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게임에서의 '재미'라는 놈과 사용성에 대해서 조금 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벌써 한달이 넘어가니 이러다가 그냥 어물쩍 넘어갈 지도 모르지만. -_-a;;
어쨋든, 그야말로 게임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게임 UI 라는 것에 대한 궁극적인 회의 - "사용성은 편리함에 대한 것인데, 게임은 도전에 대한 것", 그리고 "사용성은 익숙함에 대한 것이고, 게임은 새로움에 대한 것" - 가 자꾸만 들고 일어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에 가장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들이 있다.
(1) Portal
이 게임은 일전에도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공간에 차원포털의 입구와 출구를 만들어서 주어진 공간에서 탈출하는 일종의 퍼즐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차원포털을 통해 접근할 수 없는 곳에 갈 수 있으며, 이를테면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총을 쏴대는 적(드로이드 로봇)을 쏠 수도 있다.
앞글에서도 말했듯이 이 게임은 플래쉬 게임으로도 나와 있어서, 새로운 공간과 중력의 법칙을 경험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시도해 볼 수가 있다.
솔직히 나는 이 게임이 너무 어렵다. 몇 레벨을 깰 수는 있었지만, 결국 차원포털의 입출구와 중력, 이동속도 등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막다른 골목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orz
(2) Braid
이 게임 속에서 주인공의 행동은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전 룸메이트가 '독특한 플레이 패턴이라면 이것'이라면서 가르쳐준 이 게임은 여러 개의 세계(world)로 나뉘어져 있어서 각 세계마다 그 규칙이 다른데, 어떤 세계에서는 플레이어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시간이 정상으로, 왼쪽으로 움직이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가 하면, 다른 세계에서는 조정간을 좌우로 움직이는 것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바뀌기도 한다. 또한 플레이어는 시간의 흐름을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시간대를 선택해서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
... 이 게임의 플레이는 정말 말로는 설명하기가 어렵고, 아래 동영상을 보는 것이 가장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거다.
영화 <Next>에서 나왔던 장면과 흡사하지만, 실제로 각 시간대의 플레이가 서로 협업해 가면서 도와준다는 것이 훨씬 더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3) Cursor*10
앞의 Braid의 게임 플레이를 보고 팀원이 바로 추천해 준 것이 이 게임이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 플래쉬 게임은 앞의 게임의 규칙 중 하나 - 과거의 플레이가 현재의 플레이를 돕는다 - 만을 취해서 게임으로 풀어간 것으로, 계단을 클릭해서 되도록 위층으로 이동하되 어떤 경우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과거의 플레이가 미래의 플레이를 도와줘야 한다.
이 경우에도 동영상을 보는 편이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참고로 이 게임을 직접 해볼 생각이라면 아래 동영상은 spoiler가 될테니 안 보는 게 좋다.
이 게임에서는 딱 한가지 규칙에 의해서 시간을 왜곡시켰기 때문에, 일단 전체의 규칙을 이해하고 나면 각 층을 어떻게 클리어할 것인지는 비교적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오직 얼마나 빨리 그 플레이를 수행하는가에 대한 것 뿐이다.
... 대부분의 게임은 그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그야말로 최소한의 힌트로 '현실'을 활용한다. 많은 게임들은 상상할 수 있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규칙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심지어 괴물과 마녀가 설치는 중세 마법시대라고 할지라도 이미 알고 있는 현실의 규칙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위 세가지 게임의 경우에는 가장 기본적인 현실의 규칙인 "시간"과 "공간"을 새로운 규칙으로 엉클어 놓고 그 자체를 이해해서 게임을 풀도록 하고 있다. 요컨대 "사용성", 특히 "학습성"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어려운" 유형의 게임이랄까. 배울 게 많지는 않지만 그 규칙 자체는 현실에서 배워놓은 가장 근본적인 규칙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가장 학습하기 어려운 게임 플레이 패턴을 가지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The Theory of Fun)>에서 말하는 패턴 학습에 의한 재미를 극복할만한, 혹은 최소한 극심하게 어려운 패턴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 패턴을 학습할 때까지 도전할 수 있게 하는 무언가 다른 재미 요소가 있는 게 아닐까.
그 고민이 지금 한달 넘게 쓰고있는 글로 연결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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