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Joseph Pine의 Authenticity 개념에 대해서 글을 올린 후에, 그걸 실제로 UX의 실무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을지를 간간히 고민하고 있다. UX라는 분야를 단순히 UI 디자인의 확장으로 보지 않고, 사용편의성을 뛰어넘어 독자성을 갖도록 정의할 수 있을까?

Joseph Pine's Authenticity Model

당장 첫 관문은 저 두 가지 분류다. "is what it says it is"와 "is true to itself"라는 건 이전의 글에서 각각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바와 일치하는지"와 "실제로 진실한지"라고 번역했었는데, 이건 뭐 내가 봐도 무슨 뜻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것저것 궁리하던 끝에, 다음과 같은 그림을 한번 그려봤다. (중간 과정은 지면관계상 생략한다. 응? ;; )
User Experience as a Completed Story

요컨대, Joseph Pine이 말한 첫번째 기준은 사람으로 따지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두번째 기준은 행동과 생각이 일치하는지에 대한 거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기획/설계해야 하는 서비스가 말해야 하는 것은 뭔지(표방하는 내용), 실제로 제공하게 될 것은 뭔지(제공하는 기능), 그리고 그게 사용자에게 어떤 의미를 주게 될런지(기능이 갖는 의미)... 이 세가지가 어떻게 엮이는지에 따라 경험의 authenticity가 달라지는 게 아닐까.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좋은 경험이라는 것은, 서비스/기능의 '말'인 제목이나 광고를 보고 우선 기대를 갖게 되고, 그 '행동'인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 봄으로써 기대에 부합하는 체험을 하게 되며, 그 체험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을 때 그 '마음'에 공감해서 감동을 받게 되는 거 아닐까.

그리고 이런 기대, 체험, 감동으로 이어지는 전개구조 자체가 마치 기승전결과 같은 하나의 이야기 전개로서, UX 설계 방법론을 만드는 데에 뭔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거다. 여기서의 이야기는 Storytelling의 고전사례라고 할 수 있는 스타벅스와는 조금 다르다. 단지 어떤 이미지나 서비스를 둘러싼 사람들을 홍보하는 게 아니라, 그 기능과 서비스가 주인공인 plot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기능이 사용자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를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사용자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해 준다. 그런 경험을 만들 수 있다면 좋은 UX를 설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몇몇 단어가 오락가락하는 건 내가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그렇다. ^^; )


... 사실은, 무척이나 뻔한 결론되겠다. 억지도 많고, 심지어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Joseph Pine의 설명과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 그냥 추상적으로 유행하는 스토리텔링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구체적인 서사기법을 설계나 사전검증에 적용시킬 방법이 있을까? 아마 우선은 등장인물들과 그들간의 상관관계를 순차적으로 연결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게다. 어떤 요소기능이 주인공이고, 어떤 요소기능들이 조연인가? 각각의 주인공/주변기능들은 어떻게 '말'해졌고, 어떻게 '행동'하며,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가? 그 말-행동-의미 사이에는 충분한 연속성이 있는가? 각각의 주인공/주변기능들 간에는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가?

이야기 plot 의 기본적인 구성으로 그런 연속성은 필수겠지만, 거기에 '복선과 반전'이라는 서사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재미"까지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있지는 않을까? 그냥 어떤 기능이 있다고 홍보하고 그 기능이 잘 동작해서 만족스러운 것 이상으로, 뜻밖의 숨겨진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등장함으로써 사용자의 경험을 좀더 드라마틱한 나만의 진실한 경험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직은 엄청 덜 익은 생각뿐이고, 여기까지가 어느 정도 말이 된다고 치더라도 앞으로의 숙제가 더 많다. 하지만 여기서 좀체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그냥 올리고 당분간 또 덮어버리기로 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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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앞의 글에서 계속)

컴퓨터 게임의 '입출력 패턴의 학습'이라는 외적 경험에 의해서 느끼는 재미와, 게임이 표방하고 있는 '이야기에서 인과관계의 발견'을 통한 내적 경험에 의한 재미. 흠 뭔가 그림은 그럴듯 하지만 "그게 재미의 잣대로 정량화될 수 있는가?"하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번 각각의 변위를 생각해 보자. 이렇게 생각해서 뭔가 잘 정리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_-a;;;
 
  I. What makes Fun
 II. Fun Factors in Game
III. How UI can be Fun



(3) 재미요소의 축

앞의 글에서 우긴 논리대로라면, 게임 속에서 학습할 입출력 패턴이 단순할수록, 그리고 게임을 통해 체험한 이야기의 인과관계가 단순할수록 게임의 '재미'는 덜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 도대체 단순한 입출력 패턴, 단순한 이야기라는 건 뭘까? 반대로, 복잡한 입출력 패턴과 이야기는 또 뭘까?

조작적 정의라는 용어가 이렇게 고마울 때도 드물다. 어디까지나 내멋대로, 이렇게 정의해보면 어떨까.


(3-1) 입출력 패턴의 복잡도: 외적 경험
우선 입출력 패턴은,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결정해야 하는 매순간의 의사결정에 대해서 논리적, 공간적, 시간적 변수의 양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논리적인 변수란 사용자의 입력이 얼마나 많은 논리조건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를테면 "장애물이 나타나면 뛰어넘는다"는 건 단순한 논리조건이지만, "장애물이 높이 있는 경우에는 엎드린다"는 조건이 추가되면 좀더 복잡해진다. 여기에 "사과는 장애물이 아니라 부딪혀서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까지 들어가면 복잡도는 더욱 높아진다.

공간적 변수라는 것은 입력버튼이 하나인지, 2개(예: 좌우)인지, 4개(상하좌우)인지에서 시작해서 결국 얼마나 많은 입력장치 중에서 선별해서 입력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많아봐야 5개 버튼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플래쉬 게임보다, 14개 버튼에 2개의 아날로그 스틱(무한대의 입력이라고 우길 수도 있겠다)을 사용하는 PlayStation 게임은 그 패턴이 훨씬 더 복잡하다.

