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hine Got Faces

2008.06.22 23:53
찾아보니 2004년의 일이다. 한창 가정용 로봇의 얼굴표정을 가지고 고민하고 난 참에, 일본 Toyota의 "얼굴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가 외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미 일본은 다양한 스펙 -_- 의 얼굴을 가진 가정용 로봇이 만들어져 있었고, 특허 내용은 사실 그런 방식을 자동차에 적용한 것으로, 기준이 되는 감정상태는 운전자와 승객으로부터 직접 입력되기도 하지만, 운전 조작의 상태로부터 자동차 스스로 판단하기로 한다고 한다.
Car with Facial Expression - Toyota patent

Picard 교수의 <Affective Computing>를 인용하자면, - 비록 이 저서가 논문 한편 분량의 아이디어를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그 아이디어만큼은 무척 재미있다 -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인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라면, 기계의 감정 역시 기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기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즉, 기계의 내적 상태 - 이를테면 CPU가 과부하되고 있다든가, 저장용량이 그득히 찼다든가, 반대로 메모리가 텅 비어서 별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든가 - 를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MMI 혹은 HCI 환경에서 보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상호작용을 도와줄 거라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2004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는 사뭇 유치해 보이더라도, 상당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였다. 문제는 이 로봇장치를 통한 감정표현이라는 것이 잘 디자인된 경우를 봐도... 유치해 보이거나, 섬칫해보인다는 부분이었다. 아래의 두 그림은 내 생각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PaPeRo, a Home Robot by NEC
Kismet, a Sociable Robot by MIT Media Lab.


위 왼쪽의 유치해 보이는 로봇은 NEC의 PaPeRo, 오른쪽의 섬칫해 보이는 로봇은 MIT의 Kismet이라는 로봇이다. 사실 위 자동차 특허는 기술적 구성 상으론 Toshiba의 ApriAlphaPhilips의 iCat을 좀더 닮았지만, 해당 나라의 디자인 취향을 반영한다고 쳐도, 앞서 말한 잘 디자인된 경우는 아니다. (어쩌면 내 취향일지는 모르겠다... -_-;; ) 특히 PaPeRo는 몸통에 머리만 달린 대부분의 가정용 로봇(=홈로봇, home robot)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Kismet은 이후 보다 '덜 무생물스러운' 후속 로봇들이 많이 있지만, 그 기괴함은 여전하다. 이 두가지 로봇은 아마도 아래의 Uncanny Valley에서 서로 반대쪽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는 사례일 것이다.

Uncanny Valley

[○] 우리나라의 사례: ETRI (6월25일 추가)



얼굴 표정을 통해서 인간-기계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런 노력도 결국 이 골짜기를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접어두고 있던 이 "기계의 표정"이는 주제가 다시 떠오른 것은, 얼마전부터 인터넷에 돌기 시작한 BMW의 컨셉 자동차 GINA 덕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표면재질을 천으로 만들고, 대신 내부의 골격으로 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무엇보다 천의 탄성과 유연성으로 자동차의 모양이 물리적으로 변형하면서도 유기적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는 물론 그 사진들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멋진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천 소재를 사용했기에 상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디어만큼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똥차다.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단지, 나에게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그 디자인보다... 수석 디자이너인 Chris Bangle이 등장하는 아래 소개 동영상의 마지막 1컷이다.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기계장치(레버, 축, 직선 같은 시각요소들)가 철저히 감춰져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이런 방식이라면, 기계의 얼굴표정이라는 개념이 Uncanny Valley를 빠져나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항상 실내에 머무는 가정용 로봇이라면 자동차에 비해서 천 재질을 사용함에 따른 문제가 훨씬 덜 할 것이고, 게다가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다른 것들 - 주로 이 단단하고 무거운 것이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 이 천 재질의 표면을 사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표면의 오염이라든가 하는 문제는 요새 많이 나오는 '첨단' 재질을 사용한대도 플라스틱이나 금속 코팅보다는 싸게 먹힐 것 같다.

