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CES 2008 행사는 왠지 큰 UI 이슈 없이 지나가는 것 같다. 전례없이 크고 얇은 디스플레이 장치가 등장하기도 하고, 온갖 규약의 온갖 네트워크 장비가 등장해서 Ubicomp 세상을 비로서 당당하게 열어젖히고 있기는 하지만, 딱이 UI라고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자주 가는 웹사이트들에서 파악하기로는, 일전에도 언급했던 Motorola E8공식 발표되었다는 것 정도가 그나마 관심이 있달까.

[○] 참고 동영상: MotoROKR E8


그러다가, 며칠 전 있었던 Bill Gates의 기조연설이 Microsoft에서 은퇴하는 그의 마지막 기조연설이었고, 그걸 나름 기념하기 위해서 아주 재미있는 동영상이 하나 소개된 걸 알게 됐다.



ㅋㅋㅋ... 재미있는 동영상이다. 이제까지는 좀처럼 스스로를 우스개꺼리로 삼지 않던 빌 게이츠답지 않은, 구석구석 장난끼가 가득한 동영상이다. (물론 잡스가 만들었다면 더 지능적으로 재미있었겠고, 이렇게 보란듯이 화려한 캐스팅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런데 이 웃기는 동영상에, 아주 잠깐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 있었다. ... 조금 과장하자면. ㅡ_ㅡ;;

빌 게이츠가 늘 창조적인 자세를 강조했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비아냥 거리는 인터뷰 내용이다:
   "[7:00] Oh, absolutely. Microsoft Bob? His idea, all his."
젠장. 이건 두고두고 욕 먹는구나. -_-;;;

Microsoft Bob이라는, 1995년 영국에서만 발매되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소프트웨어를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거다. UI 수준에서 (사실은 중간에 삽입된 shell 개념이었지만) 대화형 에이전트(conversational agent; 사실은 클릭과 검색으로 이루어진 대화였지만)를 구현한 최초의 상용화 사례이고, Microsoft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며, 무엇보다 그 이후에 의인화된 에이전트 캐릭터를 이용한 Social UI (CSCW와의 선긋기는 다음 기회에) 연구를 완전히 고사시켜 버린 계기가 되었다.

Home Screen of Microsoft Bob

Microsoft Bob (1995)


언젠가 조사했던 바로는 빌 게이츠보다는 그 부인의 아이디어와 사업이었다고 들었지만, 뭐 그거야 이런 상황에서 좀 뒤집어 쓸 수도 있는 문제니까 넘어가기로 하고, 그동안 실패했던 그 수많은 아이템 - Windows ME 라든가 -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삑사리 창의성'의 사례가 잘 알려지지도 않은 MS Bob이라니 정말 Social UI를 두번 죽이는 짓이다. 에흉. MS Bob을 아는 사람들은 그 다음부터는 절대 대화형 에이전트나 의인화된 에이전트 캐릭터를 UI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사례를 들어" 반대하기 시작했으니까.
Microsoft Office Assistant - Clippy

물론 Bob 이후에도 Microsoft 제품에는 Office Assistant 라든가 (속칭 Clippy로 알려진) 하는 꾸준한(?) Social UI 시도가 있었지만, 불행히도 꼬박꼬박 실패하고 욕까지 챙겨먹는 성실함을 보여왔다. 그런 시도 하나하나가 죄다 나쁜 사례가 되어서 오히려 '나름대로 UI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확신같은 걸 심어주게 됐고.

심지어...

1998년 어느 소프트웨어 개발자 회의에서 Clippy를 공개적으로 처형시키는 행사가 있기도 했고,

2001년 발매된 MS Office XP는 eX-Paperclip 이라는 '일련의' 플래쉬 동영상 광고 (1, 2, 3)를 별도의 웹사이트에 올려 office assistant가 없음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2007년 MS Office 2007의 발매 후에는 Clippy를 흔적마저 없애버린 Office 2007가 얼마나 좋은가에 대한 인터뷰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 이건 마치 '공공의 적'과 같은 취급이라고 하겠다. MS Bob과 Clippy는 오늘날 우리가 보는 Robot에 대한 vision과 같이 누구나 생각하고 꿈꾸고 있는 vision을 선도적으로 구현한 사례이고, 그에 대한 credit은 충분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앞서나간 대화형 에이전트의 공공연한 실패는 그 개념이 잘못 되었다기보다 당시의 기술(검색, 언어처리, 연산/기억장치의 역량 등)에 기인했다고 볼 수도 있을텐데, '나름대로 UI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가끔은 UI 전문가들조차도 대화형 에이전트는 실패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된다.

