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iPhone 3G
우리나라 기준으로 오늘 새벽, WWDC'08에서 iPhone 3G가 발표되었다. 사실 2G 든 3G 든 통신규약 따위는 큰 의미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Apple의 행보를 볼 때 과연 Steve Jobs가 발표 끝에 무엇을 들고 나와서 "well, there's one thing more..." 라고 할지가 엄청 궁금했던 게 사실이다. (사실 이번 발표에서는 그 장난기를 보여주지 않아서 초큼 실망했다 ㅎㅎㅎ )



루머라고도 할 수 없는 루머들 - 새롭게 바뀐 크기의 iPhone 금형이라든가 - 을 봤기에 거의 기정사실화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iPhone 3G의 등장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줄지어 소개되는 기능들... 이미 이전의 제품에서 S/W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많은 부족한 부분들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iPhone의 첫 등장처럼 환호성이 터져나올 특별한 기능은 없었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의 기능들이 어떻게 보완되고 강화되었는가를 하나씩 이야기하는 걸 듣고 있자니, 점점 소름이 끼치는 게 느껴진다. 저번처럼 하나씩 보여주면서 깜짝 놀래키는 건 없었지만, 가능한 기술을 총동원해서 시장의 니즈를 가감없이 만족시키는 모습에 감동이 넘쳐 오히려 질려버리게 만들었달까. 마치 일본의 전통 여관(료칸)에서 받는 서비스가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Apple iPhone 3G - Features

이런 "정주행" 업그레이드라는 건, 어떻게 보면 소비자의 당연한 요구를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있는 그대로 해소하기 위한 노력일 게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개발할 때 고려해야 하는 기술, 경영 상의 문제를 생각해 보면... 이번 iPhone 3G를 만들기 위해서 투자했을 노력에 정신이 다 아뜩해진다.


이렇게 더 나아진 기능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기능 하나는, MobileMe 라는 기능이다. me.com 이라는 URL도 대단하지만, 연구소 생활을 하면서 ubiquitous computing 이라든가 wearable computer 라든가 mobile computing 이라든가 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수십번이나 고쳐쓰면서 몇년동안 시도했다가 결국 연구원도 지치고 관리자도 지치고 해서 사업화하지 못한 기능들을, 그야말로 "정주행"해서 구현해 놓았다.

Apple MobileMe - Features

MobileMe에서 구현된 서비스는, 솔직히 우리나라 IT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도 새로운 내용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서 IT 관련 정보를 좀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했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이미 Microsoft 등에서 모두 구현해 놓았던 기능을 베꼈다고 할 수도 있고, Google Calendar 같은 서비스에도 유사한 기능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데모 상으로 보이는) 이 완성도라니...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다. 많은 눈이 iPhone에 몰려있는 시기이긴 하지만, 이번 WWDC에 등장한 진정한 breakthrough는 MobileMe라고 생각한다. 이제 Google Calendar, Picasa, Google DocsGoogle Gear로 Online-Offline application을 평정하려던 Google은 아직 미완성인 휴대기기 OS android를 들고 좀 어정쩡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애플 빠돌이인 동시에 구글 빠돌이를 자청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Google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Apple... 이 정도로 straight forward한 상품기획과 개발과 홍보를 정주행할 수 있는 회사라니... 이 사람들의 정체는 도대체 뭐길래 몇년동안이나 앞서가면서도 지치지도 따라잡히지도 않는 걸까. ㅡ_ㅡ;;;




P.S. 위 동영상들을 찾다가, 재미있는 영상을 봤다. 일전에 올렸던 삼성 휴대폰 패러디 동영상 이후로 제일 재미있는 듯. ㅋ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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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VCTVAT NEC MERGITVR

2008.06.04 01:35

'Fluctuat nec mergitur' under coat of arms, city of Paris
"Fluctuat nec mergitur" ... 프랑스 파리의 문장(紋章)에 적혀있는 문구다.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 라는 뜻의 라틴어라는데, 요새 즐겨보는 만화에서 인용된 말이다. 그냥 요즘 같은 때에 참... 목표의식을 주는 말인 것 같아서 sCRAP. (가끔 블로그의 이 분류의 취지를 까먹는다 -_- )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

요컨대 그냥 배멀미일 뿐이라는 거지,
지금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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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실 UX 쟁이로서...라고 할 것도 아니다. 그냥 이런 게 눈에 밟히는 직업병에 걸려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UI 업무도 아닐지 모르고, UI 레벨의 문제도 아니고, 그저 누군가가 게으름을 피웠을 뿐일지도 모르는데. -_-

정독도서관에 다녀왔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방문한 건 처음이었는데,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연신 폰카를 들이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 매우 한심해 하면서 집에 왔다. 이런 걸 좋아라 하면서 찍어대는 인간은 참... 나라도 같이 있기 싫겠다.

