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TTT' 라는 문구는 MIT Media Lab.의 유명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연구 컨소시엄의 이름이다.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이 프로젝트는 1995년에 시작되었으며, "디지털로 인해서 기능이 강화된 물건과 환경을 만드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Hiroshi Ishii (Tangible Media Group), Roz Picard (Affective Computing Group) 등 UI 하는 입장에서 유난히 관심이 가는 교수들이 director를 하고 있고, 그 외에도 내가 이름을 알 법한 MIT의 교수들은 모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름을 알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UI design에 가깝거나, 아니면 대외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교수라는 뜻이니.. 각각 어느 쪽으로 해석할지는 각자 알아서 -_-;; )


어쨋든, (아슬아슬하게 삼천포를 피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올라온 한 일간지의 기사에서, 이 TTT consortium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치 빨라진 디지털" 이라는 제하의 이 기사에서는 최근 발매된 몇가지 제품들을 대상으로 그 '자동화' 기능을 언급하고 있다.

Intelligent_Appliance_Chosun071119.pdf

눈치 빨라진 디지털 (조선일보 2007.11.19)


제품의 기능에 '인공지능 AI', '똑똑한 smart'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거의 디지털 정보처리 칩셋 - 한때 모든 제품의 광고문구에 첨단의 의미로 쓰였던 "마이컴"을 기억하는가 - 이 적용된 바로 그 시점부터라고 생각이 되지만, 이제야 비로서 눈에 띌 정도로 지능적인 기능들이 된 것일까. 여전히 '자동화'라는 용어를 적용한 것은 다소 섭섭하지만, 가까스로 꽃피기 시작한 Intelligent 제품, 그리고 당연히 따라붙어야 할 Intelligent UI에 대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스스로 지능을 갖고 판단하는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그 UI를... 이래라 저래라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까지 몇가지 시도해 봤지만, 두마리 토끼 - AI의 이상과 UI의 현실이랄까 - 를 모두 잡아본 적이 없다. Screen-by-screen의 UI에서 벗어난... 새로운 UI의 개념과 (무엇보다도) 방법론의 재정립이 글자 그대로 '발등의 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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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캐나다 최초'의 안드로이드를 만든 중국계(아마도) 연구자가, 사실은 로봇 연구에 있어 '세계 최초'의 업적(?)을 세웠음이 드러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우선 닥치고 동영상 한편.
 

[○] 다 봤으면 한번 생각해보자.



... 뭐 그래도, 이 홍보용 사진은 참... 만든 사람의 취향을 참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국경을 뛰어넘은 덕후의 힘! May the (police) force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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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게임↔현실이라는 구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닛산에서 꽤 오래전에 광고하던 주변환경 모니터(Around View Monitor)를 완성한 모양이다. 일본에선 10월에 Elgrand, 미국에선 12월에 Infiniti EX35에 탑재되어 출시된다고 하고. 4개의 180방위 카메라를 사용한다고 한다.

원전: http://www.engadget.com/2007/10/12/nissans-around-view-arrives-in-the-us-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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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진짜 만들어냈다는 것도 참 대단하지만, 동영상도 감동. -_ㅠ



VR이니 AR이니 말들은 많았지만, 실제로 이렇게 하나둘 상용화되어가는 걸 보면, 게다가 그나마 몇년이나 걸쳐서 이렇게 결국 완성해낸 사람들을 보면, 참 말보다 행동이랄까..하는 점이 참 새삼스럽다.

... 도대체 어떻게 모든 글의 결론이 매번 똑같냐. ㅡ_ㅡ;;;


P.S. 아래는 Audi Q7 모델에 장착된 후방주차 지원 시스템. 뒷쪽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에 조향장치를 움직임에 따른 예상 경로가 표시되고, 아마도 자동차 면적이 함께 표시되는 듯 하다. 2006년에 나왔다는 것 같은데... 이걸 이번에 CHI 준비하면서야 보다니 참.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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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이 할아버지의 행보가 나는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심리학자로서 나름대로 경력을 쌓다가 난데없이 일상의 물건들에 대한 소고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면서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 딱이 이론이 없던 UI 업계에 영웅으로 등장하더니, 그 후로도 잇달아 UI 업계를 효용성(things that make us smart)에서 기술(invisible computer)로, 다시 감성(emotional design)으로 뒤흔드는 저서를 연달아 발표했다. 그 와중에 심리학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연구를 껍데기만 인용해서 민중을 현혹시키는 이단아로 불리고 있었고...

