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Equation>이라는 책이 있다. 번역본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고... 여하튼 이 책은 부제목에서 말하듯이 "어떻게 인간이 컴퓨터나 다른 새로운 미디어를 마치 사람인 것처럼 다루는가"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new media에는 라디오나 TV도 포함하고 있고, 음성입출력을 사용하는 기계라든가 화면 상의 의인화된 에이전트 캐릭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림이 없기 때문에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읽기 힘든 글이지만, (저자인 Clifford Nass 교수와 대화한 적이 한번 있는데, 그때의 경험과 비슷하다. 어찌나 빠르게 말로만 이야기하는지! -_-;; ) 어찌 보면 당연할 내용을 하나하나 실험을 통해서 밝혀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받들어야 할 참고문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 Media Equation - 에서는 로봇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았고, 비교적 신간인 이후의 책 <Wired for Speech>에서도 로봇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니 아무래도 이 저자에게 로봇은 주된 관심사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Media Equation에서 말하는대로 제품에 음성출력이 들어가는 순간 그 인간만의 고유특성으로 인해 의인화가 훨씬 더 많이 유도된다면, 움직임이라는 인간 혹은 동물만의 고유특성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의인화가 유도되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로 Nass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관민 교수님의 경우에는 Roomba와 Aibo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media equation이 얼마나 적용되는지 고찰하기도 했고, 나도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청소로봇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한 적이 있다. 적어도 이제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인간이 로봇에게 느끼는 의인화 성향은 심지어 SF 영화나 만화에서 과장해서 그리는 것보다도 더 크다고 생각된다. 무생물인 로봇을 인간처럼 다룬다는 것은 마치 인형놀이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쓰레기통에 종이뭉치를 던져넣으며 즐거워 하듯이 그 인형놀이도 모두의 놀이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게 아닐까.
어찌 알고 있는 연구자가 이번에 로봇의 감성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정리해서 발표한 모양이다. 출장 중에 받은 메일링리스트에서 아는 이름을 발견하고 한편 대견하고, 한편 부럽고 한 복잡한 심경이었다. ^^;
특히 이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인 아래 그래프는 한번 눈여겨 볼만하다.
이러한 결과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위에서 언급한 이관민 교수의 2006년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Aibo 사용자(혹은 주인)들의 과잉-의인화된 행태('과잉'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조금 유보하고 싶지만)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 등으로 그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처음에 위 그래프와 같은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 "대상이 초딩이냐" 뭐 이런 식이지만,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친밀도가 (문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한두번 지적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성자영씨의 연구가 의미를 갖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제까지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수준이었기에 어느 정도 반론이 가능했지만, 이제 당연시 되어버린 청소로봇... 혹은 좀 더 편한 가전제품의 소유자 37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그동안 있어왔던 논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문제는 디자이너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로봇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용자들을 위해서 로봇을 디자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우리 디자이너들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주제는 조만간 CHI 학회를 정리하면서 한번 더 이야기하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