VoiceEye (OCR reader for the blind) available in Korean library

정독도서관 입구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독서보조기구("보이스아이"라는 이름이다)를 대여해 주고 있었다. 3층 건물이 복도로 서로 이어져 있는 (엘리베이트는 1관에만 있는 듯) 도서관 건물 자체에 대해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은 차치하고, 일단 이런 시도라도 해주고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박수 짝짝짝.

그런데.
How to use VoiceEye (without audio output -_-)

이 iPod 짝퉁스런 기기에 대해서는 정말...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기라면서 디스플레이는 깨알만하다. 완전히 시야가 안 보이는 전맹인의 경우에는 디스플레이 따위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으니 제품의 형태가 방향성이 없다든가 하는 점을 뭐라고 해야 하겠으나, 기왕 값싼 흑백 화면으로 할꺼라면 조금이라도 눈이 보이는 분들을 위해서 글자를 크게 해주고 어쩌면 단순 돋보기 기능이라든가 하는 것도 넣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iPod에서 제공하는 Click Wheel이라는 Touch UI 의 가장 심각한 - 가장 기본적인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 문제 중 하나인, 회전운동으로 커서의 수직 스크롤을 하나씩 조작하기가 어렵다(얼마나 내려갈지 예측하기 어렵고, 조작하기 어렵고, 멈추기도 어렵다)는 점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얼마나 어려움을 줄지는 모르겠다.

흠... 사실은 직접 써보지 않은 기계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점자가 없어 보이는 기계지만 그것도 사진 상 그렇다는 것 뿐이고. 실제로 사용할 때에는 이어폰까지 꼽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블루투쓰 같은 걸 지원할지도 -_-;;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그럼 다른 거. ㅡ_ㅡ;;;


Braille sign board in front of library

도서관 정문에 서 있는,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이다. 이곳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정말 많기도 하다. 하필이면 도서관에... 게다가 왠지 전시행정 답게, 유리문과 유리문 사이의 한쪽 막다른 골목에, 아무 촉각적 방향지시 없이 설치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이 거길 어떻게 찾아서 들어갔다가 나오라는 건지. -_-

뭐 그거야 흔한 일 ㅜ_ㅠ 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또 새롭다.. 싶었던 것은:

Mis-spelled braille sign

욕역실? 이뭥미... 싶어서 해당 장소에 가봤다. (왠지 귀가 가렵다;;)

(original spelling)

도서관의 관리를 위한 용역업체 분들이 머무는 방이라고 한다. ... 그래, 계신 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도서관에서는 그닥 주요하게 안내해야 하는 명칭은 아니지. 그래도 이렇게 욕역실..이라고 써놓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혹시나 해서 점자를 찾아봤다. (이제 귀가 막 더 가렵다;;;;)
Braille word, translating wrong spelling

... 충실하게 한글표현을 따른 점자 번역이다. -_-;; (참고로 한글 점자 체계에서 초성과 종성은 다르게 표기하며, 초성 "ㅇ"은 표기하지 않는다.)



내가 한글이든 영문이든 잘못된 철자라든가, 이런저런 배려의 부족(요건 좀 주관적이라는 거 인정 -_- )에 가끔 발작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새로운 명소에 대해서 이런 글을 올린다는 것은 물론 불합리한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은, "요새 뜬다는 정독도서관과 먹자골목에 다녀왔습니다~♬"라는 개인적인 블로깅(남들은 장미와 벤치와 분수를 찍어 올리듯이)의 나 나름대로의 버전이다. 정독도서관 앞뜰에 피어있는 빨간 꽃이나 고인 물의 사진을 보실 분은 번지 수를 잘못 찾아 오신거지... ㅋㅋㅋ (미친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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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 Design Guild

2008.05.24 19:09

http://www.sapdesignguild.org/

뭔가 시니컬한 글을 하나 쓰려고 이것저것 돌아다니다가, SAP Design Guild 웹사이트를 알게 됐다. SAP이라는 회사는 뭐.. 잘은 모르지만 기업에서 ERP 시스템을 만드는데 필요한 컨설팅과 구축을 모두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쩌면 UI든 디자인이든 별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회사가 이젠 내게 익숙한 이유는, CHI 학회를 갈 때마다 한쪽 구석에 제법 큰 전시공간을 만들어서 지키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혹시나 내가 알고 있는 ERP와 다른 뭔가가 있나 해서 몇번 물어보기도 했지만, 결국 하도 많은 ERP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각각의 UI를 설계/평가/최적화하기 위해서 많은 UI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거다.

