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5년 사내에서 게재했던 컬럼을 옮긴 것입니다.
대중 인터페이스 public interface란 무엇일까? 저는 그 근원을 산업 디자인에서 말하는 버내큘러 디자인 vernacular design 행위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일상 제품들, 이를테면 가위 같은 것들은 어느 순간 오늘날과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디자이너이자, 제작자이자, 사용자였던)의 손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최적의 형태로 수렴된 결과입니다. 중세시대에 사용된 가위의 모양에서 지금의 모양이 변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조금씩 결합되어 아무개가 디자인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중에 의해서 스스로 만들어진 형태를 갖게 된 것입니다.대중 인터페이스의 특징은, 역시 누군가가 “이 물건은 이러저러하게 쓰는 이렇게 생긴 물건이니 그렇게 사용할지어다!”라고 제시한 것이 아닌, 어떤 새로운 ‘것’이 나왔을 때 그걸 사용해 가면서 대중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조금씩 바꿔서 스스로의 문화 속에 녹여왔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제 욕심이 좀 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본 테마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첫번째 주제는 인간의 문자, 그 자체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 다음부터는 존댓말이 사라졌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1. 문자통신의 진화
인류는 유사이래로 – 말 그대로 – 원거리의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음성과 몸짓을 대신하여 문자를 사용해 왔다. 문자의 유래를 봐도 처음에는 가축의 수를 센다든가 물물교환을 위한 의사소통을 한다거나 신묘한 현상에 대한 경외를 공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그것이 점차 독립적으로도 완성된 의미와 구조를 갖게 되어 그 맥락을 벗어나도 뜻을 통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기록’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자의 발명으로 인해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정보가 제한(시각적인 것으로)되어 왔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문자는 역사 상 가장 효율적인 정보 기록 및 전달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 문자통신 textual communication 은 주로 역사와 같이 기록의 목적을 위주로 쓰였고(사실 이 경우엔 ‘통신’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의사소통을 위해서 사용된 경우는 표지판, 간판, 안내문(poster) 등, 대부분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일방적인 ‘알림’의 용도가 많았다. 그런 문자통신이 새로운 지평을 맞이하게 된 것은 아마도 ‘편지’라는 개념이 발명된 이후일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이 그 문자가 적힌 물건(대나무든, 양피지든, 종이든)을 들고 직접 상대방에게 가야 했기 때문에 때로는 불쌍한 졸병이, 때로는 우연히 심부름값을 벌게 된 여행자가, 때로는 충직한 하인이 그 일을 맡았다. 그러다가 우편 시스템이 생기면서 문자통신을 전문적으로 전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고, 이는 전신망이 세상에 제법 퍼진 후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다. 편지는, 그야말로 수백년에 걸쳐서 일세를 풍미했던 상호 문자통신 방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편지는 문자통신가 가진 한계를 - 아주 조금이지만 – 표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인 쌍방향 대화는 온갖 미사여구와 구조화된 문장으로 제대로 전달될 수 있었으며, 상대방과 의견조절을 해야 할 때에도 다양한 수준의 대안에 대해서 나열함으로써 원컨대 다음 편지왕래에서는 적절한 타협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었고,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점잖지만 치졸한 저주를 퍼부음으로써 상대방의 기분을 더럽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간이 가진 감정 중에서 충분히 표현되지 않는 (것으로 만인이 쉽게 인정해주는) 것, 즉 ‘사랑’만큼은 이게 잘 안 되었던 것이다. 물론 베르테르쯤 되는 문장가라면 세상 온갖 아름다운 것을 갖다 붙이고 과장하고 (때로는) 폄하함으로써 로티(롯데라고 쓰니 좀 웃긴다)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보통의 선남선녀들에게는 이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주 하고 있다면 손이라도 잡아주고 진한 키스나 강한 포옹이라도 해주련만,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자를 아무리 적어넣는들 그 마음이 전해질 리가 없다. 그래서 향수도 뿌려보고, 머리카락도 잘라 넣어보고, 낯뜨겁지만 입술연지도 찍어 보내보고 그랬던 게 아닐까. 하지만 이건 왠지 너무 노골적이고, 적어도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때로는 외설스럽기까지 하다. 마음을 전하면서 뭔가 애틋한 마음을 훼손하지 않는, 그런 방법은 없을까?
