과 같다. 저 어마무지한 스테이크(만화고기는 아니지만, 거의 '만화스테이크' 수준이었다)를 포함해서, 14명이 먹은 분량이다. 아무리 나래도, 혼자는 이렇게 못 먹는다. -_-+


학회에 지친 어느날, 결국 땡땡이를 감행할만한 타이밍이 있었다. 마침 'speech-based car navigation UI' 인 줄 알고 VUI 옹호자로서 들어갔던 것이 'search-based ...' 라는 걸 깨닫는 순간, 좀 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을 핑계로 피렌체를 한바퀴 돌았다. 그때 발견한 어느 지식인의 항거.

Human Rights in Tibet - Placard at Piazza della Signoria, right beside the David

아마 그 자리에 와있던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은 좀 서늘했을 꺼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도 중국인들은 많이 오는 것 같은데, 관광지에서 이런 거 하면 경찰에서 잡아가거나 그러려나? -_-;; 여하튼 그날 아침에도 없었다는 이 깃발은 점심시간쯤에 냉큼 걸렸다가, 몇시간 내로 사라진 것 같다. 운이 좋게 건진 사진이 됐지만, 이런 외침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심 부러운 순간이었다. 그런 외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다비드상 옆의 테라스라는 건 뭐 -_-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


흠... 너무 오래간만이라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 블로그는 UI에 대한 거다. 그러고보니 제목도 "User Interface Italiano"라고 적은 것 같다! (이태리의 UI라는 뜻이다. 혹시 틀렸다면 뭐 참아라. -_-+ ) 그러니 적어도 뭔가 학회 이외의 UI 관련 내용을 올려야 겠다! 그래서 가까스로 찾은 사진이 이거. ㅡ_ㅡ;;

Toilet basin in Italy, with pedals for hot & cold water

위생 등을 이유로 공공화장실에서 발로 밟는 페달로 수도꼭지를 조절하는 건 이태리 외에도 여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한 호텔의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이 페달은 심지어 온수/냉수가 구분되어 있기까지 했다! 원하는 온도로 물이 나오게 하려면, 발을 교묘하게 기울여서 적당한 압력으로 누르고 있어야 하는데, 의외로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게 놀랍다. (생각해 보면 운전할 때 발로 엑셀을 조작하는 걸 생각하면, 의외로 섬세한 동작이 가능한가 보다.)


아, 그러고보니 HTI에 대한 것도 있다! 우피치 미술관에 가서, 들여다 볼 시간은 없으니 그냥 건물이나 한바퀴 돌고 있을 때 맞닥뜨린 정말 생경한 광경 하나.

Segway Drivers in Galleria degli Uffizi

우피치 미술관 건물 사이의 빈공간에, 세그웨이를 빌려 탄 젊은이들 몇명이 등장한 것이다. 르네상스 미술의 가장 대표적인 보관소인 우피치 미술관에, 길거리의 초상화 화가들에, 마침 뒤의 석상 중 왼쪽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리고... 세그웨이라니! 현재 가장 현대적인 탈것이라고 할 수 있는 세그웨이라니! ㅋㅎ... 세상이 정말 빨리 변하고 있고, 이 나라는 그걸 또 참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세그웨이를 대여해서 돌아다니는 것은, 피렌체 관광에 있어서 그다지 인기있는 방식은 아닌 것 같았다. 이것도 이때만 잠깐 보고 못 봤다)

기술의 적응... 하니까 생각나는 또 다른 기가 막힌(?) 광경. (사진이 잘 안 보여서 좀 조정했다. UI 쟁이한테 중요한 건 가독성일 뿐이다. ㅋㅋ)

Souvenir shop with memory card for sale

위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면, 천막 한 가운데에 "memory card"라는 문구가 보인다. 처음에는 그 아래의 그림엽서들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문득 "혹시?" 하는 생각에 잘 들여다보니 그 뒤로 보이는 흰 종이에는 각종 컴퓨터 메모리 카드(compact flash, sd, xd, ...)들의 용량별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한쪽에는 실제로 SD card가 진열되어 있기도 했고.

