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한 내용으로 유명한 사우스 파크(South Park)라는 TV 애니메이션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한 엉터리 사업가의 소위 '사업계획'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Gnomes' Business Plan, from South Park

애니메이션 내용은 위의 링크에 자세히 나오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어쨋든 위 장면은 어떻게 결과를 이룰 수 있는 지에 대한 계획 없이 일단 뭔가 하면 될 것이라는 식의 접근법을 풍자할 때 종종 인용된다.

(1) 빤쓰를 모은다.
(2) ???
(3) 이익을 남긴다.

그런데 위의 문장들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1) 사용자를 관찰한다.
(2) ???
(3) 좋은 UI를 디자인한다.

혹은 다음과 같이 바꿀 수도 있다.

(1) 사용자 니즈를 조사/분석한다.
(2) ???
(3) 좋은 UI를 디자인한다.

조금만 더 솔직해져 보자.

(1)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한다.
(2) ???
(3) 좋은 UI를 디자인한다.

위의 "???"에 들어갈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UI 디자인에 있어서 사용자 연구 방법론을 역설한다는 것이 Gnome의 엉터리 사업계획과 뭐가 다를까?



멘탈모델: 인간 행위에 기반한 디자인 전략
지난 몇개월 동안 저녁과 주말시간을 투자한 번역작업이 드디어 마무리되어, <Mental Models: Aligning Design Strategy with Human Behaviour>라는 책이 <멘탈모델: 인간 행위에 기반한 디자인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다.

사실 UI/UX 한다는 사람치고 "멘탈모델"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게 실무적으로 어떤 "문서"이고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건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사용자 연구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사용자의 마음 속에 있다는 이 모호한 멘탈모델이라는 개념을 이러저러하게 정리하면 되더라는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멘탈모델 개념과 문서는 UI 설계문서의 형식만큼도 일반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누가 그 보고서를 쓰는냐에 따라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내용을 멘탈모델로 정리하는 방법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 책도 결국은 한 경험 많은 사용자 연구 전문가의 노하우를 정리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상품을 기획하거나 그 UI/UX를 실제로 설계하는 단계에 앞서서 반드시 거쳐야 할 사용자 연구 단계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각각의 순간에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자세히 기술하고 있어서, 단지 개념적이고 원칙적인 사용자 중심의 접근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작업들이 사용자 연구를 수행해서 그 결과를 정리하고 궁극적으로 UI 디자인 실무에 전달될 수 있는지를 철저히 업무 중심으로 설명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도 가끔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실제적이고, 실무자들끼리 술자리에서나 나눌 법한 술수라든가 푸념까지도 죄다 적혀있는 것이다.

나름 번역을 진행하면서는 이 책이 위에서 말한 "???" 부분을 채워주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인에 있어서 그나마 이론적인 배경을 찾아서 UI 분야에 뛰어든 실무자들에게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받아 들여질까?

아래는 책에 포함된 "옮긴이의 글". 사실 위의 내용은 아래 글을 쓰면서 차마 넣지 못한 부분이다. ^^;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은 어쩌면 이상주의자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UX 디자인은 사용자에게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관련 문헌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기법을 제시한다. 하지만 UX 디자인의 이상을 품고 다양한 방법론을 익힌 사람들이 실제로 회사에서 겪게 되는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용성 평가에 예산과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물론이고, 모든 세부사양이 결정된 상태에서 기본적인 UI 디자인 작업에 주어지는 시간조차도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주어진 조건에 따라 양산하듯 진행하다 보면, 문득 학창시절 들뜬 가슴으로 읽던 책들에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책에서 읽은 이상 중에서 UX 실무자가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인지, 여러 기법 중에서 실제로 업무에 적용한 건 무엇이었는지를 뒤돌아 보게 된다.

처음 이 책의 번역을 의뢰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미 다양한 기법들로 가득한 UX 분야에, 방법론에 대한 책이 과연 더 필요할까?’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어나 보자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동안 UX 분야에서 애매모호한 개념으로나 소개되어 왔던 사용자의 “멘탈모델”이라는 것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만들고, 그걸 무려 책 한 권의 분량으로 풀어낸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동안 UX 분야의 실무자들에게 있어서 “멘탈모델”이라는 말은, “기존의 UI는 사용자의 멘탈모델과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용자가 생각하고 있는 무언가를 적당히 에둘러 말하기 좋은 용어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만일 누군가가 “그글자색래서 그 멘탈모델에 따르면 사용자가 원하는 건 뭔가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직관적으로 떠오른 UI 디자인을 갖다 붙이지 않고 사실에만 근거해서 대답할 수 있는 무언가가 우리에게 있었던가? 이 책에서는 멘탈모델을 간단한 도표로 작성함으로써 확신을 갖고 “사용자의 멘탈모델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방법을, 다년간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조목조목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새로운 UX 방법론에 대한 학습서라기보다, 차라리 여러 해 실무에 찌든 팀장이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전수해주는 노우하우에 가깝다. 무리해서 내용을 그럴 듯하게 꾸미지도 않고 장대한 비전을 제시하지도 않지만, 그 내용에는 오랜 경험과 고민 끝에 그려낸 확고한 전략과 그 전략을 실행할 탄탄한 시나리오가 녹아있기 마련이다. 그런 이야기는 때로는 다독거리면서 올바른 길을 가르쳐 주고, 때로는 혹독한 현실을 냉정하게 일깨워 주며, 그런 현실을 흔들림 없이 마주할 수 있는 방법도 알려 준다.

