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골격계 로봇 강화복...하면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렇다.
(왼쪽은 내가 강화복을 처음으로 - Starship Troopers보다 먼저 - 접한 애니메이션 Bubblegum Crisis ^^* , 오른쪽은 가장 최근의 영화 Iron Man이다.)
뭐 이런저런 SF 매니아로서의 소회는 접어두고, 이게 슬슬 실제로 팔리나보다. 몇년전 버클리 대학에서 BLEEX라는 미군용 강화복을 만든다며 크고 무겁고 뜨겁고 시끄러운 배낭을 맨 군인복장의 사진을 돌렸을 때는 참 돈이 많으니 별 걸 다 하는구나 싶었고, 얼마 후 일본의 츠쿠바 대학에서 HAL이라는 물건을 만든다며 쌀가마니나 여성관객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시범 동영상이 돌 때는 그냥 쇼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른쪽 강화복 HAL - Hybrid Assistive Limb - 이 일본 내 판매를 시작했다. 물론 시장에서 쌓아놓고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으로 파는 건 아니지만, 실제로 판매를 담당하는 회사가 생기고 구매상담을 할 수 있는 웹페이지가 있다!
마치 소니에서 로봇 강아지 AIBO를 처음 팔기 시작했을 때의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이 미쳤나? 이게 시장성이 있나? 싶고, 한편으로는 UFO를 주웠나? 미래에서 온 거 아냐? 라는 생각도 든다. 어느 쪽이든 이 회사 - Cyberdyne - 는 역사 속에 외골격계 로봇 강화복을 최초로 상용화한 회사가 될테지만. (그나저나 회사 이름은 영화 <Terminator>에서 인류절멸을 추진?한 컴퓨터를 만든 회사의 이름이고, 상품의 이름은 영화 <2001: A Space Odyssey>에서 승무원을 모조리 살해하려 했던 우주선 컴퓨터의 이름이다.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거야... ㅡ_ㅡ; )
위의 두 물건 다, 사실 별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전통적인 의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없다고 해야 하겠다. "사용" 전에 세밀한 설정 등을 어딘가 붙어있을 무슨 버튼과 화면을 통해서 미리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사용법은 그냥 "움직이고 싶은대로 움직이면" 나머지는 기계가 알아서 지원해주는... 그야말로 Intelligent UI의 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내 팔다리를 움직이는 데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명시적으로 지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많은 관절들을 동시에 움직이는 데 [예비]동작을 통한 암묵적인 지시가 과연 안정적인 사용성을 제공할 수 있을까? 그것도 이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 굳이 분류하자면 - '로봇'을 대상으로 말이다.
위 Cyberdyne사의 HAL처럼 근전도도를 이용한 명령방식이나, 전투기 조종사의 안구추적을 이용해서 목표를 조준하는 선택방식은 IUI의 사례 중에서도 아주 특별히 성공적인 사례다. (몸의 기울임으로 전진/후진/회전을 조정하는 방식은 반대로 명백한 실패사례다.) 성공 사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역시 주어진 분야에 특화된 극히 제한된 영역을 사용했다는 것이 되려나? 그 제한된 영역이 굳이 "틀려도 상관없는 기능"이라는 주장은 이제 "비겁한 변명"으로 치부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은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좋은 예시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센서 기반의 암묵적 입력과 인공지능 기반의 인식 알고리듬이 결합된 앞으로의 HTI에서는, 인간과 기계 간의 기능 분배와 협업(Autonomy vs. Control)이 UI 디자인의 핵심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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