그렇다면, 대화형 에이전트(S/W)보다 훨씬 더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로봇(H/W)의 실패사례가 매년 수십건씩 등장하고 있는 지금, 왜 로봇은 UI적으로 실패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로봇은 Clippy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나쁜 습성을 가지고 있고, 게다가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움직여대는 통에 그 정도는 훨씬 심각할 게 분명하다. 게다가 그 다양한 사용맥락 하에서 수많은 사용 상의 변수에 모두 대응할 수 없을테니, 오판단이나 오작동이 S/W보다 많을 거라는 건 뻔한 일 아닌가. "대세"가 그렇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 어떤 설명으로 이 로봇에의 열정(?)을 설명할 수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참고로 나도 사실은 로봇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와, UI 전문가로서 Robot UI 혹은 HRI가 열어줄 새로운 시각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마도 로봇은, 당분간은, 여러번 실패하고 몇가지 작은 성공을 거두어 새로운 세상을 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대화형 에이전트가 겪었던 것처럼 아는 자들의 '대세'에 휩쓸려 혐오스러운 실패사례로 몰아붙여져 다시는 기회를 갖게되지 않는 사태는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왕이면, 대화형 에이전트를 연구하는 사람들 중에서 앞서 간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대화형 에이전트의 올바른 짝을 찾는 사람이 있어 이제는 정말 죽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는 Social UI 연구를 다시 볼 수 있도록 해준다면 그건 정말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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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IBM에서 "앞으로 5년간 우리 생활을 바꿀 5가지 혁신"을 발표했다.


... 이런 걸 볼 때마다, UI 라는 건 (디자인도 그렇고) 그다지 세상을 바꾸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이 우선 드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간접적으로나마 관련있는 주제가 있다는 건 주목해둬야 할 것 같다.

이미 Don Norman은 <The Design of Future Things>에서 자동운전 auto cruise control 차량의 UI 문제를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자동차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Intelligent UI의 선진사례가 되어줄 것이다.

Intelligent UI의 상용화를 연구하다보면, 우리가 주변에서 사용하고 있는 물건들 - 그 중에 어떤 것은 사용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이 얼마나 값싼 마이크로 칩을 이용한 단순한 알고리듬으로 운용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PC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몇가지 계산만 더하려고 하더라도, 당장 제조 담당자로부터 그건 현재의 스펙에서 불가능합니다~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소프트웨어의 문제(아직 개발이 안 되었고, 개발에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는)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하드웨어의 문제(극히 제한된 계산만 가능한 경우)여서 애초에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를테면 2년전쯤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휴대폰에서는 Flash와 같은 vector graphic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대부분의 TV set에서는 반투명을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일부 선진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상대적으로) 비싼 소자를 넣은 제품을 만들어 멋진 GUI를 선보일 수 있었지만, 후발주자의 입장에서는 그보다 값싼 소자를 써서 단가경쟁력을 높이는 데에 주력했던 것이다.

