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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tipurpose Toilet

2008.07.07 00:55
간만에 고속도로를 타고 주말여행을 다녀왔다.

소시적(?)엔 6년 반 동안 거의 매주 고속도로를 왕복한 때도 있었고, 1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짧으나마 고속도로를 타고 출퇴근을 했어야 했는데, 오래간만에 들른 고속도로 휴게실은 꽤나 생경한 모습이었다. 길거리 음식들은 통일된 디자인의 간판에 유니폼을 입은 판매원까지 시장바닥 같은 느낌을 일소해 버렸고, 아예 편의점이 들어와 있다거나 다양한 메뉴가 넓직한 카페테리아에서 팔리는 모습은 정말 세월이 무상했다고나 -_-a;; 할까. (근데 반대로,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손님이 없어도 장사가 되는 걸까?)

어쨌든, 바뀐 휴게실의 모습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띈 장면이 있었다.

Multipurpose Toilet (for the disabled, the senior, and for diaperring), at KangReung Resting Place

얼래? "다목적 화장실"이라는 건 처음 본 거다. 물론 뭐하는 곳인지는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원래 소위 "장애인 화장실" 자리에 간판만 바뀐 것 같이 생기기도 했고, 아이콘도 상당히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다목적 화장실"로 인터넷을 뒤지니 한국화장실협회에서 "협의회는 장애인화장실이라는 명칭대신 법정신과 활용도를 높히기위해 다목적화장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라는 '공식적인' 내용도 있다. 이 내용이 이미 2006년 3월 21일의 포스팅이라니, 한때 논문 쓴답시고 장애인 접근권이니 universal design이니 하는 소릴 입에 달고 다녔던 사람으로서 참 면목이 없다. ㅡ///ㅡ

(구글링을 좀더 해보면, 일본에서는 이미 최소한 2005년부터 "다목적 화장실"과 "Multipurpose Toilet"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찾아간 어느 항구의 공중 화장실에도 같은 게 있었다.

Multipurpose Toilet (for the disabled, the senior, and for diaperring), at ImWon Port

... 스스로에 대한 면목없음이 익숙해지고 나니, 내 뿌리깊은 시큰둥함이 다시 머리를 들기 시작한다. "다목적"이라... "Multi-purpose"라... 물론, 애당초 이 명칭을 시작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의도는 십분 이해하고, 과거 "장애인 화장실"이라는 명칭에 비해 훨씬 좋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마치 과거 "barrier-free design"이나 "assistive design", "design for the disabled/handicapped/differently-abled" 등으로 불렸던 개념이 "universal design"으로 "전략적 인수합병"된 이후에도 그 배타적인 의미는 여전히 남아있던 것처럼, 화장실 이름이 "다목적 multipurpose"이 된다고 해서 그 장소의 의미마저 그 단어만큼 열린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닌 게 사실이다.

[○] 심지어...


거참... 취지는 좋은 데 뭔가 아쉽네... 하고 궁시렁대던 끝에, 귀가길에 들른 문막 휴게소에서 아주 조금 다른 다목적 화장실을 만났다.

Men's Rest Room (for the disabled, the senior, and for diaperring), at MoonMak Resting Place

우선 남성용 "다목적 화장실"과 여성용 "다목적 화장실"이 각각 "일반 화장실"과 함께 제대로 구분되어 있을 뿐 아니라 - 많은 장애인 화장실은 따로 남녀용이 한군데 모여있거나, 심지어 "남녀공용"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 영어 표기도 각각 "Men's Restroom", "Women's Restroom"으로 되어 있었다. 비록 한글 용어는 "다목적"으로 되어 있기는 하지만, 영어 표기만큼은 일반인과 장애인의 구분이 없는, 그냥 남/녀 화장실로 되어 있는 것이다.

Men's Rest Room (for the disabled, the senior, and for diaperring), at MoonMak Resting Place

자세히 보면 나중에 따로 붙여놓은 이 영어 표시 밑에, 원래 어떤 영어 표기가 있었는지는 결국 확인하지 못했다. 스티커의 길이로 보아 역시 "Multipurpose"였다가, 어떤 뜻있는 분의 주장으로 수정된 게 아닐지 짐작할 뿐이다.



Official Suggestion of Sign Design for Multipurpose Toilet
명칭이 "다목적"이든 "장애인"이든 "노약자"이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노력이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저렇게 보란듯이 써붙여 놓아 들어가는 사람을 뻘쭘하게 만들 듯한 "다목적 화장실" 표시나, 굳이 그 문앞에 붙여놓을 정체불명의 도안을 배포하는 것은 솔직히 아직도 남아있는 탁상행정의 잔재라고 해야 할 것이다.

Universal Design을 핑계로 여러 장애인 관련 단체를 찾아갔을 때, 장애인을 배려하는 첫번째 자세는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무시하는 데에 있다고 배웠다. 실제로 장애인과 어느 정도 부대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 사람의 특이한 "발성"이나 "손버릇"은 내가 눈앞에 두꺼운 유리알을 달고 있다는 것에 비하면 희한할 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스스로를 "정상인" 아니면 배려한답시고 "일반인" 혹은 심지어는 "비장애인" 이라고까지 칭하면서 장애인과 스스로를 "구분지으려 하는 것" 자체가 말 그대로의 "차별"이 아닐까.

분명히 말하지만, "다목적 화장실"이 점점 더 많이 눈에 띄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나는 다른 누구보다도 기쁘고, 옳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기분으로, 나는 그 움직임이 좀더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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