아직 내가 로봇 UI... 혹은 HRI를 하고 있다면, 꼭 고려해보고 싶은 방식이다. 뭐 사실은 그렇다고 해도, 그보다는 더 큰 질문 - "그래서 그 비싼 로봇이 집안에서 뭘 해주는데?" - 에 여지껏 대답하지 못해서 끙끙대느라 정작 중요한 다른 생각(?)은 못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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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s for TechSmith MORAE

위 이미지는, 내 경험으로는 최소한 2004년 이전부터 <Interactions> 지에 실렸던 사용성 평가 기록/관찰 소프트웨어의 광고다. "It's just easier"... 참으로 UI 전문가 도구같은 느낌의 카피지만, 재미있는 것은 저 오렌지의 비주얼이다. 고해상도 버전을 구하진 못했지만, 안 그래도 충분히 까먹기 쉬운 오렌지에 지퍼를 달아서, 더 쉽게 만들었다는 것은 뭔가 UI 쟁이들에게 "아항~" 하게 해주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5월 24일) 지하철에서 내 눈을 의심케 한 광고 하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발상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어쩌면 저렇게 의미 불명의 광고를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다. "Fashion is Feeling" 이라든가 "The Pro-Fashional, doota"라는 카피하고 지퍼 달린 오렌지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설마 하니 오렌지족(이게 언제적 개념이냐 ㅎㅎ)을 노린 건 아닐테고, 오렌지가 쉽고 빠르게 옷(껍질?)을 벗을 수 있다는 것이 그닥 전문적 professional (혹은 pro-fashional)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서로 다른 분야, 다른 주제의 광고에서 같은 비주얼 컨셉을 접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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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해외출장에서는, 오가는 모든 비행기 편이 에어 프랑스 Air France였다. 프랑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고, 특히 음식에 관한 자부심은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는 나라다. 그런 나라의 대표 비행사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은 어떨까... 사실 예약된 비행기표를 받아보는 순간부터 내심 기대가 많았다.

My first 'Air France' meal

하지만 정작 받아본 첫 기내식은 뭐랄까... 일단 음식 이름은 불어가 반이었지만 결국 다른 항공사에서 주던 음식과 전혀 다르지 않았고, 게다가 출국편에서는 프랑스 요리에 김치가, 입국편에는 튜브에 담긴 짜먹는 고추장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늘을 나는 프렌치 레스토랑은 아마 first class에 앉아야 가능한 모양. 물론 서울~파리를 오가는 한국인들을 배려한 조치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음식이 그만큼 세계화되었다는 좋은 뜻이긴 했지만, 조금 색다른 걸 기대했던 입장에선 솔직히 실망이었달까. 그래도 와인은 꽤 좋았기 때문에 일단 만족했다.


그렇지만, 예상 외의 소득(!)이 있었다. 보통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포크와 나이프, 스푼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것도 무척 신경써서 고른 듯한 어두운 은색(게다가 '펄'이 들어가 있는!)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눈에 확 띈 그 형태에는 제품 디자이너의 피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포크와 스푼은 삼각형으로 접혀 있어서 힘을 지지할 뿐 아니라 잡기도 좋게 되어 있었고, 나이프는 윗부분이 우아하게 휘어있는 형태로 역시 기능뿐 아니라 미적인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Plastic Silverware of Air France (upper side)
Plastic Silverware of Air France (lower side)
Plastic Silverware of Air France (grip)


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고 어딘가 숨어있을 '메시지'를 찾는 것은, 제품 디자인을 배우던 시절부터 소위 '직업병'이라고 했던 습관이고, 그 덕택에 모처럼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Signature of Philippe Starck on Air France Silverware

필립 스타크. Philippe Starck... 이 아저씨, 스스로는 "디자인을 죽였다"며 스스로 anti-designer로 활약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아직도 살아있는 산업 디자이너 중 최고 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의 자존심인가보다. 영국에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꽃을 피운 산업 디자인은 현대 문명에 있어서 진정한 contemporary art 라고 할 수 있을진대, 문화의 중심이라는 측면에서 글자 그대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프랑스인에게 있어서 프랑스인으로 산업디자인계에서 짱짱하게 활동 중인 필립 스타크의 존재는 당연히 idolize될 수 밖에 없겠지.

뭐 어쨋든 이 식기들이 (최소한 그 일부만은) 필립 스타크에 의해서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부터, 영국까지 오가면서 탑승한 4번의 Air France와 6번의 기내식은 그 이름을 발견하고 그의 작품을 수집하기 위한 일종의 퀘스트가 되어 버렸다. 기내식을 받으면 일단 그릇과 식기를 하나씩 뒤집어 보고, 이름이 발견되면 되도록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사용한 후 잘 닦아서 모았다. (좀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스튜어드/스튜어디스들은 그냥 이상한 동양인 정도로 생각하고 이해?해 준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그렇게 모인 필립 스타크의 흔적은 꽤 많았다. 다양한 크기의 포크와 나이프, 스푼, 그리고 간식을 담는 상자까지.