LG-KP8400 Healthcare Phone 당뇨폰
Intelligent UI (귀찮네. 이하 IUI) 상용화의 또 다른 문제라면, 역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 기술이 적용된 모습이 사용자의 인내를 벗어나는 경우에 있다. 이를테면 L모사에서 나왔던 일명 '당뇨폰'의 경우, 사용자의 피를 적신 -_- 시험지를 휴대폰에 꼽으면 혈당량이 체크되어 나오는 제품이었는데, 주기적인 혈당량 체크의 중요성과 그것을 항상 들고다니는 휴대폰에서 할 수 있다는 편의성, 그리고 의료 서비스와 바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는 훌륭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커다란 배터리팩과 측정장치는 구매를 거부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휴대폰이나 TV보다 일단 비싸고 크기 때문에, 실무자 입장에서는 위에서 말한 IUI의 상용화 장벽을 비교적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물론 자동차의 경우에도 IUI를 적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단가 상승과 외형에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은 고급제품 시장의 비중이 크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워낙 비싸고 큰 물건"으로 인식하고 있는 구매자 층도 그만큼 두껍다. 카오디오와 같이 온갖 옵션에 넣어두면 제조자의 입장에서도 부담이 적다. (사용자가 원하면 넣고, 사용자가 원치 않으면 안 넣으면 되니까) 게다가 특히, 자동차를 사는 사람은 이 시대에 거의 유일하게, 기술이 갖는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PC도 TV도 심지어 휴대폰도 그만그만한 기술력으로 감성가치를 중시하는 마당에, 자동차를 구매할 때에는 거기 적용된 기술들이 자신을 위해서 뭔가 해주리라는 것을 - 그리고 그렇게 산 더 비싼 차가 자신의 더 높은 지위를 대변해 주리라는 것을 -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디자인의 스타일이 구매에 미치는 영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단지 기술이 여전히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시장을 필두로 자동차에 들어간 자동운전이나 자동주차 시스템의 상용화 소식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 요즘, IBM에서 발표한 향후 5년간의 운전 혁명은 IUI.. 혹은 그걸 만들어야 할 HTI 디자이너의 관점에서는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P.S.
사실 위의 IUI와 자동차의 이야기는, UI를 하다가 작년초쯤 자동차 업체에 네비게이션 UI를 하러 (아마도) 들어갔던 한 후배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그때만 해도 모 회사에서 사람을 뽑고 있기도 해서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제 그런 이야기가 소강상태인 걸로 봐서는 곧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차례인 듯 하다. 모쪼록 우리나라의 자동차 회사에서도 외국 따라하기가 아닌 새로운 IUI를 탑재한 자동차를 출시해 줬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오피러스에 탑재된 전방카메라처럼... 이거 넣은 사람에게는 정말 마음 깊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완벽하진 않아도 훌륭한 IUI의 독자적 적용사례 아닌가 말이다.
기아자동차 오피러스의 펜더 (빨간 네모 부분이 전방 카메라)
전방 카메라 클로즈업
전방 좌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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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제목의 'TTT' 라는 문구는 MIT Media Lab.의 유명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연구 컨소시엄의 이름이다. 웹사이트를 찾아보면 이 프로젝트는 1995년에 시작되었으며, "디지털로 인해서 기능이 강화된 물건과 환경을 만드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Hiroshi Ishii (Tangible Media Group), Roz Picard (Affective Computing Group) 등 UI 하는 입장에서 유난히 관심이 가는 교수들이 director를 하고 있고, 그 외에도 내가 이름을 알 법한 MIT의 교수들은 모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름을 알 정도라는 것은, 그만큼 UI design에 가깝거나, 아니면 대외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교수라는 뜻이니.. 각각 어느 쪽으로 해석할지는 각자 알아서 -_-;; )


어쨋든, (아슬아슬하게 삼천포를 피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에 올라온 한 일간지의 기사에서, 이 TTT consortium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치 빨라진 디지털" 이라는 제하의 이 기사에서는 최근 발매된 몇가지 제품들을 대상으로 그 '자동화' 기능을 언급하고 있다.

Intelligent_Appliance_Chosun071119.pdf

눈치 빨라진 디지털 (조선일보 2007.11.19)


제품의 기능에 '인공지능 AI', '똑똑한 smart'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거의 디지털 정보처리 칩셋 - 한때 모든 제품의 광고문구에 첨단의 의미로 쓰였던 "마이컴"을 기억하는가 - 이 적용된 바로 그 시점부터라고 생각이 되지만, 이제야 비로서 눈에 띌 정도로 지능적인 기능들이 된 것일까. 여전히 '자동화'라는 용어를 적용한 것은 다소 섭섭하지만, 가까스로 꽃피기 시작한 Intelligent 제품, 그리고 당연히 따라붙어야 할 Intelligent UI에 대해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스스로 지능을 갖고 판단하는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그 UI를... 이래라 저래라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까지 몇가지 시도해 봤지만, 두마리 토끼 - AI의 이상과 UI의 현실이랄까 - 를 모두 잡아본 적이 없다. Screen-by-screen의 UI에서 벗어난... 새로운 UI의 개념과 (무엇보다도) 방법론의 재정립이 글자 그대로 '발등의 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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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Amazon Kindle with newspaper
Amazon에서 'e-paper를 이용한 휴대용 전자책 기기'가 발표되었다. 이전에도  유사한 명칭을 갖는 제품들이 몇 출시되었으나 이번의 Kindle처럼 주목받지 못하고 소위 얼리어답터(이제는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난 모르겠다 -_-;; )들끼리만 돌려보는 신기한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iRex사의 iLiad의 경우에는 본격적인 전자책의 효시라고 생각될 정도로 많은 시도를 했지만, 아깝게 대단히 빛을 보지 못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 기존의 e-paper 전자책 제품들