심리학자에서 UI 컨설턴트로의 변화에서 예측할 수 있었어야 하겠지만, 최근 KAIST에서 있었던 이 할아버지의 발언 - "사용하기 쉽게 만든 냉장고가, 그래서 더 많이 팔리더냐" - 은 결코 잔잔하지 않은 파문이 되고 있다. 기업 경영과 실무 현장에서의 관점으로 쓰고 있다는 그 책(만화로 된)이 언제쯤 출판될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UI 컨설턴트로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볼꼴 못볼꼴 다 본 입장에서 조금 시니컬해질 때도 됐다고 본다.

진짜 UI는 철학일 뿐일까.

뭐 여기까진 전체 맥락과 상관없는 서두일 뿐이고, -_- 이 할아버지가 요새 재미있는 컬럼 2편을 <Interactions>에 연달아 발표했다.

UI Breakthrough Part 1. Command Line Interfaces (2007.5-6.)
http://www.jnd.org/dn.mss/ui_breakthroughcomma.html

Don Norman - UI Breakthrough 1 Command Line Interfaces.mht


UI Breakthrough Part 2. Physicality (2007.7-8.)
http://www.jnd.org/dn.mss/ui_breakthroughs2phy.html

Don Norman - UI Breakthrough 2 Physicality.mht


대충 성의없게 요약하자면, 다음으로 닥쳐올 UI 혁명은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는 방향이 될 것이며, 그 첫번째는 예전 DOS와 같이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지만 검색 기술과 속도의 향상에 힘입어 훨씬 강력해진 형태가 될 것이며, 두번째는 물리적인 행위를 통해 제품을 조작하되 강화된 제품의 지능으로 세세한 조작은 제품이 알아서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흠... 이 두가지가 차세대 UI Breakthrough라고? 몇가지는 알면서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고, 몇가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의 글이다.


1. Command Line Interfaces

  • 이미 타이핑되는 입력 중 문자입력이 아닌 것을 잡아서 특정 명령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은 나와있다. (이미 컬럼에 쓴 후 Norman도 제보를 받은 듯)
  • 애당초 DOS 시절에 문법이 어려워 못 쓰던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는데, 자연어 처리보다 독특한 검색 문법을 강조한 이유는 뭘까?
  • 기왕 제한적인 문법이라면 Voice UI 좀 언급해 주시지... (굽신굽신)
  • 어쩌면 이게 pseudo natural language와 연결될지도 모르겠다.

2. Physicality

  • Tangible UI 구먼 -_-;
  • Physical Computing 이구먼... -_-;;;
  • Haptic/Tactile input/feedback에 대해서는 수많은 특장점과 제한점이 있는데, 어째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서문만 읊으시나...



뭐 결국 이 할아버지 또 점 하나 찍으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감히 샘나서 몇마디 섞어보지만, 결국 이 두 컬럼은 여기저기서 인용하게 될 것 같다.

쩝.

완전 닭 쫓던 개 신세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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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 누가 아니겠냐만. ㅡ_ㅡ;;;

여하튼 나름 희대의 엔지니어로서 애플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워즈니악의 말이니만큼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인공지능을 결국 로봇의 형태로 구현되는 것일까? 이미 소프트웨어가 뭔가 기특한 짓을 했다고 해서 그걸 '인공지능이 있다'고 할 시대는 지났다. 역시 뭔가 real world에서 도움이 되어야 비로서 '쓸모가 있군'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워즈니악의 이 연결은 화두로 삼을 만 하다고 본다.

