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어뮤즈먼트 머신 쇼... JAMMA라는 게 지난 9월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모양이다. 인터넷에 재미있는 소식이 몇개 올라와서 뒤를 캐보니, 무려 47년의 전통을 가진 이 아케이드 게임 전문 전시회를 통해서 올라온 것들.

회사에 공유할 목적으로, 일본 웹사이트들을 중심으로 뒤져봤다. 일단 이 전시회의 웹사이트는 영어 버전이 있기는 하지만, 전시회 자체에 대한 정보는 기본 소개 외에는 없다. 하지만 전시회의 일본어 웹사이트에서 몇가지 힌트를 얻어 검색해 보니, 꽤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보인다. 그냥 줄줄이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엘리베이터 + 슈팅게임

일반적인 슈팅게임에서는 총질 중간중간에 자동진행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던 이동을, 편하게 -_- 그냥 승강기 문을 닫고 불빛을 깜박거리는 걸로 대신했다. 액션영화에서 늘상 나오는, 승강기 문이 열릴 때의 긴장감을 잘 살리긴 한 듯.



초대형 테트리스... 조이스틱

Dekatris라는 이름인 것 같은데, 테트리스 화면이 크다는 건 별 의미가 없어보이고, 그냥 조이스틱도 크고 버튼도 커서 둘이 함께 플레이해야 한다는 정도일까나. 그냥 전시회용으로 이벤트를 위해서 만들어 놓은 장치라고 생각된다.



밥상 뒤엎기

초 밥상 뒤집기
이게 참 걸작이다. -_-;;; 일본의 만화나 그 주변 문화를 보면 밥상을 뒤엎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 이게 점점 "아저씨의 역정"의 문화적 상징처럼 되더니 급기야 전용 입력장치를 탑재한 게임이 나온 거다. 이름도 노골적으로 "초 밥상 뒤집기". 위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게임의 입력장치는 바로 밥상. 일본식 1인용 밥상 같이 생긴 놈을 내려치거나, 실제로 뒤집어 엎는 액션을 통해서 조작하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게임화면을 좀더 자세히 보면 이렇다.

ㅋㅋ 저 감동적인 엔딩 장면이라니. ㅠ_ㅠ

이 게임을 만든 곳의 홈페이지를 보면 게임의 각 장면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요컨대 스트레스를 참으면서 조금씩 표현하다가 결국 폭발하는 과정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게임 플레이가 달라진다고 한다. 식구들과 차 마시다가 밥상 뒤엎기, 사무실에서 책상 뒤엎기, 호스팅 클럽에서(여성 게이머까지 고려한 포석?) 술상 뒤엎기, 결혼피로연에서 잔치상 뒤엎기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더욱 가관인 것은 결과를 계산하는 방식 - 망가뜨린 집기의 손해액, 물건이 날아간 최대 비거리(골프냐-_-), 그리고 특정 조건에서 나온다는 비기(;;; 상상할 수 없다)가 조합되어 결과가 집계(어떻게!?!?!?)된다고 한다. ... 자세한 플레이 방식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어렵고(ㅋ) 직접 해봐야 하겠지만, 모든 걸 떠나서 이런 내용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차라리 무섭다. ㅎㄷㄷ.



바람이 느껴지는 비행 시뮬레이터

이런 것도 haptic UI라고 볼 수 있겠는데, 게임 자체는 그냥 작은 비행기로 도시 구석구석을 누빈다는 컨셉... 사실 아케이드 게임장에 있으니 게임기라고는 하지만, 게임이라기보다 탈 것에 가깝고 UI 라기보다는 그냥 haptic display에 가깝겠다.

Typhoon (SpeedJets by TrioTech)
이 게임기가 눈에 띈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머리카락이 유난히 흔들렸기 때문인데, 혹시나 해서 뒤져보니 역시나... 좌우의 커다랗게 달린 것이 선풍기라고 한다. 비행기가 요동치는 것에 따라 의자를 흔드는 것 뿐만 아니라, 좌우 선풍기의 바람을 조절해서 실제감을 더했다는 거다. 이걸 만든 회사가 캐나다에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면 특이하겠다.