시간적인 변수란 게임에서 논리적 변수가 제공되는 시점부터, 공간적 변수 중의 선별을 거쳐 사용자가 조작명령을 입력해야 하는 시점까지의 제한시간을 말한다. 테트리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게임은 난이도를 높이는 간편한 방법으로, 처음에는 이 제한시간이 짧지만 점차 블록이 빨리 떨어진다거나 속도가 빨라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 시간 변수를 조작하고 있다.


(3-2) 이야기의 복잡도: 내적 경험
어떤 이야기가 복잡한지 어떤지를 생각해 보면, 등장인물이 몇명이나 나오고, 그 인물의 선악이 명확히 구분되는지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게임에서 말하는 '이야기'라는 것은 꼭 등장인물이 있으란 법이 없다. 이를테면 제한시간 내에 버튼을 최대한 많이 눌러라! 라는 것도 엄연히 비디오 게임의 주요한 조작 방식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럼 단순한 이야기를 어떻게 정의하면 될까? 이야기라는 것은 인과관계를 포괄한다는 고전적인 정의를 바탕으로, 내 생각으로는 물리법칙을 단순히 적용한 것을 그 가장 단순한 형태로 보면 어떨까 한다. 물리법칙은 대체로 사람들이 그 인과관계(예: 던져 올린 것은 떨어진다, 부딪히면 충격을 받는다)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별다른 설명 없이도 주어진 상황 하에서 인과관계가 성립된다. 그마저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가 복잡하다는 것은, 물론 여러 명의 등장인물과 각각에 대한 상황이 꼬이고 꼬여서 귀추를 예측하거나 이해하기 위해서 나름 많은 추론이 필요한 경우를 말한다. 앞의 글에서 예로 들었던 반전에 대한 이현비의 모델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를 그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그 이야기에 포함된 사회적 역학관계나 장면의 복선을 얼마나 깊이 파악해야 하며, 이를 통해서 플레이어 스스로가 유추해야 하는 항목이 얼마나 많은가?

이야기의 복잡도는 앞의 입출력 패턴에 있어서 논리적 변수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을 나누거나 교집합으로 보자니 이거 보통 머리가 아픈 게 아니라서, 그냥 포기하고 모르는 척 따로 다루기로 했다.



(4) 재미요소에 따른 게임 사례

뭐 일단 이제 이렇게 나뉜(응?) 두 축을 기준으로, 기존의 게임들 중에서 양 축에 해당하는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구분히 확실한... ㅎ 사실은 그냥 떠오르는 몇가지 게임을 분류해 보자.

(4-1) 이야기 간단, 패턴 단순한 게임들
플레이어에게 최소한의 동기만을 부여한 채로 단순한 원리를 가진 작업만을 반복하게 하는 게임으로, 대부분의 “클래식 게임”이나 “퍼즐게임”이 여기에 속한다. 최초의 컴퓨터 게임이라고 하는 Pong이라든가, 장수게임으로 유명한 테트리스도 그렇다. 테니스도 아니고 탁구도 아닌 것이 네모난 점(공)을 좌우로 튕긴다거나, 4가지 모양의 블록을 빈틈없이 채워넣거나 하는 일을 왜 하는 걸까. 점점 빨리 떨어지는 블록을 점점 빨리 끼워맞춰서 없애봐야 더 높은 점수(물론 돈으로 바꿔주지도 않는다)를 받는다는 것외는 성취감도 없고,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해 멈추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역시 기정사실이다. 이 종류의 게임들은 그야말로 순수한 시간 죽이기라는 데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Pong by ATARI, known as the first computer gameTetris by Alexey Pajitnov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누구나 동의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이게 “재미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류의 게임이 소위 “중독성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 부류이고, 구현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PC는 물론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여러 플랫폼에서 플레이할 수 있다보니 시장에도 많이 파급되었다. 오히려 그 간단한 (혹은 아예 없는) 이야기의 맥락 없음과 단순한 입출력 패턴이 “언제 어디서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단순한 물리법칙(튕김, 떨어짐, 채워짐 등)만이 적용된 이야기에 단순한 입출력 패턴(상하좌우+특수기능+시간제약)으로 조작하는 게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4-2) 이야기 장황, 패턴 단순한 게임들
한편, 게임에 장대한 서사시를 포함시켜 플레이어를 세상을 구한 영웅을 칭송하는 경우는 컴퓨터 게임 이전에도 있었다. 이전에 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종이나 땅바닥에 그린 말판이었고, 그 위에서 장기를 두면서 “이건 말(馬)이니까 빠르고, 마차(車)는 더 빠르고, 이건 포(包)니까 다른 말을 건너뛸 수 있고”라고 플레이어의 상상력에 기대거나, Table RPG에 서처럼 좀더 공들인 이야기와 소도구를 이용해서 최대한 노력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의 시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부족한 입출력 장치를 가지고서라도 컴퓨터의 실시간 상호작용성을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고, 그 중의 하나가 바로 MUD 게임일 것이다.

Text-based MUD on mainframe, modified in colour recentlyText MUD with a little bit of graphical cues, modified recently with colours

대부분 중세 마법시대의 괴물들과 싸워서 세상을 구하는 게 목적인 이 게임들은 그 이야기의 규모로 말하자면야 장황하기가 그지 없다. 주인공은 기사이기도 하고, 그냥 보통의 꼬마이기도 하지만, 던전 속에서 온갖 역경을 겪고 ... 어쩌구 저쩌구 세상을 구하기까지의 질곡의 세월이 그대로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의 입출력 패턴은 그야말로 단순반복 그 자체다. 키보드를 통해서 정해진 몇가지 명령 중 하나를 입력하면, 그에 대한 반응이 화면에 표시된다. 비록 문자를 통해서지만 화면에 대략의 지도와 주인공의 위치("%" 라든가)가 표시되는 경우도 있지만, 초창기의 문자기반 MUD는 언어로 조작되고 언어로 상황이 묘사된다는 점에서 Table RPG와 다른 게 없었다. 결국 이 게임 플레이의 패턴이라는 것은 그 이야기 속 세상에 몰입한 플레이어에게는 손에 땀을 쥐는 던전 탐험일지 모르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영 따분한 단속적 타이핑 작업으로 보일 뿐이다. 물론 앞의 (4-1)의 경우보다 공간 및 논리적으로는 훨씬 복잡한 입출력 패턴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시간제한 변수가 없음으로써 그 복잡성을 많이 상쇄시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3) 이야기 간단, 패턴 복잡한 게임들
악마로부터 중세의 세상을 구하는 데에도 간단한 입출력 패턴이면 되는데, 굳이 왜 복잡한 패턴이 필요할까? 뭐 당연한 대답은 역시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기 때문"이다. 입출력 패턴이 복잡하다는 것은 결국 조작이 어렵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고, 조작의 어려움 속에서 적당한 입출력 패턴을 이해해서 게임에서 제시한 목적을 이루도록 하는 게임들이 있다. 그 가장 (아마도) 단순한 사례가 바로 달착륙선 Moon Lander류의 게임이 아닐까 싶다. (아래 그림 왼쪽)