(... 뭐야. 따분하잖아. -_-a )

같은 솔루션을 매번 다른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서 UI를 맞춰주는 역할이라니, 물론 보람있는 일이지만 역시 작은 디자인이 아니라 큰 디자인(기획?)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는 왠지 욕심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이 웹사이트에서의 이 사람들 - SAP Design Guild - 의 활동을 보니, 내가 아는 어떤 기업 디자이너 그룹보다 활발하게,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꾸준하게" 대내외적인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CHI 학회에 참석했던 기록(참석계획에서부터 참관후기, 주요발표 요약, 자기들의 전시장 모습까지)이 2001년부터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 체계적인 관리로 이름을 날린 회사에 있어 봤지만, 관리 자체가 체계적이라는 것 외에 관리의 내용에서는 꾸준함을 찾아볼 수 없어서, 특히 부서 별로 개별적으로 그때그때 결정하는 학회 참석의 성과에 대해서는 누가 다녀왔는지,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고 왔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보안이니 규정이니 때문에 사내에서도 그런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SAP의 경우처럼 사외에 공개된 웹사이트가 있어서 이런 활동을 대외적으로 공유하고, 출장성과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게시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SAP은, 그 분야 중에서라고는 해도 결코 작은 회사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SAP이나 다른 회사나, UI 자체를 파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서 편리해진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이고, 그렇다면 UI 업무 활동은 '사회봉사활동'과 같이 되도록 널리 홍보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닐까. 어쩌면 iPhone이 UI를 첨단기능으로 포장해 내세우고 있는 것 같이, 자사의 UI 개선 활동을 학계와 다른 중소업계에 소개하고 내용을 공유한다면 "그 회사의 UI라면 믿을 수 있다. 열심히 만들더라." 라고 말하는 소비자들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iPhone을 쓰다가 불편하면 "그래도 이만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라고 하는 것처럼. (왠지 일본 IT 기사의 느낌이 폴폴~ 나는 발언이다. ㅡ_ㅡa;; )

어떤 닫혀있음에 숨막혀 뛰쳐나오긴 했지만, 역시 우려했던 대로 작은 회사의 스케일은 또 나름의 숨막힘이 있다. 그래도 여기서는 분야나 할 일이 아주 작더라도, 전문가로 뭉친 개방적이고 활발하고 꾸준한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더랬는데, SAP Design Guild를 보고나니 뭔가 역할 모델 role model 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P.S. 헉 그림이 없잖아. 이런 글은 나도 안 읽는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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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Centered, We Say.

2008.05.11 18:21
Non-User-Centered Ad Copy

공항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온 딤채의 광고 문구.
"새 딤채 줄께, 헌 딤채 다오!"

...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 카피는 사용자(이 경우에는 잠재적인 소비자 고객이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중심적이 아니라 판매자 중심적인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광고계에서는 이런 실수 잘 안 하는데, 아무래도 그냥 트럭에 걸쳐놓기 위한 배너를 만들다가 정규 카피가 아닌 것을 적어넣게 된 것 같다.

우리가 사용자 중심적...User-Centered.. 라는 말을 참 자주 하기는 하지만, 사실 조금만 한눈을 팔고 있으면 금새 나 중심적인 말이나 디자인이나 개발을 하고 있기 마련이다. 일단 주화입마(?)가 시작되면 디자이너의 본능이 그걸 변명하고, 정당화하기 때문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중이다.

User-Centered Design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설명하기 쉬울지 몰라도, User-Centered Designer가 되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사용자 중심이라는 거, 사실은 얼마나 자신을 죽여야 하는 어려운 작업인지를 새삼스럽게 느끼는 요즘, 이런 문구 조차도 신경을 곤두서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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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놨다. 이번엔 웹서버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는 Google Website Optimizer라는 소프트웨어다. 구글이 주는 거라면 뭐든지 좋아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가서 받아보려고 했으나, 불행히도 관리 중인 웹서버가 없는지 5년이 넘었다. ... 해서 설명만 듣고 있다가, 조금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꼈다.

이 소프트웨어는, 고집세고 말많고 능력이 불분명한 "web designer"라는 인간들을 효과적으로 세상에서 몰아내는 도구였던 것이다.

http://www.google.com/websiteoptimizer

Google Website Optimizer - welcome screen and instruction

웹사이트와 친절한 동영상 Tutorial에 따르면, 이 도구는 바로 "웹페이지 디자인 요소를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가장 방문자를 오래 끄는 디자인을 알려주는" 녀석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쓰려면 몇가지 디자인을 만들거나, 몇가지 디자인 요소의 조합을 설정하고, 그냥 평소대로 웹페이지를 열어두면 된다. 그럼 서버에 있는 이 프로그램이 각 방문자에게 임의로 웹페이지 디자인 중 하나를 보여주고, 그 반응(머무는 시간, 클릭 여부, 되돌아 가는지 여부 등)을 기록한다. 어느 정도의 방문기록이 모이게 되면, 웹사이트 주인은 어떤 디자인의 웹페이지가 가장 방문자를 많이 끌었는지를 수치적으로 알게 된다.