아케이드 게임기에 바람을 사용한다라... 혹시 스티커 사진기 <바람의 애드립>이라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바람의 애드립바람의 애드립

아케이드 게임업계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지만, 그래도 몇 모델 만들어본 UI 중 하나이다. 그때는 주로 친구랑 팀을 이뤄서 작업했는데, 특히 이 물건은 스티커 사진기에서 바람이 나와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결을 찍을 수 있도록 한 기능을 착안해서 상품기획부터 UI에 이르기까지 참여했었기 때문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모델이다. 결과는 중박 정도에 그친 듯 하지만, 해외에도 조금은 팔 수 있었는지 UI 로컬라이제이션 요청도 한번 들어왔었다.

... 그냥 게임기에서 바람이 나온다는 소리에 아련한 옛기억 한번 짚어주시고.



터치스크린 달린 전투액션 게임

되게 시끄러운 동영상인데, 20초 정도 지나야 플레이 장면이 나온다. -_-;;; 어쨋든 보통의 3차원 격투게임에 아이템 같은 개념이 있어서 터치스크린으로 그 아이템을 선택해 가며 싸우는 건데, 사실 이런 컨셉은 작년 일본에 갔을 때에도 본 것 같다. 게다가 터치스크린과 조이스틱을 오가는 것이 게임 플레이에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 그냥 재미있는 조합이다 싶다.



모두의 더비

이름만 봐서는 아마도 "모두의 골프"를 만든 회사가 만든 듯. 모두의 골프가 골프에 재미요소를 더해서 다양한 플레이어 캐릭터와 이벤트 샷을 추가했다면, 이 게임은 다양한 말/기수 캐릭터를 포함시킨 듯. 덕택에 좀 유머러스해 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성인오락실 구석에 있는 경마게임을 차별화한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스마트 테이블 게임(?)

그냥 이런 걸 뭉뚱그려 스마트 테이블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지. ㅎㅎ 어쨋든 단지 화면이 누워있는, 덕택에 여러 명이 하나의 물리적인 화면을 보면서 놀 수 있는 게임기다. 이미 비슷한 물건은 많이 나와 있어서 두더쥐 잡기라든가 다른 그림 찾기라든가 하는 식으로 적용되어 있지만, 이렇게 (재미없어 보이는) 슈팅게임을 만든 건 또 처음본다..싶어서 일단 주섬주섬. 무지 시끄러운데 3분쯤 지나야 뭔가 게임 같은 화면이 나온다.



증강현실 에어하키

또 테이블인데, 원래 바닥에서 공기가 뿜어져 나와서 퍽을 띄우던 소위 "air hockey"를 화면으로 구성한 것이다. 컨트롤러는 초음파든 뭐든 사용했을 것 같고. 이미 아이폰에서 같은 어플리케이션을 갖고있는 입장에선 딱히 흥미로울 게 없지만, 며칠 전에 다른 기회로 본 아래 당구대가 연상되서 한번 모아놓고 싶어졌다.




이상.

개인적으로 청소년 시절 아케이드 게임에 몰빵했던 기억도 없고, (그냥 시간 때우는 정도?) 아케이드 게임업계에 그나마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앞에 언급했듯이 몇년전에 아르바이트로 스티커 사진기 UI를 디자인했던 몇 개월이 전부다. 그래도 가끔 용산이나 코엑스나 아키바에 갔을 때 아케이드 게임장을 들여다보면, 플레이 공간을 통채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창의성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최근에야 Wii라는 게 나와서 기존의 '전통적인' 컨트롤러 이상의 가능성을 조금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케이드 게임의 이 유연함을 안방으로 가져오기란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특이한 기술을 재미있게 적용해서 그 기술로만 가능한 독창적인 어플리케이션 - 게임 - 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다. 큰 시장을 노린다는 건 어떤 의미로는 참 따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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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회사에서 SIGGRAPH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CD를 받아서 후다닥 훑어보니, 앞의 글에서 소개된 소위 '미래적인 인터페이스' 외에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끄는 연구가 있었다. 죄다 포스터 세션으로 간소하게 발표된 것 같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을 틈타서 후딱 정리해 보자.

(1) 오색장갑을 이용한 손 모양 학습/인식
손 모양을 영상인식하는 것은 살색(인종차별 논란은 필요없는)을 배경에서 구분하는 방식에서부터 아예 각각의 손가락마다 표식을 붙이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살색을 인식하기가 다소 까다롭기 때문에 그냥 손가락마다 색깔이 다른 장갑을 낀다든가, 화려한 손목 밴드를 낀다든가, 심지어 그냥 벙어리 장갑을 끼워 인식을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_-a;; 이런 방식들의 문제점은 다양한 손동작에 따라 들어오는 신호가 unique하지 않기 때문에 몇가지 아주 특징적인 동작 외에는 오인식의 가능성이 있었다.

