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만치 3주를 넘도록 이 글 하나를 껴안고 끙끙대고 있습니다만, 이건 아무래도 초안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네요... 일단 올리기는 하지만, 두고두고 고쳐봐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이 블로그 밖에서의 인용이나 트랙백, 코멘트 등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1. UI: MMI에서 HCI로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라는 분야는 인간과 컴퓨터(주로 PC) 사이의 상호작용을 효율적으로 재설계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오늘날 많은 제품들이 마이콤(UI 이야기하면서 이 단어를 쓰는 것도 참 오래간만이다. ㅋ)과 화면을 가지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같은 입출력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HCI와 UI는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분야가 되었다. 최근 들어 학계를 중심으로 HCI를 보다 컴퓨터 기술이 많이 들어간 시스템을 다루는 것으로 분리하려고 하기도 하지만, 원래 UI와 공동소유하고 있던 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두 용어의 혼란은 앞으로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원래 굳이 H'C'I라고 하기 전에, 학계에서 통용되던 명칭은 MMI(Man-Machine Interface)였다고 한다. 그 당시의 학계 분위기를 내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명칭에서 느껴지는 이 하드웨어의 느낌이라니! 분명히 HCI라는 용어는 컴퓨터가 물리적인 동작을 필요로 하는 기계가 아니라는 측면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HCI에서 다루는 많은 내용들이 MMI 시절의 이슈들과 다른 점이 없다는 걸 생각해보자. 우선 UI의 연구내용이 입력과 출력, 그리고 기타 이슈에 대한 것으로 나뉠 수 있다고 대~충 가정한다면, 각각의 주요 관심분야는 다음과 같다.

이슈 연구 내용
MMI HCI
입력 - 버튼(push button)
- 다이얼
- 스위치, 레버
- 화면 상의 버튼
- 스크롤 바
- 라디오박스, 체크박스
- 기타 풀다운 메뉴, 입력상자 등
출력 - 입력장치의 명칭(label) 및 도안
- 안내문, 경고문
- 계기판
- 메뉴이름(label) 및 아이콘
- 안내메시지, 오류메시지
- 상태표시영역 및 레이아웃
- 기타 그래픽적인 표현 내용
기타 - 인간 신체의 표준 및 한계
- 물리적인 구조와 형태
- 기계적인 동작원리
- 인간 지각/기억의 표준 및 한계
- 입출력 장치의 특성
- 메뉴의 정보구조

MMI도 HCI도,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인간 사용자에 대한 것이므로 '인간'이 변하지 않는 한 마주하고 있는 물건이 뭐가 됐든 연구의 주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가위를 쥐던 자동차 핸들을 쥐던 마우스를 쥐던, 종이를 보던 신호등을 보던 화면을 보던 사람의 사용자로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제한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HCI의 연구대상인 컴퓨터의 경우 그 전형적인 형태가 문자입력(키보드), 포인팅(마우스), GUI(화면장치) 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서 큰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HCI는 그 내용적인 측면(컨텐트 혹은 정보)이 양적으로 크게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정보구조의 설계나 정보의 표현방식 수준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기존의 MMI에 비해 질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MMI 시절의 사용자 멘탈모델(비교적 단순한 물리적인 구조와 동작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얻어지는 glass box)과 HCI 시대의 사용자 멘탈모델(컴퓨터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학습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black box)의 차이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생각하기에 따라 공허할 수 있다. MMI 시절의 사용자가 기계장치의 구동원리 - 어떻게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해서 캠과 톱니바퀴와 도르레와 지렛대를 통해서 동작이 이루어지는지 - 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것만큼의 멘탈모델과, HCI의 사용자가 컴퓨터의 구동원리 - 어떻게 전자의 흐름이 제어되고 2진 신호로 읽혀서 튜링 머신에서부터 복잡한 사칙연산까지, 그리고 더 복잡한 다른 비수학적 함수들을 수행하는지 - 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것만큼의 멘탈모델은 사실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관점은 Steven Johnson의 <Everything Bad is Good for You / 바보상자의 역습>에서도 일부 지지되고 있는데, 요컨대 문명이 발달하면서 개개인이 보다 고차원의 외부자극을 얻게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람(=사용자)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MMI나 HCI를 구분하는 멘탈모델의 '양적인 수준 차이' 혹은 '필요한 기반지식의 차이'는 사실 크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2. UI: HCI를 넘어서

