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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ity & Fun

Knowing More about My Job (aka Playing GTA4)

by Stan1ey 2008. 8. 15.

World atlas with daylight indication
이 동네는 낮이 길다. ... 아니, 사실은 밤이 돼도 도대체 해가 안 진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겠다. 세계지도에 '일광시간'을 표시한 지도는 많이 봤어도 지도 맨 위와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건지에 주의를 기울인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여기에 와서 밤 10시에 해가 지고 4시에 해가 뜨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지구의 구석진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심했던 나 자신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게 됐달까. ㅋㅋ 아마 겨울이 되어 오후 4시면 해가 지고 다음 날 10시가 되어야 해가 뜨는 때가 오면 머리를 방구석에 쳐박고 반성할 듯 하다. 쿠하하.

어쨌든, 칼퇴근이 당연하다못해 왠지 책임감까지 느껴지는 근무환경 덕택에 남아도는 늦은 낮시간을 견디다 못해서, 게임을 하나 시작했다. (사실 2개를 샀지만, 하나만 먼저 뜯었다. ㅡ_ㅡ ) 바로 Grand Theft Auto IV (혹은 GTA4).

Cover image of GTA4, or Grand Theft Auto 4

이 게임은 사실 우리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니 그럼, 아직도 GTA4를 안 해봤단 말이야?" 라고 반문하는 게임이다. 그나마 딱 하나 있는 회사의 상품이 GTA를 그 전신으로 삼고 있는 데다가, 요새 참여하고 있는 플젝 중 하나가 많은 유사한 점을 가지고 - 물론 더 많은 개선점과 차별점을 포함하지만 -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암암리에 필독서(?) 같은 느낌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하다.

뭐 어쨌든 늦깍이 게임 UI 디자이너로서는 굳이 턱없이 긴 일광시간을 핑계대지 않더라도 조만간 해봐야 하는 게임이었다.




근데 이 게임, 이게 뭐야. 몰라. 무서워. ㅡ_ㅡ;;;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전직군인(?) 니코 Niko 라는 사람이 되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 처음에는 무슨 조직의 똘마니인 듯한 사촌의 부탁으로 사람들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나르고, 그러다가 혹은 싸움에 말려들기도 하고, 혹은 누구를 잡아다 죽을 정도로 패야 하기도 하고, 아예 죽여야 할 때도 있고, 주먹이나 칼은 물론 총싸움도 다반사다. 나중에는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헬기를 조정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최종 목적은 이 도시(Liberty City라는 가상의 도시인데, 뉴욕을 모델로 했다고 알려져 있다)의 갱단을 장악하는 거라고 한다. 그러려면 도대체 무슨 짓을 얼마나 해야 하는 건지 원. ㅡ_ㅡa;;

GTA4 Screenshot - Daily life as a street gang GTA4 Screenshots - a collage GTA4 Screenshot - Street deal with hookers

GTA 시리즈는 소위 말하는 'Sandbox'류 게임의 대표작이기도 한데, 몇가지 기능의 조합일 뿐이긴 하지만 그 기능에 한해서 만큼은 어떠한 조작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서, 실제로 어떤 결론을 향해서 미션들을 받아서 진행해 갈 수도 있지만 그냥 닥치는 대로 막장인생을 살 수도 있다.