... @_@;;  혹시 웹디자인 하는 사람이라면 모골이 송연해졌다는 느낌에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이건 Web 2.0 시대에 사용자가 디자인을 하니까 디자이너가 필요없을꺼라든가 하는 정도의 엄포가 아니라, 왜 우리에게만 영화 <매트릭스>의 디스토피아가 먼저 닥치는 건가요 ㅠ_ㅠ 수준의 공포라고 본다.

물론 반론은 가능하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전체를 보는 시야를 가지고 웹사이트에 포함된 각각의 페이지 디자인을 하나하나 세밀하게 손봐야 하는 것이고, 그외에도 다른 사이트와의 차별점이라든가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며, 기업의 철학과 비전이 반영되어 있어야 하고 회사 로고를 포함한 CI 전략과도 맞아야 하고...

그러나, 예부터 우리나라에선 꿩 잡는 게 매라고 했고, 중국에도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오케이)이라는 말이 있다. 솔직히 디자인 철학이나 '큰 그림'에 맞지 않아도, 그 각각의 페이지 디자인이 어떻게든 방문자를 붙들어 준다면 그 디자인을 거부할 수 있는 무기가 디자이너에게 있을까?

잠깐 동영상에서 캡춰한 장면을 인용하자면:
Google Website Optimizer - process

이 소프트웨어는 위와 같은 절차로 응용할 수 있으며, 재미있는 것은 이때 디자이너가 등장하는 대목이 없다. ㅡ_ㅡ;;;; (아니, 재미는 없다 ;ㅁ; ) 설명을 들어보면, implement 부분에서 "어쩌면 webmaster랑 상의할 일이 있을지 몰라요" 라는 부분이 그나마 근접한 정도이다.

디자이너들은 늘상 '큰' 디자인을 하고 싶어하고 '작은' 디자인은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레이아웃'을 잡는 게 '픽토그램'을 그리는 것보다 어렵고 힘들고 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제품 디자이너들은 '자동차' 외형이 '도어 핸들'보다 인생을 바쳐 디자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UI 디자이너도 그렇다. 각 웹사이트를 하나의 일관성으로 묶고 각 페이지의 레이아웃을 결정하는 것은 버튼이나 타이틀 역할을 하는 그래픽 이미지 파일을 만드는 것보다 고차원의 업무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optimizer가 제시하고 있는 designer의 미래란 어떤가. 아래와 같은 결과가 제시되었을 때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남았을까. 이렇게 "최적화 optimization"된 디자인이 나올 때에, 디자이너에게는 이 안을 받아서 꾸미거나, 아니면 이 안이 나오기 전에 비교평가를 위한 프로토타입에 들어갈 시각요소를 그리거나 하는 일만 주어지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 어느 쪽이든 디자이너의 '역린'을 건드리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Google Website Optimizer - result

생각해보면, 디자이너가 늘 애지중지해온 이 '고차원의 디자인'이라는 것은 대부분 추상적이고, 그런만큼 단순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안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책임의 문제였던 것 같다. 그 책임이 기존에는 사람한테 지워져야 했기에 경험있는 디자이너에게 그 역할을 주었겠지만, 이렇게 웹사이트 방문자를 통해서 정량적으로 드러나 버린다면 굳이 불완전한 사람의 판단에 맡길 이유가 없다.

... 그리고, 이렇게 "크고, 전체에 영향을 미치므로, 중요하지만, 사실은 몇가지 요소의 논리적인 조합이므로 컴퓨터에 의해서 생성되고 검증될 수 있는" 상위 개념의 디자인이, 웹사이트에만 있는 걸까. 특히 이 디지털과 네트워크가 당연시 되는 시대에... 그래픽 디자인이, 제품 디자인이, 이런 방식을 채용하지 않을 이유가 과연 있을까. 아날로그 제품 마저도 이미 개인화된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는 와중에 말이다.

심판의 날은 멀지 않았다. (물론 종교적 발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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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Equation>이라는 책이 있다. 번역본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고... 여하튼 이 책은 부제목에서 말하듯이 "어떻게 인간이 컴퓨터나 다른 새로운 미디어를 마치 사람인 것처럼 다루는가"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new media에는 라디오나 TV도 포함하고 있고, 음성입출력을 사용하는 기계라든가 화면 상의 의인화된 에이전트 캐릭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림이 없기 때문에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읽기 힘든 글이지만, (저자인 Clifford Nass 교수와 대화한 적이 한번 있는데, 그때의 경험과 비슷하다. 어찌나 빠르게 말로만 이야기하는지! -_-;; ) 어찌 보면 당연할 내용을 하나하나 실험을 통해서 밝혀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받들어야 할 참고문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 Media Equation - 에서는 로봇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았고, 비교적 신간인 이후의 책 <Wired for Speech>에서도 로봇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니 아무래도 이 저자에게 로봇은 주된 관심사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Media Equation에서 말하는대로 제품에 음성출력이 들어가는 순간 그 인간만의 고유특성으로 인해 의인화가 훨씬 더 많이 유도된다면, 움직임이라는 인간 혹은 동물만의 고유특성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의인화가 유도되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로 Nass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관민 교수님의 경우에는 Roomba와 Aibo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media equation이 얼마나 적용되는지 고찰하기도 했고, 나도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청소로봇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한 적이 있다. 적어도 이제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인간이 로봇에게 느끼는 의인화 성향은 심지어 SF 영화나 만화에서 과장해서 그리는 것보다도 더 크다고 생각된다. 무생물인 로봇을 인간처럼 다룬다는 것은 마치 인형놀이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쓰레기통에 종이뭉치를 던져넣으며 즐거워 하듯이 그 인형놀이도 모두의 놀이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게 아닐까.


