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대중매체가 보여주는 폭력성이 시청자의 폭력적 성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식상한) 논란을 조깅하듯 한바퀴 돈 적이 있었다. 부정적인 측면(폭력적 내용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과 긍정적인 측면(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껴 폭력성이 준다)는 전형적인 코스를 돌다가, 문득 폭력적인 '게임'과 폭력적인 '영화'가 주는 영향은 많이 다르겠다는 대목에서 새삼스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최근 4번째 판이 나와 회자되는 Call of Duty라는 게임은, 그 연출이나 3D 시각효과 등에서 "마치 영화와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총을 들고 양 진영이 서로 쏴죽이는 모습은, 그러고보니 사실 이미 많은 영화에서 봤던 장면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게 세상이 게임에게 해 줄 수 있는 찬사였던 것이다.
왼쪽이 게임 Call of Duty, 오른쪽이 영화 Saving Private Ryan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것은 단지 그 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행위를 "한다"는 것이 영화와 가장 큰 다른 점이고, 따라서 시청자(=플레이어)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게 차이가 있을 거라는 것이 그 날 이야기의 마무리였다. 우리가 이런 게임을 만들어도 되는 걸까..라는 불안감을 조금씩 안고.
엊그제 발표된 이 그래프(출처)를 보자.
이 그래프에 의하면, 이제 게임은 영화와 음악만큼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1년간의 성장률을 보면 어마어마할 뿐이다. 게임 회사에 일하면서도 저 정도의 규모라니 솔직히 뜻밖이지만, 어쨋든 이제 이 사용자가 '행위하는'... 그래서 사용자를 사용자라 부르지 못하고 -_- 플레이어라고 불러야 하는 이 분야는, 앞으로 UI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한편으로는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게임에 중요한 것은 적당한 어려움( O_o' )과 현락한 그래픽, 그리고 탄탄한 스토리일 뿐... UI는 뭐 한참 뒷전이다..라는 것도 말이 된다. 하지만 게임계 내부의 움직임으로, 새로운 입력장치가 우후죽순 격으로 갑자기 등장하고 있는 이 상황을 잘 이용하면, UI 혹은 HTI 전문가들이 사용자의 대변인.. 혹은 플레이어의 대변인으로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P.S. 이 글에서 인용한 Call of Duty라는 게임... FPS 게임을 좋아하든 아니든, 이 게임은 꼭 해보라고 하고 싶다. 내가 생각했던 멀티미디어 + 인터랙션 + 내러티브... 그 모든 것이 잘 녹아있는 하나의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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