Starck's works on the floor of my room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 식기 세트 - LUX line - 는 이외에도 종류가 훨씬 많았고, 아니나 다를까 first class에 탑승해야 모두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저 잔들... 샴페인이나 와인을 따라도 손색이 없는 형태이면서도 바닥에서 올라온 '뿔'에 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비행기가 좀 흔들려도 쉽게 넘어지지는 않을 것 같이 생겼다. 우왕. 흑... 뭐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지만, 언젠가는 꼭. -_-a

LUX Line silverware, designed by Philippe Starck
→ (c) Photo via Flickr/Kevo Thomson



얹혀있는 주제도 주제인지라 무척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나랑 별 인연이 없는 줄 알았던 필립 스타크 선생이 마련해준 보물찾기 이벤트 덕택에 작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여행... 이 외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으면 좋겠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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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 최초의, 해외 특파원 소식이다. -_-;;;

출장 와서 동료들과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1인당 하나씩 시키기엔 양이 너무 많았다 -_-a ) 영국 TV를 보는데, 재미있는 걸 발견해서 이야깃꺼리가 됐다. BBC UK TV 와 Channel 4+1, E4+1 채널 중 몇 군데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를 뉴스나 드라마, 심지어 쇼프로에 이르기까지 제공해 주는데, 우리나라처럼 화면 한쪽에 동그란 영역을 따로 설정한 게 아니라 수화 narrator가 화면에 포함되어 있는 형태인 것이다. 게다가 특이한 것은, 대사가 없을 경우에도 배꼽에 손을 얹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차례' 자세가 아니라 아래와 같이 "같이 TV를 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 이채롭다.

Watching TV Show ALONG WITH Sign Language Narrator

위와 같이 시청자와 같이 TV를 보다가, 대사가 나오면 아래와 같이 수화로 대사와 내용을 - 수화는 모르지만, 대사의 양과 수화의 양을 비교해 보면 가끔은 내용을 요약하기도 하는 것 같다 - 전달해 준다.

Sign Language Narrator of BBC, UK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건, 우리나라의 수화자(이 narrator를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처럼 시종일관 무표정한 표정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매우 다양한 표정을 함께 '연기'하면서 실감 있게 극을 전달하고 있다는 거다.

Nice Face Acting Screen Shot of Sign Language Narrator

이런 표정 연기는 드라마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TV show는 물론 뉴스를 전달할 때에도 슬픈 소식에는 슬픈 표정과 추가적인 감정표현을, 좋은 소식에는 좋은 표정을 더해기 때문에 단지 시선을 공유하는 게 아닌 실제로 해당 방송 컨텐트를 함께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같이 TV를 보던 사람들이 말했듯이 "이건 마치 (수화를 쓰는) '변사'잖아!" 라는 것이 매우 적합한 묘사인 듯 하다.


Robot을 Hardware Agent라고 부르며 Software Agent와의 공통점을 찾던 시절에, 로봇이나 on-screen agent의 시선 처리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 중 하나였다. 특히 로봇은 3차원에 있기 때문에 시선이 더욱 중요했는데, 동시에 3차원이기 때문에 시선처리의 자유도가 사용성에 반하는 경우 - 로봇이 뒤돌아 있으면, 사용자는 로봇이 어딜 보는지 알 수 없다 - 도 발생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식의 실험연구가 보고되기도 했다.

그 중 약간은 유연한 연구에서는, Agent의 시선처리를 사용자와 직접 대화를 할 경우 적절한 눈맞춤 eye contact 을 갖거나(mutual gaze), Agent가 사용자와 같은 사물이나 방향을 함께 봄(shared looking)으로써 함께 대화를 하고 있다는 감각을 주기 위해서 활용하고 있다. 위의 수화자가 화면에 등장하는 방식이나 그 시선처리와 표정연기는 모두 그 연구에서와 같이 그 경험을 Agent가 사용자와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UI가 컨텐트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융합된 경험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UI와 컨텐트가 융합되어 하나의 완성된 경험을 이룬다는 것은, 멀티미디어 정보기기의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 H/W와 S/W가 하나의 컨셉 하에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게임 <Call of Duty>가 보여준 것 - Storytelling에 있어서 autonomy와 control의 다양한 혼합 비중 - 도 좋은 모델이 되겠지만, Agent가 등장할 경우 그 역할모델이 무엇이어야 할지에 대한 것도 하나의 재미있는 연구 주제가 될 것 같다.