Hand Tracking with Color Glove

그런데 이 연구의 경우에는, 독특한 색상배치를 가진 장갑을 이용해서 다양한 손모양들을 미리 학습시킨 다음에, 그 패턴에 가장 근접한 손모양을 3D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연구들에서 손바닥 뒤집힘이라든가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이라든가 하는 것을 어떻게 오류없이 인식할지를 고민했던 것에 비해서, 이 연구는 어차피 일반적인 손모양 중에서 인식해서 제시하므로 손가락이 이상하게 꺾이거나 하는 경우는 없을 듯 하다. 특히 손동작이라는 것이 의외로 (이제서야 깨달았지만) 다양하지 않다는 걸 생각해 보면, 실제 적용의 관점에서 볼 때 최소한 안정성 측면은 월등할 것 같다.

아무래도 실제로 저렇게 오색장갑을 끼고 작업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장갑에 적외선이든 가시광선이든 불규칙한 패턴을 넣어서 똑같은 방식으로 학습/인식하게 한다면 의외로 재미있는 쪽으로 발전할 것 같은 연구다. 아니, 적외선 패턴을 임시로 손에 직접 착색하는 방식이라면 어떨까.


(2) 움찔거리는 햅틱 펜
펜 형태의 haptic display 장치는 대표격인 PHANTOM 이외에도 여러가지 형태로 재가공되고 있다. 실제로 없는 물체를 마치 있는 것처럼 공중에 펜을 멈추게 하려면 아무래도 책상이든 어디든 고정된 형태가 좋지만, 모처럼 마우스를 버리고 3차원 공간 상의 가상물체를 만지겠다는 데 기계팔이 달린 물건을 쓰는 건 아무래도 아쉬웠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차원 화면 상의 사례이긴 하지만, ETRI의 Ubi-Pen 같은 사례가 나온 적이 있다.

Pen de Touch

나름 멋지려고 애쓴듯한 제목의 이 연구 - Pen de Touch - 는 3차원 공간 상에서 펜 끝에 달린 적외선 마커(회색 공)로 위치를 찾고, 그 역감을 펜에 달린 4개의 모터로 전달하게 되어 있다. (온라인에서 검색이 안 된다!) 적외선 마커를 쓴 방식은 언급할만한 내용이 아니지만, 4개의 모터가 펜을 움찔움찔 움직이게 하는 방식은 상당히 재미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펜을 공간에서 멈추게 할 수 없으니까, 펜의 앞부분을 끌어당김으로써 사용자가 비슷한 감각을 느끼게 한 것이다. 실제로 그 역감을 느끼는 것이 손가락의 근육감각이라는 걸 생각하면 실제로 물체에 부딪혀 멈추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진동모터를 사용한 경우보다 좀더 실제감각에 가까운 해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4개의 모터와 펜촉이 도드래와 스프링으로 연결된, 저 내부구조가 영 조악하다는 건데, 뭐 그 정도는 가능성만 검증되면 전자석을 이용한다든가 하는 나름의 방법이 생기리라 생각한다.


(3) 휴대용 프로젝터/카메라를 이용한 인터페이스
이건 그냥 I/O Bulb 개념의 팬으로서 스크랩해 두고 싶은 연구라고 하는 게 좋겠다. 휴대용 프로젝터가 드디어 상용화되면서 이제는 꽤 대중적인 관심사가 된 모양이지만, 역시 아직은 프로젝터를 사진이나 동영상 감상용으로 이용하는 데에 급급한 것 같다. 사실 이 '화면'은 휴대용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독특한 UI가 많이 나올 수 있는 방식인데...

Handheld Projector

Twinkle이라는 애칭을 붙여놓은 이 연구에서는 그 중 몇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아직 진행 중인 것 같긴 하지만, 비슷한 방향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반가운 연구였다. 뭐 직접 시도해 보고 개선하고 그러다보면, 상상했던 내용 쯤이야 금새 훌쩍 앞서버리겠지만.



앞의 글에서 언급한 연구 중에도 동경대에서 나온 게 있었는데, 앞의 세가지 사례 중에서 (2), (3)은 동경대가 관련되어 있는 연구다. 이 학교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려나보다.

