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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7 French Pride on the Air (4)

이번 해외출장에서는, 오가는 모든 비행기 편이 에어 프랑스 Air France였다. 프랑스...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로 유명하고, 특히 음식에 관한 자부심은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르는 나라다. 그런 나라의 대표 비행사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은 어떨까... 사실 예약된 비행기표를 받아보는 순간부터 내심 기대가 많았다.

My first 'Air France' meal

하지만 정작 받아본 첫 기내식은 뭐랄까... 일단 음식 이름은 불어가 반이었지만 결국 다른 항공사에서 주던 음식과 전혀 다르지 않았고, 게다가 출국편에서는 프랑스 요리에 김치가, 입국편에는 튜브에 담긴 짜먹는 고추장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하늘을 나는 프렌치 레스토랑은 아마 first class에 앉아야 가능한 모양. 물론 서울~파리를 오가는 한국인들을 배려한 조치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음식이 그만큼 세계화되었다는 좋은 뜻이긴 했지만, 조금 색다른 걸 기대했던 입장에선 솔직히 실망이었달까. 그래도 와인은 꽤 좋았기 때문에 일단 만족했다.


그렇지만, 예상 외의 소득(!)이 있었다. 보통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포크와 나이프, 스푼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것도 무척 신경써서 고른 듯한 어두운 은색(게다가 '펄'이 들어가 있는!)이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눈에 확 띈 그 형태에는 제품 디자이너의 피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포크와 스푼은 삼각형으로 접혀 있어서 힘을 지지할 뿐 아니라 잡기도 좋게 되어 있었고, 나이프는 윗부분이 우아하게 휘어있는 형태로 역시 기능뿐 아니라 미적인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Plastic Silverware of Air France (upper side)
Plastic Silverware of Air France (lower side)
Plastic Silverware of Air France (grip)


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고 어딘가 숨어있을 '메시지'를 찾는 것은, 제품 디자인을 배우던 시절부터 소위 '직업병'이라고 했던 습관이고, 그 덕택에 모처럼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Signature of Philippe Starck on Air France Silverware

필립 스타크. Philippe Starck... 이 아저씨, 스스로는 "디자인을 죽였다"며 스스로 anti-designer로 활약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아직도 살아있는 산업 디자이너 중 최고 지위를 고수하고 있는 프랑스의 자존심인가보다. 영국에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꽃을 피운 산업 디자인은 현대 문명에 있어서 진정한 contemporary art 라고 할 수 있을진대, 문화의 중심이라는 측면에서 글자 그대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프랑스인에게 있어서 프랑스인으로 산업디자인계에서 짱짱하게 활동 중인 필립 스타크의 존재는 당연히 idolize될 수 밖에 없겠지.

뭐 어쨋든 이 식기들이 (최소한 그 일부만은) 필립 스타크에 의해서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부터, 영국까지 오가면서 탑승한 4번의 Air France와 6번의 기내식은 그 이름을 발견하고 그의 작품을 수집하기 위한 일종의 퀘스트가 되어 버렸다. 기내식을 받으면 일단 그릇과 식기를 하나씩 뒤집어 보고, 이름이 발견되면 되도록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사용한 후 잘 닦아서 모았다. (좀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스튜어드/스튜어디스들은 그냥 이상한 동양인 정도로 생각하고 이해?해 준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그렇게 모인 필립 스타크의 흔적은 꽤 많았다. 다양한 크기의 포크와 나이프, 스푼, 그리고 간식을 담는 상자까지.

Starck's works on the floor of my room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 식기 세트 - LUX line - 는 이외에도 종류가 훨씬 많았고, 아니나 다를까 first class에 탑승해야 모두 사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저 잔들... 샴페인이나 와인을 따라도 손색이 없는 형태이면서도 바닥에서 올라온 '뿔'에 꼽을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비행기가 좀 흔들려도 쉽게 넘어지지는 않을 것 같이 생겼다. 우왕. 흑... 뭐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지만, 언젠가는 꼭. -_-a

LUX Line silverware, designed by Philippe Starck
→ (c) Photo via Flickr/Kevo Thomson



얹혀있는 주제도 주제인지라 무척이나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나랑 별 인연이 없는 줄 알았던 필립 스타크 선생이 마련해준 보물찾기 이벤트 덕택에 작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여행... 이 외에도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으면 좋겠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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