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정말 UI 디자인이라는 것이, 난삽하게 기획된(ㅈㅅ) 서비스며 제품의 기능들을 하나의 통일된 문맥으로 꿰어 맞추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UI design is all about logical communication"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sense-making'이라든가 'storytelling'이라든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96년도부턴가 시작한 시각언어에 대한 관심도 사실은 그 도구로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고.

그런데 다음 UI의 방향으로 재미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게임 UI에 투신하게 되면서, 이런 "짜맞추기" UI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때맞춰 Apple이나 Google의 UI라는 것이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전혀 통일된 논리가 없다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었고.

Microsoft의 예전(2006년 이전 제품) UI들은 이를테면 모든 기능은 단 하나의 기능 위계구조 hierarchy 에서 정해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툴바 등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약간 수정은 가할 수 있었고, 사용빈도에 따라 일부 기능이 잠깐 숨어있을 수는 있었지만, 그 위계구조만큼은 흔들림 없이 pull-down menu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서 Apple이나 Google의 UI는 사실 분석해보면, 기능의 위계구조라든가 확고한 UI design guideline 이라든가 하는 것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사용하기 편하다"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 우선 불필요한 기능들을 없애거나 다른 기능과 합쳐놓아서 시스템 자체가 간편해졌기 때문이고, 둘째는 바로 전체 구조나 원리원칙보다는 각 순간에 필요한 기능들을 적당한 위치에 놓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Inconsistent UI of iPod Touch

급조한 자료: iPod Touch에서의 정리되지 않은 UI

Microsoft가 2007년 버전의 Office 군에 탑재한 Ribbon UI 라는 것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Ribbon UI"는 마케팅을 염두에 둔 호칭이고, 좀더 젠체하고 싶은 학계나 업계에서는 "Fluent UI"라든가 "Result-Oriented UI"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동안 정보구조설계(IA: information architecture)에서 주제로 삼았던 각 수준의 균등한 배치라든가, 유사성에 의한 군집화라든가 하는 것들이 통채로 무너진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각 어플리케이션마다 들어있는 첫번째 탭인 "홈"에는 온갖 기능들(복사/붙이기, 글꼴편집, 서식편집, 도형삽입, 검색 등)이 실로 다양한 표현방식(여러 크기의 아이콘과 레이블들이 여러가지 '새로운' 방식의 pull-down menu 들과 함께 다채로운 조합을 이루고 있다)으로 한판에 뭉쳐 있으며, 다른 탭들의 구성과 순서는 어플리케이션마다 전혀 다르게 되어 있다!

Ribbon UI in Microsoft Office Applications: the Handy Mess

더욱이 하나의 어플리케이션 안에서 "홈" 탭에 나오는 기능들 중 대부분은 다른 '탭' 메뉴에서 중첩되어, 게다가 전혀 다른 메뉴 깊이 depth 와 표현방식(아이콘으로 나와있던 것이 다른 아이콘 아래의 pull-down menu에 들어가 있다든가)으로 나타나 있기도 한 거다! (아래 그림에서 같은 색 네모는 같은 기능의 다른 위치와 구성을 표시했다. 이 외에도 중첩된 기능은 여러 개가 더 있지만, 그림판의 한계로 -_-;; 대표적인 것만 표시했다.)

Ribbon UI in Microsoft Office Applications: the Handy Mess

솔직히 나는 이 Ribbon UI가 Microsoft의 초대형 삽질이라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다는 것에 충격을 먹은 자칭 'UI 전문가' 중 하나다. 결국 사람들은 어떤 작업을 할 때 눈앞에 필요한 기능이 그때그때 눈에 띄게 도드라져 있으면 그걸로 오케이... 정보구조(IA)나 군집화(grouping) 같은 논리는 필요한 기능을 찾는 데 실패했을 때 비로서 필요한 거라는 거다. ... 뭔가 혁신적이고 ground-breaking 느낌이 나면서도, 사실 결국 UI 역사의 시작인 과업분석 task analysis 으로 돌아가는 기분도 들고 그렇지만, 어쨌든 Ribbon UI가 다름아닌 Microsoft 같은 조직에서 나와서 나름 의도한만큼의 성공을 거두는 걸 보면서 뭔가 UI에 대한 생각을 좀 바꿔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

Be more flexible - from The Incredibles

"I think you need to be more... flexible."

... 앞서 올린 BMW Gina 동영상에 나오는 마지막 한마디가 결정적으로 내 옆구리를 찔러 버렸다.

"The Gina philosophy, in a short form? ...
It's about being Flexible. Thinking flexible. Acting flexible.
Context OVER dogma. That's it."