그때, 누군가가 위대한 발명을 했다. 즉 편지 말미에 “X”, “O”라고 적음으로써 각각 ‘키스’와 ‘포옹’을 뜻하도록 한 것이다. (다른 해석도 있기는 하지만, 건전하게 가자. 건전하게…) 아마도 최초의 ‘문자를 통한 비문자적 감정 표현’이 될 이 표시는 곧 문장력 떨어지는 대다수 연인들의 편지에 유행처럼 번져서 “x”, “X”, “XXXXX”, “XX OOOOO” 등 나름대로 다양한 변용을 보이게 된다.
이후 전신이 전화로 발전하고, 또 이 전화라는 게 특별한 기술(전신은 어려웠던 게다… 쯔돈쯔돈… -_-a; )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인정되면서 편지는 첫번째 시련을 맞게 된다. 요컨대 실시간을 용건을 전달할 수 있는 전화를 두고 굳이 펜대를 놀릴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편지는 이 위기를 ‘문자’라는 자신의 특장점으로 의외로 쉽게 넘길 수 있었다. 오래지 않아 사용자들은, 이 대중들은 전화와 편지가 서로에 대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음성 대화는 자신의 기분이나 주변의 상황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한편 어떤 문제에 대해서 편지를 쓰게 되면 곰곰이 생각해서 정리해서 표현할 수 있어 말실수(‘글실수’라는 말은 없다)로 인한 문제를 막을 수 있다. 결국 전화는 나름대로의 장단점(실시간성)이 있지만, 어떤 경우엔 여전히 편지가 보다 나은 매체였던 거다. 그런 이유로 문자통신은 이 새로운 기술 – 전화 – 와 함께 한동안 잘 지냈고, “XXX(쪽쪽쪽)”과 “OOO(꼭꼭꼭)”도 명맥을 유지했다.
편지에 결정타를 먹인 기술은 컴퓨터 네트워크였다. 내가 만든 문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이 읽어볼 수 있게 되자, 이건 편지와 전화의 장점만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특히 과학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던 이 네트워크(ARPANet)를 세상에 공개하자마자, 이 새로운 기술에 열광한 젊은 컴퓨터 공학자과 그 친구들은 곧 이 기술을 제멋대로 뜯어 고치면서 새롭고 (가끔은) 편리한 커뮤니케이션 방법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메시지 전송 sndmsg, 이메일 e-mail, 텔넷 telnet, 파일전송 ftp, 고퍼 gopher 등과 같이 학술적인 토론과 정보 교환을 위한 용도였던 것이, 이 네트워크가 인터넷 internet 이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되자 좀더 대중적인 용도, 즉 하루 온종일 이야기를 한다거나(IRC; Internet Relay Chatting) 여러 명이 온라인 상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MUD; Multi-User Dimension) 방법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기존의 기술 발전 속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발전한 인터넷은, 곧 인류 문명에서 근근히 평화를 유지하고 있던 편지와 전화 사이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곧 편지와 전화의 장점을 모아 놓은 이 새로운 실시간 문자통신 기술에도 단점은 있었다.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다시 기억해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컴퓨터 공학자들은 이에 또다시 접속자들이 앞 사람이 올린 글들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올릴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BBS; Bulletin Board System)이었고, 이 BBS를 통해서 비로서 많은 유익한 토론이 오해 없이 차근차근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 그렇다, 오해 없이. BBS 이전의 네트워크를 통한 실시간 문자통신에서는 짧은 몇 개의 문장만을 주고 받음으로써 의사소통을 하곤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머릿속에 막 떠오른 문장을 때로는 부주의하게 상대방에게 보내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고, 특히 농담 삼아 던진 이야기에 이야기의 흐름이 흐려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상대방이 발끈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경우도 많았던 것이다. 상대방이 눈앞에서 장난스런 눈을 반짝이면서 미소를 띄고 이야기하면 아무렇지 않게 웃고 넘길 이야기가, 근엄한 검은 화면에 몇 줄의 문장으로 표현되었을 때에는 쉽게 용서되지 않는 도발로 여겨지곤 했던 것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한 BBS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제안이 하나 등장했다.