이번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Kindle은 무엇보다 Amazon이라는 책 세상의 중심포탈에서 제공되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는 신뢰감이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게다가 휴대폰 방식의 무선네트워크를 무료로 제공하므로 언제 어디서나 Amazon 사이트에 접속해서 원하는 eBook을 구매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신간의 베스트셀러가 단돈 $9.99 라니 가격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단, 무선네트워크는 EVDO 방식을 제공하므로 통신사업자가 Amazon과의 계약에 의해 이를 지원하는 곳에서만 동작하며, 당연히? 사용은 Amazon과 Wikipedia 등 일부 사이트에 제한된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선 WiFi HotSpot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니 감지덕지~)

실제로 Amazon에서 준비한 웹사이트를 보면, 이네들이 꽤 오랫동안 상당한 공을 들여 준비했구나... 이제 다른 전자책 장비 업체들은 지하시장이 도와주지 않는 한 다 죽었구나... 싶다. 특히 이 링크의 동영상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동영상을 쉽게 공유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저작권으로 밥 먹고 살아온 Amazon의 한계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팔던 책 중에 viral marketing 에 대한 책은 없었나? )

뭐 어쨋든, 아무래도 Amazon이 Apple의 iTunes를 부럽게 쳐다보며 느낀 게 많았던 모양이다. ㅎㅎ



하지만, 이런 기기를 구석구석 뜯어보면서 그 '쿨한' 기능(버튼을 제법 잘 적용한, 게다가 양손잡이 모두를 고려한 페이지 넘김 버튼이라든가, 글자크기 조절기능이라든가... 다들 칭찬받아 마땅한 기능이겠지만)에 취해있는 것보다, UI 측면에서... 혹은 HTI designer 측면에서 이 물건을 보면, 이게 또 제법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화면에는, 잘 알려진대로, e-paper를 썼다. e-paper는 말이 흑/백이지 그 원리상 검은색도 흰색도 희뿌옇게 나온다. 하지만 일부 연구에 의하면 흑/백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것보다 약간 회색이 섞인 경우에 보다 가독성이 높고, 눈도 덜 피로하다고 하니 contrast 논쟁은 일단 접어두자.

하지만 e-paper(eInk)는 그 '물리적인' 특성상 페이지 전환의 속도가 느리고, 전환되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 PC나 TV에서 보던 상식으로는 - 마치 고장난 화면처럼 역상이 나타난다. 희뿌연 화면이래도 완전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그 안에 굴러다니는 공들을 한번 된통 흔들어줘야 하는 것 같다.

문제는, 그 정도의 반응속도로는 문서를 '스크롤' 한다든가, 커서를 재빠르게 움직인다든가 하는 동작이 거의 불가능 하다는 거다. 이는 e-paper가 실제로는 종이처럼 말거나 심지어 접을 수는 없다는 것(뭐 조만간 좀 '휠'수 있을지 모르고, 상당한 미래에는 코도 풀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과 함께, UI 설계에 있어 숨겨진 공공연한 거짓말 같은 거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위 Amazon 웹사이트의 동영상들을 보면,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조작 모습을 볼 수 있다. 몇 장면을 캡춰해보면 아래와 같다.

Kindle Cursor Bar
Kindle Cursor Bar


Kindle Cursor Bar

저거 무슨 짓을 한거야~!!! 하는 마음을 가까스로 다스리고 찬찬히 훑어보면, 오른쪽에 있는 'Cursor bar'와 그 아래의 'Select wheel'로 상당히 많은 문제를 해결했음을 볼 수 있다. 솔직히 jog shuttle을 이전에 봤으니 wheel이야 그렇다고 쳐도, e-paper의 느린 refresh 속도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사용자의 입력을 실시간으로 따라가는 저 오른쪽의 cursor bar라는 놈은 참 기발하다.

