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고백. 나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나온 "다치코마"라는 로봇을 좀 과하게 좋아한다. -_-;; 사무실 책상에는 작은 피규어 인형이 숨어있고, 집에는 조립하다 만 프라모델도 있다. 한동안 PC 배경으로 다치코마를 깔아두기도 했고.

Tachikoma Welcoming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인간적인 상호작용과는 전혀 동떨어지게 생긴 이 로봇(들)은 독특한 장난스런 말투와 동작,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없이 인간적으로 만드는 그 호기심으로 인해 그야말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다치코마를 좋아하는 건 거기에 더해서, <공각기동대>에서 다치코마가 맡고 있는 '캐릭터' 때문이다. 다치코마는 '대체로 인간'인 (세부 설명 생략;;) 특수부대 요원을 태우고 달리거나, 그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되어 어려운 일(이를테면, 총알받이)을 도맡는다. 이들은 인간에 준하는 지능을 갖고 인간을 돕지만, 자신들이 로봇임을 알고 있고 부상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불필요함을 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다치코마의 집단지능이 높아지고, 이들은 점차 사유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를 하게 된다.

Tachikoma Discussing

"인간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왜 인간에 의해 통제되어야 하는가?"
"전뇌를 가진 인간이 왜 여전히 비효율적인 언어를 사용하는가?"
"로봇에게 죽음은 아무 의미가 없는가?"
"남을 위해서 자발적으로 자신을 희생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담론'들은 아주 조금만 과장하자면, 이미 우리 생활에 들어와있는 많은 자동화 기기와 Intelligent UI의 이슈인 Autonomy vs. Control 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이다. 청소로봇의 사례까지 갈 것도 없이, 사람이 가까이 가면 열리는 자동문에서부터 이러한 이슈는 크고 작은 사용성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실제로 <공각기동대>의 어떤 에피소드들은, 보다가 자꾸 HRI 이슈가 등장하는 바람에 몇번이나 되돌려 보곤 한다.


실은, 이 다치코마를 간단한 대화와 제스처가 가능한 정도로 만든 '프로토타입'이 공개되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한번 적어 보았다.



물론 위의 '더미'에는 별 관심이 없다. (판매용이 아니라고도 하고;;) 하지만 미래에 다치코마의 머리가 될 인공지능의 발달과, 그 훨씬 전단계인 오늘날의 상용화된 인공지능들 - 다양한 센서와, 단순하더라도 무언가를 판단하는 중첩된 if 문들 - 은 아무래도 굉장히 많은 숙제를 던져주려고 저 멀리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이제는 발소리가 들릴 정도로 아주 가까우니까 말이다.

Tachikoma Exhausted

신고
Posted by Stan1ey

<Media Equation>이라는 책이 있다. 번역본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고... 여하튼 이 책은 부제목에서 말하듯이 "어떻게 인간이 컴퓨터나 다른 새로운 미디어를 마치 사람인 것처럼 다루는가"에 대한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new media에는 라디오나 TV도 포함하고 있고, 음성입출력을 사용하는 기계라든가 화면 상의 의인화된 에이전트 캐릭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그림이 없기 때문에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하는 읽기 힘든 글이지만, (저자인 Clifford Nass 교수와 대화한 적이 한번 있는데, 그때의 경험과 비슷하다. 어찌나 빠르게 말로만 이야기하는지! -_-;; ) 어찌 보면 당연할 내용을 하나하나 실험을 통해서 밝혀주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받들어야 할 참고문헌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 Media Equation - 에서는 로봇에 대해 다루고 있지 않았고, 비교적 신간인 이후의 책 <Wired for Speech>에서도 로봇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니 아무래도 이 저자에게 로봇은 주된 관심사가 아닌 듯 하다.

하지만 Media Equation에서 말하는대로 제품에 음성출력이 들어가는 순간 그 인간만의 고유특성으로 인해 의인화가 훨씬 더 많이 유도된다면, 움직임이라는 인간 혹은 동물만의 고유특성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의인화가 유도되어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로 Nass 교수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관민 교수님의 경우에는 Roomba와 Aibo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media equation이 얼마나 적용되는지 고찰하기도 했고, 나도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청소로봇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한 적이 있다. 적어도 이제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인간이 로봇에게 느끼는 의인화 성향은 심지어 SF 영화나 만화에서 과장해서 그리는 것보다도 더 크다고 생각된다. 무생물인 로봇을 인간처럼 다룬다는 것은 마치 인형놀이처럼 느껴질지 모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쓰레기통에 종이뭉치를 던져넣으며 즐거워 하듯이 그 인형놀이도 모두의 놀이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한 게 아닐까.


어찌 알고 있는 연구자가 이번에 로봇의 감성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정리해서 발표한 모양이다. 출장 중에 받은 메일링리스트에서 아는 이름을 발견하고 한편 대견하고, 한편 부럽고 한 복잡한 심경이었다. ^^;


특히 이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인 아래 그래프는 한번 눈여겨 볼만하다.

Roomba Philes - How the owners do for them, with them, by them.

이러한 결과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위에서 언급한 이관민 교수의 2006년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Aibo 사용자(혹은 주인)들의 과잉-의인화된 행태('과잉'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조금 유보하고 싶지만)에 대해서는 다른 매체에서도 인터뷰 등으로 그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얘기는, 처음에 위 그래프와 같은 결과를 받아든 사람들의 대부분의 반응은 "말도 안 된다", "대상이 초딩이냐" 뭐 이런 식이지만,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친밀도가 (문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한두번 지적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성자영씨의 연구가 의미를 갖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제까지는 비교적 소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수준이었기에 어느 정도 반론이 가능했지만, 이제 당연시 되어버린 청소로봇... 혹은 좀 더 편한 가전제품의 소유자 37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므로 그동안 있어왔던 논란에 쐐기를 박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문제는 디자이너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로봇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용자들을 위해서 로봇을 디자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우리 디자이너들은 준비가 되어 있는가?" 라는 주제는 조만간 CHI 학회를 정리하면서 한번 더 이야기하게 될 듯...)

신고
Posted by Stan1ey

BLOG main image
by Stan1ey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47)
HTI in General (45)
User eXperience (11)
Voice UI (50)
Vision UI (14)
Gesture UI (25)
Tangible UI (28)
Robot UI (14)
Public UI (9)
Virtuality & Fun (56)
Visual Language (15)
sCRAP (70)

글 보관함



www.flickr.com
This is a Flickr badge showing public photos and videos from Stan1ey. Make your own badg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