19-Sep-82 11:44 Scott E Fahlman :-)짜잔~ 이모티콘 emoticon이 발명된 것이다. 물론 이 때(1982년)는 아이콘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지 않았기에 이모티콘(emotion + icon)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고, 대신 1970년대에 유행했던 웃는 얼굴 마크(노란 바탕의 둥근 모양을 가진)를 뜻하는 ‘스마일리 smiley’라고 불렸다. (어쩌면, 당시 이 노란 웃는 얼굴 마크가 평화의 상징으로 쓰였기에 인터넷 토론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한 표시라는 뜻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From: Scott E Fahlman <Fahlman at Cmu-20c>
I propose that the following character sequence for joke markers:
:-)
Read it sideways. Actually, it is probably more economical to mark things that are NOT jokes, given current trends. For this, use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마일리를 제안했던 스캇은 노벨 평화상을 받아 마땅하다. 이후 이 스마일리를 기본으로 수백가지 다양한 ‘표정’의 스마일리 들이 인터넷을 통해 생성되고 공유되면서 ‘방금 얘긴 농담이니까 화내지 마세요~’라는 원래의 용도보다 훨씬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언어를 주고 받음으로써 전달되지 않았던 다른 종류의 정보들을 전달하게 되었다. 스마일리로 인해서 인터넷 상에서는 오해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으며, 비록 그 스마일리가 격심한 반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도 그 귀여움 덕택에 듣기 민망한 욕설과 저주보다는 감정을 덜 격하게 했을 테니 분명 인류 평화에 기여한 바가 있을 것이다.
원래의 :-) 라는 이모티콘은, ;-P :-X 8-D *<:^D 등 다양한 변화를 거치게 되고, 특히 동양의 사용자들이 코에 대한 미련을 버리면서 (동양, 특히 일본의 만화에서는 코를 그리지 않거나 희미하게 표현함으로써 귀여움을 표현하는 일종의 시각 문화가 받아들여져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 :> X( 등의 표현을 포함하게 된다. 이렇게 되어 한동안 스마일리는 서양에서는 :-) 변형을, 동양에서는 :) 변형을 주로 사용한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이퍼텍스트 hypertext, 즉 웹(Web; WWW; World Wide Web) 개념이 등장하고 브라우저를 통해 세계의 문자 정보를 그림과 함께(!!!)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그리고 매킨토시 Macintosh™를 비롯하여 윈도우즈 Windows™라는 GUI OS를 기반으로 한 PC가 널리 팔리고 마우스로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는 간편함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대중들 – 기존의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공유되어 있는 문화나 인터넷 본연의 목적성 등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 을 아우르게 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사용자들은 이 스마일리를 자신들에게 익숙한 GUI 요소인 아이콘 icon에 빗대어 ‘이모티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또한 전혀 새로운 다른 형식의 이모티콘을 창작해내기 시작했다. 그 중 괄목할만한 것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닌, 어떤 형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를 사용하는 현상이었다. 이를테면 유명한 영화인 스타트랙 StarTrek 의 우주선을 표현하기 위해서 O-= 나 T_,--- 를 사용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아스키 아트 ASCII art 라고 불렸던, 이전의 문자를 이용한 그림 표현 방식과 융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본고에서 다루는 대중 인터페이스와는 주제가 다르므로 다루지 않기로 하겠다. … 사실 여기서 더 주제가 벗어나면 귀찮아 질 듯 하다. =8-d )
보다 명백한 진화는 동양에서 발견되었다. 서양에서는 여전히 위의 전통적인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복잡미묘한 감정 표현이 필요했던 동양의 대중들은 얼굴 표정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로 형식의 얼굴, 즉 ^_^ 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새로운 형식은 T_T *^0^* x_x 등 다양한 표정으로 발전하더니, 일본 만화 특유의 풍부한 감정표현 형식언어 들을 원용하여 >_< =_= 6^v^; 등이나 심지어 \^o^/ {{{@_@}}} \(-.-\)=333 등과 같이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 상태를 전달하게 되었다.