Lunar Lander - Flash GameHelicopter - Flash Game, the famous

달 착륙선 게임은 흑백화면에서도 즐긴 기억이 있으니 꽤 오래된 게임인데도, 플래쉬 게임으로도 서비스되고 있는 걸 보면 시대를 뛰어넘는 재미는 증명되었다고 본다. 이런 게임은 물론 최근에도 속속 새로 등장하고 있고, 비교적 최근(10년쯤 됐을까)에 등장한 위 그림 오른쪽의 헬리콥터 게임은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 게임치고는 난이도가 꽤 높은 류에 속한다. 그럼에도 별도의 웹사이트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정도 입출력 패턴은 앞서 '단순'하다고 했던 탁구게임(Pong)과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등속도(1차 조작)를 가속도(2차 조작)로 대체한 것 뿐이니, 어떻게 보면 Pong과 좋은 비교가 되기는 할 거다. 그래도 역시 입출력 패턴이 대단히 복잡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 비슷하게 유명하고 오래된 게임인 뱀 게임 Snake 이나 개구리 게임 Frogger 은 어떨까?

Snake - Video GameFrogger - Video Game

뱀 게임은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입출력(상하좌우, 혹은 좌우 버튼)으로 시작하지만, 플레이가 계속될수록 뱀의 꼬리가 길어지면서 이동경로를 예측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개구리 게임의 경우에는 이와는 다르지만 서로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피하거나 통나무를 타넘으면서 반대쪽 기슭으로 옮기려면 꽤 여러가지 패턴을 예측하고 적정한 타이밍에 뛰어야 한다.

앞 의 (4-2) 사례는 한 건의 입력이 한 건의 출력과 독립적으로 연관되어 있고 매번의 입출력이 동일하지만, 위의 게임들은 이전에 했던 입력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중복되어 현재의 화면출력에 영향을 주고 매번의 입출력에 따르는 변수들이 그때그때 달라지게 한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 전달하는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게임을 조작하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판단과 민첩성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 이 분류에 대해서는 좀더 극단적인 사례를 찾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단순한 상태로 아주 복잡한 입출력 패턴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라는 게 사실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위에서 든 사례들도 상대적으로는 단순한 입출력 패턴에 해당하고... 나중에 적당한 사례가 떠오르면 수정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4-4) 이야기장황, 패턴 복잡한 게임들
좀더 깊이가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더욱 복잡한 입출력 패턴이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야기의 가지가 많아질수록 논리적인 변수가 많아지고, 입력들이 각각의 출력에 미치는 영향도 자연스럽게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앞의 (4-3)에서 언급한 십여년 전의 MUD 게임들도 패턴은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입출력 자체의 패턴만으로 좁게 생각해 보면, MUD 게임을 장르상 계승하고 있는 이후의 어드벤쳐 게임이나 RPG 게임들은 MUD의 입출력 패턴보다 공간적 및 시간적인 패턴의 복잡도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Monkey Island - Computer GameGTA (Grand Theft Auto) - Computer Game

위 그림 왼쪽의 원숭이 섬의 비밀도 그렇고, 일명 "샌드박스" 게임의 대표격인 GTA의 경우에도, 게임 플레이에 따라 다양한 결말의 가능성이 있다. 게임 플레이 자체도 단지 복잡한 이야기의 가지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 뿐 아니라 플레리어의 행동이 이야기의 진행과 캐릭터의 반응, 그리고 결말에 영향을 주게된다. 물론 두 경우 모두 게임을 설계한 사람이 설정해 놓은 제한된 숫자의 결말 중 하나를 보게 될 뿐이지만, 그 결말을 유발한 입출력 패턴과 이야기의 맥락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나온 소위 AAA 게임들은 모두 이 분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나열한 4가지 종류의 게임들을 도표로 보자면 다음과 같다.
Fun Factors of Games: Storytelling and Play Pattern
... 흠, 예전에 그렸던 그림이라서 그런지, 중간에 'static information'과 'dynamic interaction'이라고 한 부분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_-;; 뭐 넘어가자.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누군가에 의해서 - 일반적으로는, '게임 디자이너'에 의해서 - 설정된 입출력 패턴과 이야기이다. 따라서 아무리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샌드박스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모든 이야기 요소들(등장인물, 대사, 사건, 장면, ...)과 입출력 패턴(움직임, 공격, ...)의 조합 하에서 미리 정의된 경험을 제시해줄 뿐이다. 만일 플레이어가 정의되지 않은 조합을 찾아낸다고 해도, 그 경우에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뿐이다.

그에 비해서 최근의 게임들 중에는 위의 도표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4-5) 게임 디자인의 범위 이상으로 이야기가 복잡한 게임
온라인 멀티 플레이어 게임, 혹은 MMO 게임의 경우가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MMO 게임도 모두 어떤 '세계관'과 '역사'라는 부분이 설정되어 있어서 그 기본적인 이야기는 디자인의 범위에 들어있다고 할 수 있지만, 플레이어들이 즐기는 것은 그 정의된 이야기의 흐름 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포함한다.