이번 시그라프 관련 포스팅은 요기까지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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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이전 글에서 회상한 악몽이, 최근 애니콜의 "햅틱폰" 마케팅 캠페인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이 이야기 쓰려다가 앞의 글이 통채로 생겨 버렸다. 무슨 주절주절 끝나지 않는 할아버지의 옛이야기도 아니고 이게 뭐냐 -_-;;;. 그냥 후딱 요점만 간단히 줄이기로 하자.)

삼성에서 "풀 스크린 터치" 폰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국내외 전시회에서 해당 모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무렵, 드디어 시작된 광고는 정말 뭇 UI 쟁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 터치... 다음은 뭐지?" 라는 것은, 정말이지 Apple iPhone 이후에 모든 월급쟁이 - 풀어서 말하자면, 뭔가 월급에 대한 대가로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부여받은 - UI 쟁이들에게 주어진 공통의 숙제 같은 거 였다. 자리만 생기면 서로 저 질문들을 하기도 했고, 학계에서나 연구되던 많은 주제들이 무수하게 떠올랐다가 사라지곤 했다. 그러다가 종종 SF에서 보던 장면들이 논의되면 잠시나마 꿈에 부풀기도 했고.

그 중의 하나가, 물론, "햅틱 haptic"이라는 기술이다. (UI가 아니다.)

Wikipedia를 인용하자면, 햅틱은 "촉각 감각을 통해 힘이나 진동, 움직임을 가함으로써 사용자와 인터페이스하는 기술"이라고 정의된다. 나는 햅틱에 관해서는 전문가는 커녕 학생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말을 길게 하는 건 매우 -_- 위험한 짓이 되겠으나, 투덜거림을 위해 예전에 관련 전문가분들과 같이 과제를 하면서 몇가지 얻어들었던 사실을 언급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햅틱은 위 정의에서와 같이 다양한 촉각 감각을 다루는 분야로, 크게 tactile 감각과 kinesthetic 감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때 tactile 감각은 피부에 있는 촉감 세포들이 느끼는 압력, 요철, 진동 등의 감각이며, 차갑고 뜨거운 것을 느끼는 열감각은 여기에 포함시키거나 별도로 thermal로 구분하기도 한다. Kinesthetic 감각은 인간의 관절을 둘러싼 근육과 인대의 운동감각에 의한 것으로, 흔히 말하는 force feedback 이라든가 무게감 등이 이에 해당한다.

햅틱 기술을 이용한 UI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몇가지 시험적인 상용화 시도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이상을 보여주었던 사례는 BMW의 iDrive라고 생각한다.
BMW iDrivce: a haptic input device
iDrive는 다양한 조작이 가능한 하나의 다이얼+버튼+조이스틱 입력장치로, 동적으로 변하는 각 조작상황에 최적화된 물리적인 조건 - 즉, 메뉴의 개수에 맞춰서 다이얼이 움직이는 범위가 변한다든가, 버튼 입력시의 반응이 다르다든가 하는 - 을 제시하는 햅틱 장치가 아래쪽에 숨어있다.

하지만 iDrive는 햅틱 기술의 대표적이고 도전적인 적용 사례일 뿐이고, 그 사용편의성 측면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iDrive를 검색해 보면, 많은 글들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이어서 마치 예전 MS Office Assistant에 관한 글을 보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것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대중 사용자의 거부감일 뿐일지, 아니면 실제로 상상 속의 편리함이 공상으로 드러나는 패턴인지는 아직 판단을 미뤄둔 상태다.

한편으로 보면, 간단한 수준의 햅틱은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제품에 적용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휴대폰과 게임기의 진동 모터이다. 휴대폰의 경우에는 단순히 중심이 어긋난 추가 달린 모터를 켜고 끄는 것으로 진동 전화벨을 구현한 것에서 시작해서, 2~3년 전부터는 "진동벨"이라는 음악에 맞춰 강약이 조절된 진동이 적용되기도 했으며, 최근 모델들에는 다양한 강약패턴을 갖는 진동이 휴대폰에 적용되기도 했다.

특히 이 강약패턴의 경우엔 게임기에 적용된 것과 같은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데, 바로 진동모터에 정전류과 역전류를 적당히 적용함으로써 모터의 회전수, 즉 진동의 강약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햅틱 기술의 거의 모든 특허를 독점하고 있는 회사인 Immersion 이다.

