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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2 UI in the Future Far Far Away...

과학기술부에서 2030년의 미래기술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2008년의 한 남자가 식물인간 상태에서 2030년 다시 깨어나서 겪는다는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현재의 시각으로 미래의 기술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나갈 수 있는 구도로 되어 있다.

이런 미래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이 한때의 업무이었던지라 (도대체 난 뭐하는 놈이었던 걸까 -_-;; ) 좀 열심히 들여다 봤는데, 의외로 (ㅈㅅ) 상당히 잘 만든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아저씨들이 여기저기 교수들한테 떠넘겨서 되는대로 짜집기한 것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들었던 게 사실인데, 무작정 훌륭한 기술 개발로 인한 장미빛 미래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기술 도입까지 사람들이 겪은 이야기, 도입되지 않은 기술, 그리고 기술이 상용화됨으로써 생겨난 문제까지를 제법 탄탄한 논리로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학자들의 시각 뿐만 아니라, 언급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회나 교육문제, 정치, 경제 이슈에 전쟁 등 반사회 이슈까지도 골고루 다루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미래의 심리학자라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Illustrations from Future Scenario "2008년 남자 2030년 여자"

음... 비록 사용된 시나리오의 삽화들이 다소 조악하고, 제목도 하필이면 <2008년 남자, 2030년 여자>라는 식으로 마치 20년 전의 남자가 와서 붙인 듯한 제목이지만, 그 내용만큼은 지난 10여년간 나온 어떤 미래 시나리오보다 탄탄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거 PDF로만 배포하지 말고 배우들 써서 영화 한 편 만들어도 되겠다.

진심이다. SF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데, 솔직히 이런 미래 예측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조금 부정적이다.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이라는 Peter Drucker의 멋진 문구에 편승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이런 게 참 부질없는 일이 아닐까 하는 거다. 사실 미래 예측 시나리오는 상대방을 현혹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 상대방은 일반 대중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조직의 보스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제시된 시나리오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고들 정도의 지식이 없다면, 결국 그 환상적인 미래상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위의 경우처럼 대대적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온갖 SF 영화들 덕택에 기술의 발전가능성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 보이는 요즘은 기술적 근거고 나발이고 없는 전설 속의 동물 같은 디자인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현혹되어 괴소문에 시달리는 것을 본다.

이원복 화백은
미래예측 대부분이 엉터리다 - 이원복
본인의 저서에서, "미래예측, 대부분이 엉터리다!" 라는 내용을 근거와 함께 주장하고 있다. (근데 이거 어디에서 발췌한 건지 기억이 안 난다.. -_- 어쨋든 오른쪽 그림 외에도 내용이 더 있으니 꼭 원본 사서 보시기를) 사실 난다긴다 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현대의 점쟁이들("미래학자")도 과거에 한두가지 사실을 우연히 맞춘 것을 과장해서 포장하고 있을 뿐, 실제로 그 사람이 주장한 내용을 모두 취합해서 정리해 보면 그다지 높은 확률은 아니다. 다시 이원복 화백의 말에 따르면, "미래예측이 맞을 확률이 20%, 동전을 던지면 50%... 차라리 동전을 던지는 것이 30%나 확률이 높다"... 랄까. (물론 미래예측의 경우의 수는 무지 많지만 동전은 앞뒷면 뿐이라는 것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_-;;; )

일례로 1965년쯤 신문에 실린 것으로 보이는, 한때 인터넷을 돌아다녔던 이 카툰을 보면,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사회의 수용 속도라는 것이 얼마나 종잡을 수 없는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Vision of year 2000 from 1965 newspaper

전파신문은 web 이라고 치고, 소형 TV 전화기도 3G 화상통화가 어쨋든 상용화되었다는 것으로 통과. 아, 그리고 저런 형태는 아니지만 가정용 청소로봇도 제법 많이 팔렸군. 하지만 나머지 내용은 아무리 "컴퓨우터의 도움"이 있어도, 인간과 사회와 경제 시스템이 따라주지 못한 경우랄까. 뭐, 2000년대라는 것이 2999년까지를 말한다고 한다면야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2008년 현재 나름 IT 강국이라고 자평(-_-;;)하는 한국의 과학기술부 시나리오에도 똑같은 내용이 나온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더 "재미있는", 하지만 재미있을 수만은 없는 사실이 있다. 위 1965년과 2008년의 미래예측 시나리오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어떤 것은 심지어 1900년에도 예측되었다는 것이다. (출처: Paleo-Future Blog )

Moving Pavement

움직이는 도로: 1965년 시나리오에도 있었던 내용이다.


Weather Control Machine

날씨 조절: 2008년 시나리오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이 엽서 그림들은 1900년도의 독일 초콜렛 회사에서 넣어주던 것이라 하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1900년도에 예측한 것이 1965년에, 2008년에 다시 예측된다는 것은 마치 자신에게 떨어진 숙제를 미래로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1900년도의 예측들도 1965년의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 기술의 발전으로 해결된 것도 있고, 그 예측대로는 아니지만 보다 뛰어난 기술적 해결안으로 문제가 해결된 사례도 있다. 이를테면 전파신문보다는 web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나은 해결안이고, 다음 그림의 X-ray보다는 적외선 영상이 훨씬 효과적이다.

Police X-Ray Surveillance Machine



미래 예측이 어떤 식으로든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실제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미래 예측을 위한 전문직종이 생기고, 기업들마다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은 조금은 과도해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왜 잘 만들어진 하나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서로 살을 붙여 나간다든가 하지 않는 걸까? 매번 다시 모여서 다시 아이디어를 내고 다시 조합해봐야 나오는 것들은 비슷비슷하고, 그게 맞을 확률도 똑같이 낮을 텐데.

어쩌면 그 대상이 회사의 미래상이 됐든 국가의 정책이 됐든, 이 모든 게 결국은 홍보 활동의 일환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맞는지 안 맞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고, 이제까지의 시나리오들처럼 안 맞는 것은 다음 세대로 넘겨버리면 만사 오케이~ 라는 마음이라면 ㅡ_ㅡ;;; 뭐 그로 인해서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이미지만 심어주는 걸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거겠지.



... 애당초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잊어먹었다. 제목에는 왜 UI를 넣었더라? -_-;
... 그냥 급 정리하고 배째자. 배고프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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