(외국에서 현장 르포 한번 올려보고 싶어서 주절 거리긴 했지만, 이거 주제도 없고~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고~ ㅋㅋ 나 뭐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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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스토리 쓰면서, 글 쓰다가 날려본 건 처음이다. 새로 도입한 사진 여러장 넣기 기능에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이야. ㅡ_ㅡ;;; 역시 수시로 저장을 해야 했어.

아놔... 그냥 닥치고 사진이나 올리자. -_-

당기시오 픽토그램
미시오 픽토그램
문 모습





P.S. 도대체 무슨 소릴 하고 싶었는지는 사진과 제목으로 파악하기. 다시 입력하기는 귀찮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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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 UX... and HTI... and the touch screen.
뭐 이런 길고 긴 제목을 붙이고 싶었으나. ㅡ_ㅡ;;

어쨋든, UI 업계에 전해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전설이래봐야 지난 2000년에 있었던 일이고, 비밀스럽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것도 아니라 그냥 대놓고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내용이지만. 그 전설의 요지는 "이라크 전쟁이 잘못 디자인된 UI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닐까?" 라는 거다.


때는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있었던 일이다. (구글링 해보니 요 사건을 다룬 많은 웹사이트가 있다. 정치나 통계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관심있는 만큼 찾아보시기를... 난 그냥 주워들은 내용만 정리하련다) 몇 주일동안 주(州)별로 나뉘어 진행되는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George Bush와 Al Gore는 아슬아슬한 표 경쟁을 벌이고 있었고, 많은 표가 걸린 Florida 주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미국에서는 매번 투표를 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누구 찍었냐?" 물어봐서 실제로 개표가 끝나기 전에 예상결과를 보도하곤 한다. 이 '출구조사'는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100% 맞는 건 아니지만, 각 방송사들은 나름 적절한 수준의 표본조사를 하기 때문에 크게 틀리는 적은 없다. 투표의 큰 향방을 결정하리라 생각했던 Florida주의 투표일, 모든 방송사는 출구조사를 통해 Al Gore의 낙승을 보도했다. 그런데 개표 결과가 나와보니 George Bush가 근소한 차이로 이긴 것이다.

이 이상한 사건의 원인은 표를 바꿔치기 했다든가 모종의 조작이 있었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잘못된 UI에 있었다.

미국의 선거는 투표용지를 특정한 기구에 끼워넣고, 찍고 싶은 후보자의 옆에 구멍을 뚫어 제출하면 나중에 기계로 이 구멍뚫린 위치를 확인해서 투표수를 산출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끼워넣을 투표용지는 지역마다 다른 디자인을 쓰는데, Palm Beach라는 지역에서 사용한 투표용지가 문제였다.

2000년 미국 대선, 플로리다 Palm Beach County에서 사용한 투표용지

이 투표용지를 기계에 꼽아넣고 보면 이런 시각이 된다. 이렇게 양쪽으로 나뉘는 형태 때문이 이 형태의 투표방식을 "butterfly ballot"이라고 한다고 한다. 만일 내가 왼쪽의 두번째 후보자, Al Gore를 찍고 싶다고 생각하고, 어느 구멍을 뚫을지를 생각해 보자. 빨리. -_-+

Butterfly Ballot used at Palm Beach County CA, 2000

Al Gore를 찍고자 하는 사람은 4% 확률로, 2번째 구멍을 뚫게 되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실제로 Al Gore를 찍기 위해서 뚫어야 하는 구멍은 3번째이고, 2번째 구멍을 뚫은 사람은 Pat Buchanan에게 표를 던지게 되는 것이다. 설명하자면 오른쪽 그림과 같다. ... 이건 UI 쟁이가 늘 그렇듯 겁주려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수치의 겸손함에서 볼 수 있듯이 이건 실제로 잘못 설계된 UI에 의한 오류이고, 그 대상이 하필이면 한 나라의 내노라하는 통계학자들이 대거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대통령 선거였다는 것이다.

그 통계학자들 덕택에, 이 특별한 UI 오류 사례는 다양한 통계적 분석이 가해졌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래의 그래프들이라고 생각한다.

