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니 2004년의 일이다. 한창 가정용 로봇의 얼굴표정을 가지고 고민하고 난 참에, 일본 Toyota의 "얼굴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가 외신에 보도된 적이 있다. 이미 일본은 다양한 스펙 -_- 의 얼굴을 가진 가정용 로봇이 만들어져 있었고, 특허 내용은 사실 그런 방식을 자동차에 적용한 것으로, 기준이 되는 감정상태는 운전자와 승객으로부터 직접 입력되기도 하지만, 운전 조작의 상태로부터 자동차 스스로 판단하기로 한다고 한다.
Picard 교수의 <Affective Computing>를 인용하자면, - 비록 이 저서가 논문 한편 분량의 아이디어를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그 아이디어만큼은 무척 재미있다 -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인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라면, 기계의 감정 역시 기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기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즉, 기계의 내적 상태 - 이를테면 CPU가 과부하되고 있다든가, 저장용량이 그득히 찼다든가, 반대로 메모리가 텅 비어서 별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든가 - 를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MMI 혹은 HCI 환경에서 보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상호작용을 도와줄 거라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2004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는 사뭇 유치해 보이더라도, 상당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였다. 문제는 이 로봇장치를 통한 감정표현이라는 것이 잘 디자인된 경우를 봐도... 유치해 보이거나, 섬칫해보인다는 부분이었다. 아래의 두 그림은 내 생각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위 왼쪽의 유치해 보이는 로봇은 NEC의 PaPeRo, 오른쪽의 섬칫해 보이는 로봇은 MIT의 Kismet이라는 로봇이다. 사실 위 자동차 특허는 기술적 구성 상으론 Toshiba의 ApriAlpha나 Philips의 iCat을 좀더 닮았지만, 해당 나라의 디자인 취향을 반영한다고 쳐도, 앞서 말한 잘 디자인된 경우는 아니다. (어쩌면 내 취향일지는 모르겠다... -_-;; ) 특히 PaPeRo는 몸통에 머리만 달린 대부분의 가정용 로봇(=홈로봇, home robot)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Kismet은 이후 보다 '덜 무생물스러운' 후속 로봇들이 많이 있지만, 그 기괴함은 여전하다. 이 두가지 로봇은 아마도 아래의 Uncanny Valley에서 서로 반대쪽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는 사례일 것이다.
얼굴 표정을 통해서 인간-기계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런 노력도 결국 이 골짜기를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접어두고 있던 이 "기계의 표정"이는 주제가 다시 떠오른 것은, 얼마전부터 인터넷에 돌기 시작한 BMW의 컨셉 자동차 GINA 덕택이다.
표면재질을 천으로 만들고, 대신 내부의 골격으로 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무엇보다 천의 탄성과 유연성으로 자동차의 모양이 물리적으로 변형하면서도 유기적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는 물론 그 사진들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멋진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천 소재를 사용했기에 상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디어만큼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똥차다.
단지, 나에게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그 디자인보다... 수석 디자이너인 Chris Bangle이 등장하는 아래 소개 동영상의 마지막 1컷이다.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기계장치(레버, 축, 직선 같은 시각요소들)가 철저히 감춰져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이런 방식이라면, 기계의 얼굴표정이라는 개념이 Uncanny Valley를 빠져나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항상 실내에 머무는 가정용 로봇이라면 자동차에 비해서 천 재질을 사용함에 따른 문제가 훨씬 덜 할 것이고, 게다가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다른 것들 - 주로 이 단단하고 무거운 것이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 이 천 재질의 표면을 사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표면의 오염이라든가 하는 문제는 요새 많이 나오는 '첨단' 재질을 사용한대도 플라스틱이나 금속 코팅보다는 싸게 먹힐 것 같다.
아직 내가 로봇 UI... 혹은 HRI를 하고 있다면, 꼭 고려해보고 싶은 방식이다. 뭐 사실은 그렇다고 해도, 그보다는 더 큰 질문 - "그래서 그 비싼 로봇이 집안에서 뭘 해주는데?" - 에 여지껏 대답하지 못해서 끙끙대느라 정작 중요한 다른 생각(?)은 못하고 있겠지만.
