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방문해서 받아온 공식 홍보책자(두껍다!)와 온갖 광고전단을 바탕으로, 3개 공연을 보는 걸로 토요일의 여행계획을 세워서 에딘버러로 출발했다.
결국 보기로 한 것은 이전 방문에서 인상적인 무대의상으로 홍보를 펼쳤던 팀의 <MUDFIRE>라는 공연을 비롯해서 3편의 공연. 하지만 도착해보니 매표소는 3군데로 나뉘어 있는 데다가 각각 다른 종류의 표를 팔고 있었고. 역 앞의 '반값할인' 매표소는 비교적 인기없는 공연만을 취급하는 거 였고, 선택한 공연들은 모두 그 대상이 아니어서 예산이 부족한 상황까지 -_-.
여행이 너무 순탄하면 그것도 재미가 없겠지만, 그 뒤로부터는 정말 어찌나 일이 꼬여대는지 참. 간단히 요약하자면 반값할인 표로 산 공연은 늦게 도착하느라 못 봤고(환불 안 되므로 표값 날림), Mudfire만 달랑 보고 돌아왔다. 그래도 이 공연이 생각했던 것만큼은 재미있어서 다행이었달까.
줄을 서서 기다리다보면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사람이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혼자서 하는 쇼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홍보하기도 한다. 위 맨 오른쪽 사진의 경우가 그런 경우로, 무대 위에선 홍보엽서에서처럼 연미복을 입고 마술을 할지 모르지만 홍보하는 모습은 굉장히 어설픈 차림이었다. ㅎㅎ
결국 보게 된 Mudfire 공연은 정식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야외에서 벌어졌는데, 원래 비가 자주 와서 내내 실내에서 하던 것을 이번 공연엔 '놀랍게도' 비가 오지 않아서 원래 의도했던 연출대로 야외에서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 공연은 제우스와 괴물, 그리고 세 불의 정령이 나와서 왠지 -_- 서로 싸우는 이야기다. 무대라고 해봐야 작은 풀밭에 나무가 한그루 서 있는 게 전부로, 여기서 뭘 보여줄지가 궁금했다.
목마를 탄 두 발, 혹은 네 발(beast)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몸짓언어는 정말 새로웠고, 특히 목마를 달고 있는 상태로는 꽤 어려워보이는 아크로바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무언극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깨닫고 당황. 세 종류의 캐릭터가 서로 속고 속이며 왠지 -_- 뭔가에 대해서 -_- 싸우고 있는 건 알겠는데 말이지... 게다가 제우스 역을 맡은 배우는 불쌍하게도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수시로 기침을 해대는 바람에, 중간에 제우스가 쓰러지는 장면에서는 정말 필요이상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표정연기를 코앞에서 보는 것은 정말 기억에 남을 경험이었고, 특히 야외무대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새 소리는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잘 어우려졌다. (중간에 싸이렌 소리는 좀 깼지만 ㅋㅋ )
다음부터는 좀더 철저하게 공부를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에딘버러 페스티벌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길거리 가득한 인파와 공터마다 열리는 거리공연을 보는 것은 처진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시간이었다. 아래 사진처럼, 그야말로 화장실까지 공연과 축제의 열기로 가득한 느낌이랄까.
... 이제 주말에 뭐한다. ㅡ_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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