[○] Immersion의 햅틱기술 독점 에피소드


Immersion사의 진동 피드백 기술에 대해서는, 대충 아래의 Immersion Studio 라는 진동효과 편집 소프트웨어를 보면 느낌이 올 것 같다. 이 소프트웨어는 진동 모터의 강도를 시간축에 따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GUI로 제시하고 있다.
Immersion Studio Screenshot

진동 자극은, 대상 UI의 물리적 특성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진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GUI 식으로 이야기하면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메타포 metaphor 라고 할 수 있을 듯. 이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촉각적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는, 실제로 물리적인 형태를 바꾸는 형태가 있겠다. 이미 이런 방식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 braille display 장치에서 구현되어 있다. (아래 오른쪽 그림의 장치 - 브레일 한소네 - 를 만든 힘스코리아 HIMS Korea 라는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재활공학을 업으로 하는 극소수의 소중한 회사들 중 하나다.)

Refreshable Braille Display (close up)
Portable Braille Display 'Hansone' by Himskorea


이 방식은, 점자를 위한 장치 외에도 full matrix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점자 디스플레이 모듈을 만드는 일본의 KGS 라는 회사에서는 이 모듈을 연결시켜 아래 사진과 같은 제품 - DotView - 을 만들기도 했다. 이거 만든지 벌써 몇년이 지났는데, 잠잠한 걸 보면 결국 확실한 application은 찾지 못한 모양이다.
DotView by KGS
Haptic Display Prototype from NHK
위 제품은 좀더 거대한 조합으로 발전하고 터치스크린 기능이 덧붙여져서, 최근 "NHK의 햅틱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NHK에서 발표한 오른쪽 그림의 장치를 잘 보면, KGS 사의 로고를 찾을 수 있다. KGS는 이 방식 - 피에조 방식을 이용한 적층식 점자표시 - 에 대한 특허권자라고 했다.)

점자와 같은 수준의 정보를 주지만 조금 더 우아한 방식으로는, Sony CSL의 Interaction Lab.에서 구현한 Lumen (shape-changing display) 을 빼놓을 수 없다. 디스플레이라고 하기에는 픽셀(?)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고, 모듈의 크기(특히 깊이)는 더욱 더 어마어마하고, 반응속도도 느리지만, 기술의 발전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기대자면 그 궁극적인 발전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Luman by Ivan Poupyrev, Sony CSL Interaction Lab.

음... 기왕 길어진 김에 (이렇게 써제껴놓고 뭘 새삼스럽게;;) 촉각에 대해서 하나만 더 추가하자면, 개인적으로 햅틱의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하는 것은 촉각 감각에 있어서의 착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이 여러가지의 시각적인 색채 자극을 조합해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뜨겁다, 차갑다, 볼록/오목하다, 우둘두툴하다 등등 여러가지로 표현하는 촉감은 사실 다양한 세포들의 조합에서 유추된 것이다. 따라서 세포 감각의 레벨에서 자극을 조작하면, 실제로 물리적인 자극을 만들지 않고도 해당하는 자극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적당한 전기 자극을 줘서 촉각세포를 교란시킬 수도 있고, 특정 주파수의 진동을 줘서 특정 촉각 세포만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는 상호간섭이 심해서 딱이 성공했다는 사례를 못 봤다.) 최근(?)에 이런 사례로 재미있는 것은 캐나다 McGill 대학 Haptic Lab.피부 늘리기 기법인데, 구체적인 원리는 2000년도의 논문에 나와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함 보시길.
PHANTOM Omni

촉각 tactile 에 대해서 이렇게 잔뜩 썼지만, 다른 한 축인 kinesthetic에 대해서는 사실 그렇게 쓸 말이 없다. Immersion 외에도 햅틱 기술의 강자로 꼽히는 회사인 SenAble 에서 만든 PHANTOM이라는 기구는, 화면 상의 가상 물체를 펜이나 다른 도구의 끝으로 꾹꾹 찔러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6 DOF의 force-feedback 입력장치는 여러 회사와 연구소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특히 의료업계에서 원격수술이나 로봇수술, 미세수술의 입력장치로서 상용화가 되고 있다.



... 자, 이 정도가 지난 3일 동안 짬짬이 -_- 적어본, "햅틱"이라는 UI 기술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개요이다. (차라리 대형 삼천포라고 하는 게 나을 듯 -_- ) 어쨌든 이런 햅틱 기술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잔뜩 들뜨게 한 위의 동영상 티져 광고에 이어서, 드러난 "햅틱 폰"의 실체는 다음과 같았다.