트랙백: http://www.eweek.com/article2/0,1895,2187436,00.asp

원문은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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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Rolly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http://www.sony.jp/products/Consumer/ro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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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아이보를 접은 후 오랫동안 얼리어답터들을 실망시키는 제품군을 만들다가,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만든 '움직이는 MP3 플레이어'.. 이 제품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아래 동영상들을 보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아이보는 부정할 수 없이 실패한 '상품'이기도 하지만, "역시 Sony"라는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시된 Rolly는 '상품'과 '작품'의 사이에서 한번의 큰 도전과 교훈을 얻은 소니가 절치부심해서 내놓은 나름대로의 해결안으로 보인다. 물론 귀엽고, 재미있고, 나름의 쓸모도 있어보이는 이 물건이 과연 청소로봇 이후 로봇가전(robot appliance)의 대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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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적은 웹사이트 주소 속의 ".../products/Consumer/..."라는 부분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안드로이드는 전자 양의 꿈을 꾸는' 게 아니라, 슬금슬금 우리 인간이랑 같이 살기를 꿈꾸며 이런저런 방법을 (인간의 머리를 빌어) 고민하고 있나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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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오늘 전자신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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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070711


이건 뭐... 황당한 기사가 떴다. 나름 음성인식팀과 같이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일단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음성인식이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건가 싶기도 하고.

[○] 기사 전문 ─────────────

왜 우리는 (시장이 좀 좁더라도) 좀더 검증된 IVR 시스템 적용이 이렇게 더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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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Human backs up robots.

Robots milling around the office halls, pass man in glass booth with sign that reads: In Case of Emergency Break Glass.



위 그림은 1989년에 미국 잡지에 실린 카툰입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잘 안 보이지만, 로봇이 사무실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고, 양복입은 남자가 들어있는 유리 상자에는 "IN CASE OF EMERGENCY BREAK GLASS 비상 시에는 유리를 깨시오" 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하고 싶었으나... 이거 구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불법이 필요했습니다. -_-a;; )

로봇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서 고안된 '개념'입니다. 하지만 각종 산업용 로봇이 많은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몰게 되면서 기계에 대한 반감이 또다시 - 산업혁명 직후 증기기관으로 구동되는 기계에 대한 반감 이후로 - 생겼던 것 같습니다. 물론 산업혁명 이후 새로운 서비스 산업 등이 생기고 제3세계로의 진출 등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 인류는 기계와의 전면전을 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만, 과연 이번 로봇 물결(?)은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까요? 혹시 우주로 진출? -_-a;;

영화화된 소설 <I, Robot>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로봇이 혁명을 일으키고, 영화 <The Matrix 매트릭스>에서는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가장 유용한 쓰임새로 배터리 역할을 부여하죠. 위 카툰에서는 그나마 조금은 인간을 존중했는지, 인간에게 비상 시의 대처를 맡기고 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인간과 로봇... 이 두 종족이 어떻게 이 좁은 행성에서 공생하게 될지 궁금하기 짝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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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이 글은 2005년 사내에서 게재했던 컬럼을 옮긴 것입니다. 아직 공개여부를 확인받지 못했으니 혹시라도 이 글을 읽은 분께서는 저자의 서면동의 없이 이 글의 참조나 인용이나 등등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편에서 대중 인터페이스는 인간 대중의 UI 개선 활동이라고 일단 정의했으나, 사실 이때의 UI 개선은 단순히 사용편의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훨씬 다면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는 대중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 혹은 가질 것이라고 생각되어지는 – 가치가 과도하게 부각되는 집단이기주의로 이해될 수도 있으며, 평소 개개인으로 관찰될 경우에는 이성과 상식의 베일에 가려진 인간의 본성이 대중 속 익명의 개체를 통해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집단이기주의의 경우 해당 대중이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단체로서 규정하고, 단체 안에서의 의견을 규합하여, 이를 단체의 공식적인 의견으로서 대내외로 표출하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게 된다. 따라서 이는 대부분 장기적인 사회현상으로 다뤄질 수 있고, 다양한 규모의 문화/준문화 권에서의 관점의 차이를 다루는 문화적 UI의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 … 묘하게도, 대중 인터페이스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이 문화적 UI라는 연구 주제에 대하여, 필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니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하자.  =_=a;;