어찌 알고 있는 연구자가 이번에 로봇의 감성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정리해서 발표한 모양이다. 출장 중에 받은 메일링리스트에서 아는 이름을 발견하고 한편 대견하고, 한편 부럽고 한 복잡한 심경이었다. ^^;


특히 이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인 아래 그래프는 한번 눈여겨 볼만하다.

Roomba Philes - How the owners do for them, with them, by them.

이러한 결과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위에서 언급한 이관민 교수의 2006년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Aibo 사용자(혹은 주인)들의 과잉-의인화된 행태('과잉'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조금 유보하고 싶지만)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 등으로 그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처음에 위 그래프와 같은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 "대상이 초딩이냐" 뭐 이런 식이지만,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친밀도가 (문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한두번 지적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성자영씨의 연구가 의미를 갖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제까지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수준이었기에 어느 정도 반론이 가능했지만, 이제 당연시 되어버린 청소로봇... 혹은 좀 더 편한 가전제품의 소유자 37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그동안 있어왔던 논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문제는 디자이너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로봇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용자들을 위해서 로봇을 디자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우리 디자이너들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주제는 조만간 CHI 학회를 정리하면서 한번 더 이야기하게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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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부에서 2030년의 미래기술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2008년의 한 남자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2030년 다시 깨어나서 겪는다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현재의 시각으로 미래의 기술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나갈 수 있는 구도로 되어 있다.

이런 미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한때의 업무이었던지라 (도대체 난 뭐하는 놈이었던 걸까 -_-;; ) 좀 열심히 들여다 봤는데, 의외로 (ㅈㅅ) 상당히 잘 만든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아저씨들이 여기저기 교수들한테 떠넘겨서 되는대로 짜집기한 것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들었던 게 사실인데, 무작정 훌륭한 기술 개발로 인한 장미빛 미래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기술 도입까지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 도입되지 않은 기술, 그리고 기술이 상용화됨으로써 생겨난 문제까지를 제법 탄탄한 논리로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학자들의 시각 뿐만 아니라, 언급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회나 교육문제, 정치, 경제 이슈에 전쟁 등 반사회 이슈까지도 골고루 다루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미래의 심리학자라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Illustrations from Future Scenario "2008년 남자 2030년 여자"

음... 비록 사용된 시나리오의 삽화들이 다소 조악하고, 제목도 하필이면 <2008년 남자, 2030년 여자>라는 식으로 마치 20년 전의 남자가 와서 붙인 듯한 제목이지만, 그 내용만큼은 지난 10여년간 나온 어떤 미래 시나리오보다 탄탄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거 PDF로만 배포하지 말고 배우들 써서 영화 한 편 만들어도 되겠다.

진심이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데, 솔직히 이런 미래 예측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조금 부정적이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이라는 Peter Drucker의 멋진 문구에 편승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이런 게 참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하는 거다. 사실 미래 예측 시나리오는 상대방을 현혹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 상대방은 일반 대중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조직의 보스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제시된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고들 정도의 지식이 없다면, 결국 그 환상적인 미래상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위의 경우처럼 대대적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온갖 SF 영화들 덕택에 기술의 발전가능성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 보이는 요즘은 기술적 근거고 나발이고 없는 전설 속의 동물 같은 디자인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현혹되어 괴소문에 시달리는 것을 본다.

이원복 화백은
미래예측 대부분이 엉터리다 - 이원복
본인의 저서에서, "미래예측, 대부분이 엉터리다!" 라는 내용을 근거와 함께 주장하고 있다. (근데 이거 어디에서 발췌한 건지 기억이 안 난다.. -_- 어쨋든 오른쪽 그림 외에도 내용이 더 있으니 꼭 원본 사서 보시기를) 사실 난다긴다 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의 점쟁이들("미래학자")도 과거에 한두가지 사실을 우연히 맞춘 것을 과장해서 포장하고 있을 뿐, 실제로 그 사람이 주장한 내용을 모두 취합해서 정리해 보면 그다지 높은 확률은 아니다. 다시 이원복 화백의 말에 따르면, "미래예측이 맞을 확률이 20%, 동전을 던지면 50%... 차라리 동전을 던지는 것이 30%나 확률이 높다"... 랄까. (물론 미래예측의 경우의 수는 무지 많지만 동전은 앞뒷면 뿐이라는 것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_-;;; )

