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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ity & Fun

Flexibility in User Interfaces

by Stan1ey 2008. 6. 25.

난 정말 UI 디자인이라는 것이, 난삽하게 기획된(ㅈㅅ) 서비스며 제품의 기능들을 하나의 통일된 문맥으로 꿰어 맞추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UI design is all about logical communication"이라고 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sense-making'이라든가 'storytelling'이라든가 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96년도부턴가 시작한 시각언어에 대한 관심도 사실은 그 도구로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고.

그런데 다음 UI의 방향으로 재미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게임 UI에 투신하게 되면서, 이런 "짜맞추기" UI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때맞춰 Apple이나 Google의 UI라는 것이 분석하면 분석할수록 전혀 통일된 논리가 없다는 게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었고.

Microsoft의 예전(2006년 이전 제품) UI들은 이를테면 모든 기능은 단 하나의 기능 위계구조 hierarchy 에서 정해진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툴바 등을 이용해서 사용자가 약간 수정은 가할 수 있었고, 사용빈도에 따라 일부 기능이 잠깐 숨어있을 수는 있었지만, 그 위계구조만큼은 흔들림 없이 pull-down menu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서 Apple이나 Google의 UI는 사실 분석해보면, 기능의 위계구조라든가 확고한 UI design guideline 이라든가 하는 것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부터 "사용하기 편하다"라는 말을 듣는 이유는 -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 우선 불필요한 기능들을 없애거나 다른 기능과 합쳐놓아서 시스템 자체가 간편해졌기 때문이고, 둘째는 바로 전체 구조나 원리원칙보다는 각 순간에 필요한 기능들을 적당한 위치에 놓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Inconsistent UI of iPod Touch

급조한 자료: iPod Touch에서의 정리되지 않은 UI

Microsoft가 2007년 버전의 Office 군에 탑재한 Ribbon UI 라는 것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Ribbon UI"는 마케팅을 염두에 둔 호칭이고, 좀더 젠체하고 싶은 학계나 업계에서는 "Fluent UI"라든가 "Result-Oriented UI"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동안 정보구조설계(IA: information architecture)에서 주제로 삼았던 각 수준의 균등한 배치라든가, 유사성에 의한 군집화라든가 하는 것들이 통채로 무너진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각 어플리케이션마다 들어있는 첫번째 탭인 "홈"에는 온갖 기능들(복사/붙이기, 글꼴편집, 서식편집, 도형삽입, 검색 등)이 실로 다양한 표현방식(여러 크기의 아이콘과 레이블들이 여러가지 '새로운' 방식의 pull-down menu 들과 함께 다채로운 조합을 이루고 있다)으로 한판에 뭉쳐 있으며, 다른 탭들의 구성과 순서는 어플리케이션마다 전혀 다르게 되어 있다!

Ribbon UI in Microsoft Office Applications: the Handy Mess

더욱이 하나의 어플리케이션 안에서 "홈" 탭에 나오는 기능들 중 대부분은 다른 '탭' 메뉴에서 중첩되어, 게다가 전혀 다른 메뉴 깊이 depth 와 표현방식(아이콘으로 나와있던 것이 다른 아이콘 아래의 pull-down menu에 들어가 있다든가)으로 나타나 있기도 한 거다! (아래 그림에서 같은 색 네모는 같은 기능의 다른 위치와 구성을 표시했다. 이 외에도 중첩된 기능은 여러 개가 더 있지만, 그림판의 한계로 -_-;; 대표적인 것만 표시했다.)

Ribbon UI in Microsoft Office Applications: the Handy Mess

솔직히 나는 이 Ribbon UI가 Microsoft의 초대형 삽질이라고 생각했고, 그렇지 않다는 것에 충격을 먹은 자칭 'UI 전문가' 중 하나다. 결국 사람들은 어떤 작업을 할 때 눈앞에 필요한 기능이 그때그때 눈에 띄게 도드라져 있으면 그걸로 오케이... 정보구조(IA)나 군집화(grouping) 같은 논리는 필요한 기능을 찾는 데 실패했을 때 비로서 필요한 거라는 거다. ... 뭔가 혁신적이고 ground-breaking 느낌이 나면서도, 사실 결국 UI 역사의 시작인 과업분석 task analysis 으로 돌아가는 기분도 들고 그렇지만, 어쨌든 Ribbon UI가 다름아닌 Microsoft 같은 조직에서 나와서 나름 의도한만큼의 성공을 거두는 걸 보면서 뭔가 UI에 대한 생각을 좀 바꿔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

Be more flexible - from The Incredibles

"I think you need to be more... flexible."

... 앞서 올린 BMW Gina 동영상에 나오는 마지막 한마디가 결정적으로 내 옆구리를 찔러 버렸다.

"The Gina philosophy, in a short form? ...
It's about being Flexible. Thinking flexible. Acting flexible.
Context OVER dogma. That's it."

뭐 어쨌든 (원래는 자동차 차체에 유연한 천 소재를 사용한 것을 강조하기 위한 문구였겠지만...) 옆구리를 찔렸으니... 좀 본격적으로 고민해 볼까나. -_-;;; 특히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 업무에서 "게임 UI는 어플리케이션 UI와 달라요..."라는 이야기를 몇번이나 들어서 살짝 공황상태에 빠져 있으니, 동기와 소재는 충분한 셈이다.

빠샷! o(-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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