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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ing one day at Dresden

by Stan1ey 2008. 4. 17.

독일의 옛 동독지역에 가면, 동독의 뮌헨이라고 불리웠던 Dresden 이라는 도시가 있다. 15년전 떠났던 여행에서 영국 민박집의 룸메이트가 그 도시 출신인 Wolfo 라는 친구였는데, 덩치가 크고 소심하고 눈이 깊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독일인인 그 친구가 "유럽 최고의 맥주"라면서 권한 건 네델란드 맥주인 <Grolsch>여서 좀 놀랐는데, 어쨋든 턱택에 아직도 여행 생각이 나면 종종 마시곤 한다.

어쨋든... 당시 영국에 있다가 독일에도 갈 꺼라고 하니까, 자기네 도시로 오면 연락하라고 집 전화를 줬고, 딱이 일정에 얽매이지 않았던 여행이라 (그저 휴학생이 최고다. 그땐 몰랐지만) 여행 경로를 바꿔 팔자에 없는 Dresden을 방문했더랬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모습을 마음에 담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래된 사진(당시엔 디카가 없었으니)을 스캔해서 잘 안 보이긴 하지만, 저 벌판 뒤의 기둥과 그 앞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돌조각들이, 2차대전 전에만 해도 위용을 자랑하던 Dresden 성당의 잔해들이다. 전쟁 중에 폭격을 받아 죄다 부서진 성당을 그 돌조각 하나하나에 식별번호를 붙여 저렇게 보관선반을 만들어 정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슨 1,000 쪽짜리 직소퍼즐도 아니고, 건물 하나를 저렇게 다시 짜맞춘다는 발상이 혀를 내두른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난 CHI 학회에 갔다가, closing plenary에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 생각해 보니 내가 그 '친구'보다 최소한 10살이상 많다. 친구 해주지 않겠구나... OTL.. ) Dresden University 소속인 거다. 그래도 반가와서 아는 척 하고 내 빛바랜 기억을 떠냈더니 대뜸 아래 웹사이트를 알려줬다.

Dresden Neumarkt (panorama.dresden.de)
Dresden Neumarkt, 2005
Dresden Neumarkt, 2008

이미 15년 전의 돌조각들은 모두 원위치에 갖다 붙인 듯 하고, 예전의 안내판에 테두리 그림만으로 남아있던 성당이 그새 멀쩡히 서 있었다. 누가 이걸 15년 전의 돌조각 파편들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위의 2005년과 2008년을 비교해 보면, 주변풍경은 물론 건물의 복구가 진행되어온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더불어 재미있는 것은 사진 그 자체인데, 옛날 사진들을 보면 장비도 없이 손으로 찍어서, 그냥 포토샵 혹은 비슷한 도구로 이어붙인 흔적이 역력하다. 최근에는 뭔가 비싼 전방위 카메라 같은 걸 쓰는 것 같고.

소개해준 그 학생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의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그걸 기록하기 위해서 수년간 매시간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2005년부터 매일 매시간 특정 각도별로 사진을 찍었다면, 도대체 그게 몇장이며,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걸까. 그리고 그런 일을 하겠다고 할 정도라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확신이 필요한 걸까.


15년 전의 나는 그네들이 그렇게까지 집착하고 노력하는 걸 보면서 뭔가 각오를 새롭게 했던 것 같은데, 내가 15년 동안 그만저만하게 사는 동안에 얘네들은 또 이렇게까지 꾸준히 해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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