Support Rates for Buchanan

위의 그래프에서 각 점의 위치는, 지역별로 전체 투표자 중에서 Buchanan에 기표한 사람의 비율의 수를 나타낸다. 투표자 수에 따라 가로 축으로 펼쳐져 있는 점들을 보면, 대부분 비슷한 정도로 Buchanan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 한가지 예외가 있다면, 바로 그래프 맨 위에 찍여있는 Palm Beach County이다. 특별히 연고를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지역에서는 '몰표'라고 해도 좋을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Exit Poll vs. Actual Result on Buchanan votes

출구조사 - 언론에서 투표결과를 미리 예측하기 위해서 하는 - 결과와 실제 득표수를 보여주는 위 그래프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대부분의 지역(점)에서는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Palm Beach에서만큼은 예측보다 훨씬 많은 득표가 Buchanan에게 쏟아진 것이다.

이를 근거로 Al Gore의 지지자들은 재개표를 요구했으며, 심지어 "원래 Al Gore를 찍고자 했으나 Buchanan을 찍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사용자들과 "Buchanan에 잘못 구멍을 뚫고 다시 Al Gore에도 구멍을 뚫어 무효표가 되어버린" 사용자들은 재투표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줄이어 있는 구멍 중에서 몇번째에 구멍을 뚫었는지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도 없을테고, 사용자(투표자)는 그 순간 자신이 자신의 의도에 맞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테고, 이미 그렇게 구멍을 뚫린 투표용지는 법적으로 유효하기에 재개표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주민 수가 많았던 Florida 주의 결과는 George Bush의 승리가 되었고, 그로 인해 2000년 미국 대선의 흐름이 결정적으로 기울어져 Bush가 대통령이 되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고, 며칠 전까지 4000명의 미군과 그 몇배에 이르는 이라크 사람들을 죽게 하고, 아직도 지구 한구석에서 수상쩍인 의도를 가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미국 정치에 대한 나의 무지로 인해 왜곡된) 전설의 요지이다.


한가지 실망스러운(?) 것은, Florida 주에서 Al Gore가 이겼더라도 전체 득표수로는 Bush가 아슬아슬하게 이겼을 것이므로 사실 UI가 역사를 바꾸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 어마어마한 무대에서 벌어진 한바탕의 촌극은 그냥 '어쩔 수 없지 뭐'라는 식으로 끝나 버렸다. Buchanan에 표기된 수천장의 Al Gore 표는 무기명 투표와 순간의 착각과 망각 속에 그냥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잘못 설계된 종이 한쪽이 얼마만한 낭비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알리는 좋은 사례가 되었고, 그 무대의 대단함으로 인해 다양한 분석과 온갖 음모론의 소재가 되었다. 아래의 파일은 당시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투표→방송→개표→소송→재개표)을 잘 정리한 파일이다. (예전에 저장해 둔 파일인데, 본래의 웹페이지는 물론이고, 여기에 포함된 많은 링크가 지금은 대부분 연결되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Wikipedia나 Google을 참고하시길...)

[○] 게다가 더 황당했던 것은...



하지만... 이야기는 또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실 이 구닥다리 'UI 괴담'을 다시 끄집어 낸 이유는, 최근 눈에 들어온 기사 때문이다. 지난 2주동안 이 글을 쓰다말다 하고 있으니까 좀 지겨워져서, 그냥 여기서부터는 요점만 간단히 말하도록 하자. 다음에 기가 뻗치면 더 보완하고. (경험상, 그런 적은 한번도 없지만 -_-;;; )

2000년의 그 왠지 찜찜한 대통령 선출 이후에, ACM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컴퓨터 산업에서는 대선에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려고 무진 애를 써왔다. 터치스크린은 전국에서 동일한 UI를 통해 선거할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보여줄(feedback) 수도 있고, 투표와 동시에 개표로 연결될 수도 있으므로 여러가지로 믿을만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해킹에 대한 문제 제기와 다른 많은 문제들(전원, DB, 통신, 기타등등)이 몇년에 걸쳐 제기되었고, 또한 보완되었다. ACM 소식지에서 electronic voting machine이라는 소리가 안 나온지가 1~2년 되었으니, 최소한 5년이 넘도록 그런 논쟁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몇번의 시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위의 기사에서는 그 제목처럼, 여전히 터치스크린 방식의 투표에 대한 보안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종이에 표시를 하거나 구멍을 뚫는 방식이 비록 구시대적이고 다소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가장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방법이라는 데에 있어서는 컴퓨터 전문가들도 두 손을 든 셈이다.