Close up of Kindle Cursor bar
동영상을 몇번 보면서 판단한 바로는, 저 cursor bar는 pixel 크기가 무지 커다랗게 만들어진 2 x 36(?) 짜리... 화면...으로, 두 줄이 모두 보이는 경우와 안쪽의 한줄만 보이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두 줄이 모두 보이는 경우는 Select Wheel을 눌러 해당 줄의 기능/메뉴/항목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이고, 한줄만 보이는 경우는 여러 개를 선택하는 경우에 preview 느낌으로 보여주거나, 몇가지 경우에 '선택' 버튼으로 자동 이동할 때에 보여주는 eye catch용 transition 효과로 사용되는 듯 하다.

그 외에 cursor가 검은 경우외에 흰색인 경우도 보이는데, 그 두가지가 그냥 preference의 차이인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_-a;;

이런 거 있으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이트들을 뒤져보니, 이 cursor bar가 polarized PNLCD (pneumatic LCD) 를 사용했다고 한다. ... 시방 먼 소리냐 -_- 싶어서 인터넷도 좀 뒤져보고, Wikipedia도 찾아봤지만 이런 LCD에 대한 설명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정체불명의 LCD의 소속을 찾아낸 건 LCD의 '역사'를 다룬 어느 대학생의 보고서에서였다. (따라서 근거 불충분... 하지만 일단 우겨넣어보자. 이 PNLCD에 대해서 진짜 정보를 아시는 분은 모쪼록 딴지와 부가설명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Pneumatic LCD 적용 사례
인터넷에서 진짜 가뭄에 콩나듯 보이는 pneumatic LCD는, 모두 측정기기에나 쓰이는 흑백의, 단순한 화면들이다. 요컨대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가장 초창기의 흑백 LCD라는 거다. 보통은 7-segment 숫자표시로나 쓰이는 원시적인 LCD 화면을, 그것도 요즘은 명함도 내밀기 두려운 초 저해상도(2x36)로 만들어 붙일 생각을 한거다.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인 e-paper와, 최초의 상용화된 LCD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pneumatic LCD가 이렇게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해 보인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UI 기술에는, 사실 "다 안 팔리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기술의 단점(반응시간)을 오래되고 저렴한 기술을 이용해서 해결한 것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짝짝짝.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이게 무슨 모범답안은 아니고, 100% 완벽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위에 링크된 사이트에 걸려있는 직찍 사진을 보면, Cursor bar가 상당히.. 조악스런 품질로 보인다. "설마 목업?"이라는 생각도 들 정도. 어쩌면 빠른 반응속도와 상관없이, 사용자들에게 옥의 티로 꼽힐 수도 있겠다. ㅡ_ㅡa;;

또한 Cursor bar의 LCD는 e-paper와 달리 전원을 끄면 화면이 꺼지기 때문에, Select wheel을 조작하지 않거나 전원을 끄면 cursor도 사라진다. 정작 주화면은 그대로 보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전원이 꺼져있는지 켜져있는지를 cursor의 유무로 알아봐야 할 듯. (어쩌면 LED 하나쯤 있을지도 모르고) 이것도 일종의 mode error니까, 사용성 측면에서 굳이 딴지를 걸자면 언급될 수 있겠다.


끝으로 이번 Kindle 공개와 관련해서 가장 재미있었던 대목 하나.
Kindle: easy to read in bright sunlight
위 캡춰 이미지에서와 같이, Kindle은 다른 e-paper 적용기기들과 같이 "밝은 태양빛 아래에서 잘 보입니다!"라는 걸 크게 강조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제품들이 대부분 태양광 아래에서 거의 내용을 알아볼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큰 장점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데서는 전혀 -_- 안 보인다는 거~ 그래서 Amazon 사이트의 한 구석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눈에 띈다.
Kindle sold with mobile lighting accessory

e-paper는 빛이 충분히 투과하지 못하고, 빛을 투과시키기 위해서 단가가 올라가는 건 차치하고라도 화면이 흐려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반사식으로 화면 앞쪽에 광원을 두려면 광원은 물론 빛을 산란시킬 부품을 넣으려면 제품이 두꺼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 물론 충분히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었겠지만, 아직은 좀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이 업종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되어 줄게다.