이 책에서 결과물로 제시하는 멘탈모델 자체는 한 장의 도표지만, 여러가지 실무 환경에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사용자의 멘탈모델을 구축해온 저자의 경험과 노우하우는 이 책 한 권을 모두 채우고도 넘친다. UX 실무자들이 각자의 업무 환경에서 확고한 사용자 멘탈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흔들리지 않는 지침으로 삼는 데에 “멘탈모델” 한글 번역본이 일말의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후략)



P.S. 에휴... 사실은 그냥 오타나 비문 같은 거나 없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Stan1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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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3 1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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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그림을 보니 http://magicanimation.com/misc/SidneyHarris_MiracleWeb.jpg 이게 생각납니다 ㅋㅋ (번역하신 책은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책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9.11.23 16: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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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해주신 만화도 재미있네요. :) 벌써 책을 사신 건가요? ㅎㄷㄷ
  2. 2009.11.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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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2009.11.23 19: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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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그런 뒷이야기가! ^0^;;;
  3. 2009.11.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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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을 번역해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인사이트 출판사로부터 연락받았는데, 이번에 제가 진행하는 세미나에 이 책을 몇 권 후원해 주신다고 하셔서 좋은 책이 많은 분들에게 읽혀질 수 있도록 잘 소개해 드리고 싶네요.

    한국에 계시면 세미나에도 초대하고 싶은데, 아마 지금은 외국에 계신가 봐요?
    • 2009.11.23 23: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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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틀랜드 촌구석에 살고있는지라 한국에 오가는 일이 좀체 없긴 합니다. ^^; 이 책은 사용자 리서치가 중요한 줄은 알겠는데, 솔직히 예산이나 인력 부족으로 못하는 분들(누가 안 그렇겠습니까...)에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제대로 돈 들이는 방법은 물론이고 혼자 숨어서 짬짬히 진행하는 방법까지 언급되어 있거든요. ㅎㅎㅎ
    • 2009.11.24 20: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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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코틀랜드에 계시는 군요. 원래 한국에도 리얼월드코리아있지 않았어요?
    • 2009.11.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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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다가 본사로 옮기게 됐습니다. 본사라고 해봐야 한국지사가 훨씬 본사다운 동네에 있긴 했지요... ㅠ_ㅠ
    • 2009.11.25 02: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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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본사에서 더 흥미로운 일이 많이 벌어지겠는걸요.
    • 2009.11.25 16: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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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이쪽이 더 많기는 하더군요. ;-)
    • 2009.11.25 23: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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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질일도 권한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네요. ^^
  4. 2009.11.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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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전혀 UI/UX 관련 업이 아닌 사람이 읽으면 어느정도의 몰입도가 있을까요?
    읽던 책이 끝나가서 다음은 뭘 읽을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항상 즐겨찾는 블로그운영자분께서 번역하신책이 나왓다고하니 흥미가 가네요. 전혀 다른 업이어서 더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

    참고로 제 직업은 반도체를 만드는 엔지니어입니다.(지금은 만드는 일에서 기획 및 마케팅으로 바꾸었지만요) ^^;
    • 2009.11.23 23: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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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쪽에 계신다고 해도 반 정도는 흥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나머지 반은 UI 디자인 실무와 직접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은 신기한 정도일지도요. ㅎㅎ

      반도체 쪽의 고객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정성적인 측면이 많이 고려되지는 않을 것 같지 않지만, 단지 물건의 스펙을 비교하고 구매하는 것 외에 고객 입장에서 다른 고려사항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를 검토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5. 2009.11.23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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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2009.11.23 23: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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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도 그 사이트에서 링크 타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더군요. 그거 만들 때부터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던 터라, 은근히 반갑습니다. ^^*
  6. 2009.11.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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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원서에서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어서 번역판 샀습니다. 잘 볼께요. 번역 감사합니다.
    • 2009.11.24 17: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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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저자 합의 하에 조금씩 다듬긴 했습니다만,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a
  7. 2009.11.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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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2009.11.24 17: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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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여기는 날씨가 안 좋습니다. (딴청;;;)
  8. 2009.11.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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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2009.11.25 16: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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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소감은 살살... ^^;;
  9. 2009.11.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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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 2009.11.25 16: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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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오래간만! 잘 지내시죠? 나름 매니악한 내용이긴 하지만... 공구 추진하신다면 말리진 않아요. 훗훗. :-> 저 없이도 그 TRM 멤버(?)들은 종종 모이는지 모르겠네요. 깡촌에 있다보니 사람이 그립답니다. ^0^/
  10. wbkang
    2009.12.0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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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ntal Model이라는게 원래 쫌 모호한 개념이긴 하죠.. UI디자인은 배우지 않았지만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 되네요
    • 2009.12.0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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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그렇게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인지과학/인지심리학의 멘탈모델이나 내적표상 연구에서는 멘탈모델이 학술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인지자극 각각에 대해 접근 및 기술되지만, UI에서는 그 개념을 어떤 시스템/서비스에 대해서 사용자가 이해하고 있는 바를 하나의 개념구조로 상정하는 정도의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나름의 응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11. 2009.12.15 11:3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주석에 shortened URL과 도메인을 살린 full URL 중 어떤걸 쓸지 고민했을 모습이 떠올라 책 읽는 사람으로써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런게 좋은 UX디자인인것 같아요.
    • 2009.12.1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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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원저자가 책 편집의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편이라 번역하면서도 조심스러웠습니다. ㅎㅎ
  12. 2010.02.07 03:2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김소영님 블로그(http://blog.naver.com/ououmomo/10079682999)에서 링크 타고 왔습니다.
    번역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작년에 나왔군요. 잘 보겠습니다 ^0^;
    (그런데 여기 이전에 한번 왔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기억력이 영 안좋아서 후후;;)
    • 2010.02.07 19:01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블로그도 자주 들러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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