8년전 잠깐이나마 UI가 세상의 중심이었던 사건(얼마나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을 목격하고, 그로 인해 시작된 첨단기술의 상용화 노력이 이제와서 무위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UI 혹은 HTI의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곤 한다.

... 그냥 그렇단 얘기다. 이젠 그냥 끝내고 싶은 마음에 애당초 무슨 생각으로 시작했는지조차 모르겠다. 무엇보다 터치스크린의 micro-usability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음으로 미뤄야될 듯...  ㅡ_ㅡ



P.S. 앞에서 말했듯이, 정치나 통계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보정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난 그냥 당시에 이해한 만큼만 정리했을 뿐이다. (그래도 통계는 열심히 공부할 가치가 있는 분야이다)


P.S. 한참 논쟁이 시끄러울 무렵, Amazon.com의 UI designer들이 "그럼 웹사이트를 이렇게 만들어볼까나?" 라는 장난을 친 적이 있었다. 당시 웹사이트에 올라온 페이지는 아래 그림과 같다.
Amazon.com joking on Florida 2000 Election


P.S. 통계학자들은 이 사건이 통계와 실제 세상과의 연관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했고, 아래와 같은 소개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Statistics & Floria Election 2000


P.S. 여기까지.

당시에 스크랩해 두었던 다른 자료들은 이미 너무 오래됐거나, 앞에서 링크한 Wikipedia 페이지에 더욱 잘 설명되어 있다. 적어도 6년 전에 끝내야 했던 숙제다. 그동안 강의에서 몇번 인용한 외에는 그냥 썩혀둔 것을 때늦은 기사를 핑계로 다시 끄집어 낸 게 미안할 따름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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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지하철을 기다릴 때마다 거슬리는 게 있는데, 바로 차가 들어올 때마다 나오는 안내방송이다. 목소리가 거슬리거나, 소리가 너무 크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멘트 중에 딱 한 대목이 맘에 들지 않는다. UI 쟁이로서. (어쩌면 특히 Voice UI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일지도 모르겠다. =_=;; )

"...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원래 삐딱한 인간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걸 감안하더라도 난 저 안팎의 구분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일단 저 방송의 사용자인, 플랫폼에서 전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승객들은 안전선의 어느 한쪽에 - 살고싶다면 선로의 반대편에 - 서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사용자 중심의 관점'이라면, 안전선 '안쪽으로' 물러서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난 저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아래 그림이 떠오르곤 한다.

Just Do It: 지하철 선로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 아래에, 나이키의 Just Do It 광고가 붙어있다.

아마도, 그 안내방송은 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 즉, 전철 운전기사(호칭을 잘 모른다;;;)의 관점에서 씌여진 것일게다. 자기가 몰고 들어가는 전철의 관점에서는 분명 안쪽이라는 것은 전철의 쪽이고, 그 바깥쪽으로 한걸음 물러서라는 거니까 얼마나 당연한가. ... 늘 이 '당연한' UI 설계가 사용성을 망치는 법이다. 무엇보다도, 이 방송이 나오는 순간 정작 그곳에는 없는 사람(설계자)의 관점에서 만들어졌으니, 결국 주어진 사용맥락에서는 아무도 있는 그대로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저, 안전선 "밖으로" 한걸음 물러났다가는 떨어져 죽는다고요... ㅡ_ㅡ;;;



십여년 동안이나 별탈없이 (그동안 '시키는대로' 안전선 밖으로 뛰어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사용해온 딱 한마디의 방송멘트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게 새삼스럽고 유난스럽긴 하지만, 최근 설치되고 있는 스크린 도어에서 발견한 문구를 보고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안전선 내(안)에서 열차를 기다립시다.

"... 안전선 내(안)에서 열차를 기다립시다."

요컨대 누군가는 또 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까. 그렇지만 기껏 유리문으로 막아놓고서 유리문이 없던 시절의 경고문을 제시하는 건 무슨 경우며, "내 안에 너 있다"도 아니고 "내(안)"이라는 표현은 또 누구의 기발한 고안인가. 혹시나 안전선을 무시하고 유리문에 달라붙어 있는 게 위험하다면 "안전선에서 한걸음 떨어져 주세요" 라든가 하는 식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혹은 안전선을 낮은 문턱처럼 만들어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써볼만 할 것이다.