일례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게임 커뮤니티을 보면, 사실 미리 설정된 이야기 - 어떤 영웅을 도와서 무슨 행동을 했다든가, 어떤 임무를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든가 - 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오히려 상대 길드에서 우리편의 도시를 공격했는데 막아냈다든가, 아무개 플레이어와 함께 플레이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플레이어 스스로 주인공이 되고 조연이 되고 이야기 속의 인과관계(도움에 대한 감사, 방해에 대한 원한, 혹은 시스템에 의해서 강요된 적대관계 등이 일반적일 듯)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World of Warcraft

MMO 게임은 앞서 언급한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에서도 게임 디자인의 미래 대안 중 하나로 예시되기도 했다. 라프 코스터의 경우 그런 사회적 상호작용 역시 플레이어에 의해서 학습되는 입출력 패턴(조작/판단/출력)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이야기에 의한 패턴은 반복학습을 통해서 이를 파악함으로써 얻는 성취감에 의한 재미를 준다기 보다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그 나름의 재미 구조를 가지므로 별개의 축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4-6) 게임 디자인의 범위 이상으로 입출력 패턴이 복잡한 게임
입출력 패턴의 경우에도 그런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일련의 버튼들의 제한된 조합만으로 조작되는 기존의 게임에 비해서, 센서 입력을 통해서 조작되는 게임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조합의 입력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Wooden Labyrinth 3D>라는 게임은 아이폰을 수평으로 둔 상태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이냐에 따라 쇠구슬이 굴러가는, 수십년전에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휴대용 게임기를 디지털로 부활시킨 게임이다. 이 게임은 기울기 센서의 입력에 따라 쇠구슬의 위치를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주변 장애물의 입체적인 모습도 함께 바꾸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장면이 나타난다.

Wooden Labyrinth 3D on iPhone

위 게임이 단순한 이야기 구조(물리법칙만을 적용)를 가진 사례라고 한다면, 닌텐도 Wii용으로 만들어진 <The Legend of Zelda: Twilight Princess>에서는 꽤 복잡한 이야기 구조와 함께 여러 개의 센서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게임을 즐기게 된다. 주인공이 칼로 상대방과 싸우거나 활로 목표물을 맞혀야 할 때 플레이어는 직접 그 동작을 하면서 게임을 플레이 해야 하며, 그 동작에 따라 캐릭터의 공격은 그때그때 다른 결과와 장면으로 표현된다.

The Legend of Zelda on Nintendo Wii

... 정리하다보니, 역시 최근 게임에 사용되고 있는 센서들이 버튼을 이용한 입력과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는 왠지 논지가 궁색하다.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센서들도 - 조이스틱, 아날로그 스틱, 다이얼, ... - 여기에 포함된다면 더욱 더 머리가 복잡하고. ... -_-a;;

휴, 뭐 일단 뭉개기로 작정하고 쓰는 글이니 그냥 가기로. :P 지금으로선 센서의 아날로그 입력값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예를 들면, 설정된 기준에 의해 8가지 방향과 2가지 속도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에 반영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정의할 수 있겠다. 완벽한 논지는 안 되겠지만 일단 대충.


이상에서 (4-5)와 (4-6)과 같이 게임 디자인상의 설계로 미리 100% 예측되지 않는 경우들을 도표에 포함시키면,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Fun Factors of Games: Storytelling and Play Pattern

위 도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게임의 입출력 패턴과 이야기가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재미있다는 게 아니다. 단순한 재미요소는 단순한 대로, 복잡한 재미요소는 복잡한 대로 재미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도표는 오히려 게임을 만들 때 어떤 요소가 재미를 주기 위한 요소로 고려되고, 그 각 조합의 사례로 어떤 것이 있는지를 표시한 것일 뿐이다.

... 뭐야, 그러고보니 딱이 '말하고자 하는' 건 없는 도표일세. ㅡ_ㅡa;;; 혹시나 게임을 기획할 때 market positioning 같은 데에나 쓰일 수 있으려나. ㅋ

뭐 어쨋든, 다음 글에선 이런 재미요소를 UI에 도입할 수 있는지... 아니 그보다 먼저 재미를 UI에 도입한다는 게 좋은 생각이긴 한 건지부터 이야기해 보겠다. 뭐 이만큼이나 어거지를 부려두었으니 이후의 논지야 빤하지만.

기록을 찾아보니, 사실 이 블로그에 대부분의 내용을 입력해 둔 게 2008년 4월이다. 그걸 이렇게나마 기워붙여서 올리는 데에 2년 가까이 걸렸으니 여기에 결론을 써서 올리는 건 얼마나 걸리려나. 시리즈로 작정하고 올린 글 중에서 사실 마지막 글까지 올린 사례가 없다는 게 힌트가 될 지도 모르겠다. ㅎㅎㅎ

P.S. 역시 무리해서 큰 글을 쓰려고 한 것도, 설익은 글을 공개하기로 한 것도 나로선 참 부담되는 일이다. 게임 디자인에 대해서 식견이 있는 분이나 재미와 사용성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한 분이 이 글을 본다면 논리 상의 오류나 대안적인 관점에 대해서 많은 조언을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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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이 글, 1년 정도 끼고 있다가 그냥 포기하고 쓴 만큼만 올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결론은 당분간 못 낼 듯. 학점 안 나올 걸 알면서 그냥 보고서 제출한 게 뭐 처음도 아니고 말이지. -_-a

게임에서의 UI 라는 걸 고민하기 시작한 이래로, 재미와 사용성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늘 머릿속 일정영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애당초 Funology에 대한 관심이야 그 말이 처음 귀에 들어왔던 2002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그저 추상적으로 ‘재미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재미를 위한 – 최소한 재미를 해치지 않는 – UI를 만들어야 한다니까 그것 참 난감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원래 개인적으로 디자인이나 UI라는 것이 원래 잉여의 산물, 즉 필요한 물건을 쓸모있게 만들고 힘이 좀 남으니 좀 예쁘게 혹은 쓰기 쉽게 만들자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잉여의 산물의 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놀이라는 것은 분명 UI 디자인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믿는다. (이 이야기를 학위 논문에 썼다가 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_-;; 딱이 논리적인 근거는 없지만, 난 그냥 그렇게 ‘믿는다’. ^_^a )

게임에서의 UI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사람은 GUI나 심지어 그냥 분위기에 맞는 그래픽 작업 정도로 이야기하는가 하면, 게임 중에도 인벤토리나 설정 같이 뭔가를 관리해야 하는 UI에 대한 것은 있으니 필요하다고 격려(하지만 실패하셨다능)해주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UI가 필요없다는 쪽이다. 특히 어느 정도 토론이 진행되면 고착되는 결론인, “UI는 쉬운 걸 추구하는 데 게임은 난이도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은 늘 막다른 골목이다. UI는 여기서도 주역을 하지 못하고 기획자나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신경쓰지 않는 구석지고 세세한 틈바구니들을 어떻게든 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걸까? 게다가 그러고 나서도 “그렇게 하면 많이 팔리더냐”는 소릴 들어야 하고?

