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apdesignguild.org/
뭔가 시니컬한 글을 하나 쓰려고 이것저것 돌아다니다가, SAP Design Guild 웹사이트를 알게 됐다. SAP이라는 회사는 뭐.. 잘은 모르지만 기업에서 ERP 시스템을 만드는데 필요한 컨설팅과 구축을 모두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쩌면 UI든 디자인이든 별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이 회사가 이젠 내게 익숙한 이유는, CHI 학회를 갈 때마다 한쪽 구석에 제법 큰 전시공간을 만들어서 지키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혹시나 내가 알고 있는 ERP와 다른 뭔가가 있나 해서 몇번 물어보기도 했지만, 결국 하도 많은 ERP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각각의 UI를 설계/평가/최적화하기 위해서 많은 UI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거다.
(... 뭐야. 따분하잖아. -_-a )
같은 솔루션을 매번 다른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서 UI를 맞춰주는 역할이라니, 물론 보람있는 일이지만 역시 작은 디자인이 아니라 큰 디자인(기획?)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는 왠지 욕심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이 웹사이트에서의 이 사람들 - SAP Design Guild - 의 활동을 보니, 내가 아는 어떤 기업 디자이너 그룹보다 활발하게,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꾸준하게" 대내외적인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CHI 학회에 참석했던 기록(참석계획에서부터 참관후기, 주요발표 요약, 자기들의 전시장 모습까지)이 2001년부터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 체계적인 관리로 이름을 날린 회사에 있어 봤지만, 관리 자체가 체계적이라는 것 외에 관리의 내용에서는 꾸준함을 찾아볼 수 없어서, 특히 부서 별로 개별적으로 그때그때 결정하는 학회 참석의 성과에 대해서는 누가 다녀왔는지, 무엇을 보고 누구를 만나고 왔는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보안이니 규정이니 때문에 사내에서도 그런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SAP의 경우처럼 사외에 공개된 웹사이트가 있어서 이런 활동을 대외적으로 공유하고, 출장성과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 게시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SAP은, 그 분야 중에서라고는 해도 결코 작은 회사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SAP이나 다른 회사나, UI 자체를 파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서 편리해진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것이고, 그렇다면 UI 업무 활동은 '사회봉사활동'과 같이 되도록 널리 홍보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닐까. 어쩌면 iPhone이 UI를 첨단기능으로 포장해 내세우고 있는 것 같이, 자사의 UI 개선 활동을 학계와 다른 중소업계에 소개하고 내용을 공유한다면 "그 회사의 UI라면 믿을 수 있다. 열심히 만들더라." 라고 말하는 소비자들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iPhone을 쓰다가 불편하면 "그래도 이만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라고 하는 것처럼. (왠지 일본 IT 기사의 느낌이 폴폴~ 나는 발언이다. ㅡ_ㅡa;; )
어떤 닫혀있음에 숨막혀 뛰쳐나오긴 했지만, 역시 우려했던 대로 작은 회사의 스케일은 또 나름의 숨막힘이 있다. 그래도 여기서는 분야나 할 일이 아주 작더라도, 전문가로 뭉친 개방적이고 활발하고 꾸준한 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더랬는데, SAP Design Guild를 보고나니 뭔가 역할 모델 role model 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P.S. 헉 그림이 없잖아. 이런 글은 나도 안 읽는데!!-_-;;;
sCRAP
SAP Design Gu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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