뭐 어쨌든 (원래는 자동차 차체에 유연한 천 소재를 사용한 것을 강조하기 위한 문구였겠지만...) 옆구리를 찔렸으니... 좀 본격적으로 고민해 볼까나. -_-;;; 특히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 업무에서 "게임 UI는 어플리케이션 UI와 달라요..."라는 이야기를 몇번이나 들어서 살짝 공황상태에 빠져 있으니, 동기와 소재는 충분한 셈이다.

빠샷! o(-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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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Machine Got Faces

2008.06.22 23:53
찾아보니 2004년의 일이다. 한창 가정용 로봇의 얼굴표정을 가지고 고민하고 난 참에, 일본 Toyota의 "얼굴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가 외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미 일본은 다양한 스펙 -_- 의 얼굴을 가진 가정용 로봇이 만들어져 있었고, 특허 내용은 사실 그런 방식을 자동차에 적용한 것으로, 기준이 되는 감정상태는 운전자와 승객으로부터 직접 입력되기도 하지만, 운전 조작의 상태로부터 자동차 스스로 판단하기로 한다고 한다.
Car with Facial Expression - Toyota patent

Picard 교수의 <Affective Computing>를 인용하자면, - 비록 이 저서가 논문 한편 분량의 아이디어를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그 아이디어만큼은 무척 재미있다 -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인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라면, 기계의 감정 역시 기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기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즉, 기계의 내적 상태 - 이를테면 CPU가 과부하되고 있다든가, 저장용량이 그득히 찼다든가, 반대로 메모리가 텅 비어서 별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든가 - 를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MMI 혹은 HCI 환경에서 보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상호작용을 도와줄 거라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2004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는 사뭇 유치해 보이더라도, 상당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였다. 문제는 이 로봇장치를 통한 감정표현이라는 것이 잘 디자인된 경우를 봐도... 유치해 보이거나, 섬칫해보인다는 부분이었다. 아래의 두 그림은 내 생각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PaPeRo, a Home Robot by NEC
Kismet, a Sociable Robot by MIT Media Lab.


위 왼쪽의 유치해 보이는 로봇은 NEC의 PaPeRo, 오른쪽의 섬칫해 보이는 로봇은 MIT의 Kismet이라는 로봇이다. 사실 위 자동차 특허는 기술적 구성 상으론 Toshiba의 ApriAlphaPhilips의 iCat을 좀더 닮았지만, 해당 나라의 디자인 취향을 반영한다고 쳐도, 앞서 말한 잘 디자인된 경우는 아니다. (어쩌면 내 취향일지는 모르겠다... -_-;; ) 특히 PaPeRo는 몸통에 머리만 달린 대부분의 가정용 로봇(=홈로봇, home robot)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Kismet은 이후 보다 '덜 무생물스러운' 후속 로봇들이 많이 있지만, 그 기괴함은 여전하다. 이 두가지 로봇은 아마도 아래의 Uncanny Valley에서 서로 반대쪽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는 사례일 것이다.

Uncanny Valley

[○] 우리나라의 사례: ETRI (6월25일 추가)



얼굴 표정을 통해서 인간-기계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런 노력도 결국 이 골짜기를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접어두고 있던 이 "기계의 표정"이는 주제가 다시 떠오른 것은, 얼마전부터 인터넷에 돌기 시작한 BMW의 컨셉 자동차 GINA 덕택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표면재질을 천으로 만들고, 대신 내부의 골격으로 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무엇보다 천의 탄성과 유연성으로 자동차의 모양이 물리적으로 변형하면서도 유기적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는 물론 그 사진들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멋진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천 소재를 사용했기에 상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디어만큼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똥차다.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BMW Gina - Light Visionary Model


단지, 나에게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그 디자인보다... 수석 디자이너인 Chris Bangle이 등장하는 아래 소개 동영상의 마지막 1컷이다.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기계장치(레버, 축, 직선 같은 시각요소들)가 철저히 감춰져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이런 방식이라면, 기계의 얼굴표정이라는 개념이 Uncanny Valley를 빠져나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항상 실내에 머무는 가정용 로봇이라면 자동차에 비해서 천 재질을 사용함에 따른 문제가 훨씬 덜 할 것이고, 게다가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다른 것들 - 주로 이 단단하고 무거운 것이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 이 천 재질의 표면을 사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표면의 오염이라든가 하는 문제는 요새 많이 나오는 '첨단' 재질을 사용한대도 플라스틱이나 금속 코팅보다는 싸게 먹힐 것 같다.

아직 내가 로봇 UI... 혹은 HRI를 하고 있다면, 꼭 고려해보고 싶은 방식이다. 뭐 사실은 그렇다고 해도, 그보다는 더 큰 질문 - "그래서 그 비싼 로봇이 집안에서 뭘 해주는데?" - 에 여지껏 대답하지 못해서 끙끙대느라 정작 중요한 다른 생각(?)은 못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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