하지만 대중 속에 묻힌 개체의 익명성에 기인한 행동은 이보다 훨씬 단기적으로, 아니 주로 ‘순간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익명적 행위’는 행위자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으리라 생각되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반사회적이거나 파괴적인 행위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때의 익명성이란 글자 그대로의 의미, 즉 그 행동을 한 사람이 누군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보다는 주변의 누군가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고, 그 행동을 방조하거나 심지어 동참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하여 그 행동의 결과를 행위자로서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공공연히 알고 있을 때에 성립되는 것이다. 길거리 광고판의 모델 얼굴에 씹던 껌을 붙이는 것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 행위를 제지할 마음이 없었을 테고, 그 행위를 한 사람 역시 그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뭔가 개인적인 일로 화가 나서 공중전화 부쓰를 발로 찬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신 친구들의 제지를 받기는커녕 함께 발길질을 해댔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익명적 행위는 그러한 행위가 아무에게도 해를 주지 않으리라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듯 하지만, 조금만 이성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너무나 명확하게, 피해자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종류의 행위인 것이다. 앞에서 예로 든 행위에서 피해자는 광고판을 관리하고 청소해야 하는 사람이나 공중전화 부쓰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일 수 있고, 혹은 그 광고 모델을 좋아하기에 그 모습을 보고 기분이 상한 다른 행인이나 공중전화를 사용하려다가 깨어진 유리 조각에 손을 벤 사람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성과 상식에 비추어, 이러한 가능성과 사례를 제시하면서 익명적 행위를 비난하고, 저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 피해자가 인간이 아닐 때는 어떨까?


2. 인간들, 로봇을 만나다.

지난 수년간, 대중 소비자에게 최초로 상용화되는 로봇은 청소 로봇임이 명확해졌다. 미국 iRobot社의 진공청소기 로봇인 Roomba가 2002년 발매 이후 미국에서만 100만대 이상 팔려나가면서, 청소 로봇은 최초로 상업적으로 성공한 가정용 로봇으로 기록되게 된 것이다. 꿈 같은 로봇 세상에 대한 많은 가정과 우려가 무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은 어느 순간 로봇은 우리 가정에 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로봇이 인간의 명령을 무시하고 인간을 공격하기에는 로봇이 아직 준비가 덜 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인간은 로봇을 집안에 들일만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여기에 대한 궁금증에서, 2004년 3월 삼성종합기술원 HCI Lab. (현재의 Interaction Lab.)에서는 당시로선 가장 고도의 지능을 갖춘 청소 로봇들을 사무실에 설치하여 청소를 하게 하고, 이에 대한 연구원들의 반응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원들은 대부분 IT 분야에서 다년간 종사한 사람들이었고, 특히 일부 연구팀은 가정용 로봇을 연구하고 있었으므로 상당히 편향된 대상이었지만, 사실은 ‘우리도 외국 연구소처럼 로봇 풀어놓고 일해보자’는 욕구가 컸기에 그런 문제는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P

이 로봇 방목 퍼포먼스(?)에 사용한 청소 로봇은 Karcher社의 RoboCleaner RC3000으로, 당시 시중에 나와 있던 청소 로봇 중에는 유일하게 적외선 항법장치를 이용한 자동 충전을 지원하는 모델이다.  다른 모델의 청소 로봇들은 자동 충전을 지원하지 않거나 그 방식이 원시적이어서, 비교적 넓은 연구실 환경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했다.

