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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AP

Isn't Every Problem a Playground?

by Stan1ey 2008. 3. 20.

Honda UK에서 만든 웹사이트를 소개받아서 갔다가, 정말 맘에 꼭 드는 말이 마구마구 쏟아내지는 바람에 오후 내내 기분 좋은 공황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http://problemplayground.com

Screenshot of ProblemPlayground.com by Honda UK


모두 플래쉬로 만든 웹사이트의 멋진 디자인이나,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차용한 UI나,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훌륭한 아이디어라든가... 혹은 반대로, 시각장애인이 전혀 사용할 수 없는, HTML 등의 대안이 없는 모습 등은 저 사이트에서 가장 UI적으로 눈에 띄는 모습일 거다. 하지만 나한테 가장 와닿았던 것은 저 URL... 문제 놀이터 problem playground 라는 이름이다.

그리고 연결된 TV 광고를 보고 아주 그냥 덜컥~해 버렸다.


마지막 대사... "당신이 뭔가를 해결하는 걸 즐기는 동안, 마주치는 문제들은 마치 놀이 같지 않나요?" 크허. 디자이너라면 이거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한다. -0-;; 우리가 하는 일은 design이 아니라 designing이고, creative & rational process이고, problem solving이고, 지식노동이라고 배우기는 하지만, 사실 이게 또 얼마나 잊어버리기 힘든 마음가짐일까. 큰 문제를 맞닥뜨려 진땀 흘리는 경험도 있겠지만, 자잘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이 직업을 천직으로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위 동영상에는 "Making of.."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_-;; 또 내가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 올려놓았다.

(화질이 안 좋다. 위 웹사이트에서 보는 게 좋을 듯)

내 다년간의 직장생활 -_-;;; 의 중간쯤에, 아마도 '중간관리자' 타이틀을 달기 직전쯤에... 조직에서 개개인의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시니컬했던 적이 있다. 그때 투덜거렸던 것이... 가만히 보니 사람들은 생각하는 사람(Thinker)과, 행하는 사람(Doer)과, 말하는 사람(Talker)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거 였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하나의 팀 안에서 역할구분이 잘 되면 뭐 나름 잘 맞물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적어도 내가 겪었던 현실에서는) Thinker는 생각만 하고, 그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자신이 직접 뭔가를 구현하거나 하는 법이 없었다. 조직의 특성이었을지는 몰라도, Thinker 층이 좀 많았던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늘 골똘히 뭔가 생각하다가 일이 다 망쳐진 후에 "그럴 줄 알았어.." 라는 코멘트로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한다.
   Doer는 또 나름대로 답답하다. 종종 추진력과 구현능력에 깊은 감명을 받기도 하지만, 남의 말을 듣거나 좀 생각을 하고 움직이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기껏 해놓은 일이 시간낭비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Doer가 없으면 아예 결과물이 안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면서도 인기는 좋다.
   Talker는 개인적으로 가장 일하기 괴로왔던 유형이다. 생각도 안 하고, 직접 뭔가 하는 법도 없고, 그냥 말만 한다.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건 기본이고, 그럼에도 늘 하는 일이 -_-; 그렇다보니 늘 국부적인 논리는 완벽하다. 목적 없는 회의가 무작정 길어지는 건 대부분 이 사람들 덕택이다.

당시 내 툴툴거림의 요지는 "왜 우리들 중에는 Talker가 압도적으로 많은 거죠?" 였다. Thinker도 팀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지만, 그래도 잘만 치켜세워주고 멍석을 깔아주면 종종 좋은 아이디어를 내 주곤 한다. (그 아이디어를 내는 데 들이는 시간에 비해 달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더 많은 경우도 있지만 -_- ) 하지만 Talker는 정말... 도대체 어떤 role model을 봤길래 그런 논리와 대화법에 익숙해졌으며, 게다가 왜 그런 사람들이 항상 빨리 승진하는 걸까? (이 문장은 질문 안에 답이 있다)


P.S. 원래의 동영상에서의 Doer와 나의 예전 화두였던 Doer 사이에는,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 말고는 대단한 공통점이 없다. 단지 (사실은) 그때 'doer'라는 말을 하니까 그런 단어는 없다고 하신 분이 있어서 좀 의기소침했던 것이, 이제서야 좀 풀려서 살짝 기분이 업~된 것 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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