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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이상주의자의 죽음 ▶◀

by Stan1ey 2009. 5. 23.
난 정치에 대해선 ... 그냥 모르는 척 하는 사람이다. 내가 변수를 모두 파악하지 못한 분야에 대해서 의견을 표명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어릴 때 읽은 위인전에 나오는 "정치는 썩은 배와 같아서, 타고 있으면 가라앉기 마련이다"라는 표현을 믿는 편이다. 사람이 모여있으면 말이 많아지고, 이야기가 길어지면 사실과 멀어지며, 거짓이 많아지면 썩기 마련이다. 내게 정치판은 그냥 사람을 썩게 하는, 가까이 해서는 안 될 무언가다. 그걸 필요악이라고 부르던 뭐라던 간에.

하지만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이상주의자로서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았던 선배같은 분이셨다. 그런 분이 어떤 식으로든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것이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현실에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라고 일갈하셨던 분으로서는, 자신을 둘러싼 가장 가까운 현실조차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이 그렇게 견디기 어려우셨던 것일까. 과연 그 분이 마지막으로 떠올렸을, 이루지 못한 꿈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나마 가지고 있던 희망마저 사라지는 기분이다.

정치가로서 이상주의자로서 그 이상을 이룰 수 있는 위치까지 갔지만, 역시 혼자 살아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그 분의 최종선택이 그것이었다면, 뒤에 남아 살아남은 우리들은 이제 어쩌란 말인가.

<임을 향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이제 현실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노무현 대통령님, 내 마음 속의 영웅은 이제 정치가 없는 곳에서 모쪼록 평안하시기를 빈다.

故 노무현 대통령님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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