Karcher RC3000



가동 후 첫 며칠 – Exploratory

RC3000 in action
로봇이 연구실 한편에 설치되어 가동을 시작하자, 곧 연구원들은 모터 소리를 내며 책상 사이를 누비는 이 귀여운 물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들이 보인 행동은 그 기능성에 대한 것으로, 특히 장애물에 부딪혔을 경우의 반응(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에 관심을 갖고 발로 진행방향을 가로막는 행동을 보였다. 사실 로봇은 진행 중의 충격을 분석하여 주변 지형을 파악하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은 로봇의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개미의 진행방향을 방해하는 장난과 같은 행동을 한 후에야, 사람들은 로봇의 본래 기능 – 즉 청소기로서의 성능에 관심을 보였다. 몇몇 사람들이 작은 쓰레기를 그 진행방향에 놓아두고 제대로 빨아들이는가를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청소 로봇이 충전기 base station을 떠나 필자의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연이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는 예상(혹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기는 했으나, 그 유형은 전혀 뜻밖이었다. 복잡한 랩의 배치를 고려할 때 충전기를 찾지 못해 어딘가에서 방전된 채로 발견되리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고, 가장 큰 문제는 인간 세상에 널려 있는 장애물임이 드러났다. 이 시도의 대상이 된 장소는 아래 도면과 같이 80여명의 연구원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으로,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일반 가정집처럼 장난감과 신문과 같은 장애물이 바닥에 널려있지 않으므로 로봇이 활동하기에는 오히려 좋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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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로봇 구동을 시작한 당일, 로봇의 ‘실종사건’은 1시간에 한번 꼴로 발생했다. 필자는 연구실 어딘가에서 잠적해 버린 청소 로봇을 찾아 허리를 굽힌 채 연구실 구석구석을 몇 번이나 뒤져야 했고, 그 과정에서 연구실 곳곳에 설치된 배선용 ‘쫄대’를 넘지 못해 얹혀진 채 멈춰있는 로봇을 자주 발견하게 됐다. 사람에게는 그냥 바닥과 마찬가지로 밟고 다니는 설비가, 로봇에게는 넘지 못하는 장벽이 된 것이다. 배선용 쫄대는 연구실 곳곳에 수십군데 설치되어 있었고, 번번히 로봇을 ‘구조’하기 위해서 출동할 순 없었기 때문에, 가급적 로봇 스스로가, 혹은 주변의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청소 로봇은 기계적으로 완성된 형태였기 때문에, 로봇에 지렛대나 스프링과 같은 부가적인 장치를 달아 스스로 쫄대를 넘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실패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Kick Me If I’m Stuck.” 이라는 표시가 부착되었다. 이로서 로봇이 쫄대 위에 얹히게 되었을 때 주변에 앉아있던 연구원이 발로 밀어주어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 것이다.

청소 로봇이 사무실 환경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었는데, 그것은 연구실 정문에 설치된 자동문이었다. 민감한 움직임 감지 센서에 의해 구동되는 이 자동문은 청소 로봇이 문을 향해 접근하면 절묘한 타이밍으로 문을 열어 주었고, 따라서 로봇이 스스로(?) 연구실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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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실종사건’에 비해 ‘가출사건’은 로봇이 스스로 새로운 기능을 한다는 면에서 뭔가 기특해 보이는 면이 있었고, 가동 3일째부터는 연구원들이 스스로 밖으로 나가는 로봇을 연구실 안으로 되밀어 주기 시작했다.

가동 일주일째 – Curiosity
첫 가동 후 일주일 동안은, 청소 로봇에 대한 연구원들의 기대가 조정되는 시기였다. 대부분의 경우 로봇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만족되지 못하고 실망을 주었으나, 몇몇 기능의 경우엔 오히려 기대 이상의 성능에 크게 기뻐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반응은 로봇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나 그렇지 않은 연구원들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났는데, 청소 로봇의 구조와 기능적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연구원들조차도 그러한 기능들과 환경의 조합에 의해 로봇이 어떠한 문제를 우연히 해결하게 되면 감탄을 마지 않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로봇의 행동 패턴에 대한 갈채와 야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존하고 있었다. 입구가 좁은 공간에 들어갔다가 몇번의 시도 끝에 성공적으로 빠져 오는 모습을 본 연구원은 로봇의 단순한 기능(벽에 부딪히면 튕기는 방향으로 돌아 진행한다)의 미학에 대해서 칭찬했고, 결국 빠져 오지 못하고 배터리가 방전되어 멈춰있는 모습을 본 연구원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을 비난했다. 개인적 경험에 의해 로봇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은 특히 그 소음에 대한 반응에서 두드러졌는데, 복도 쪽에 앉아서 로봇의 소음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은 그 소음이 시끄럽다고 느꼈고, 복도 쪽에서 멀리 앉아 있기에 가끔 로봇이 왔다가는 정도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괜찮은 정도의 소음으로 인식했다. (참고로 사용된 청소 로봇의 소음은 약 54db로, 사람이 대화할 때의 목소리 크기보다 약간 큰 정도이다) 대신 청소 로봇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자리의 사용자들은 청소 로봇이 가까이 왔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있었다. 결국, 로봇에 대한 각 사용자의 조정된 기대치는 서로 달랐지만, 실제로 로봇을 접하면서 원래의 상상하던 것에서 많이 바뀌게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러한 기대 조정 기간을 거치자, 연구원들은 청소 로봇에 대한 각자 나름대로의 모델을 가지고 로봇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특히 눈에 띄는 행동을 했던 연구원 S씨는 항상 청소하러 다니는 로봇의 튼튼함에 대한 믿음과 기특함에 대한 나름의 표현으로 (본인의 주장) 로봇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동문 바깥으로 나가려는 로봇을 다시 들여놓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던 것 같지만, 이후엔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걷어차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S씨 외에도, 로봇과의 생활이 장기화되자 그 소음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불평하는 연구원들이 점차 늘어서 필자에게 ‘실험’의 목적과 기한을 묻는 연구원들이 매일같이 있었다.