[○] 뒤늦게 추가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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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The X-Files Logo
드라마 오프닝에 나왔던 'The Truth is Out There' 캡춰 이미지
 
드라마 <The X-Files>에 나왔던 "진실은 저 너머에"라는 이 문구는, 이런저런 용도에 묘하게 시니컬한 뉘앙스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이 인용되는 것 같다. 나도 자주 인용하는 편인데, 언제나 제목과 같은 한마디를 덧붙인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기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 나름의 시니컬함을 더한 거랄까. 10대에나 있을 법한 치기일지 몰라도, 난 자꾸 저 말이 진실에 대한 갈구보다는 좌절과 체념이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아마 같은 작품에 나온 다음 그림...이, 이런 시니컬함과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는 해주는 것 같다. 자문자답인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진실 따위, 어디있든 무슨 상관이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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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이 할아버지의 행보가 나는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심리학자로서 나름대로 경력을 쌓다가 난데없이 일상의 물건들에 대한 소고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면서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 딱이 이론이 없던 UI 업계에 영웅으로 등장하더니, 그 후로도 잇달아 UI 업계를 효용성(things that make us smart)에서 기술(invisible computer)로, 다시 감성(emotional design)으로 뒤흔드는 저서를 연달아 발표했다. 그 와중에 심리학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연구를 껍데기만 인용해서 민중을 현혹시키는 이단아로 불리고 있었고...

심리학자에서 UI 컨설턴트로의 변화에서 예측할 수 있었어야 하겠지만, 최근 KAIST에서 있었던 이 할아버지의 발언 - "사용하기 쉽게 만든 냉장고가, 그래서 더 많이 팔리더냐" - 은 결코 잔잔하지 않은 파문이 되고 있다. 기업 경영과 실무 현장에서의 관점으로 쓰고 있다는 그 책(만화로 된)이 언제쯤 출판될지는 모르지만, 그동안 UI 컨설턴트로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볼꼴 못볼꼴 다 본 입장에서 조금 시니컬해질 때도 됐다고 본다.

진짜 UI는 철학일 뿐일까.

뭐 여기까진 전체 맥락과 상관없는 서두일 뿐이고, -_- 이 할아버지가 요새 재미있는 컬럼 2편을 <Interactions>에 연달아 발표했다.

UI Breakthrough Part 1. Command Line Interfaces (2007.5-6.)
http://www.jnd.org/dn.mss/ui_breakthroughcomma.html

Don Norman - UI Breakthrough 1 Command Line Interfaces.mht


UI Breakthrough Part 2. Physicality (2007.7-8.)
http://www.jnd.org/dn.mss/ui_breakthroughs2phy.html

Don Norman - UI Breakthrough 2 Physicality.mht


대충 성의없게 요약하자면, 다음으로 닥쳐올 UI 혁명은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는 방향이 될 것이며, 그 첫번째는 예전 DOS와 같이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지만 검색 기술과 속도의 향상에 힘입어 훨씬 강력해진 형태가 될 것이며, 두번째는 물리적인 행위를 통해 제품을 조작하되 강화된 제품의 지능으로 세세한 조작은 제품이 알아서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흠... 이 두가지가 차세대 UI Breakthrough라고? 몇가지는 알면서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고, 몇가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은... 그런 느낌의 글이다.


1. Command Line Interfaces

  • 이미 타이핑되는 입력 중 문자입력이 아닌 것을 잡아서 특정 명령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은 나와있다. (이미 컬럼에 쓴 후 Norman도 제보를 받은 듯)
  • 애당초 DOS 시절에 문법이 어려워 못 쓰던 것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는데, 자연어 처리보다 독특한 검색 문법을 강조한 이유는 뭘까?
  • 기왕 제한적인 문법이라면 Voice UI 좀 언급해 주시지... (굽신굽신)
  • 어쩌면 이게 pseudo natural language와 연결될지도 모르겠다.

2. Physicality

  • Tangible UI 구먼 -_-;
  • Physical Computing 이구먼... -_-;;;
  • Haptic/Tactile input/feedback에 대해서는 수많은 특장점과 제한점이 있는데, 어째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서문만 읊으시나...