… 글쎄다. 어디 함 보자. 우선은 그 맨날 부딪히는 '재미'라는 놈을 좀 들여다보려고 한다. 정체는 모호한 놈이 맨날 정면충돌해 오다보니 이건 뭐 어떨 땐 귀신하고 씨름하는 것 같고 어떨 땐 벽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I. What makes Fun
 II. Fun Factors in Game
III. How UI can be Fun


(1) 재미, 그리고 사용성
재미에 대한 연구는 의외로 많지 않다. 아니, 사실 검색해 보면 논문은 제법 많이 찾을 수 있지만 그 일반적인 중요도에 비해서는 그 수가 많지 않고, 무엇보다도 저명한 학자가 만든 지배적인 이론을 좀 참고해서 UI에 적용하고 싶어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는 거다. 그나마 칙센미하이 교수의 ‘Flow’ 이론이 그 단편을 잘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이 분은 뒤로 갈수록 이론과 사례가 점점 추상적이 되면서 결국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계신 듯 하므로 실무까지 끌어다 붙이려면 힘들겠다. 그 외에도 소위 ‘긍정심리학’이라는 쪽이 “거 맨날 어디 고장나고 다치고 아픈 사례만 이야기하지 말고 좋은 쪽도 좀 봅시다”라며 어느 정도 세력을 이루고 있지만 역시 방계라는 오명을 벗을 정도로 체계와 구체성을 만들지 못하고 있고, <Funology: From Usability to Enjoyment>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되어 그야말로 한줄기 서광을 비춰줄 것 같았던 2003년도의 책도 결국 이런저런 연구 논문과 사례들을 딱이 치밀하다고 말할 수 없는 구성으로 짜집기 해놓은 것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가장 최근(그래봐야 2004년)의 사례로 무려 <Interactions>지에서 “More Funology”라는 제하에 다룬 일련의 특집기사는 좋은 모델은 하나도 제시되지 않고 기존 사례의 나열과 방향성 없는 방향 제시로 오히려 한계만 드러내서 UI와 재미 사이의 간격을 오히려 더욱 벌려놓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백날 뜬구름만 잡았구먼. ㅡ_ㅡa;;; (요새 좀 까칠하다. ㅎ )


(2) 재미, 그리고 몰입
어떤 게 재미있나? 개인적으로는 광고를 보는 게 재미있고, 영화를 보는 게 재미있고, 웹서핑을 하거나, 만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뭐 그런 게 재미있다. (몸매 유지의 비결이 다 나온셈 -_- ) 그런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좀 멍한 상태가 되어서, 완전히 거기에 빠져든 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곤 한다.

재미라는 말을 할 때 늘상 나오는 게 ‘몰입 immersion’이라는 개념이다. 앞의 칙센미하이 교수도 결국 몰입의 좀 동적인 개념으로 Flow라는 말을 했고, 어떤 책에서는 심지어 flow를 몰입으로 번역하고 있기도 하다. 이 몰입이라는 거, 칙 교수님은 인생의 가치에 대한 성찰로까지 그 대상을 넓혀가고 있지만, 나는 맨 처음 교수님이 말했던 소소한 몰입에 대해서 고민해 보련다. 이를테면, 혼자서 공을 벽에 던지고 튕겨나오면 다시 받는 행위는 전혀 재미있을 이론적 근거가 없다. (무슨 <Big Bang Theory> 찍냐고 하면 할 말 없지만 -_-; ) 그저 적당한 힘과 각도로 던지면 같은 자리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 행위를 반복할 뿐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한참을 그 과정에 경험하는 모든 것들에 몰입하고 있는 것이다. 팔 동작, 공의 움직임, 공이 튕기는 경쾌한 소리, 리듬감, 손에 닿는 공의 감촉, …

몰입이라는 게 이렇게 오감을 통한 (냄새 빠졌다고 뭐라기 없기) 자극에만 관련되어 있느냐 하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소설 책을 읽을 때의 몰입은 그런 감각적인 경험이 전혀 관여되지 않았지만 – 뭐 경우에 따라서 연상에 의한 간접 경험을 있을지도 – 단지 그 이야기의 흐름에 푹 빠져서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작가가 만들어 놓은 가상의 도원경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의 몰입은 몇가지 감각의 반복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다양한 세상사의 전개를 따라가면서 그 내용이 자신의 기대가 맞거나 틀리는 것을 즐기는 과정일 뿐이다. 소설 책이 아닌 경우에도 몰입을 할 수 있지만, 그 기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론서나 교재가 하나의 소설처럼 앞뒤를 맞춰주면서 그 ‘이야기’를 전개할 때에 비로소 몰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결국 몰입이라는 거, 이렇게 외적 경험에 대한 몰입(physical immersion, from sensual experience)과 내적 경험에 대한 몰입(mental immersion, from intellectual experience)으로 나눠보면 어떨까? 이 섣부른 양분화에 대해서 쉽게 오류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세상 만사 둘로 나뉘기 때문이고, 물심양면으로 구분한 이상 반론하기도 쉽지 않을거다. 그러니 그렇게 알고 넘어가자.