가동 보름째 – Sympathy
가동을 시작한지 보름이 넘도록 로봇에 대한 연구원들의 반응이 안정되지 않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필자는 다음 연구실 도면의 (A) 위치에 있던 로봇을 (C)로 옮기고 새로 한 대의 로봇을 (B) 위치에 추가 설치하여 모두 2개의 청소로봇이 연구실을 돌아다니도록 했다. 이로써 연구원들이 로봇과 만나 상호작용할 가능성도 2배로 늘고, 따라서 로봇에 대한 호감이든 반감이든 보다 빨리 그 반응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연구실 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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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동 3주째를 맞은 3월 23일, 연구원 누군가가 그림과 같은 종이컵과 쪽지를 로봇에 부착했다. 쪽지의 내용은 “저는 24시간 청소만 하는 불쌍한 로봇입니다. 여러분의 조금한 정성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되어 있었으며, 요컨대 청소 로봇이 익명의 사용자에 의해서, ‘앵벌이 로봇’으로 기능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쪽지를 붙인 누군가는 일부러 ‘조금한’과 같은 잘못된 한글을 사용하여 앵벌이 소년의 안내문을 적절히 패러디하고 있었다!)  이 종이컵은 사실 로봇의 충전기 진입을 어렵게 했기에, 필자는 종이컵 윗부분을 잘라내어 로봇이 앵벌이 기능과 청소 기능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필자가 넣어둔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시작한 로봇의 앵벌이는 이후 일주일만에 480원으로 늘어났고, 이후엔 점차 ‘수금’되는 액수가 줄어 약 3주 후에는 아무도 동전통에 돈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이 10원짜리와 50원짜리 동전이기에 때로는 동전통이 무거워 충전기에 올라가는 것을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아마도 세계 최초로 스스로의 노동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얻는 ‘앵벌이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주로 ‘얼마나 버느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이 많기는 했지만. -_-a;;

3월 28일, 마침내 소음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이 접수되었다. 한 연구원이 포스트잇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적어 로봇에 부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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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얘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청소…), 역시 ‘소리’ 문제가 해결되야 할 거 같구요. & 강아지가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라 사실 상당히 신경이 쓰입니다. 좀더 익숙해지면 괜찮을지 :) 옆에 오면 깜짝깜짝 놀라요.”

이전부터 로봇에는 “저에 대한 의견을 포스트잇으로 붙여 주세요~ :)” 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으나, 실제로 의견이 게시된 것은 이 경우가 처음이었다.