세계 어느 관광지를 가도 볼 수 있는 저런 가판대는 그야말로 모든 아날로그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한복판에 어느새 떡하니 자리잡은 메모리카드라니. 필카가 여기저기에서 공식적인 은퇴를 선언하는 마당에 배터리와 필름을 팔던 상인이 메모리카드를 파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디지털적인 상징성(이게 무슨 뜻이든 간에) 때문인지 왠지 강하게 와 닿은 순간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 아는 만큼 보인다고 - 모든 기념품 가게에서 메모리 카드를 판다는 쪽지를 붙여놓은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조금 김이 새기는 했지만. (근데 이게 HTI와는 무슨 관련? o_o;;; )


어쨋든, 이걸로 나는 이태리의 UI(애걔~)와 HTI(뭣?)에 대해서 블로그에 글을 남겼노라..라고 하고 대충 마무리. 시차적응을 위해서 이만 (또) 자봐야 쓰것다.

Cia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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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 티스토리 쓰면서, 글 쓰다가 날려본 건 처음이다. 새로 도입한 사진 여러장 넣기 기능에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이야. ㅡ_ㅡ;;; 역시 수시로 저장을 해야 했어.

아놔... 그냥 닥치고 사진이나 올리자. -_-

당기시오 픽토그램
미시오 픽토그램
문 모습





P.S.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 싶었는지는 사진과 제목으로 파악하기. 다시 입력하기는 귀찮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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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지하철을 기다릴 때마다 거슬리는 게 있는데, 바로 차가 들어올 때마다 나오는 안내방송이다. 목소리가 거슬리거나, 소리가 너무 크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멘트 중에 딱 한 대목이 맘에 들지 않는다. UI 쟁이로서. (어쩌면 특히 Voice UI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일지도 모르겠다. =_=;; )

"...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원래 삐딱한 인간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걸 감안하더라도 난 저 안팎의 구분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일단 저 방송의 사용자인, 플랫폼에서 전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안전선의 어느 한쪽에 - 살고싶다면 선로의 반대편에 - 서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사용자 중심의 관점'이라면, 안전선 '안쪽으로' 물러서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난 저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아래 그림이 떠오르곤 한다.

Just Do It: 지하철 선로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 아래에, 나이키의 Just Do It 광고가 붙어있다.

아마도, 그 안내방송은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 즉, 전철 운전기사(호칭을 잘 모른다;;;)의 관점에서 씌여진 것일게다. 자기가 몰고 들어가는 전철의 관점에서는 분명 안쪽이라는 것은 전철의 쪽이고, 그 바깥쪽으로 한걸음 물러서라는 거니까 얼마나 당연한가. ... 늘 이 '당연한' UI 설계가 사용성을 망치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이 방송이 나오는 순간 정작 그곳에는 없는 사람(설계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졌으니, 결국 주어진 사용맥락에서는 아무도 있는 그대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저,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 물러났다가는 떨어져 죽는다고요... ㅡ_ㅡ;;;



십여년 동안이나 별탈없이 (그동안 '시키는대로' 안전선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사용해온 딱 한마디의 방송멘트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게 새삼스럽고 유난스럽긴 하지만, 최근 설치되고 있는 스크린 도어에서 발견한 문구를 보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안전선 내(안)에서 열차를 기다립시다.

"... 안전선 내(안)에서 열차를 기다립시다."

요컨대 누군가는 또 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까. 그렇지만 기껏 유리문으로 막아놓고서 유리문이 없던 시절의 경고문을 제시하는 건 무슨 경우며, "내 안에 너 있다"도 아니고 "내(안)"이라는 표현은 또 누구의 기발한 고안인가. 혹시나 안전선을 무시하고 유리문에 달라붙어 있는 게 위험하다면 "안전선에서 한걸음 떨어져 주세요" 라든가 하는 식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혹은 안전선을 낮은 문턱처럼 만들어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써볼만 할 것이다.

이외에도 너무 잦은 습관성 경고문이라든가 (모든 역은 차량과의 간격이 넓다 -_-;; 그럼 "우리 역은" 이라는 말을 빼란 말이지), 실로 다양한 오류의 variation을 보여주고 있는 방향지시 간판들이라든가,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주변 안내도라든가... 지하철 역 하나만으로도 하고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다. 환승역의 경우에는 보통 역보다 10배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가장 자잘한 문제 하나... 사진을 찍은 김에 적어두고 싶었다. 처음에 쓸데없이 '안'과 '밖'을 고민했을(?) 누군가 덕택에, 지하철에서는 안전선의 '안'과 '밖'에 대한 mental model이 여지껏 충돌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창조적인 작업에 있어서의 소위 첫단추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S. 지하철에서의 촬영은 교대역에서 했다. 한잔 걸치고 오던 길이라 앵글 맞추고 어쩌고 그런 거 없었다. (이거 또 반전인건가 ㅡ_ㅡ;; )


[○] 5월 20일 추가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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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오래간만에 시내에 -_-;;; 갔다가, 화장실에서 재미있는 물건을 발견했다.