(3) 재미, 그리고 비디오 게임
게임에서의 재미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꼽는 책은, 라프 코스터의 <재미이론(The Theory of Fun)>이다. 그다지 지적인 만족감을 주는 책은 아닐지 몰라도, 많은 게임을 성공시킨 바 있는 이 사람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은 ‘패턴학습의 본능의 충족에 따른 재미’다. 예를 들면 총알이 날라오는 경로와 속도를 보고 비행기를 움직여야 하는 게임 플레이의 ‘패턴’, 혹은 아래에서 덤비는 악어를 피해 웅덩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게임 플레이의 ‘패턴’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입출력 패턴 – 가장 단순한 예로 화면 상의 움직임을 보면서 정확한 타이밍에 버튼이나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것 – 을 마스터하면 (결국, 학습에 성공하면) 그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유의할 점은 여기에서 ‘패턴’이라는 것이 뭔가 심오한 논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감각적인 입출력에 대한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제품 UI에서 말하는 '조작감' 혹은 '반응속도', 그리고 게임에서 말하는 '타격감' 같은 것에 좀더 연관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Game Patterns from Raph Koster's <Theory of Fun>

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주로 앞서 말한 식 대로라면 외적 경험에 대한 몰입에 가깝다. 즉 게임 디자이너 혹은 프로그래머가 설정해 놓은 조작방식을 이용해서 그 가상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발견하고 거기에 숙달되는 것에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재미이론>에서 주장한 이 패턴 학습에 대한 내용은 한편 사람 김을 좀 빼놓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생존본능이나 학습을 위한 대뇌의 기제에 의한 것이라니 말이다), 그래도 이 이론은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과 엮이면서 “게이머는 게임 속에서 사람을 때리고 돈을 빼았고 자동차를 훔치고 다른 차를 들이받으며 쓰레기(바나나 껍질 같은)를 차창 밖으로 버리는 데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패턴을 플레이할 뿐이다”는 제법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연결이 된다.

Game Patterns from Raph Koster's <Theory of Fun>

하지만, 정말 그럴까? 예전의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난 솔직히 게이머가 게임 속의 폭력적인 이야기를 ‘단지 장애물의 에너지 수치를 줄이기 위한 버튼 입력일 뿐’이라고 여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라프 코스터가 지적했듯이 게임 플레이의 패턴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데(MMOG라는 예외도 언급되고 있지만) 비해서 동일한 게임 플레이 패턴을 적용했지만 어떤 게임은 성공하고 어떤 게임을 실패하는 이유는 뭐냔 말이다.

이에 대해서 떠오르는 논리 중에, Brenda Laurel의 "Narrative Construction as Play"라는 논문을 빼놓을 수 없다. 내러티브 이론을 컴퓨터 매체 설계에 적용하려고 애쓴 사람답게, 재미와 놀이라는 것이 단지 'funny'한 것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즐기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pleasure'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입출력 패턴과 그 패턴의 학습이 게임의 골격이라면, 게임에서 제공하는 이야기는 게임의 겉모습 같은 것이다. 피부가 어떻게 이어졌는지라든가 팔다리의 움직임, 눈코입이나 머리카락의 모습은 단지 그 안의 골격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 이상을 말한다. 앞서 말한 다른 반쪽인 내적 경험에 의한 몰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소설에서 이런 몰입을 느꼈던 것과 같이, 게이머는 게임 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최소한 게임 플레이를 시작할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해 주거나(“그러니까 네가 지구를 구해라!”), 게임 상의 규칙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해 주거나(“폭탄이 떨어지기 전에 맞춰 터뜨리지 않으면 도시가 파괴된다!”), 게임은 중간 혹은 끝까지 마쳤을 때 만족감을 더해주기도 한다(“당신이 세상을 구한 영웅이오! 공주를 주겠소!”).

Mission Narrative for Donkey Kong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입출력 패턴이 비슷한 수많은 게임들의 성패가 갈리는 것을 ‘이야기 story/narrative’라는 걸로 단순화하는 건 아무리 개인 블로그라고 해도 무책임한 발언이다. 하지만 말을 ‘이야기하기 storytelling’로 바꾸면 어떨까. 이야기하기라는 건 단지 그 내용 뿐만 아니라 그걸 전달하기 위한 방법들, 즉 게임에서라면 화면에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내용을 비롯한 모든 인지되는 것들을 포함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storytelling이 재미있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가? 이 주제는 왠지 문학과 예술의 관념적인 이야기가 나와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질문을 다음의 그림으로 답변하려고 한 사람이 있다.
Topological Model of Fun - by Hyunbi Lee

바로 이현비의 <재미의 경계>라는 책에 나오는 위상수학적 모형인데, 재미란 그 수나 크기/깊이에 상관없이 일련의 복선과 그게 드러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현비는 어떤 이야기에서의 재미를 "축적된 긴장의 해소를 이해함에 따르는 감정적 흥분"이라고 정의하면서 '재미'와 '웃음'의 요소를 분석하고자 했다.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는 주장들이지만, 복선와 반전이라는 자칫 당연해 보이는 서사구조에 대해서 이만큼의 의미와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이 이것저것 나열한 건 사실 앞에서 내적/외적 경험으로 양분해 버린 몰입에 게임 상의 재미를 끼워맞추기 위한 시도일 뿐이지만, 아직은 그럭저럭 맞아 떨어지는 듯 하다.

그럼 실제로 이러한 ‘재미’들은, 게임 안에서는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극단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위치가 모호해서 가설에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를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이제까지 쓴 글도 고쳐야 하고 무엇보다 골치가 아프니까.

( -3-) y~oO


다음 편은 주말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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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한 광고회사에서 며칠 전 "호모나랜스"라는 단어를 들고 나왔나보다. 매번 정기적으로 나오는 마케팅 '연구' 보고서에서는 늘상 뭔가 fancy한 용어를 만들어 내기에 이번에도 뭔가 가지고 왔나보다...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연결되는 듯 해서 한번 찾아보니, 호모나랜스 Homo Narrans 라는 단어는 광고회사에서 만들어낸 단어가 아니었다.

한 블로거의 글에서 얻을 수 있었던 유용한 정보들에 따르면, 이 단어는 1984년 Walter Fisher라는 학자에 의해서 정의된 듯 하다.

Homo Narrans
n. story telling human beings, from Walter Fisher(1984). According to him, all communication is a form of storytelling.