일례로 1965년쯤 신문에 실린 것으로 보이는, 한때 인터넷을 돌아다녔던 이 카툰을 보면,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사회의 수용 속도라는 것이 얼마나 종잡을 수 없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Vision of year 2000 from 1965 newspaper

전파신문은 web 이라고 치고, 소형 TV 전화기도 3G 화상통화가 어쨋든 상용화되었다는 것으로 통과. 아, 그리고 저런 형태는 아니지만 가정용 청소로봇도 제법 많이 팔렸군. 하지만 나머지 내용은 아무리 "컴퓨우터의 도움"이 있어도, 인간과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따라주지 못한 경우랄까. 뭐, 2000년대라는 것이 2999년까지를 말한다고 한다면야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2008년 현재 나름 IT 강국이라고 자평(-_-;;)하는 한국의 과학기술부 시나리오에도 똑같은 내용이 나온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하지만 재미있을 수만은 없는 사실이 있다. 위 1965년과 2008년의 미래예측 시나리오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어떤 것은 심지어 1900년에도 예측되었다는 것이다. (출처: Paleo-Future Blog )

Moving Pavement

움직이는 도로: 1965년 시나리오에도 있었던 내용이다.


Weather Control Machine

날씨 조절: 2008년 시나리오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이 엽서 그림들은 1900년도의 독일 초콜렛 회사에서 넣어주던 것이라 하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1900년도에 예측한 것이 1965년에, 2008년에 다시 예측된다는 것은 마치 자신에게 떨어진 숙제를 미래로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1900년도의 예측들도 1965년의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된 것도 있고, 그 예측대로는 아니지만 보다 뛰어난 기술적 해결안으로 문제가 해결된 사례도 있다. 이를테면 전파신문보다는 web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나은 해결안이고, 다음 그림의 X-ray보다는 적외선 영상이 훨씬 효과적이다.

Police X-Ray Surveillance Machine



미래 예측이 어떤 식으로든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실제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미래 예측을 위한 전문직종이 생기고, 기업들마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은 조금은 과도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왜 잘 만들어진 하나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서로 살을 붙여 나간다든가 하지 않는 걸까? 매번 다시 모여서 다시 아이디어를 내고 다시 조합해봐야 나오는 것들은 비슷비슷하고, 그게 맞을 확률도 똑같이 낮을 텐데.

어쩌면 그 대상이 회사의 미래상이 됐든 국가의 정책이 됐든, 이 모든 게 결국은 홍보 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맞는지 안 맞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고, 이제까지의 시나리오들처럼 안 맞는 것은 다음 세대로 넘겨버리면 만사 오케이~ 라는 마음이라면 ㅡ_ㅡ;;; 뭐 그로 인해서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이미지만 심어주는 걸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거겠지.



... 애당초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잊어먹었다. 제목에는 왜 UI를 넣었더라? -_-;
... 그냥 급 정리하고 배째자. 배고프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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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앞으로는 휴대폰의 메뉴 구조와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가능한 한 단순하고 편리하게 설계하는 게 디자이너의 주요 업무가 될 것입니다."
... 버렛 대표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본다"며 "인터페이스 디자인팀은 앞으로 우리 회사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John Barratt, Teague 대표 )
한국경제 2월 28일자 기사에서 발췌


참 맘에 드는 말만 골라서 했다. 기사에서 말한 것처럼 Teague 사가 이미 미국 최대의 디자인 회사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앞으로도 잘 되기를 (그 중에서 특히 UI 디자인팀이 잘 되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ㅎㅎ


그런데... 사실 이것도 좀 문제가 있지 싶다. 모처럼 UI 디자인팀을 치켜세워 주는 건 백번 감사한 일이지만, 또 이런 말에 신나서 기존에 만들어 놓은 수많은 (마침 처치곤란인) 관련 디자인학과들이 죄다 UI 하겠다고 들고 나서면 또 이를 어쩌란 말인가. 예쁜 물건이 잘 팔린다고 한차례 인기몰이 해 주시고, 웹이 뜬다고 모바일이 뜬다고 할 때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가장 바쁜게 우리 디자이너 아닌가 싶다. 우리도 뭔가 균형감각을 가져야 뿌리를 뻗고 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100년을 디자인한다고 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남아있기는 할런지 모르겠다. (현대문명의 기호창출자라든가 하는 소리 말고 -_-+ )


디자인의 美. 물건의 모습이 마음에 들어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니, 그걸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직종이 있다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다. 그 모습이 가만히 있을 때의 모습이든, 길 위를 달릴 때의 모습이든, 전원을 켰을 때의 모습이든... 그 순간의 아우라를 만들어 내는 것은 디자인이 시작될 수 있었던 근원이자, 최근까지도 'Emotional Design' 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원죄와 같다.

