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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ity & Fun

Best Game with Worst HTI Practice

by Stan1ey 2009. 5. 9.

<메탈기어솔리드 Metal Gear Solid>라는 게임은 꽤 오랫동안 여러 편의 시리즈물을 낳으면서 자칭 '잠입액션'이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만들어냈다. 독자적..이라고 해봐야, 사실 장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게임이 해당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 뭐 많이 해본 게임도 없지만 - 메기솔 말고는 기껏해야 <코만도스Commandos> 정도가 같은 패턴을 주요한 플레이 요소로 다뤘을 뿐, 다른 게임에서는 가끔 그 '잠입도 가끔은 재미있다'는 정도로 소수 에피소드에서만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서 <Call of Duty>에서는 심심찮게 스나이퍼 모드가 나오는데, 이 모드에서는 적에게 들키지 않는 게 주요 목적인 대목이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잠입액션 <메기솔>의 시작은 이제까지 없던 장르를 만들어보자는 게 아니라, 게임을 만들어야 하겠는데 하드웨어의 한계가 너무 심해서 그걸 극복하기 위한 고심 끝에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이 게임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프로듀서가 되었고 얼마전 GDC 2009에서 공로상을 받기도 했던 코지마 히데오 감독에 의하면, 당시에 개발대상 기기였던 MSX2는 한번에 32개의 그림(sprite)을 표현할 수 있는데 가로로는 8개밖에 표시하지 못해서 위치에 따라 적이 사라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불가능한 상황을 극복/회피해서 목적인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전투가 최소화된, 잠입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코지마 감독에 따르면 그게 게임 디자인의 역할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Kojima Keynote at GDC 2009 Kojima Keynote at GDC 2009 Kojima Keynote at GDC 2009

최근의 게임콘솔이야 PC 몇대를 붙여놓은 정도로 고사양을 자랑하고 있고, 심지어 PS3 콘솔을 몇대 붙여서 슈퍼컴퓨터를 대신하는 연구기관도 있는 상황이다보면 이게 아직도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싶긴 하지만, Nintendo Wii를 비롯해서 불완전한 인식기술에 바탕을 둔 입출력으로 UI를 설계해야 하는 요즘의 게임을 생각해 보면 HTI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메기솔>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이라고 할 수 있는 iPhone/iPod Touch용 게임을 보면, 그런 정신은 어디로 갔는지 조금 의외의 입력-조작 조합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게임을 시작할 때 나오는 기본적인 조작 설명을 보면 다음과 같다.

UI Design of <Metal Gear Solid>: Aiming & Shooting
UI Design of <Metal Gear Solid>: Aiming & Shooting
UI Design of <Metal Gear Solid>: Zooming & Sniping
UI Design of <Metal Gear Solid>: Zooming & Sniping

UI Design of <Metal Gear Solid>: Cleaning Up the Dust
이외에도 게임이 진행되다보면 추가로 설명되는 조작이 하나 있는데, 각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에 랜덤으로 나오는 설명 중에 등장하는 이 조작방식은 왼쪽 그림과 같다.

결국 정리하자면, 이 게임에서는 iPhone/iPod Touch에서 제공하는 일반적인 터치조작과 멀티터치 동작, 그리고 흔들기 동작을 각각 조준 및 사격, 망원조준, 그리고 먼지털기에 연동한 것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조작들을 주어진 게임 기획의 내용에 그럭저럭 잘 변용해서 응용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의 UI 설계는 약간 그 설계의도가 지나쳐서 입출력 기술이 사용성을 해치는, 개인적으로 "주화입마"라고 즐겨 부르는 상태가 되어 버린 듯 하다.


(1) 조준 및 사격: Drag, Touch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터치스크린에 슈팅 게임을 넣는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목표를 직접 터치해서 쏘기'가 아니라, 마치 콘솔게임에서 컨트롤러를 상하좌우로 조작해서 포인터를 움직이듯이 터치스크린의 조작과 포인터의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 '왼쪽' 동작을 입력하면 포인터가 '왼쪽'으로 움직이는 식으로 - 연결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조작이 나온 배경이야 콘솔게임에서의 슈팅 난이도를 유지하자는 거 였겠지만, 이건 마치 LCD 타블렛을 마우스 모드로 설정하고 쓰는 기분이랄까.(혹시 타블렛이 있다면 '마우스 모드'를 찾아서 설정해 보시길...) 아니면 등 긁어줄 때 어디가 가려운지 설명하는 기분이랄까. (이건 옆사람과 해보시길... 응?)

(2) 망원조준: Pinch
망원조준이라고는 했지만, 위 설명그림에서처럼 이건 사실 무기를 바꾸는 기능으로 설명되어 있다. 망원모드가 된다는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는 이 조작은 망원상태일 때 주변을 가린다든가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옆에서 누가 날 쏘는지 어쩌는지 모른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지만, 뭐 그거야 '의도적인 난이도 설계'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렇다고 치자. (췟!) 그렇지만 굳이 사용할 조작을 무기 전환에 연결시켜 설명하지 않더라도 pinch-zoom을 좀더 연속적인 조작으로 하고 제3의 터치를 사격에 연결시킨다든가 하는 식으로 조작과 게임 플레이가 좀더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넣을 수는 없었던 것일까?

(3) 먼지털기: Shake
이거야말로 주화입마의 표본격이라고 생각하는데, 플레이어(사용자)가 게임 스토리 안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에 따라 적합한 조작(UI)을 설계한 게 아니라, 그 반대로 조작을 넣으려고보니 적당한 게 없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무리하게 삽입한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게임의 경우에는 조작감이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게 먹히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에는 오히려 명백하게 게임 플레이를 가린달까. 게다가 LCD 화면의 선명도라는 게 주변조명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지는지라 그냥 답답한 채로 게임을 하다가 우연히 흔들어보고는, 그동안 답답하게 플레이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화가 날 때도 있었다.



물론 이건 게임이고, 따라서 어느 정도의 불편함(도전)은 달게 감수해야 하는 것이 사용자(플레이어)의 역할이긴 하다. 하지만 뭐랄까, 이 <메탈기어솔리드 터치>만큼은 묘하게 그 '즐기고 싶은 마음'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 어쩌면 너무 UI 관점에서만 신경을 써서거나, 혹은 내가 <메기솔>의 스토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지라 몰입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_-a;;;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게임도 아닌 "코지마 히데오"의 "메탈기어솔리드" 아닌가. 과거 기술이 상상력을 따라가지 못했던 시절에 주어진 조건 속에서 의외의 조합을 발견해 전설적인 게임을 만들어낸 사람이, 어떻게 이런 반대의 결과를 냈다는 사실에 너무 실망해서 그냥 주절주절 적어두고 싶었다. 절대로 돈내고 다운로드 받은 게 아까와서가 아니다... ( '-') ㅎㅎ


... 예전에 자주 경험했던 UI 기술에 의한 주화입마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또 쓰다보니 힘들어서 대충 마무리하게 됐다. 어쨋든 UI권법을 수련하는 사람들은, 특히 입출력기술 트렌드에 관심을 갖고 HTI비급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주화입마에 조심해야 한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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