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 2008에 다녀왔다! 몇가지 측면에서 다른 학회에 조금 밀리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규모면에서는 아직 이만한 학회가 없으니 UI/HCI 분야에서는 최대의 모임인 셈... 이번 학회에서도 재미있는 경향이 몇가지 보이고, 지난 학회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흥미로운 흐름도 있었다. 하지만 학회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우선 공식적인 정리를 마친 후에 조금씩 풀어보기로 하고. ^-^;;
이번 학회는 이태리 피렌체에서 했는데, 15년전 "배낭하나 달랑 메고" 방문했던 곳이니만큼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디자인에 관심이 있던... 기껏해야 Victor Papanek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 심취했던 초짜였으니 갤러리를 돌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도 학회 일정 짬짬이는 회사 일정이 들어있어서 그다리 피렌체를 즐길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처럼 이태리에 왔는데 과자와 콜라, 샌드위치만 먹을 수 없다!! 라는 생각에 기회가 올 때마다 근처 식당으로 나가서 "피자, 스파게티 말고 당신을 뭐 먹고 살아요?"라고 하고 다녔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재미있는 그림들.
이태리 식당의 1회용 식탁보에 인쇄된 그림인데, 왠지 상당히 의외의 그림이 상징으로 쓰이고 있었다. 왼쪽 그림은 기저귀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두 꼬마와 함께 "There is a difference"라는 영어 문구(에?)가 들어 있고, 오른쪽 그림은 모기에 엉덩이를 물린 - 한쪽 엉덩이에 한번씩 - 꼬마 요리사를 그리고 있다. (참고로 오른쪽의 ZaZa라는 집은 각종 여행가이드에 나오는 유명한 음식점인 모양)
이건 뭐 서브컬쳐라고 하기도 뭐하고... 이런 매니악하달까 괴약하달까 하는 취향을 대놓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인 로고를 바꾸지 못해서 안달하고, 디자인계의 유행이 바뀌면 옛 로고의 '시대에 뒤떨어진' 모양을 폄하하기 바쁜 것에 비해 왠지 대단하다..라는 경외감이 들다가도,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_-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ㅎㅎ
어쨋든 여기서 먹은 음식은 오른쪽과 같다. 저 어마무지한 스테이크(만화고기는 아니지만, 거의 '만화스테이크' 수준이었다)를 포함해서, 14명이 먹은 분량이다. 아무리 나래도, 혼자는 이렇게 못 먹는다. -_-+
학회에 지친 어느날, 결국 땡땡이를 감행할만한 타이밍이 있었다. 마침 'speech-based car navigation UI' 인 줄 알고 VUI 옹호자로서 들어갔던 것이 'search-based ...' 라는 걸 깨닫는 순간, 좀 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을 핑계로 피렌체를 한바퀴 돌았다. 그때 발견한 어느 지식인의 항거.
아마 그 자리에 와있던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은 좀 서늘했을 꺼다.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에도 중국인들은 많이 오는 것 같은데, 관광지에서 이런 거 하면 경찰에서 잡아가거나 그러려나? -_-;; 여하튼 그날 아침에도 없었다는 이 깃발은 점심시간쯤에 냉큼 걸렸다가, 몇시간 내로 사라진 것 같다. 운이 좋게 건진 사진이 됐지만, 이런 외침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심 부러운 순간이었다. 그런 외침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다비드상 옆의 테라스라는 건 뭐 -_-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
흠... 너무 오래간만이라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이 블로그는 UI에 대한 거다. 그러고보니 제목도 "User Interface Italiano"라고 적은 것 같다! (이태리의 UI라는 뜻이다. 혹시 틀렸다면 뭐 참아라. -_-+ ) 그러니 적어도 뭔가 학회 이외의 UI 관련 내용을 올려야 겠다! 그래서 가까스로 찾은 사진이 이거. ㅡ_ㅡ;;
위생 등을 이유로 공공화장실에서 발로 밟는 페달로 수도꼭지를 조절하는 건 이태리 외에도 여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한 호텔의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이 페달은 심지어 온수/냉수가 구분되어 있기까지 했다! 원하는 온도로 물이 나오게 하려면, 발을 교묘하게 기울여서 적당한 압력으로 누르고 있어야 하는데, 의외로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게 놀랍다. (생각해 보면 운전할 때 발로 엑셀을 조작하는 걸 생각하면, 의외로 섬세한 동작이 가능한가 보다.)
아, 그러고보니 HTI에 대한 것도 있다! 우피치 미술관에 가서, 들여다 볼 시간은 없으니 그냥 건물이나 한바퀴 돌고 있을 때 맞닥뜨린 정말 생경한 광경 하나.
우피치 미술관 건물 사이의 빈공간에, 세그웨이를 빌려 탄 젊은이들 몇명이 등장한 것이다. 르네상스 미술의 가장 대표적인 보관소인 우피치 미술관에, 길거리의 초상화 화가들에, 마침 뒤의 석상 중 왼쪽은 갈릴레오 갈릴레이, 그리고... 세그웨이라니! 현재 가장 현대적인 탈것이라고 할 수 있는 세그웨이라니! ㅋㅎ... 세상이 정말 빨리 변하고 있고, 이 나라는 그걸 또 참 잘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세그웨이를 대여해서 돌아다니는 것은, 피렌체 관광에 있어서 그다지 인기있는 방식은 아닌 것 같았다. 이것도 이때만 잠깐 보고 못 봤다)
기술의 적응... 하니까 생각나는 또 다른 기가 막힌(?) 광경. (사진이 잘 안 보여서 좀 조정했다. UI 쟁이한테 중요한 건 가독성일 뿐이다. ㅋㅋ)
위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면, 천막 한 가운데에 "memory card"라는 문구가 보인다. 처음에는 그 아래의 그림엽서들을 말하는 줄 알았는데, 문득 "혹시?" 하는 생각에 잘 들여다보니 그 뒤로 보이는 흰 종이에는 각종 컴퓨터 메모리 카드(compact flash, sd, xd, ...)들의 용량별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한쪽에는 실제로 SD card가 진열되어 있기도 했고.
세계 어느 관광지를 가도 볼 수 있는 저런 가판대는 그야말로 모든 아날로그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한복판에 어느새 떡하니 자리잡은 메모리카드라니. 필카가 여기저기에서 공식적인 은퇴를 선언하는 마당에 배터리와 필름을 팔던 상인이 메모리카드를 파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디지털적인 상징성(이게 무슨 뜻이든 간에) 때문인지 왠지 강하게 와 닿은 순간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 아는 만큼 보인다고 - 모든 기념품 가게에서 메모리 카드를 판다는 쪽지를 붙여놓은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조금 김이 새기는 했지만. (근데 이게 HTI와는 무슨 관련? o_o;;; )
어쨋든, 이걸로 나는 이태리의 UI(애걔~)와 HTI(뭣?)에 대해서 블로그에 글을 남겼노라..라고 하고 대충 마무리. 시차적응을 위해서 이만 (또) 자봐야 쓰것다.
Cia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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