뭐 결국 이 할아버지 또 점 하나 찍으시는구나... 하는 마음에 감히 샘나서 몇마디 섞어보지만, 결국 이 두 컬럼은 여기저기서 인용하게 될 것 같다.

쩝.

완전 닭 쫓던 개 신세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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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fourty two" from Hitchhiker's Guide to the Gallaxy

영화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에 나오는, 참으로 책임없어 보이는 이 대목은, 한편 뭔가 대단한 철학을 바탕으로 나온 듯한 생각이 들게도 만든다. 인생과 우주와 모든 것들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궁극적인 답은 결국 "42"인데, 결국 올바른 '궁극적 질문'을 아는 사람에게만 그 답이 의미가 있다는 거다.

... 뭐 십중팔구 작가의 해학적인 퍼포먼스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요새 종종 이 분야 - user interface - 에도 궁극적인 질문과 답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UI 개선을 위한 노력은 제품 가치에 영향을 주는가?"
   "UI 설계와 평가는 전문적인 분야인가?"
   "UI는 그 분야를 전공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가?"

... 뭐 이런 거다. 답을 고민하기 전에, 우선은 올바른 '궁극적 질문'을 찾기 위해서 당분한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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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iPhone의 UI는 훌륭하다.
멀티터치를 모바일 기기로 바로 적용하다니 기발하다.
역사와 전통의 GUI는 관록에서 우러나는 아우라가 뭔가를 보여준다.
순간순간 '훗~ 이건 어때?' 하는 듯한 화면 효과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하지만, 내가 iPhone을 직접 보고 느낀 것은 그런 감탄이 아니라, "이런 거라면 우리는 절대로 만들 수 없어!" 라는 좌절에 가까왔다. 그냥 훌륭한 작업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기 위한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우리는 못 만든다. iPhone을 해킹해서 이미지들을 가지고 와서 '똑같이 만들어 주세요'라며 들어와도 못 만든다.

왜냐구? 지겹지만 iPhone 동영상 하나 보자.



그냥 물 흐르듯 지나가는 동영상이지만, UI 설계를 해본 사람이라면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질 것이다. 뭔가 내가 만드는 UI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참고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회사에서 UI는 다음과 같은 형식의 수백쪽짜리 문서를 UI팀과 개발팀이 공유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다른 협업방식이 몇가지 제안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UI 설계문서의 형식

[○] 일반적인 UI 설계 방식

여기 질문이 있다: 이 방식으로 iPhone의 UI를 설계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위의 iPhone 동영상을 보자. 손가락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GUI widget들이 보이는가? Slide to unlock의 슬라이드 버튼은 중간에 손가락이 떨어지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목록들은 상하좌우 어느 쪽이든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함께 움직이며, 멈추면 함께 멈추고, 손가락으로 튕겨주면 어느 정도 흘러가다가 멈춘다. 매순간 애니메이션은 어느 하나 건조하게 크기만 바꿔주지 않고, 애니메이션의 기본이라는 "Squash & Stretch" 원칙에 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요컨대 화면-입력-화면이라는 방식으로는 도대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개발자가 그래픽 능력과 애니메이션 센스를 갖춰서 혼자 만들지 않았다면 이건 대체 어떤 팀웍을 거쳐서 만들어진 것일까? iPhone의 UI를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런 UI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지 고민해 보지만, 지금까지는 딱이 해답을 모르겠다.



iPhone을 보면서, 만일 우리가 멀티터치 입력을 가지고 같은 물건을 만들었다면 우리는 화면-입력-화면의 순서를 지켜서 멀티터치 입력이 들어오면, 즉 입력이 끝나면 다음 화면을 뿌리는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됐을 꺼라고 생각했었는데, 엊그제 등장한 동영상이 나의 이런 가설(?)을 확인시켜주고 말았다.



같은 터치스크린을 적용한 휴대폰이라지만, 이건 사용자와 기계 간의 탁구에 가깝고, iPhone의 그것은 사용자와 기계가 함께 주는 (그것도 사용자의 리드를 통해서) 댄스에 가깝다. 핑퐁과 땐스라... HTI 설계를 생각하면서 기계를 사용자의 적(상대방?)으로 생각할지 파트너로 생각할지에 대한 차이인가? 흠.. 어쨋든.