... 어라? "햅틱"은? 애니콜 홈페이지에 볼 수 있는 햅틱폰의 주요 기능 feature 들도 다음과 같이 나열되어 있다.

Not-so-haptic Features on Samsung Haptic Phone

언제나와 같이 잘 나가는 아이돌 스타들을 총동원해서, "전지현보다 여자친구가 좋은 이유는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라든가, "만지면, 반응하리라!" 따위의, 다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카피로 화려하게 광고를 하고 있지만,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제품에서 내장된 진동소자를 이용해서 터치에 대한 feedback을 주는 것은 국내에서도 출시된 적이 있는 방식이다.

물론 진동을 이용한 tactile feedback이 햅틱 기술이 아니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햅틱 UI"라고 부르려고 한다면, 단순한 진동 피드백이 아닌 뭔가가 있어야 자격이 있는 거 아닐까? 비교적 쉽게 적용이 가능한 햅틱 기술로는 제품 전체가 아닌 스크린만 진동시키는 방법이라든가, 특히 스크린 중 일부만 특정한 느낌을 주도록 진동시키는 방법이 있다. 아니, 앞서 언급했듯이, 햅틱 기술에는 tactile 외에 kinesthetic 감각을 위한 더 다양한 기술들이 있다. 그런 기술들 중에서 가장 초창기의 것만이 적용된, 그것도 사실은 이전의 적용 사례들과 동일한 UI가 "햅틱 UI"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POP Ad for Haptic Phone: Alive UI

"살아있는 User Interface"라니. -_-

"햅틱 UI"라는 건 결국 딱이 정의되거나 공유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사용되고 있는 용어의 정의와 상관 없이 마케팅 상의 필요에 의해 기존의 멋져 보이는 용어를 갖다쓴 것 뿐이다. 물론 뭐 말 좀 갖다썼다고 큰 피해 준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장광설을 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햅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제품이 광고되면서, 기존에 햅틱 기술을 연구하던 사람들이 무척이나 흥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예전에 햅틱 기술을 이용한 UI를 토론하곤 했던 한 연구원은 이제 햅틱이 유명해지겠다며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사실 회사에서 느끼기에 햅틱은 생소한 용어였기 때문에 무슨 과제 발표를 할 때마다 용어부터 설명을 해야 했고,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햅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해서 - 발표가 강의나 토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에 - 약자로만 넣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햅틱"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알아듣고 더이상 그게 뭐냐든가 아리송한 표정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 였다.

그런데, 위의 웹페이지 설명에서와 보이듯이, 정작 나온 제품에서 볼 수 있었던 햅틱 UI는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거나, 사실은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다른 종류의 입력 방식 - 햅틱과는 상관 없는 - 이 전부였던 것이다. 결국 대중들 사이에서 "햅틱"이라는 단어는, "터치"와 같은 의미가 되어 버렸다.

'Haptic Consumer' article on tabloid

위 5월 20일자 기사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나서 저렴한 인터넷 매장에서 구입을 하는 구매자를 "햅틱형 고객"이라고 한다고 한다. -_-;;; 해당 회사에서 별도의 웹사이트까지 만들어서 광고에 힘쓴 덕택에, 하나의 학술적인 연구 범위를 정의하는 전문 용어 하나가 변화되고, 왜곡되고, 협소해져서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 그냥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글을 벌써 일주일 넘게 썼나보다. 이제 슬슬 지치기도 하고... 되돌아 읽으면 읽을수록 추가할 부분만 더 늘어나서 좀 버겁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지난 며칠, 그리고 앞으로 며칠이 굉장히 심란한 시기가 될 것 같고. 그러니 그냥 핑계김에 이 글은 요기까지. 나름 애지중지하던 "햅틱"이라는 단어가 자격 없는 제품의 광고에 사용되어 그 '고아한 학술적인 지위'를 폄하(?) 당한 것 같아서 속상하다... 그냥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 줄이면 되는 것을 아는 거 모르는 거 죄다 털어내느라 지저분한 글이 되어 버렸다. 또. ㅡ_ㅡ;;;

그래도 여전히 하고싶은 이야기는 많다... 터치스크린과의 위험한 조합이라든가, 이런 UI를 앞서 적용한 회사들의 다양한 적용 사례라든가, 보조적인 피드백으로서의 역할에서부터 독립적인 UI로서의 가능성까지 재미있는 구석이 많은 기술이다. 햅틱은. 모쪼록 타의에 의한 이번 '유행'이 지나도 "햅틱"이라는 단어와 무엇보다 그 기술에 대한 매력이 주저앉지 않기를 바란다.

