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사실 UX 쟁이로서...라고 할 것도 아니다. 그냥 이런 게 눈에 밟히는 직업병에 걸려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UI 업무도 아닐지 모르고, UI 레벨의 문제도 아니고, 그저 누군가가 게으름을 피웠을 뿐일지도 모르는데. -_-
정독도서관에 다녀왔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방문한 건 처음이었는데,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 연신 폰카를 들이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 매우 한심해 하면서 집에 왔다. 이런 걸 좋아라 하면서 찍어대는 인간은 참... 나라도 같이 있기 싫겠다.
그런데.
이 iPod 짝퉁스런 기기에 대해서는 정말...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기라면서 디스플레이는 깨알만하다. 완전히 시야가 안 보이는 전맹인의 경우에는 디스플레이 따위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으니 제품의 형태가 방향성이 없다든가 하는 점을 뭐라고 해야 하겠으나, 기왕 값싼 흑백 화면으로 할꺼라면 조금이라도 눈이 보이는 분들을 위해서 글자를 크게 해주고 어쩌면 단순 돋보기 기능이라든가 하는 것도 넣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특히 iPod에서 제공하는 Click Wheel이라는 Touch UI 의 가장 심각한 - 가장 기본적인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 문제 중 하나인, 회전운동으로 커서의 수직 스크롤을 하나씩 조작하기가 어렵다(얼마나 내려갈지 예측하기 어렵고, 조작하기 어렵고, 멈추기도 어렵다)는 점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얼마나 어려움을 줄지는 모르겠다.
흠... 사실은 직접 써보지 않은 기계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점자가 없어 보이는 기계지만 그것도 사진 상 그렇다는 것 뿐이고. 실제로 사용할 때에는 이어폰까지 꼽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면 블루투쓰 같은 걸 지원할지도 -_-;;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그럼 다른 거. ㅡ_ㅡ;;;
도서관 정문에 서 있는,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이다. 이곳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정말 많기도 하다. 하필이면 도서관에... 게다가 왠지 전시행정 답게, 유리문과 유리문 사이의 한쪽 막다른 골목에, 아무 촉각적 방향지시 없이 설치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이 거길 어떻게 찾아서 들어갔다가 나오라는 건지. -_-
뭐 그거야 흔한 일 ㅜ_ㅠ 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건 또 새롭다.. 싶었던 것은:
욕역실? 이뭥미... 싶어서 해당 장소에 가봤다. (왠지 귀가 가렵다;;)
도서관의 관리를 위한 용역업체 분들이 머무는 방이라고 한다. ... 그래, 계신 분들한테는 죄송하지만 도서관에서는 그닥 주요하게 안내해야 하는 명칭은 아니지. 그래도 이렇게 욕역실..이라고 써놓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혹시나 해서 점자를 찾아봤다. (이제 귀가 막 더 가렵다;;;;)
... 충실하게 한글표현을 따른 점자 번역이다. -_-;; (참고로 한글 점자 체계에서 초성과 종성은 다르게 표기하며, 초성 "ㅇ"은 표기하지 않는다.)
내가 한글이든 영문이든 잘못된 철자라든가, 이런저런 배려의 부족(요건 좀 주관적이라는 거 인정 -_- )에 가끔 발작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역사와 전통이 있는 새로운 명소에 대해서 이런 글을 올린다는 것은 물론 불합리한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은, "요새 뜬다는 정독도서관과 먹자골목에 다녀왔습니다~♬"라는 개인적인 블로깅(남들은 장미와 벤치와 분수를 찍어 올리듯이)의 나 나름대로의 버전이다. 정독도서관 앞뜰에 피어있는 빨간 꽃이나 고인 물의 사진을 보실 분은 번지 수를 잘못 찾아 오신거지... ㅋㅋㅋ (미친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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