열심히 보고 함께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작은 찰나의 차이가 얼마나 뒤따라가기 힘든 능력의 차이이고, 또 얼마나 큰 품질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 아. 어쩐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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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거의 인공지능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인간과 컴퓨터의 체스 게임의 경우,
1950년에 관련된 첫 논문이 나온 이후 1997년 Deep Blue가 당대의 체스
챔피언을 이기는 데까지 반세기가 필요했습니다. 사실 그 체스 챔피언과
싸울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한 게 1989년이니 8년이 걸렸다고 할 수도 있고요.
(이후에 이 체스 챔피언은 컴퓨터와 이기고 지고 하는 게임을 종종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어느 쪽도 완전히 이기거나 진 건 아니지요...)

뭐 어쨋든, 이번에는 컴퓨터가 이번엔 포커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건 도박에 더 가까우니까 점점 못된 것만 배워간다 싶기는 합니다만,
다행히(?) 첫 번째 공식대결에서는 인간이 이긴 모양입니다. 첨부한 기사에
따르면, 처음에는 프로 포커선수가 지다가 인간 특유의 창조적인 측면을
발휘하여... 즉, 전문용어로 '뻥카'를 쳐서 컴퓨터를 이겼다고 하네요. ^^;

생각해보면, 체스와 포커는 플레이어의 의도가 드러나는 정도에 있어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체스의 경우 수많은 계산을 통해서 각 수에 대한
선호 가능성을 산출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포커는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드러나는 상대방의 의도 때문에 이제까지 컴퓨팅의 대상이 아니었을 많은 다른
변수들이 있죠. 이를테면 뻥카나... 운..같은.

컴퓨터가 이젠 그런 것까지 풀어보려고 애쓰는 걸까... 또다시 8년 혹은 그보다
짧은 기간 안에, 인간조차도 올바로 판단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꼬집어내는
컴퓨터가 등장하게 되는 건 아닌지 살짝 기대반 걱정반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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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일보의 기사 전문

관련글1: "만약 아이폰(iPhone)이 성공을 거둔다면 최대의 희생자는 제품 디자이너들이 될 것이다.
http://news.hankooki.com/lpage/health/200707/h2007071918012584530.htm

관련글2: 임근준(이정우)님의 블로그에 올려진 글
http://chungwoo.egloos.com/1605540

(글을 다 쓰고나서야, 위의 원작자 블로그를 찾아 원래 의도한 제목이 'iPhone과 제품 디자이너의 종말'이었음을 알았다. 한가지 이슈에 대해서라도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을 조우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위 글에서 인용하고 있는 잭슨 홍의 관점은, iPod 이후로 제품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주장되어온 내용이다. 그냥 깔끔한 상자일 뿐인 iPod나 iPhone. 디자인의 승리라고 하지만 사실 디자이너는 스크린 상의 그래픽을 그린 사람뿐이다. (애플 로고를 디자인한 사람도 나름 상당한 기여를 하기는 했겠으나. ㅋㅋ)

아니, 이건 굳이 애플의 일부 제품에서 보이는 현상이 아니다.

TV나 PMP와 같이 '온통 스크린'인 제품디자인은 이미 그 등장에서부터 그 제품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왠지 모를 무기력감을 느끼게 했으며, 특히 LCD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가 나오면서 앞면도 뒷면도 "그냥 좀 깔끔했으면 좋겠어요"라는 사용자의 의견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스크린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에어콘이나 냉장고의 경우에도 제품디자이너로서의 공간적인 창의를 기대하기보다 정체불명의 패턴을 인쇄하고, 거기에 구매자가 동할만한 이름을 붙여 광고하는 데에 급급하고 있다.

학생시절, 교수님은 "앞으로는 제품에 화면이 탑재된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이므로, 제품 디자인과 GUI 디자인은 하나의 디자인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요지를 말을 종종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씀은, 조금은 낙관적인 전망이 아니었을까.


다시 위의 기사로 돌아가서... 여기서 말하는 '스크린 파괴 운동'이, 윌리엄 모리스 때만큼 크게 일어나게 될까? 당위성은 충분하지만, 디자이너들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할 것 같지는 않다. 이 중간자적인 입장의 디자이너 제군들이 디지털 중심의 제품디자인 분야에서 어떻게 자리잡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스스로 디자이너(=styling expert)임을 거부한 소위 'UI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서, 나는 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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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an1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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