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액자가 등장한 건 벌써 식상할 정도로 오래된 일이다. 벤치마킹을 핑계로 (어쩌면 최초의 상용화됐던 물건을) 구매했던 게 2003년이니까 최소한 5년은 됐겠다. 그 당시의 장미빛 시장전망에 비해서, 그 시장규모는 지난 5년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저기 전자상점에는 빠지지 않고 디지털 액자가 세워져 있지만, 실제로 그걸 세워놓은 걸 본 것은 광고용으로 쇼윈도우에서 쓰고 있는 것 뿐이니까.

그런데 그건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편견이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1.5 inch Colour Digital Photo Keyring ... for 12 pounds

지난달 언젠가 -_-;;; 집에 날라온 광고용지를 버리러 가다가, 저 12파운드짜리 물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졌다. 여기저기서 헐값에 떼어온 물건을 창고에 쌓아놓고 파는 가게에서, 24,000원짜리 휴대용 디지털 액자가 팔리고 있는 거다. 헐. 비록 1.5인치라는 작은 크기이긴 하지만, 물론 칼라화면에 140개까지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고 슬라이드쇼 기능도 갖추고 있어서 디지털 액자의 기본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작은 놈 답게, "열쇠고리" 디지털 액자로 명명되어 있었다.

... 우와. 이 물건이 언제 이렇게까지 시장을 넓힌 거냐.

그 시장, 잠재력은 있는데 딱이 니즈가 없어서 그냥 망하지 않았나? 하고 몇년 덮어둔 사이에 이런 물건까지 나오면서 슬금슬금 자리를 잡고 있었다. iRobot Roomba가 자리를 잡았듯이 그렇게 언제 없었냐는 듯이 집안에 떡하니 앉아있을 날도 멀지 않은 듯.



"All truth passes through three stages. First, it is ridiculed. Second, it is violently opposed. Third, it is accepted as being self-evident."
- Arthur Schopenhauer

전에 모셨던 팀장님의 이메일 말미에 늘 붙어있던 말이다. 팀장님이야 한 회사의 UI 체계를 잡아주다 보니까 이런저런 생각에 저 글귀를 걸어두신 거겠지만,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어떻게 퍼지는지도 역시 같은 개념이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아무래도 HTI 분야를 생각하며 일하다 보면 기술에 대한 세상의 수용도(?)라는 걸 고민하게 마련이라 소위 "hype curve"라는 것도 자꾸 인용하게 되고 그러는데, 그러다보면 내가 노력해서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니라 세상이 바뀌고 나서 내가 한 일이 정당화 되는데, 그때가 되면 남들도 다 하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실은 수많은 물방울이 부딪혀서 마침내 물레방아를 놀리기 시작하는 걸텐데, 일단 물레방아가 돌기 시작하면 물이 물레방아를 돌리는지 물레방아가 물을 퍼나르는지 모르게 되는 것처럼. 거 물방울 입장에선 섭섭한 소리지. -_-a

세상을 바꾼다는 것, 혹은 진실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이 욕심내기엔 너무 큰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뭐 그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한 사람들도 왠지 있는 게 또 이 세상이고, 각자 자기 행복한대로 살다가 대체로 세상 살기가 좋아지만 그게 또 문명의 발전이라는 거 아닐까나.


... 아놔. 생각나서 괜히 어려운 말 인용했다가 빼도박도 못하게 됐다.

그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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