디자인의 用. UI라는 게 있기 전에도, "Form follows function" 이라는 개념은 디자이너들이 고아한 예술 분야에서 분가하면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수없이 되뇌인 주문같은 거다. 쓰기 편한 물건을 좋아하더냐 라는 가슴 아픈 반문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 이마저 없으면 도대체 우리는 뭐하는 놈들이냐... 우리는 그럼 마케팅의 시녀냐... 뭐 그런 고민 끝에 무슨 양심선언 마냥 'universal design' 같은 이야기도 해가며 힘겹게 힘겹게 지켜가고 있는 꼭지다.

디자인의 商. 결국 예술과 디자인을 가르는 건 학교에서 배웠던 "자기만족이냐 대중만족이냐 (vs 예술)", "양산이냐 아니냐 (vs 공예)"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판매가 목적이냐 아니냐"가 되어가고 있다. 자기만족적 취향에 기대는 기이한 형태의 디자인(이걸 키치라든가 컬트라든가 하는 식으로 부르기도 한다)도, 공장에서 만들 뿐 양산되지 못하는 점보제트기의 디자인도 모두 디자인 아닌가. 결국 디자인은 그 목적에 맞게 어떤 이유로든 팔리면 장땡이고, 안 팔리면 심지어 디자인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들이 갖는 가치와 관련된다. 디자인의 美에 현혹되어 물건을 산 사람은 그 소유의 기쁨을 만끽하는 '소유자로서의 人'이 될 것이고, 用에 공감해서 물건을 산 사람은 그 유용함을 즐거워하는 '사용자로서의 人'이 될 것이고, 商에 공감해서 물건을 산 사람은 지불한 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얻은 '구매자로서의 人'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물건의 구매자로서, 사용자로서, 그리고 소유자로서의 가치를 모두 누릴 수 있을 때에 그것이 진정한 좋은 디자인이 되는 게 아닐까.

즉 디자인의 美-用-商 개념의 중간에는 사람(人)이 있으며, 각 개념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고, 美-用-商의 개념적인 충돌 속에서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juggling해야 하는 것이, 흔들리지 말아야 할 디자이너의 균형감각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이 그림 참 오래간만에 그려본다. 1994년쯤에 노트 구석에 끄적거리다가 '큰 깨달음을 얻어' 내 개똥철학의 큰 영역을 차지하게 된 그림인데, 어쩌다보니 UI 라는 분야의 전문가연하면서 잠시 한 구석에 밀쳐두었나 보다. 이게 틀렸다는 걸 인정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삽질이 필요할런지 원.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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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TTS' ... 그런 이름의 연구과제를 어깨너머로 본 적이 있다. (TTS는 Text-To-Speech, 즉 음성합성이라는 뜻이다) 당시 소속되어 있던 연구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만도 몇몇 학교와 연구기관에서 연구하던 주제였다.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 걸음마 수준의 음성합성기였지만, 떡잎부터 보였던 문제 중 하나는 그 '소름끼치는 목소리'였다. 분명 100% 기계적으로 합성한 초기의 음성합성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 목소리 중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중립적인' 음원을 중심으로 sampling하다보니 아무래도 강약도 높낮이도 없는 건조한 목소리가 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합성된 음성에는 "공동묘지에서 들리면 기절하겠다"든가 "연변 뉴스 아나운서가 있다면 이렇지 않을까"라든가 하는 소리가 늘상 따라다녔던 거다.

합성된 음성에 강약과 높낮이를 넣기 위한 대표적인 연구인 '노래하는 TTS' 연구과제는, 하지만 너무 많은 난관 - 노래는 음표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많은 기법들이 동시에 적용되며, 게다가 악보에 나와있진 않지만 노래할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 즉 발음이 뭉개지거나 평서문과 다른 곳에서 연음이 생기는 등을 고려해야 하는 점이 기존 음성합성 연구범위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웠기에 순탄하게 진행되지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도 못했던 것 같다.


...

그건 그렇고, "파돌리기 송"이라고 들어봤는가? ㅡ_ㅡ;;;


중독성이 있네, 가사에 무슨 의미가 있네 하면서 한참을 인터넷에 돌아다녔던 동영상이고, 나도 무슨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가지고 장난친 거려니 하고 그냥 한번 보고 웃어넘겼던 동영상이다.