특히, 알파벳만으로 되어 있는 미국 표준인 아스키 코드 ASCII code에서 벗어나 자국의 문자를 이모티콘에 포함시키게 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이모티콘은 또 한번 역동적인 진화를 거치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문자들은 비교적 그 형상이 단순해서, 다른 형상으로 차용하기가 수월했던 것이다. 한글의 경우에는 자모의 형상을 이용하여 ㅠ_ㅠ -_ㅜ o(ㅡ_ㅓ [ㅎ_ㅎ] ^오^ -ㅂ- -ㅛ- 등과 같이 변용되었으며, 심지어 (/으ㅁ으)/ㅠ ㅕ ㅛ 와 같은(호통을 치며 밥상을 들어 엎고 있다;;) 표현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한글은 그 제자(製字) 특성상 몇가지 자모의 기본 형을 조합 및 변형한 문자가 많아 대부분 문자의 이모티콘 활용도가 많은 반면, 글자모양이 훨씬 다양한 일본의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는 해당 맥락에 맞는 특정 문자가 중점적으로 활용되는 현상을 보이며, 동시에 다양한 특수문자를 함께 사용하여 높은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 문자를 적용한 사례로는 ヾ(≧▽≦)ノ" ゚・(つД`)・゚・ (-“-メ)
┐(´ー`)┌ 등이 있다. 최근에는 외국어 입력이 비교적 쉬워졌으므로, 가까운 중국의 한자는 물론 생소한 서구의 문자들마저도 포함하여 凸(-ω-メ)z 등과 같은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이모티콘은 또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Short Message Service)라는, 새로운 기술의 유입으로 인해 다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처음에는 주어진 전송량(80bytes) 안에 용건을 입력하기 위해 고심하던 사용자들은, 가로 16자(한글 8자)로 고정된 형식을 갖는 이 공간을 다양한 문자 그림으로 채우게 된다. 이 문자 그림들에는 기존 이모티콘의 형식을 따르는 것도 있었지만, 점차 (특히 휴대폰의 화면이 8줄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서) 화면을 가득 메우는 명백한 ‘그림’으로 바뀌게 된다.
이 글을 적고 있는 2005년 초 현재, 개인 대 개인 간의 실시간 문자통신은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문자통신을 위한 기술은 점점 더 큰 폭으로 진화할 것이고, 이모티콘도 이에 맞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 최적의 형태로 적응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여기까지 문자통신의 역사에 있어서, 그 매체의 단점을 보완하여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진화의 역사를 대략 서술해 보았다. 문자 통신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문자를 대표적인 통신 매체로 사용하게 되면서 감정과 같은 비문자 정보를 함께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대중들이 자생적으로 만든 보조적인 인터페이스가 이모티콘이었다. “XXX OO”에서 시작해서 “ :-) ”이나 “ (^o^)a; ”, 그리고 “ (つ`曰`)つ ”에 이르기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이모티콘은 최근의 통신 기술인 휴대폰 문자메시지에서도 문자통신 자체를 보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결국 문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편지에서 전신, 인터넷 등으로 이어지는 수십년간의 기술적 발전의 이면에서, 대중은 그 근본적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나름대로 고안하고 발전시켜 왔던 것이다.
문자 입력을 조합하여 만드는 이모티콘의 생명력은, 무엇보다도 그 시대 대중 사용자들이 공감대를 이루는 개념을 누군가의 재치있는 발상으로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고, 또 누구나 쉽게 이를 변형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며, 그 결과가 어느 정도(글꼴에 따라 다르지만) 미학적으로도 만족스럽다는 장점에 있다.
최근 그래픽 중심의 웹이 다른 모든 매체를 대신하게 되면서 풍부한 그래픽이 이모티콘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의 인스턴트 메신저 instant messenger나 몇몇 웹 게시판들에서 문자 이모티콘을 그림으로 된 아이콘으로 자동 변환해 주거나 별도로 삽입할 수 있게 되고 휴대폰이 문자메시지를 대신할 수 있는 사진이나 그림 메시지를 지원하게 되면서, 오히려 문자 이모티콘이 가졌던 높은 자유도와 실시간성, 그리고 무한대의 변형가능성이 많이 퇴색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 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문자통신이 존재하는 한 그 맥락 하에서 언어적 내용 이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이모티콘의 진화는 계속되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얼굴표정의 그림 이모티콘이 적용되고 있는 최근에도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감정 – 좌절 – 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인 _| ̄|○ 이 쉽게 입력할 수 있는 OTL 로 널리 재생산되어 사용되는 것이 그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앞으로 대중 인터페이스 public interface를 논의함에 있어서, 이와 같이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생적인 UI 개선 행위, 혹은 그 결과물을 대중 인터페이스라고 일단 정의하기로 하자. 어째 글의 앞뒤가 바뀐 것 같기는 하지만. -_-;;;
@ 20050330 냥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