흠... 예전에 <The case for the narrative brain>이라는 논문을 읽은 후에 늘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인간은 늘상 이야기의 창조와 해석을 통해 사고한다"는 논리에 원전이 있었던 모양이다. 내 경우엔 이걸 소위 "시각언어의 내러티브 visual narrative"로 확장했었고, 요새는 그 (시각적이든 그렇지 않든) 이야기 구조를 통한 '재미'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최근(1999년)에도 이에 대한 John D. Niles의 저서 <Homo Narrans>가 출판되는 등 명맥을 유지해오는 것 같다.



이 '이야기'(혹은, 뭐 굳이 구분하듯이 '이야기하기')라는 것은...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분명한 관계가 있다. 아무래도 원래 이걸 주장한 광고회사의 의도는 아니었던 듯 하지만, 어쨌든 덕택에 이 두 가지 분야 - 문학과 UI - 를 관련지워 주는 논문들에 한가지 고리가 더 생긴 듯 하다.

특히 John Niles의 저서는 Abbe Don이 UI와 narrative를 처음(?) 연결지을 때 언급했던 구술 oral narrative 에 대해서 있는데, 이걸 보면 역시 narrative / storytelling을 언급하려면 컴퓨터 상의 개체인 conversational agent가 필요한 건가 싶기도 하고, contextual design이라는 주제가 뜬 이후에는 또 그쪽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 열정과 시간이 좀 남아있다면 이런 기회가 다시 한번 관련 주제들을 파보는 계기가 되겠지만, 이제 이런 주제는 그저 취미생활일 뿐이니 아쉽다.

[O] 그러니 이쯤에서 Reading List나 업데이트하고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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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영국 거리를 걷다보면, 도로교통을 제어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꼬깔(콘...이라고 하는 -_-; )을 도로표지판이나 신호등 위에 어떻게든 올려놓은 걸 종종 보게 된다. 십중팔구 술취한 십대의 장난인 듯 하다.

그 중에, 어제의 에딘버러 기행에서 만난 모습.

Traffice Sign Wearing Traffic Cone

신호등이 고장나서 기울어진 것에 꼬깔을 씌운 걸까? 아니면 꼬깔을 씌우고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신호등을 기울여 놓은 것일까? 어느 쪽이든, 작은 일탈이 우연히 방향이 겹친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만든 것이 재미있다.

Scott McCloud가 <만화의 이해 Understanding Comics>에서 지적했듯이 사람들은 임의의 추상적인 형태 속에서 사람의 얼굴을 연상하는 경향이 있다. 두뇌의 시각중추 중에서 많은 부분이 사람 얼굴을 인지하는 데에 투자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니, 인간의 뇌는 분명히 일반적인 정보처리 기계라기보다 특정한 목적에 부합되어 있는 기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즐기는 것도 그러한 경향의 일부라는 것 또한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연구되고 있고. ... 어떤 요소가 그 이야기를 보다 쉽게 형성되도록 하는 걸까? 요새 관심을 갖고 있는 방향이다. 어디까지 고민하게 될지 - 며칠이 될지, 몇년이 될지 - 는 아직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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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역시 E3 덕택에, 재미있는 게임들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늘 그렇지만, 많은 게임들이 전에 본 게임 플레이의 패턴을 답습한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일부 재미있어 보이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게임들 중에서 UI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가 오히려 궁금해진다. 인터넷을 통해서 접해지는 많은 동영상들은 UI가 없는 소위 '인트로' 혹은 '데모' 동영상이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에 눈길을 끈 것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예정인 <Prince of Persia: New Gen>의 제작자 인터뷰였다. 최근 출시한 <Street Fighter IV>와 마찬가지로, 마치 2D로 그린 듯한 느낌의 3D 렌더링이 우선 눈길을 끈다.



Elika Character from New <Prince of Persia>

위 동영상에서 설명되었듯이, Elika는 주인공이 데리고 다니는 보조 캐릭터다. 그냥 끌고만 데리는 거라면
Screenshot of ICO
PlayStation용 게임으로 나왔던 <ICO>의 여주인공과 비슷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냥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ICO>의 여주인공과는 완전히 반대로(물론, ICO에서는 또 그게 게임 플레이의 핵심이자 매력이다), Elika는 마법과 물리공격을 하는 무기이자 적극적인 파트너로서 플레이에 도움을 주는 듯 하다. 무기와 Elika의 콤보공격도 가능하다고 하니 꽤 흥미롭고 새로운 조합이 가능하겠다.

Game Play Using Elika ... from New <Prince of Persia>Game Play Using Elika ... from New <Prince of Persia>

그런데, 위 동영상의 2분쯤부터 시작되는 "Save Me" 시스템이라는 것은 그냥 새로운 플레이 방식이 아닌 새로운 UI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Save Me" Mechanism by Elika... from New <Prince of Persia>

이 '시스템'은 기존의 콘솔/PC 게임들에서 캐릭터가 '죽었을 때' 수시로 등장하는 "계속 하시겠습니까?" 라는 화면을 대체한다. 제작자에 따르면, 캐릭터가 죽었을 때 등장하는 "Game Over" 화면은 동전을 넣어야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는 아케이드 게임에서 콘솔 게임으로 잘못 전해진 유산 같은 것으로, 실제로 플레이 중에 "Do you want to continue?" 화면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주인공이 죽으려고 하는 순간마다 Elika가 그 마법의 힘을 이용해서 주인공에 손을 뻗어주어서, 주인공을 이전의 안전한 상태 및 위치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결국 익숙한 'check point' 개념은 그대로 존재하지만, 그것이 게임의 세계와 별도로 존재하는 초월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게임 스토리와 융합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어차피 게임을 계속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는 "계속 하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항상 "예"를 누를테고,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조이스틱을 던져 버릴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듯한 화면이지만,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전혀 불필요한 UI 단계로서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온 셈이다.



게임에 있어서의 UI의 역할에 대한 해묵은 논쟁 - 도전적이어야 하는, 즉 어려워야 하는 게임의 태생적인 특성과 쉽고 간편한 것을 추구하는 UI의 상식의 충돌 - 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려워야 하는 것은 게임이지 조작이 아니고, UI가 쉽게 만드는 것은 '조작'에 해당하는 것이다" 라는 식의 결론이 내려지곤 한다. 하지만 이 결론이 나로선 석연치 않은 것이, 그렇다면 UI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은 게임 화면의 HUD나 팝업들을 잘 배치하는 것 뿐인가? 하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 것이다.