가동 한 달째 – Empathy
애당초 HRI (Human-Robot Interaction)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한 퍼포먼스인 이상, 이 일이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명확한 반응이 나오는 시점에서 그만두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다. 따라서 앞의 쪽지를 접수하고 종료를 계획하던 중,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일이 벌어졌다. 한 연구원이 자신의 자리 옆의 복도를 가로지르는 쫄대에 종이 빗면을 부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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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복사용지로 만든 이 빗면 덕택에 로봇은 쫄대에 걸리지 않았고, 연구원은 덜덜 소리를 내며 쫄대에 걸려 있는 로봇의 엉덩이를 차주기 위해 일어날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 연구원이 로봇이 쫄대에 걸려있을 때의 소음이 시끄러워서 그랬는지, 그렇게 얹혀 있는 로봇이 불쌍해서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로봇에게 불편한 환경을 사용자가 스스로 개선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의 현상이었고, 또 빗면을 설치함으로써 몇몇 개인 사용자에게만 미치던 불편함을 줄이면 전체적으로 부정적 반응이 줄어들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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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인 3월 31일부터 가동한지 만 한 달이 되는 4월 1일까지, 얇은 플라스틱 판(제본용 반투명 표지)을 휘어서 만든 튼튼한 빗면이 연구실 길목에 있는 대부분의 쫄대에 설치되었고, 이 과정에서 청소 로봇이 앵벌이로 벌어들인 돈이 일부 사용되었다. 앵벌이 아이디어를 제공한 익명의 연구원에 대한 경의로, 모금함에는 “모금액 480원은 장애로봇을 위한 빗면 설치비용으로 사용됩니다. 감사~” 라는 메시지가 부착되었다. 물론 실제로 연구실 내 수십 곳에 설치된 배선용 쫄대 모두에 빗면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30여 개의 빗면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 장당 180원짜리 플라스틱 판이 15장 이상 사용되었다. (총 2,700원) 여기에 업무시간이 끝난 후 쫄대를 찾아 다니며 하나씩 빗면을 설치한 필자의 인건비를 고려하면 계산은 맞지 않았으나, 이런 메시지와 환경의 변화가 또 다른 형태의 상호작용 interaction으로 여겨지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비록 제대로 횟수를 적어 계산한 것은 아니지만, 빗면을 설치하기 전에는 로봇이 한 대도 보이지 않아 쫄대에 얹혀 있는 로봇들을 찾아 ‘구조’한 것이 하루에 3~4회이고, 이외에도 연구원들이 도와준 횟수도 상당했으나, 빗면 설치 후에는 ‘구조’ 횟수가 반 이하로 준 것은 물론 쫄대에 걸려 있는 것보다 배터리 방전으로 구석에 멈춰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빗면을 설치함으로써 로봇이 연구원을 귀찮게 하는 일은 획기적으로 줄었으며, ‘이 실험(?)은 언제 끝나느냐’고 묻는 연구원도 많이 줄었다.

가동 한 달 반째 – 설문조사
의외의 해결안을 통해 로봇과 연구원들이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은 훨씬 자연스러워 졌으며, 연구원들이 방전된 로봇을 충전기에 가져다 놓는 것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필자의 로봇 ‘구조’ 활동은 3~4일에 1번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로봇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고 귀찮게 하지도 않게 되자, 대부분의 연구원들은 이제 로봇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이 퍼포먼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게 되었다.

필자는 이 시점이 청소 로봇에 대한 안정된 관점이 생긴 시기라고 판단하고, 퍼포먼스를 종료하기에 앞서 4월 20일경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청소 로봇에 대한 관점을 조사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로봇이 활동했던 연구실에 근무하던 70여명의 연구원 중에서 설문에 응한 사람은 44명으로, 원래 여성이 적은 연구소였기 때문인지 여성 응답자는 8명뿐이었다.

별 생각 없이 ‘로봇이 돌아다니는 연구실’이란 걸 한번 경험해 보자고 진행된 로봇 방목 퍼포먼스답게, 설문조사 결과에서 별로 특이할 만한 분석은 나오지 않았다. 

단지 2달 가까이 청소 로봇을 지켜 본 연구원들에게 막연히 “100점 만점에 몇 점?” 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평균 67점이 나왔으며, 이는 일반 가전제품을 생각하면 낮을 수 있지만 로봇의 특수성(과도한 기대치와 그에 따른 실망감)을 고려할 때 기대 이상의 수치라 하겠다. 또한 로봇의 지능수준이 만족스러운가를 묻는 질문(매우 불만족스러우면 -2점, 매우 만족스러우면 +2점)에서도, 평균 -0.4점을 기록해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청소 로봇이 로봇인가? 가전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래도 뚜렷하게 가전이라는 의견이 많아 79.1%를 기록했는데, 이는 로봇을 연구하는 연구원(78.6%)이나 그렇지 않은 연구원(79.3%)이나 비슷한 수치이므로 장기간 로봇을 접한 사람에게 ‘로봇’이라는 단어가 갖는 환상은 더 이상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실이라는 거친 환경 속에서 불완전한 로봇이 살아남는 데에는 많은 연구원이 도움을 주었음이 밝혀졌는데, 44명의 응답자 중에서 30명 이상이 “장애물을 넘으려고 애쓰고 있는 것을 뒤에서 밀어줬다”거나(31명) “구석에서 헤매고 있어서 탈출을 도와줬다”라고(32명) 응답했으며, 어떤 식으로든 도와준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소수(2명)에 불과했다.