Picard 교수의 <Affective Computing>를 인용하자면, - 비록 이 저서가 논문 한편 분량의 아이디어를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그 아이디어만큼은 무척 재미있다 -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인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라면, 기계의 감정 역시 기계의 내적 상태를 표현함으로써 인간과 기계 사이의 사교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즉, 기계의 내적 상태 - 이를테면 CPU가 과부하되고 있다든가, 저장용량이 그득히 찼다든가, 반대로 메모리가 텅 비어서 별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든가 - 를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MMI 혹은 HCI 환경에서 보다 풍부하고 만족스러운 상호작용을 도와줄 거라는 거다.
그런 관점에서 2004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자동차" 특허는 사뭇 유치해 보이더라도, 상당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였다. 문제는 이 로봇장치를 통한 감정표현이라는 것이 잘 디자인된 경우를 봐도... 유치해 보이거나, 섬칫해보인다는 부분이었다. 아래의 두 그림은 내 생각에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위 왼쪽의 유치해 보이는 로봇은 NEC의 PaPeRo, 오른쪽의 섬칫해 보이는 로봇은 MIT의 Kismet이라는 로봇이다. 사실 위 자동차 특허는 기술적 구성 상으론 Toshiba의 ApriAlpha나 Philips의 iCat을 좀더 닮았지만, 해당 나라의 디자인 취향을 반영한다고 쳐도, 앞서 말한 잘 디자인된 경우는 아니다. (어쩌면 내 취향일지는 모르겠다... -_-;; ) 특히 PaPeRo는 몸통에 머리만 달린 대부분의 가정용 로봇(=홈로봇, home robot)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Kismet은 이후 보다 '덜 무생물스러운' 후속 로봇들이 많이 있지만, 그 기괴함은 여전하다. 이 두가지 로봇은 아마도 아래의 Uncanny Valley에서 서로 반대쪽 변곡점에 위치하고 있는 사례일 것이다.
얼굴 표정을 통해서 인간-기계 사이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런 노력도 결국 이 골짜기를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마지막으로 접어두고 있던 이 "기계의 표정"이는 주제가 다시 떠오른 것은, 얼마전부터 인터넷에 돌기 시작한 BMW의 컨셉 자동차 GINA 덕택이다.
표면재질을 천으로 만들고, 대신 내부의 골격으로 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무엇보다 천의 탄성과 유연성으로 자동차의 모양이 물리적으로 변형하면서도 유기적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자동차는 물론 그 사진들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멋진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천 소재를 사용했기에 상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이디어만큼은 두말할 나위 없이 기똥차다.
단지, 나에게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그 디자인보다... 수석 디자이너인 Chris Bangle이 등장하는 아래 소개 동영상의 마지막 1컷이다.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기계장치(레버, 축, 직선 같은 시각요소들)가 철저히 감춰져 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 이런 방식이라면, 기계의 얼굴표정이라는 개념이 Uncanny Valley를 빠져나오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게다가 항상 실내에 머무는 가정용 로봇이라면 자동차에 비해서 천 재질을 사용함에 따른 문제가 훨씬 덜 할 것이고, 게다가 기존에 문제가 되었던 다른 것들 - 주로 이 단단하고 무거운 것이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 이 천 재질의 표면을 사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표면의 오염이라든가 하는 문제는 요새 많이 나오는 '첨단' 재질을 사용한대도 플라스틱이나 금속 코팅보다는 싸게 먹힐 것 같다.
아직 내가 로봇 UI... 혹은 HRI를 하고 있다면, 꼭 고려해보고 싶은 방식이다. 뭐 사실은 그렇다고 해도, 그보다는 더 큰 질문 - "그래서 그 비싼 로봇이 집안에서 뭘 해주는데?" - 에 여지껏 대답하지 못해서 끙끙대느라 정작 중요한 다른 생각(?)은 못하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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