게다가 게임 구석구석에 일종의 미니게임들이 상당한 완성도로 포함되어 있어서, 완벽한 3D의 당구게임이나 다트게임, 볼링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미국인 여자친구를 사귈 수도 있는데 이것도 하나의 연애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으로, 적당한 줄다리기를 할 줄 알아야 계속 사귈 수 있다. 나중에는 다른 여자를 사귈 수도 있는 것 같고. 그 외에도 극장에 가면 다양한 쇼(코메디, 마술 등)을 볼 수가 있고, 도시의 후미진 거리에는 스트립 클럽이 있어서 스트립 클럽에서 볼 수 있는 쇼-_-를 보거나 거리의 여자들을 만날(?) 수 있다. 돈이 필요하다면 지나가는 행인한테 돈을 뺐을 수 있지만, 경찰한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경찰한테 들키면 차를 뺐거나 해서 줄행랑을 쳐야 하는데, 관할구역이나 경찰차의 시야를 잘 이용하고 중간에 다른 차를 훔쳐 타거나 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보다 쉽게 수사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최대한 많이 넣은 게임이다보니, YouTube에서 GTA4를 검색하면 이 게임 안에서 이런 것도 되더라...는 류의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헬기 등을 이용한 다양한 스턴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자살방법과 경찰 많이 죽이기 등등...

그 중에서도 눈에 띈 동영상은 이것.



... 참으로 유구무언. 이게 내가 요즘 하고 있는 일의 역할모델이란다. ㅡ_ㅜ;;




바로 얼마전, 미국의 십대 몇이 자동차들에 폭탄을 설치해서 폭파시켰는데, "GTA4에서 폭탄에 대해서 배웠다"고 하는 바람에 해묵은 '게임과 폭력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태국에서는 GTA 게임 속의 car jacking을 흉내내다가 택시기사를 죽인 사건 이후로 아예 GTA의 판매를 금지시키기도 했고. 회사 내의 다른 사람들은 이 주제에 대해서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꽤 민감한 이슈다 싶었다. 폭탄 건에 대해서 사장과 이야기할 일이 있어서 넌지시 찔러보니, 게임에서 'Molotov cocktail'(결국 화염병이다 -_-; )이 언급된 거야 사실이지만 그 제조법 자체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 제조법은 인터넷을 뒤져보면 얼마든지 나오는데, 왜 게임을 비난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분명 그것도 일리가 있지만, 이 게임이 아니라면 뭘 찾아야 할지 몰랐을 사람들이 게임으로 인해 그 계기를 찾게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논리라면 총을 쥐어준 사람에게는 죄가 없고 방아쇠 당긴 놈만 나쁘다는 거 아니냐고 하려다가, 짤릴까봐 참았다. ㅡ_ㅡ;;;;;

실제로도 직접 GTA4 게임을 해보니 사람을 때리고 차로 치고 하는 행위에 익숙해지는 자신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게임은 게임일 뿐이고, 그걸 현실과 구분 못하는 사람이 문제다"라고 해봐야, 사실 어느 한 게임에 빠져있다 보면 현실에 그 행위가 겹쳐지는 것은 강의실에서 앞사람 머리가 당구공으로 보인 적이 있다거나, 레이저 포인터 빛만 보면 긴장하는 스타크래프트 폐인의 증상이라든가, 굽어진 골목길에서는 안쪽 벽에 붙어서 가야 안심이 되는 게이머의 우스갯소리에 동의한 적이 있다면 이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GTA 시리즈를 플레이한 후에는 또 뭐가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자문해봐야 할 일이다.

GTA4 Screenshot - How to use a bat GTA4 Screenshot - How to do with people you don't like GTA4 Screenshot - How to use a gun as threat

이제 게임은 분명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매체일텐데, 대중매체로서 게임이 가져야 할 책임과, 대중매체로 살아남기 위한 상품성을 어떻게 잘 맞출 수 있을까? 만일 유명한 게임 디자이너인 라프 코스터 Raph Koster 가 <Theory of Fun>에서 말했듯이 게임 디자인이라는 게 재미를 주는 패턴의 변형을 만드는 거고 그 스토리는 차별화를 위한 장식요소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데 말이다.




그나저나, 예전에 게임 별로 폐인증상들을 모아놓은 재미있는 글이 돌아다녔더랬는데, 찾을 수가 없다... -_-;;;

... 뭐 뭣, 끝이냐! 결론은!? 아니 그보다 뭐야 이 리뷰도 아니고 감상문도 논설문도 아닌 내용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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