이외에도 너무 잦은 습관성 경고문이라든가 (모든 역은 차량과의 간격이 넓다 -_-;; 그럼 "우리 역은" 이라는 말을 빼란 말이지), 실로 다양한 오류의 variation을 보여주고 있는 방향지시 간판들이라든가,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주변 안내도라든가... 지하철 역 하나만으로도 하고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다. 환승역의 경우에는 보통 역보다 10배쯤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가장 자잘한 문제 하나... 사진을 찍은 김에 적어두고 싶었다. 처음에 쓸데없이 '안'과 '밖'을 고민했을(?) 누군가 덕택에, 지하철에서는 안전선의 '안'과 '밖'에 대한 mental model이 여지껏 충돌하고 있는 중이다. 모든 창조적인 작업에 있어서의 소위 첫단추 신드롬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P.S. 지하철에서의 촬영은 교대역에서 했다. 한잔 걸치고 오던 길이라 앵글 맞추고 어쩌고 그런 거 없었다. (이거 또 반전인건가 ㅡ_ㅡ;; )


[○] 5월 20일 추가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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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짧지 않아진 career 중에서, 딱 1년 정도 팀장이었던 분이 해준 이야기에 내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을 더해서 종종 하는 이야기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1) UI = Logic
결국 UI 라는 것이 mental model을 다루는 거라면 그 mental model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생성되며, 그 위계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체계는 결국 많은 논리의 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UI는 논리이다.

UI 업무에서의 논리란 의미들의 위계와 인과관계와 의도적인 정의 내리기에 대한 것이고, 그럼으로써 하나로 엮어진 의미들의 이야기 narrative 에 대한 것이고, 그를 통해서 사용자를 설득하기 위한 이성적인 사전과정 pre-processing 이다.

(2) Design = Communication
결국 Design 이라는 것이 problem solving을 다루는 거라면 이것은 서로 다른 관점과 해법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의 생각을 끼워 맞춰 최적의 solution을 찾는 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 과정인 디자인은 의사소통이다.

UI 업무에서의 의사소통이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마주한 사람에게 표현하느냐, 즉 이야기하기 storytelling 에 대한 것이고, 그를 위해 고안되는 새로운 언어와 상징과 수사에 대한 것이고, 그를 통해서 사용자를 감복시키기 위한 열정적인 전달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UI design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두가지 개념 - 논리와 의사소통 - 모두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이것은 UI design을 잘 하는 사람에게 추가로 필요한 덕목 같은 게 아니라, UI design 분야 자체의 정의와 같은 것이다.


만일 논리력만 있고 의사소통 능력이 없다면, 마치 이런 모습일 수 있다:


반대로, 의사소통 능력은 화려하지만 논리력이 없다면 이렇게 된다:



... 어쩌면 세상의 모든 반대 개념을 몰아넣은 것 같은, 그렇기 때문에 매우 개똥철학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는 말이긴 하지만, 비주얼계(응?)를 떠난 디자이너로서 내가 요즘 가지고 있는 UI Design에 대한 생각은 대충 이렇다.



... 가 아니라, 사실은 재미있는 동영상을 하나 봐서 블로그에 올리고 싶었는데 적당한 핑계가 없었다. 마침 정치적인 성토도 하고 싶었는데 문제가 될까 소심하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냥 변비에 관장하듯 한번 꿰맞춰봤다. ㅡ_ㅡ;

... 랄까.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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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인식은 가장 기대되는 HTI 관련 기술 중 하나이다. 예전에 어느 세미나에선가 발표자가 "미래의 모든 기술은 영상인식을 바탕으로 할꺼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 적도 있었으니까. 물론 여기서 영상인식은 2차원 공간에서의 정보처리에 대한 것이고, 그 논리대로라면 멀티터치 방식도 영상인식 기술을 활용한 게 된다.

어쨋든, 이 영상인식 기술들이 '컴퓨터 편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개발되었기 때문에 인간과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없을 거라는 연구가 MIT의 신경과학자에 의해서 발표되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그림에서, 사람은 이 그림들이 모두 같은 물체(자동차)를 다른 각도와 크기로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알지만, 영상인식으로는 이러한 것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a Computer Vision Challenge