최근 들어 일반 사용자들도 조금씩 깨닫고 있는 HCI는 이제서야 비로소 'Machine' 이슈가 아닌 'Computing' 이슈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기존의 MMI와 HCI가 주로 대상 기기('Machine')에 대한 입력과 출력에 대한 이슈를 다뤘고, 기타 이슈들은 원론적인 접근이나 입출력 이슈의 참고사항에 불과했다고 한다면, 새로 주목을 받고 있는 'Computing' 이슈는 컴퓨터 기기의 지능적인 판단과 기능에 대한 것이다.

전자기술의 발달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작은 장비(sensor)를 통해서 우리 주변의 기기는 사용자에게 굳이 알리지 않고도 사용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으며, 18개월에 2배씩 빨라진다(Moore's Law; Intel)는 정보처리장치(processor)는 모호하고 방대한 이 정보를 조합하고 비교하여 이를 의미있는 패턴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서 많은 데이터를 저장, 처리하고 화면에 표시하기 위한 저장장치(memory, storage)들도 매년 집적도를 2배로 늘리고(Hwang's Law; 삼성) 가격은 점점 낮아져 더이상 제약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에는, 지난 수십년간 컴퓨터의 역사와 함께 대학 연구실에서 특수하게 개발된 장비와 별도로 마련된 실험실, 그리고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써서나 가능했던 복잡한 패턴인식 기술이 점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음성인식을 통한 구두명령의 인지라든가 영상인식을 통한 인간의 동작과 표정의 이해 등은 SF 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지고 심지어 '당연시되는' UI 기술이지만, 실제로 제품에 적용되기 시작하는 것은 이보다 훨씬 단순하지만 오히려 덜 알려졌기에 '당연시되지 않아' 상품성이 있는, 가속도 센서를 이용한 동작인식이나 광센서를 이용한 밝기조절 수준의 기술이다.

[○] UI 기술 실용화 사례 ______________


핀란드의 국립연구소인 VTT의 ICT 부문에서 말하는 HTI라는 분야는 - 처음 접했을 때에는 '뭐 이런 짝퉁같은 용어가...'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 이러한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제품은 나름대로 전형적인 입출력 장치를 갖고 있어 그 장치들의 배치나 장치 조작으로 인한 전자적 정보 및 기능 구조의 항행이 커다란 이슈였다. 즉 입출력 장치의 설계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으며, 입출력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보이지 않는 부분 - 정보/기능 구조의 설계 - 를 다루는 것이 중요한 연구 대상이었다.

하지만 HCI의 대상이었던 정보기기(≒computer)가 기존에 전산학 개론에서 배웠던 것처럼 단순한 입력-연산-출력 기기의 정적인 조합이 아니라;
  ① 센서와 인공지능 기술이 융합되어 사용자의 명확한 의도 없이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입력 방법;
  ② 사용자의 시선을 전제한 화면 외에도 다양한 양식 modality 의 출력이 포함되는 출력 방법; 그리고
  ③ 이러한 모호하거나 복잡한 입출력 사이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사용자 의도(명확한 explicit '명령'이라기보다 행위에 함축되어 있는 implicit '의도'라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에 맞는 기능을 판단하는 기준의 체계;
가 연구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연구/개발이 이제까지와 같이 디자인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겠다. 이러한 논란은 산업의 큰 흐름이 바뀔 때마다 그 산업에서 특정 부분 - 이 경우 미학적이거나 수사학적인 부분 - 을 담당하는 업종에 항상 주어진 숙제였다. 직조공장이 생기자 양산 가능한 패턴을 디자인하고, 기업에서 생활용품을 양산하게 되자 공예로부터 독립하고, 전자제품이 등장하자 UI라는 분야를 만들고, 정보기기가 등장하자 정보구조 information architecture 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것이 이 분야의 흐름인만큼, 그 직종의 명칭이 뭐든 간에 필요한 지식을 흡수해서 그 타이틀을 거머쥐는 직종이 HTI 분야의 주역이 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HTI에서 풀어야 할 문제들을 살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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