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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overing the River Tay

by Stan1ey 2008. 9. 9.

지난 주말, 운동삼아 집앞의 강가를 따라서 길이 끊기는 곳까지 가봤다. 한 2km 가니까 바로 끊기는 바람에 그다지 대단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ㅡ_ㅡa;; 이 Tay라는 이름의 강은 서울의 한강보다 조금 넓을까 싶은 곳으로, 가끔 낚시하는 사람도 보이지만, 솔직히 여기서 잡은 물고기를 먹고 싶을까 싶다. 강 하구로 좀더 내려가면 해달도 있는 것 같은데,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은 거기까지 뻗어있지 않은 것 같다.

Map of the River Tay

이 도시 - 던디 Dundee - 는 "발견의 도시 City of Discovery"라는 이름으로 관광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 이름을 자청하는 건 오래전 이 도시에서 만들어진 배의 이름이기도 해서지만, 도시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발견의 역사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강변을 따라 가다보면 그 역사를 알려주는 홍보물 같은 걸 잔뜩 세워두었다.

History of Dundee - Signs along the riverside of Tay

근데, 이 입간판들의 내용이 좀 묘한 데가 있다. 그동안 두어번 강가를 따라 걷거나 뛸 기회가 있었는데, 그동안 파악하기론 모두 5개의 자랑스러운 발견의 역사가 소개되어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History of Dundee - RRS Discovery
History of Dundee - the Fifies
History of Dundee - the Tay Whale
History of Dundee - World Record Attempt
History of Dundee - the Tay Bridge

RRS Discovery: 남극탐험을 위해 건조된 연구선 디스커버리호는 얼음을 뚫고 나가는 배를 만들 수 있는 던디의 조선공에 의해서 1901년에 만들어졌다. 2년 후 이 배는 얼음에 둘러싸여 좌초되었고, 얼음에 갇혀있는 동안 있었던 사건들은 많은 뒷이야기를 남겼다. 던디에는 이 사건에 대한 박물관인 Discovery Point도 있고, 퇴역한 디스커버리호도 바로 여기에 정박되어 있다.

Fifies: 1873년부터 1966년까지 Tay 강을 건넜던 페리 서비스로, Tay Road Bridge가 건설되면서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지만 던디 사람들에게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다고 한다.

Tay Whale: 낚시배에 의해서 우연히 발견된 고래시체가 던디의 기름상인에게 팔려 한동안 마당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구경시켜 주다가, 고래전문가에 의해서 해체되었다고 한다.

Mercury: 무착륙비행 기록을 세우기 위해 만들어진 머큐리호는 던디에서 아프리카 남단의 케이프 타운을 향해서 출발했지만, 악천후로 조금 못 미쳐 내리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다.

Tay Bridge: 이 다리를 지은 철도회사 사장은 1879년 그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지만, 같은 해 연말에 허리케인 속에서 다리가 무너져 기차가 강물에 떨어지면서 승객이 모두 죽었고, 사장은 다음 해 자살했다.

... 뭐가 발견의 역사냐! 이건 마치 실패의 역사 같은 느낌이잖아. ㅠ_ㅠ 강변을 따라 가면서 이걸 하나하나 읽고 있자면, 다음엔 뭔가 그럴 듯한 역사가 나오겠지 하는 절박한 마음까지 생길 지경이다. =_=;;;

McGonagall Walk along with river Tay
게다가 강변을 따라 난 산책로 중간쯤에는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시인인 William McGonagall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맥고나갈 워크"라는 길이 있는데, 그 시인의 작품인 <Beautiful Railway Bridge of the Silvery Tay>가 길을 따라 새겨져 있다. 다리에 대한 온갖 미사여구로 가득한 이 시를 읽으면서 한쪽으론 그 다리가 무너진 재앙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만들어놓은 센스는 좀 이해불가랄까. (그나저나, 적다보니 이 시인의 이름이 익숙해서 찾아보니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맥고나갈 교수 덕택인 것 같다. -_-a )

좀 오래 지내면 이 도시의 가치관에 젖어들려나 모르겠지만, 일단 이 도시의 소위 자랑거리에 대한 지금까지의 내 생각은 이렇다.




그건 그렇고, 갈매기 목이 잔뜩 움츠러든 걸 보니 이제 확실히 가을인가보다. 9월 들어서는 확실히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진다. 여기에 온지도 벌써 한달. 날씨도 바뀌고 요리솜씨도 늘고 있다. 정말 살게 되니까 또 살아지는구나.

Seagulls in Cold Wind Salmon Steak with Grilled Mushroom & Salad

뭐, 소시적부터 적응력 하나만큼은 인정받은 바퀴벌레같은 인종이라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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