사실 이러한 문제 제기가 과히 새로운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복잡한 데이터의 여러 연속된 측면을 분석하여 하나의 entity로서 인식하는 방법이 영상인식에 적용되고 있기도 하고, 여러 각도에서 본 물체를 각각 학습해서 하나의 물체로서 인식하는 방법도 몇몇 분야에서 실용화되어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기사의 말미에 언급된 대로, 지금의 연구 방법으로는 인간만큼의 시각적 능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은 아마 영상인식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숨기고 싶은 상처이거나, 가장 커다란 도전과제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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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I는 애당초 전산과에서 시작한 분야이고, UI라는 용어도 시스템 공학에서 기원했으니 원래 공학의 일종이라고 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단지 그게 인간 사용자와 깊은 관련이 있는지라 인간공학이나 산업공학에서도 거들기 시작했고, 양산되는 제품의 외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다보니 제품 디자이너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산과에서 HCI는 전혀 공학적이지 않은 주제로 그외에 해결해야 할 보다 심각한 연구주제에 밀릴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주제에 보다 목말라 있던 다른 학과, 특히 학문으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디자인 학과에서는 외형 설계에 일부나마 객관적인 논리를 부여하는 UI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게 당연했다. 특히 이전의 논리성 부여 시도가 - 전통, 기술, 공정, 문화 등 - 모두 무위로 돌아간 다음이었으니까.

결국 우는 아이가 젖 먹은 셈인데, 요즘 아무래도 딴애가 울기 시작하는 것 같다.

Slides from Foley's Plenary Speech at CHI 2007

지난 해 CHI 2007에서의 plenary speech 중에서 James Foley라는, 은퇴를 앞둔 유명한 전산학 교수의 강의가 있었다. 아마도 일반적으로 UI 분야에서 유명한 분은 아닌 듯 하지만, 전산학 쪽에서는 꽤 유명한지 사회자의 소개는 매우 거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발표 내용은, 시큰둥했던 나에게는 꽤 충격적이었다. 상당히 에둘러 말하기는 했지만, 직설적으로 한마디 요약하자면 "애당초 전산학이 시작한 HCI가 다른 분야와의 교류로 원래의 균형을 잃었으니, HCC (Human-Centered Computing)로 이름을 바꿔서 다시 균형잡힌 연구를 하자."는 얘기였다. (... 혹시 틀렸다면 정정해 주시길. 제대로 들었는지 자신이 없으니 -_- )

말이 균형잡자는 거지, 결국 인문학적 접근이 위주가 되어있는 HCI 연구경향을 보다 원래의 전산학적 접근으로 되돌리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디자이너로서의 뿌리 깊은 피해의식이 또다시 발동한 걸지도 모르지만. ㅡ_ㅡa;;;


뭐, 그거야 피해의식이라고 치더라도...
요즘 걸리는 것은 한 할아버지의 푸념뿐만이 아니다.

최근 2~3년간 HCI 관련 학회를 모두 참석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프로그램과 논문 목록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매년 그만그만한 주제들만 다루던 학회들에, 갑자기 입출력 기술에 대한 논문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한동안 HCI 학회들이 전통적 발산~수렴을 위한 각 방법론의 사례연구 위주였다면, 최근 등장한 연구들은 이 blog에서 주구장창 우기고 있는 HTI 분야의 논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앞에서 Foley가 말하는 HCC의 교육과정도 주로 기술의 적용과 실제 prototyping을 통한 기술연구 사례를 위주로 하고 있다.
Slide from Panel Discussion at CHI 2007

한편 같은 학회의 패널 토의에서도,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prototype으로 만들고 주변 사람 몇명을 대상으로 한 사용성 평가 - 잠깐 써본 사람이 좋아하더라 - 만으로 논문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과 논란이 있었다. 즉 아이디어가 아닌 연구의 방법과 학술적인 논리를 좀더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논문의 심사 기준을 강화하거나 실증과정에 대한 자세한 방법론을 명시해야 한다든가 하는 주장이 대부분의 참석자에 의해서 지지되었다.



흠... 그것과 큰 상관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서, (아주 대놓고... -_-;; )

UI 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Ben Shneiderman 할아버지가 최근 인터뷰를 하나 했는데, (사실은 이 할아버지도 전산과) 내용인즉 인터넷 - 특히 온갖 커뮤니티 사이트 - 이 널리 펴지면서 Info Viz (information visualization)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게 점점 많아진다는 코멘트가 재미있다.
 
Info Viz는 HCI 분야 중에서 유독 아직까지도 전산과 중심으로 연구가 되고 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할아버지가 최신의 경향 - social network - 과 자신의 오랜 연구분야를 함께 말하는 모습에서, 이것도 human-centered computing의 역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전부다. 그냥 잊기 전에 써두고 싶었을 뿐이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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