그런데, 같이 일했던 분이 알려준 블로그에 의하면, 이게 컴퓨터로 합성된 음악.. 그러니까 노래라고 한다. 관련된 동영상이며 캐릭터 이미지들을 찾아보니 과연 참 오타쿠 문화의 본산인 일본다운 기획이다 - 좋은 뜻도 나쁜 뜻도 포함해서 - 싶으면서도, 음성합성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엄청난 발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츠네 미쿠 by Vocaloid + alpha

여기에 사용된 '노래 합성' S/W와 데이터베이스는 Yamaha의 Vocaloid라는 제품이다. 현재는 일본어와 영어를 제공한다지만, 사실 음운 기반의 합성 방식이므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 어떤 언어로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잠깐 이 Vocaloid라는 S/W의 모습을 보면:
Vocaloid Screenshot: Amazing grace~

악보를 오선지에 그리는 대신 높낮이에 따른 시간 막대로 표시한 다음, 각각의 음에 해당하는 대목(단어 혹은 그 일부)을 입력하는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각각의 단어에 해당하는 음소는 자동생성되지만, 필요에 따라 편집할 수도 있다고 한다. 뭐 여기까지는 기존의 '노래하는 TTS'들과 비슷하지만, Yamaha 다운 점이랄 수 있는 것은 역시 노래의 강약조절이나 vibration 같은 기법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랄까. 이게 단지 몇가지 필터를 넣은 게 아니라, 노래의 다양한 패턴 중에서 자연스럽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실제로 샘플 노래를 들어보면 단순히 특정 음에 맞춰 특정 발화를 주어진 길이만큼 하는 단순한 조합에 비해 훨씬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지난 1997년말 '사이버 가수'라는 타이틀을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내세운 '아담'이라는 ... "그림"이 널리 회자된 적이 있다. 가수인 주제에 입 벌린 사진 하나 찾을 수 없는 이 친구는 사실 CG 캐릭터에 가까왔고, 실제 노래를 부른 가수는 따로 있었으니 실상은 '립싱크' 가수랄까. 사실 그건 1996년에 나온 일본의 '버추얼 아이돌'인 '다테 교코'도 마찬가지였고. 이런 기획들을 비판하며 "세계 최초의 100% 사이버 가수"라고 나온 싸이아트(SciArt)도 사실 Vocaloid를 적용한 사례라고 한다. (남의 S/W 갖다 쓰면서 잘도 세계 최초라는 말이 나왔다;;) 뭐 심지어는 로봇에 같은 립싱크 기술을 적용한 EveR-2 Muse도 비슷한 사례라 하겠다.
아담 (1997)
다테 교코 (1996)
싸이아트 (2007)
EveR-2 Muse (2006)



노래하는 가상의 캐릭터라니... Uncanny valley도 생각이 나고, 미래에는 인간은 토크쇼 등을 통해서 "캐릭터性"만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합성된 캐릭터(모습은 물론 대사까지도)가 할 거고 섣부른 예측을 했던 것도 생각나고, 뭐 이것저것 떠오르는 생각은 많다.

그러다가 문득, 오래 전에 읽은 기사가 묘하게 연결되어 버렸다.

거기에는 ‘비밀’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부 댄스 가수는 자신의 히트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부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진실은 이렇다. 가수들이 음반을 녹음할 때, 노래를 한번에 불러 녹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8마디씩 끊어 부른 뒤, 각 부분을 합쳐 한 덩어리의 노래를 만든다.

이를테면,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가사가 있다면, ‘나는’ ‘너를’ ‘사랑해’를 수없이 반복해 부른 후, 이 중에서 가장 좋은 소리가 나온 부분을 골라서 노래 한 곡을 완성하는 것이다. 물론 ‘사’ ‘랑’ ‘해’도 따로따로 ‘채집’이 가능하다. ‘찍어 붙이기’라 불리는 이 ‘짜깁기’ 편집 기법은 한국의 댄스곡 수준을 엄청나게 향상시킨 ‘비밀 병기’다.

한 가요 작곡가는 “신인급에 속하는 댄스가수는 보통 소절마다 100번씩 노래를 반복해서 부른다”며 “최악의 경우, 1000번씩 노래하는 댄스가수도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일부 신인, 한 소절 100번씩 녹음해 편집>
http://www.chosun.com/culture/news/200602/200602030471.html


Vocaloid를 통해서 음소단위로 자른 음성은 연결해서 노래를 만드는 것은, 음성 합성 기술을 음악이라는 장르에 맞게 확장한 것이다. 이 음성 합성 기술의 가장(?) 기초적인 적용은 concatenated speech synthesis, 즉 녹음된 말들을 적당히 - 어절 혹은 문장 단위로 - 끊어서 연결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사실 위의 기사에서 말한 일부 가수들의 모습은 오히려 Vocaloid보다 원시적인 음성... 아니, 노래 합성의 사례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미 사이버 가수라든가 진짜 가수라든가 하는 경계는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닐까. Kurzweil이 <The Age of Spiritual Machines>에서 예견했듯이, 기계와 인간의 경계는 이렇게 모르는 사이에 슬금슬금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연기뿐만 아니라, 가수라는 직업도 "캐릭터性"만 보여주고 실제 노래는 (심지어 춤도) 기계가 하게 되는 "끔찍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끔찍해 보이는" 그 두 개체 사이의 연관관계는, 또 대중매체와 자본주의가 어떻게든 설명해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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