이 설문에는 이후 청소 로봇을 계속해서 연구실 내에 운용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얄궂게도 정확히 50:50의 찬반수가 나왔다. 찬성한 22명의 가장 큰 이유(10명)는 “HCI Lab에서 로봇 연구를 한다는 홍보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바닥이 깨끗해져서 환경 개선 효과가 있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에 반대한 22명의 가장 큰 이유(13명)는 “소음이 시끄러워서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것으로, 비록 동등한 수치가 나왔으나 그 내용에 있어서 결론은 명확했다.

가동 두 달 – 종료
연구실에 청소 로봇을 가동하여 다수 연구원들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기 시작한지 2달여 만에, 연구실 구석에 설치된 충전기와 청소 로봇은 단계적으로 철수되었다. 2대의 충전기에서 수거된 쓰레기(먼지)는 약 350g으로, 2달 동안 시끄럽게 돌아다닌 것치고는 청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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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 Robots are aliens
영화 <Men In Black>은 지구에 숨어 살고 있는 외계인들을 감독하는 비밀기관을 묘사했다. 이 기관의 고참 요원인 K는 “인간은 이성적이기 때문에, 외계인이 지구에 있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왜 굳이 사람들을 속이느냐.”는 신출내기 J 요원에게, 이런 대사를 던진다.

A person is smart. People are dumb, panicky, and dangerous animals.

처음 로봇들을 연구실이라는 험한 환경과 수십 명의 연구원이라는 대중 앞에 풀어 놓았을 때에, 필자는 뒤의 문장에 관심이 있었다. 과연 인간 대중의 ‘집단이기주의’와 ‘익명적 행위’는 어떤 식으로 이 로봇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자신의 일을 방해할 뿐 실질적으론 별 도움을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때때로 신경 써주지 않으면 복도를 가로막고 있을 뿐인 이 ‘물건’들에 대한 거부감은 과연 이 로봇들에게 쏟아질 것인가? 혹은 배후의 조정자인 필자에게 쏟아질 것인가? … 아무래도 디스토피아 distopia적인 SF영화의 영향을 받은 듯한 이런 상상들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물론 매우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기술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도 높은 연구원 집단을 대상으로 하기는 했으나, 2달여 동안의 ‘로봇 방목 퍼포먼스’에서 부각된 것은 오히려 위 대사의 앞쪽 대사였던 것 같다. 사람들은 이 생경한 존재(로봇)에 대해서 무작정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보다 상대(로봇)의 행동과 움직임을 관찰하고, 어느 정도 조작을 가하면서 그 반응을 보기도 하는 등 마치 말이 통하지 않는 지적 생물체를 만난 것과 같은 행동패턴을 보였다. 또한 개인은 그들(로봇)과 조우했던 스스로의 경험에 의해 나름대로 대응방식을 갖게 되었고, 이를 자신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반영시켰다. 그러다가 이 반복적이고 따분한 존재(로봇)에 대한 관심을 점차 사그라졌고, 분명히 변함없이 묵묵하게 자신(로봇)의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모두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서, 이 글을 읽은 심리학자 중 누군가가 인간 관계의 발달 모델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_-+  하지만 어쩌면 로봇은 인간에게 있어서 <Men In Black>의 외계인 같은 존재는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UI 연구자들은, 인간 개개인의 이성에 호소해서 로봇을 그들의 생활 속에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대중으로서의 인간의 또 다른 측면이 그 관계를 그르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이 글을 게시판에 올림으로써, 도대체 몇 명이나 이 개별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꽤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 20050419 냥 =8-)

※ 참고: 설문조사에 사용된 문항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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