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를 다녀왔다. 서울을 '미디어 시티'로 만들겠다는 계획 덕택에 종종 재미있는 걸 보게 되는데, 아무래도 행정조직을 끼고 하는 일이다보니 소재나 규모, 형식 같은 측면에서 한계는 좀 보인다고 해도 여전히 감사한 일이다.

Seoul International Media Art Biennale - Turn and Widen, Light / Communication / Time

전환과 확장, 그리고 빛/소통/시간이라는 두가지 주제(어느 쪽이든 하나만 할 것이지 -_- )를 가지고 전시되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의 미디어 아트 작품들에 비해 기술이 훨씬 다양하게 적용된 작품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특히 센서나 다른 기술들이 적용되기 시작할 때의 미디어 아트는 기술을 있는 그대로 - 즉, 센서는 스위치 대신, 프로젝터는 화면 대신, 홀로그램은 실체 대신 -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번의 전시에서는 그러한 기술들을 "작품 상의 표현"을 위해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흥미롭게 본 몇 가지가 인터넷에 올라와 있길래 올려본다.
... YouTube 대단하다... -.-+



우선, Pablo Valbuena라는 스페인 작가의 "증강된 조각 Augmented Sculpture" 이라는 시리즈 작품이다.



제목 자체가 'augmented'를 포함하고 있는 걸 봐도, 이 조각가(?)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통해 작품을 고안해낸 게 분명하다. 흰색 물체 위에 프로젝터를 이용해서 표면질감을 투사하는 것은 AR 분야의 응용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이 조각에서는 프로젝션이 가능한 3면으로만 이루어진 입체 위에 빛과 색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상으로" 투사함으로써 그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전시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동영상에서는 뒷부분에 나오는 가상 광원이다. 조각이 있는 공간 어딘가에 가상의 광원이 있어서, 그로부터 나오는 빛이 조각을 비추는 모습을 투사하여 마치 그 광원이 눈에 잡히는 듯 하다. 멀리서 쏟아지는 빛으로 인해서 생기는 그림자도 멋있는 연출이었지만.

사실 (아마도) 간단한 3D 모델링 프로그램과 기본적인 애니메이션 도구만 가지고 만든 것 같은 영상물이지만, 그 연출이나 기술의 응용 측면에서는 정말 박수가 나오는 작품이었다. 기왕 하는 거, 이제 카메라를 이용한 인터랙티브한 측면을 보여주면 어떨까? ㅎㅎ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 그리고 YouTube에 올라와 있는 - 작품은, Christa Sommerer와 Laurent Mignoneau라는 유럽 작가들의 "생명을 쓰는 타자기 Life Writer"라는 작품이다.



화질이 안 좋아서 느낌이 별로 안 오긴 하지만, 오래된 타자기의 자판과 종이를 앞뒤로 움직이는 다이얼, 좌우로 움직이는 레버에 각각 센서를 달아서 연결된 종이(스크린)에 투사하는 내용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실제로 타이핑을 하면 글자가 찍히는데, 그걸 종이 끝에서 기어오는 "가상의" 벌레들이 집어 먹는다. 곧 벌레가 마구 몰려와서 글자를 치는 족족 집어 먹는데, 이럴 땐 다이얼을 돌려 종이를 올려보내면 벌레가 같이 밀려가기 때문에 잠시동안이나마 편하게 글자를 칠 수 있다.

... 이렇게 만들어 놓고 "Life Writer"라는 제목을 붙인 작가의 센스도 참 마음에 들거니와, 타자기를 치거나 다이얼을 돌리거나 레버로 타자기를 원위치 시킬 때, 각각 그에 맞는 동작과 소리를 내도록 한 그 노고가 참 훌륭하다. 다양하고 많은 수의 센서를 조합하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그러면서도 완성도가 참 높은 구현사례랄까. (예술작품을 예술작품이라 부르지 못하고... OTL... )



끝으로, 우리나라 작가 중에서는 서효정 작가의 "테이블 위의 백설공주 Snow White on the Table"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흠... 사실은 동영상을 찾지 못했다. 위 동영상에서는 테이블 위의 터치센서 혹은 광센서를 이용해서 그냥 다양한 배경이 그려진 흰 테이블 위에 그림자 애니메이션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에 전시된 작품은 배경이 마치 소박한 무대배경처럼 두툼한 판으로 만들어져 세워져 있었고, 손으로 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백설공주의 인형(피규어 샵에서 구입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서, 하얗게 칠한 듯한 형태였다) 을 움직여 적당한 장소에 갖다놓으면, 광센서가 이를 인식해서 위 동영상과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프로젝션을 이용하면 어차피 쏟아지는 빛과 광센서를 조합하는 건 종종 있었던 일이라고 해도, 흰색의 백설공주 인형을 이용함으로써 진짜 기가 막힌 연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인형을 센서 위치에 올려놓으면, 그 인형의 "그림자"가 투사되고, 그 백설공주의 그림자가 움직여 그림자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내가 움직인 인형이 로봇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그 그림자를 매개로 이야기 속의 공간과 내가 사는 공간은 아주 잘 연결되어져 버린다.



그 외에도 국내 포털의 동영상 사이트를 뒤져봐도 많은 동영상이 나온다. 그 중에는 프로젝션을 복잡하게 구성해서 존재하지 않는 스크린을 마치 존재하는 듯이 보여주는 작품도 있고, 심지어 심박센서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듯 보여주는 (사실 작년에 HCI 학회에서 본 작품의 좀더 큰 버전이었지만) 작품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부터의 동영상 스트리밍은 영국의 느려터진 인터넷으로는 볼 방법이 없으니 올려봐야 뭐. ㅡ_ㅡa;;;

예술 분야에서도 이제 이런 입출력 기술을 마음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그냥 가까이 가면 움직인다든가 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걸 이용해서 정말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작품, 진짜 그 기술이 아니면 이런 걸 어떻게 표현할까 싶은 그런 작품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연못과 금붕어들을 표현한 작품이 국내에 전시되고 2~3년쯤 뒤에 터치스크린 휴대폰을 위한 UI 기반기술 연구에 들어가면서, 그와 유사한 바탕화면 특허들이 국내외에서 확인이 되고 그 아이디어가 꽤나 칭찬받았던 적이 있다. 애당초 그 작품을 만들었던 작가가 그와 매우 유사한 휴대폰 바탕화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앞으로 2~3년... 아니 그보다 훨씬 짧게, 이번 전시에 사용된 센싱 및 정보표시 방법들이 어느 곳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게 될지 궁금하다. 남이 뿌린 씨앗이더라도 그게 싹을 틔우고 자라는 걸 보는 건 흐뭇한 법이니까. ㅎㅎㅎ (쩝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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