오버앤아웃.



[○] 이 글을 올리고 난 직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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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Haptic Consumer' article on tabloid
마케팅하는 분들한테 볼멘소리를 하는 김에, 마침 오늘(글쓰기 시작한 날짜 기준이니, 지난 20일이다) 아침에 무가지 'metro'에 실린 광고성 기사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게 됐다. (여하튼 한번 뭔가 심통이 나면 계속 관련된 게 눈에 밟힌다니깐...)


음성인식을 연구하는 조직에 (물론, 다른 훌륭한 HCI 기술들도 함께) 들어가게 되면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 과거 "본부" 폰의 실패에 대한 언급이 자주 있었다.


TV Ads of Samsung's first speech recognition cell phone (SCH-370)

이 모델(SCH-370)에서 사용된 음성인식 기술은 모든 음성인식 대상 단어(주소록 상의 이름)들에 대해서 각각 발화자의 음성을 수차례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오늘날 음성인식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음운분석" 조차도 들어가 있지 않은 단순한 음향패턴 매칭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가 몇번 발성한 "홍길동"이라는 음향과 나중에 발성한 음향을 나란히 비교해서, 두 음향이 비슷한 정도를 가지고 그 음향이 "홍길동"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홍길동"이라고 해도 거의 인식되지 않으며, 굳이 나눈다면 소위 "화자의존 speaker dependent 방식"의 음성인식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 휴대폰 상에서의 최초의 음성인식은 그래도 전례가 없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능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많은 이야깃꺼리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 휴대폰을 소재로 한 한때의 우스갯소리 중에는 지하철 안에서 스님이 휴대폰을 붙잡고 "절!, 절!" 하더라는 이야기도 있었고(음성명령이 짧으면 비교할 정보 자체가 짧으므로 인식률이 더 떨어진다), "개○끼!" 라고 하고나서 "예, 부장님..." 하는 월급쟁이의 비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 적이 있다. (등록된 이름을 바탕으로 한 음운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음성명령이나 학습시킬 수 있었기에 가능한 사용 사례이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음성 단어를 등록하고 엔진을 훈련시키는 순간의 환경소음과, 실제로 사용할 때의 환경소음이 당연히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려고 하면 인식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게다가 휴대폰 자체의 정보처리 성능이나 마이크의 설계가 지금보다 나빴던 시절이니 인식률은 말 그대로 운에 맡겨야 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제한된 하드웨어 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으로 단순 음향매칭 음성인식기를 사용했지만, SF 영화를 제외하고는 최초로 접하는 음성인식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평가는 엄정했다.

  "음성인식이요... 전에 본부폰 써 봤는데요, 잘 안 되던데요?"

... Voice UI에 대한 FGI나 다른 사용자 조사를 하면서, 혹은 심지어 사내에서 음성인식 기능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저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음성인식이라고 하면 무조건 "본부폰"을 떠올리기 때문에, 음성인식 기술이 그때보다는 훨씬 좋아졌다고 해봐야 영 믿지를 않더라는 거다. 게다가 당연히 100%에 못미치는 음성인식기가 오류를 내면, "이것 보세요~" 하면서 음성인식에 대한 확정적인 불신을 갖게 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본부폰 SCH-370 ... 이 모델은 최초의 음성인식 적용 휴대폰으로 역사에 남을지 모르겠지만, Voice UI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서 음성인식기술이 다시 적용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만든 장본인이고, 결국 다시 적용되었을 때에조차도 완전하게 복권되어 당당한 대표기능이 아닌 한 구석에 숨겨진 기능으로 들어가게 만든 원흉이라고 본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본부폰"은 훌륭한 마케팅으로 제법 주목을 받은 사례이다. 하지만, 바로 그 예상되었던 기술적인 불완전성으로 인해서, 이후에 그 기술이 보다 완성된 후에 그 잠재적인 성장을 고사시킨 가슴 아픈 사례이기도 하다. 예전에 언급했던 첨단 기술의 Hype Curve Model에 비유하자면, 시장의 기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기술을 마케팅으로 채워서 물건을 파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해 "환멸의 골 trough of disillusionment"을 더욱 깊게 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아무래도 VUI가 나오니 -_-a;;
하려고 했던 말(;;;;;)은 다음 글에 계속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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