Hardware 제품 개발에 있어서 UI가 시작된 것이 소위 "그래픽스", 즉 버튼에 대한 설명 및 아이콘을 얼마만한 크기로 어떻게 인쇄하느냐에 대한 것이었지만 이제 그보다 더 넓은 영역 - 어쩌면 제품기획까지도 - 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처럼, Game UI에 대해서도 그렇게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

이번의 유비소프트 Ubisoft 의 새로운 Game UI 시도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겠고,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CONTINUE?" 화면을 띄운 채로 한숨 돌리는 여유가 사라지면서 지나친 몰입감과 긴장에 되려 재미를 낮추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Game UI에 있어서 늘 이야기되는 화두 - 게임 UI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있는가 - 에 대해서 뭔가 한마디 거들 소재는 하나 생긴 것 같다. 나를 이 분야에 뛰어들게 한 10년 넘은 화두 - narrative - 에 대해서도 뭔가 방향성을 제시해 줄 것 같기도 하고.



정말 좋은 UI는 익숙한 나쁜 UI를 제치고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나쁜 UI를 '사용자들한테 익숙하니까'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넘어가는 건 (특히 새로운 경험을 주어야 하는 제품에 있어서는) UI 설계자의 직무유기일지 모른다. 어떤 대목에 UI가 필요하고 어떤 대목에 일관성이, 반응속도가, 스토리텔링이 필요한가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분야에는 가장 간단히 그저 직무유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조차도, 아직 해야 할 게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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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da UK에서 만든 웹사이트를 소개받아서 갔다가, 정말 맘에 꼭 드는 말이 마구마구 쏟아내지는 바람에 오후 내내 기분 좋은 공황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http://problemplayground.com

Screenshot of ProblemPlayground.com by Honda UK


모두 플래쉬로 만든 웹사이트의 멋진 디자인이나,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차용한 UI나,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훌륭한 아이디어라든가... 혹은 반대로, 시각장애인이 전혀 사용할 수 없는, HTML 등의 대안이 없는 모습 등은 저 사이트에서 가장 UI적으로 눈에 띄는 모습일 거다. 하지만 나한테 가장 와닿았던 것은 저 URL... 문제 놀이터 problem playground 라는 이름이다.

그리고 연결된 TV 광고를 보고 아주 그냥 덜컥~해 버렸다.


마지막 대사... "당신이 뭔가를 해결하는 걸 즐기는 동안, 마주치는 문제들은 마치 놀이 같지 않나요?" 크허. 디자이너라면 이거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한다. -0-;; 우리가 하는 일은 design이 아니라 designing이고, creative & rational process이고, problem solving이고, 지식노동이라고 배우기는 하지만, 사실 이게 또 얼마나 잊어버리기 힘든 마음가짐일까. 큰 문제를 맞닥뜨려 진땀 흘리는 경험도 있겠지만, 자잘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이 직업을 천직으로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참고로 위 동영상에는 "Making of.."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고, -_-;; 또 내가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 올려놓았다.

(화질이 안 좋다. 위 웹사이트에서 보는 게 좋을 듯)

내 다년간의 직장생활 -_-;;; 의 중간쯤에, 아마도 '중간관리자' 타이틀을 달기 직전쯤에... 조직에서 개개인의 역할이라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시니컬했던 적이 있다. 그때 투덜거렸던 것이... 가만히 보니 사람들은 생각하는 사람(Thinker)과, 행하는 사람(Doer)과, 말하는 사람(Talker)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거 였다.

물론 이상적으로는 하나의 팀 안에서 역할구분이 잘 되면 뭐 나름 잘 맞물릴 것 같은 조합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적어도 내가 겪었던 현실에서는) Thinker는 생각만 하고, 그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거나 자신이 직접 뭔가를 구현하거나 하는 법이 없었다. 조직의 특성이었을지는 몰라도, Thinker 층이 좀 많았던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늘 골똘히 뭔가 생각하다가 일이 다 망쳐진 후에 "그럴 줄 알았어.." 라는 코멘트로 속을 뒤집어 놓기도 한다.
   Doer는 또 나름대로 답답하다. 종종 추진력과 구현능력에 깊은 감명을 받기도 하지만, 남의 말을 듣거나 좀 생각을 하고 움직이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기껏 해놓은 일이 시간낭비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Doer가 없으면 아예 결과물이 안 나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면서도 인기는 좋다.
   Talker는 개인적으로 가장 일하기 괴로왔던 유형이다. 생각도 안 하고, 직접 뭔가 하는 법도 없고, 그냥 말만 한다.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건 기본이고, 그럼에도 늘 하는 일이 -_-; 그렇다보니 늘 국부적인 논리는 완벽하다. 목적 없는 회의가 무작정 길어지는 건 대부분 이 사람들 덕택이다.

당시 내 툴툴거림의 요지는 "왜 우리들 중에는 Talker가 압도적으로 많은 거죠?" 였다. Thinker도 팀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지만, 그래도 잘만 치켜세워주고 멍석을 깔아주면 종종 좋은 아이디어를 내 주곤 한다. (그 아이디어를 내는 데 들이는 시간에 비해 달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더 많은 경우도 있지만 -_- ) 하지만 Talker는 정말... 도대체 어떤 role model을 봤길래 그런 논리와 대화법에 익숙해졌으며, 게다가 왜 그런 사람들이 항상 빨리 승진하는 걸까? (이 문장은 질문 안에 답이 있다)

[○] Thinker-Doer-Talker...


P.S. 원래의 동영상에서의 Doer와 나의 예전 화두였던 Doer 사이에는,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 말고는 대단한 공통점이 없다. 단지 (사실은) 그때 'doer'라는 말을 하니까 그런 단어는 없다고 하신 분이 있어서 좀 의기소침했던 것이, 이제서야 좀 풀려서 살짝 기분이 업~된 것 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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