Paper towel dispenser

화장실 입구에 걸려있는 종이타월 dispenser 인데, 일반적으로 채용되어 있는 옆쪽의 레버도 없고 외국에서 볼 수 있는 다이얼도 찾을 수 없어서 잠시 패닉. -0-;;;

그런데 한복판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또 이렇다.

Paper towel dispenser: Close up

.... 에? .... 아아아.... ㅡ_ㅡ;;; 팔꿈치 아래, 정확하게는 하완부로 레버를 내리면 종이타월이 안에서 나오는 방식이다. 오마이갓. 순간 엄청나게 많은 장면들이 눈 앞을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의욕이 넘치는 제품 디자이너, 보다 좋은 사용성을 제공하기 위해서 종이타월 dispenser를 사용하는 모습을 화장실 구석에서 눈을 반짝이며 관찰한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손이 젖어 있기 때문에 팔꿈치로 레버를 내리는 모습을 보고 무릎을 친다. 그리곤 회의에서 주장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팔꿈치로 레버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사용자들이 팔꿈치로 레버를 내려야 하는" 물건이 생겨나고, 이 훌륭한 "디자인 의도"를 계몽하기 위해서 팔꿈치로 레버를 내리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추가된다. "이 제품을 실제 사용행태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굳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라고 했을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실제로 제품에는 한 구석의 회사 로고 외에 문자정보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시니컬한 시각을 가진 다른 UI 디자이너, 즉 내가 경험한 모습은 이렇다. (아래는 다른 화장실에서 찍은 모습이다)

Paper towel dispenser: Cynical Point of View

Paper towel dispenser: Cynical Point of View

사실 처음 봤을 때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타월이 나와있지 않았는데, 앞 사람이 나와있는 타월을 뜯어간 후에는 그게 일반적인 모습일 것이다. 저 벽에 붙어있는 물건은 종이타월을 줄까? 건조한 더운 바람을 줄까? 아니면 기저귀를 갈 수 있는 테이블을 줄까? 전혀 힌트가 없는 가운데, 짙은 남회색의 반투명 재질은 어두운 화장실에서 볼 때에 내부에 뭐가 있는지도 드러내지 않는다.

우선 아래에 손을 내봤지만 아무 동작(건조기를 예상했었다)의 기미가 없어서, 종이타월인가 하고 조작부를 찾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눈 앞의 조작부를 찾지 못하는 바보가 나 뿐은 아니었는지, 이 경우엔 "사용시 이곳을 눌러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떤 사용자는 실제로 저 그림을 버튼처럼 ㅡ_ㅡ;;; '누르고' 있었다! ) 결국 그림의 해독이 끝난 후에 - UI 종사자로서의 예의로 - 팔꿈치를 들어 레버를 내려보려는 순간, 레버에 물이 흥건한 것을 보고 참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많은 다른 사용자들은 레버를 찾자마자 이해하지 어려운 일러스트레이션을 해독하기를 포기하고 손으로 레버를 내린 것이고, 그렇게 물이 묻은 레버를 팔꿈치로 내렸다가는 옷이 젖게 되므로 다음 사람도 손을 선택하게 되는 거다.


... 이 제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에게는, 특히 그 분이 실제로 위의 시나리오처럼 관찰기법 ethnography 을 정규적이든 우연히든 적용해서 디자인한 거라면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실제로 그런 상황을 잡아내는 디자이너도 많지 않을 뿐더러, 그걸 실제 디자인에 적용하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현장 관찰에서 발견된 성과 역시 100%의 진리는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됐다. "팔꿈치로 내리는" 장치가 아니라, "팔꿈치로 내려도 편한" 장치여야 했던 것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universal design 의 논점과도 비슷한데, 나이 많은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라고 해서 "노인에게 편한"이 아니라 "노인이 써도 편한" 제품을 디자인해야 하는 것과 같다.

결국 ethnography 는 방법일 뿐이고, 결국 잘 design 한다는 것은 그것과 상관없이 여전히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좋은 디자이너는 나를 버리고 남을 받아들이되 내가 남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조차 버리고... 무슨 선종의 가르침 같지만 말이다. -_-


뭐 이래저래 군시렁 거리고는 있지만, 솔직히 이만큼 UI에 대해서 신경을 써준 좋은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만난' 날은 기분이 좋다고 하면 때늦은 변명이 되려나. ^^;


P.S. 참고로, 위 사진들은 종로 3가 단성사 건물의 3,4층 화장실에서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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