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의 역사는 버튼과 레버와 밸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껏해야 빤히 보이는 작대기 하나 바퀴 한두쌍이 대부분 도구의 모습이었던 인류에게 맨손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의 힘 - 증기, 가스, 기름, 전기 - 을 버튼과 레버와 밸브로 조작할 수 있게 한 게 화근이었으니까. 이런 걸 조작은 해야 쓰것는데 직접 어쩔 수 없으니 중간에 '조작장치'를 넣었고, 그게 이전처럼 빤히 보이는 방식이 아닌지라 슬슬 인생들이 피곤해진 거다.

그 이후 나왔던 다양한 (결국은 비슷한 원리지만) 조작장치들 중에서 특히 전기적인 흐름을 잇거나 차단하는 버튼 - 스위치가 좀더 올바른 표현이겠지만, 이 글도 사용자 중심으로 쓰여졌다..고 치자. 응? - 은 가장 최근의 휴대폰에서조차 수십개나 정렬해서 그 위용와 정정함을 자랑하고 있다. 무려 100년이 넘도록 PUI 분야를 점령하다시피 해 왔고, Zog Shuttle 처럼 한두번의 반란시도가 있었으나 결국은 대세를 넘겨주지는 않았다. 심지어 GUI라는 놈이 나왔을 때에도 그 이름을 강요해서 화면 상의 '버튼'들이 나오지 않았나.

This is not a button.

그냥 재미있는 사례지만, 아프리카에서 GUI를 처음 접한 사용자는 화면 상의 '버튼 모양 그림'에 "버튼이 아니다"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사진은 ACM SIGCHI 2007 기조연설 중에 촬영한 것.



그런데, 이제 이런 버튼의 시대도 슬슬 저물어 가나보다.

아마도 탁상용 스탠드의 전원에서 시작해서 B&O의 오디오에서 볼륨 조절로 가능성을 높이고, 분명히 아이팟 시리즈(1세대를 제외한)에서 대중화된 "터치감지" 방식의 역적모의가 이전의 시도들과 달리 제대로 먹혀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대표주자는 아이팟과 아이폰을 언급해야 하겠으나, 슬슬 식상하다. 그 이전에 수많았던 터치 제품들은 대부분 실패했으나 (음.. 탁상용 스탠드는 예외로 하자), Apple이 iPod에 터치센서를 적용 - 2002년 7월 발표된 2세대 iPod - 한 이후로, 눈에 띈 몇가지 '탈 버튼' 제품을 골라보자면 다음과 같다.


(1) BeoCenter 2 by Bang & Olufsen (2004.3)
BeoCenter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Bang & Olufsen 에서 나온 BeoCenter 2에는 iPod ClickWheel의 쌍동이라고 볼 수 있는 'soft touch control pad'가 보인다. 이 제품에서는 금속판에서 터치를 감지하기 위해서 열센서가 쓰였으므로, iPod의 capacity 방식과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결국 사용자 입장에선 마찬가지라고 본다.



(2) SCH-S310 by 삼성전자 (2005.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명 '비트박스 폰'으로 많이 홍보된 3차원 동작인식 폰이다. 이 제품이 비싼 광고모델(덕택에 결국은 '에릭 폰'으로 가장 흔히 불렸다 ㄷㄷ)에도 불구하고 크게 히트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터치 버튼을 기용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상품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것도 센서 저것도 센서니 같이 넣자는 식이었을지 몰라도, 결국 이쪽에서 나온 문제점과 저쪽에서 나온 문제점이 시너지(?)를 일으켰으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휴대폰의 주요 버튼에 대거 터치 방식을 기용한 것은 이 모델이 처음이다. 요컨대 지나친 모험이었다는 거겠지. (삼성으로선 이례적인 일이었고, 이 모델이 두드러지지 못한 것은 예전 '본부 폰'에서의 경험과 같이 소위 '요요현상'을 가져왔다. -_-a;; )


(3) IM-R200 by 팬텍계열 (2007.5)
IM-R200
이 모델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지만, 일단은 간략하게?만 하자면... 여하튼 휴대폰의 슬라이드 아래쪽에 또 하나의 터치방식 LCD를 넣는다는 것은 상용화 수준에서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회사에서 정한 'active touch keypad'가 광고에서 "매직키패드"로 지칭되고, 게다가 편리성은 내팽겨쳐지고 바람피다 들킨 현장을 모면하려면 현혹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이 좋은 제품 역시 내팽개쳐진 감이 있다.

IM-R200의 키패드 모음

터치 스크린을 사용함으로써 단순한 숫자패드외에 문자입력시엔 문자키패드, 이모티콘 입력시엔 이모티콘 키패드 등을 크기와 배치에 어느 정도 자유도를 주면서 배치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훌륭했지만, 그 와중에 터치 피드백을 넣어 (그 진동의 품질은 논외 -_- ) 버튼의 클릭감을 대체하려고 했으며, OLED를 사용함으로써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점은 정말 높이 살 만하다. 시각적인 피드백에도 (다소 그래픽에 치우치긴 했지만) 신경을 많이 썼다. (위에서 키패드 이미지가 안 좋은 것은 회사가 욕을 먹어야 한다. 명색이 제품 컨셉인데 웹사이트에 제대로 된 이미지 하나 없어서 플래쉬 애니메이션에서 하나하나 캡춰해야 했다! -_-+=3 )

결국 야외에서 버튼이 -_-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 된 모양이지만, 그래도 이런 제품이 많이 나와줘야 UI 하는 사람들이 신나지 않을까. 아니, 물건이 많이 팔려 회사에 보탬이 된다는 뜻이었다. ㅡ_ㅡa;;


(4) MotoROKR E8 by Motorola (2007.9)
MotoROKR E8 휴대폰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된 ROKR의 후속모델이다. 뭔가 진일보한 모습이 보이는가? 앞의 팬텍 휴대폰이 터치의 탈버튼성(물리적인 배치과 표시의 제약이 없음)을 어필하기 위해서 OLED 화면이라는 최의은(=극단적인) 방법을 채택한 데 비해서, 이 제품은 back light의 on/off를 조절해서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버튼만을 (시각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쓰고 있다. 상당히 경제적인 방법이랄까...

여기에 적용된 터치 휠 방식이 'Omega Wheel'이라고 하는데, 모양이 "Ω"라는 것 외에 뭐가 다른지는 차차 알아볼 생각이다.
Kameleon Universal Remote by Kameleon Technology

잘 보면 같은 공간 안에 어떻게 하면 여러가지 조작버튼을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렇게 제품 표면 상에 여러 버튼의 설계를 우겨넣는 방식은 과거 Kameleon 리모컨에도 있었고, 앞으로 e-Paper를 적용한 제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트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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